김 씨에 의하면 신성이란 약간 모르는 편이 정신건강에 이로울 정도로 거룩하고 엄격하고 불변하며 과감하고 막강하고 냉혹한 것이다. 빈자와 과부와 고아와 노인에 대한동정은 인간적으로 끌리긴 하나 신성의 본질과 무관하다. 신이 주인인 세상에서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게 도대체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오히려 신성은 우주만물의 자연에 깃들어 약자들을 지상에서 쓸어버리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피조물에 불과한 인간이 먼저 선과 악을 자의적으로 규정해둔 후 그중 선을 신성에 갖다 붙이는 건 절차적 오류다. 자연이, 신성이 곧 선이고 신앙의 대상이다.
논쟁이 누군가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는 없다. 논쟁을 통해 입장이 바뀌진 않는다. 오직 서로를증오하게 만들 뿐이다. -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