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례식에는 케이크를 주세요 - 매일 죽음을 꿈꾸던 소녀가 삶을 항해하기까지
사계 지음 / 사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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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장례를 치르고 싶은가?

어떤 재질의 관 안에서 화장되고 싶은가?

마지막으로 얼마짜리 수의를 입고 싶은가?

죽고 난 후 받을 보험금이 있는가?

내 이야기가 끝나고 난 뒤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삶을 지속할까? (-9-)

결국 죽음과 삶의 경계에 서서 고민에 빠지 때마다 늘 삶으로 저울이 기울어졌던 이유 또한 사랑 때문이었지 않았는가. (-31-)

사람이 죽고 난 후에는 장례를 치른다.

그리고 그 비용은 생각보다 비싸다. (-58-)

대부분 불행했고 자주 불운했다. 나아가려 할수록 자꾸만 발이 빠졌다. 하지만 어쨌든 살아가기로 선택했으니 그 모든 시간을 꾸역꾸역 버텨내야 했다. (-85-)

오늘 죽자. 내일이 오지 않도록 오늘의 시간을 없애버리자.

당장 내일이 버거웠던 나는 도저히 5년 후, 10년 후의 시간을 생각할 수 없었다.

시간의 숲 안에서 나는 이리저리 헤맸다.

눈앞에 있는 게 시간이다. 너무 적고 ,너무 많았다. (-105-)

삶이 차갑고, 괴로워서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나 또한 종종 기도하곤 한다. (-126-)

내가 선택할 수 없었던 것.

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

내 선택으로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

내 선택으로 인해 기어코 바뀔 운명까지도. (-144-)

삶, 죽음, 불행과 불운을 자꾸만 기억하게 된다. 삶의 끝자락에는 언제나 죽음이 있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죽음은 순서가 없다고 말한다. 나이가 드어서, 요양원을 거부하게 되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올해, 수재로 인해, 1년이 채 되지 못한 어린 아기가 사망한 뉴스를 들으면서, 슬픔에 침전햇던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살아간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고통,불행과 가깝다. 현재를 살아가면서, 언제나 내일이 업슬 것처럼 살아야 하는 이유를 책 『나의 장례식에는 케이크를 주세요』에서 나열하고 있다. 나의 죽음에는 제삿상이 아닌 케잌이 올라왓으면 하는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된다. 친할아버지의 제삿날에는 사촌 형의 음력 생일과 겹쳐진다. 친할머니의 제삿날에는 큰아버지의 생일이 겹쳐진다. 공교롭게도 제삿날 , 제삿상과 케익이 올라오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죽음을 긍정하고, 축복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장례식은 엄숙하고, 무겁게 느껴져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 망자와 살아있는 자들을 매개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살아가되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그 안에서,나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죽음에 대한 인식과 변화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이들이 우선권을 가진다.우리 사회에서, 유언장이 존재하는 이유도, 그러한 풍토에서 비롯되었다. 장례식에 케익이 올라가고, 어둠이 필요한 사간과 빛이 필요한 시간을 인지하면서 살아간다면, 장례식을 내가 의도한 대로 만들 수 있다.

책을 덮으면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천만원을 움켜지면서 돌아가셨던 외할머니가 떠올랐으며,그 돈조차도,장례식 이후에, 서로가 불신하고, 불행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결국 장례식은 죽은 이을 위로하기 보다,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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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익 2023-12-0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례식에서 인간의 마지막 본성이 나타난다는 말이 생각나요.. 저도 깐도리님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무겁지만 잔잔하게 울림을 주는 서평 감사합니다 :)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