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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침해하는 - 12345 Family Story
이기영 지음, 구름이 그림 / 담다 / 2022년 9월
평점 :
할아버지는 비트코인이 없는 시대에 사셨다
할머니는 손으로 셀 수 있는 코인을 더 좋아하셨다.
아버지는 비트코인은 보이스 피싱보다 더 신뢰할 수 없다고 하신다.
어머니는 세제 이름으로 알고 계신다.
오 남매는 순서대로 1번, 2번, 3번, 4번, 5번으로 호칭한다.
1번 큰언니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은 비트코인을 사서 하루 만에 몇 배의 수익이 올랐으며, 앞으로도 비트코인으로 대박을 낼 것이라고 부산을 떤다.
일주일 뒤, 비트코인에 관해 물어보면 한숨만 내쉰다.
2번 둘째 언니는 비트코인을 살까 살까 망설이며 투자 득실을 꼼꼼히 살핀다.
일주일 뒤, 비트코인에 5만원을 투자한다.
3번 오빠는 처음에는 비트코인에 큰 관심을 가지고 1번의 가이드를 제일 먼저 따르는 듯하다가 복잡한 인증 절차를 마주하는 순간 금세 귀찮아한다.
일주일 뒤, 그의 휴대전화에는 비트코인 앱만 깔려 있다.
4번 나는 비트코인에 매달리는 시간이 아까워 애당초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일주일 뒤, 수익을 낸 1번을 은근히 부러워한다.
5번 남동생은 1번보다 더 많은 돈을 비트코인에 투자한다. 투자로 발생할 수익으로 뭘 살지도 정해 둔다.일주일 뒤, 수익과 상관없이 명품을 사 온다.
우리는 언제나 소유보다 나눔이 먼저였다. (-12-)
4번이 태어났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실망감에 슬퍼하셨다. 딸 둘, 아들 둘을 원하셨던 부모님은 딸 셋, 아들 하나를 가진 부뫄 되었다. 그렇게 환영받지 못한 탄생을 비리 눈치챘는지 4번은 아주 순했다. 기고 걷는 것뿐만 아니라 언어도 빨랐고 시골에서 자랐지만 하얀 피부에 잘 웃어서 친척들에게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름이 '이경'이라나? (-84-)
4번은 점점 옆으로 이동하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덥석 집었다. 그러면서 주전자를 안고 같이 넘어졌다. 혼비백산한 4번은 세상 떠나갈 듯 울기 시작했고 그제야 1번과 2번은 큰일이 벌어졌음을 실감했다. 몸 전체가 빨갛게 달아오른 4번은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고, 어머니는 4번의 살에 붙은 기저귀부터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뒤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할머니가 파리해진 얼굴로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주고는 호미와 짤간 대야를 가지고 앞뜰로 나가셨다. 황급히 돌아온 할머니의 대야에는 붉은 흙과 엄청난 양의 토끼풀이 담겨 있었다. (-159-)
1번의 장점은 물건을 살 때 유감없이 발휘된다.
첫째, 언제나 취향 저격 상품을 주문한다.
둘째, 본인이 돈을 더 많이 낸다.
옐르 들어, 12만 9,000원짜리 물건을 사면 5만 원만 받는다. (-203-)
다섯 남매가 살아가고 있다. 첫째는 1972년생이며, 둘째는 1973년생, 세째는 아들, 넷째는 1978년생, 더섯째는 1980년생이다. 다섯 남매의 첫째와 막내의 나이 터울은 8살 차이가 나며, 2남 3녀이다. 그 집안의 첫째는 이시영, 둘째는 이무영, 세째는 이적, 네째는 이기영, 다섯째는 이솔이며, 서로 아웅다웅 살아가면서,어느덧 마흔이 넘은 어른이 되었다.
책 『친애하고 침해하는』 은 앞서 말한 다섯 남매 이야기며, 작가 이기영은 책에서 4번이자, 다섯 남매 중 네째 딸로 태어난 순둥이며, 기록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다섯남매 중 첫째와 둘째가 태어나고, 세째가 태어나면서, 서로 부르는 호칭이 다르다. 오빠를 형이라 부르고, 누나를 언니라 부르고, 언니는 누나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내 앞에 태어난 누나, 언니,오빠, 형이 그렇게 불렀기 때문이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호칭은 학교를 들어가면서 정리가 되고 있으며,서로 다른 경험과 세월을 견디면서 살아가고 있다.작가의 나이가 나의 나이와 비슷해서 공감가는 대목이 상당히 많았다는 건 아니러니하다.
때로는 작은 거짓말을 하고, 혼나고, 욱성회비를 떼먹기도 했다. 소소한 굿것지로 하루를 보내 때가 있다. 흙을 파먹는 건 기본이다. 그러한 모습들은 지금으로 볼 때, 하나의 에피소드이며, 우리의 흑역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다섯 남매는 때로는 섭섭한 행동을 할 때도 있고, 반대로 섭섭하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친하지만, 그래서 , 선을 넘어서 불편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지다. 가족간의 우애와 친근함,가화만사성은 서로를 인정하고, 기질과 차이를 극복하는데 있다. 우리가 강조하는 바른 사회생활은 행복한 가정에서 시작된다. 가족이 많은 집안에서, 나눔과 배려가 없다면,서로 아웅다웅하면서 싸울 수 잇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다섯 남매는 서로 챙겨주고,나누고, 때로는 빼앗기도 한다. 어쩔 때는 서로 합의된 불법을 저지를 때도 있다. 우리가 말하는 서로 죽이 맞는다는 말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사는 거 별거 없고,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여행을 떠나면서, 서로의 에피소드와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 그 과정에서 누군가 앞서 세상과 작별을 고한다 하더라도, 그게 슬퍼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지 않을까, 나의 경우 이 책에서 가정의 역할, 가족이란 무엇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삭막한 세상에서, 따듯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아이디어, 영감을 얻게 된다. 작은 것이라도 기억하고, 기록하면서, 서로에게 필욘한 존재가 된다면 살만한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