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의 끝머리에 걸터앉은 난영은 나룻배가 만들어내는 긴 물고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유골함을 더 바싹 끌어안는다. 초로의 사공은 그네 마음을 내가 왜 모르겠느냐는 듯이 먼데 허공만 쳐다보며 노를 젖는다.
강 어디쯤일까.
강물이 하늘빛 같다. 서럽도록 시퍼렇다. (-11-)
난영은 혜란의 소개로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월성각을 찾아간다. 월성각은 한성에서 제일로 큰 기생집이다. 그해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월성각으로 들어서자 조용하고 고즈넉한 정원이 난영을 맞이한다. 난영은 자신이 생각했던 술집의 분위기하고는 너무나 달라 놀란다. (-35-)
내가 모든 걸 두시 받침할 터이니 오늘부로 기생은 그만두고 신여성으로서 조선의 개화에 큰 재목이 되어라.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한 채 암흑 속에서 살아가는 조선의 여성들을 일깨워서, 이 나라 조선에 꼭 필요한 인재들로 만들어라. (-61-)
그 생각에 배가 불러와도 걱정은 사라지고 점점 미래가 행복해질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자신감도 생기고 없던 생기도 돌고 의욕이 생겨났어요.아이만 생각하면 의지할 것이 있어서 어떤 고난과 세상의 눈총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뱃속에서 애를 키워나갔어요. 제 부족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겠지만 언니 부디 용서해주세요.(-122-)
그때 난영은 일본전경련 회장이던 오랜 벗 기시다가 떠올랐다. 기시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에게 영원히 변치 않는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던 사람이다. 기시다는 일본인이었지만 난영이 의지할 만한 사람이었다. 기시다는 자신이 조지메이슨 대학의 총장과 잘 알고 있다면 자신이 적극적으로 다리를 연결해주겠다고 한다.물론 자신이 추천인이 되겠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미국 유명 대학으로 유학 가는 게 쉽비 않았다. (-187-)
뜰에 꽃이 다 떨어졌으니 봄은 이미 가 버렸고
은자의 마음을 누구를 향하여 열어야 하나?
하지만 조물주는 일부러 깊은 모습을 만드니
나무 가득 붉은 복사꽃이 흐드러져 있구나! (-237-)
"무엇이 되든 이것만 명심해라. 사람은 모든 것을 다 잃고 넋 하나를 얻는 것이다."
그리곤 이러한 생각들도 지나갔다.
'안생이란 산 위에 올라 바다를 보고 강을 보고 쏟아지는 밤별 보면서 감흥에 젖지만,정작 자신의 내면을 보는 눈은 갖고 있지 않았다. 사람이 살아가는 가치는 다 중요하지만 어떤 가치인가가 중요할 것이다.' (-276-)
원명희의 『나타샤가 아니올리 없다』 에는 백석 시인을 사랑하였던 자야,길상사르 사회에 헌납하였던 , 김영환의 미완의 러브스토리가 담겨진다. 소설에서는 자야가 김난영으로 등장하였고, 길상사에 얽힌 애틋한 전설을 소설가 원명희의 해석에 의해 느낄 수 있었다. 즉 기생으로 살아왔지만, 일본 유학 이후, 신여성으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된다. 한 사람은 북녘에서, 한사람은 남녘에 있으면서, 서로 만날 수 없는 파란만장한 사랑의 실체감을 엮어나가고 있으며, 저자는 이 소설을 난영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허구 소설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아버지 김득수와 수산댁 사이에 태어나는 김난영은, 김득수가 사망하고, 가산이 어려워지면서,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야 했다. 백석을 그리워하면서, 백석 시인이 쓴 『나와 나타냐와 흰 당나귀 』 의 시구절 중 하나였던 「나타샤가 아니올리 없다 」 가 등장하고 있었다.
이 소설은 백석의 시선이 아닌,백석을 사랑하였던 난영의 시선으로 소설을 전개하게 된다. 멀리 떨어져서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상상하게 된다. 난영은 어머니 수산댁과 두 남동생과 함께 하였고, 아버지 김득수의 사망으로 인해 한순간 집안이 가장이 되어야 했던 ,그래서 자신의 몸을 파는 것 밖에는 선택권이 없엇다. 양아버지와 함께 하면서, 기생이 되기 위해서,기예를 습득하였으며, 우연찮은 만남, 우연찮은 기회로 인해 일본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즉 이 소설은 난영의 삶,난영의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인간의 삶의 본질을 얻고자 한다. 세상 남부러울 것 없었던 ,사회적 엘리트로 살아왔던 난영은 소설 속 아이, 아들 위대한을 낳고, 남다른 목가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난영은 여전히 백석을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사랑을 얻고자 하였다. 그 하나 하나, 모든 것을 다 잃는다 하여도, 단 하나를 얻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난영의 입장,그 입장을 이해한다면,난영의 전체적인 삶을 통섭할 수 있다. 즉 우리 앞에 어떤 선택과 결정이 놓여질 때, 누군가 상식적이지 않은 선택과 결정을 할 때, 사람들은 새롭게 바라보곤 한다. 물질적인 것을 하찮게 여기고, 정신적인 것을 취할 때, 그 연유가 궁금할 수 있다. 조선시대를 지나, 현대에 이어오면서, 대한제국 시대적 격동기를 살아온 그들의 그리움과 외로움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 본 후기는 컬쳐블룸 카페를 통해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서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