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 투쟁 - 청년, 그들의 연대에 홀로 맞서다
정태현 지음 / 열아홉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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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과드립니다. 위 문단은 정태현 작가의 책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 』 를 상당 부분 표절한 것으로 밝혀져 삭제 및 수정한 상태입니다. 검토 과정에서 표절 사시을 확인하지 못한 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또한 이번 일로 피해를 겪으신 정태현 작가님께도 거듭 사과드립니다. 오마이뉴스 편집부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5-)

"아니 이건 프랑스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시위는 민주사회에서 멋지고 훌륭한 행위야.그런데 시위하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본다고?"

매튜는 고개를 저으며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한국에선 반대야. 시위하는 게 격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거든. 더구나 작가는 고상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자가가 무슨 시위냐며작가의 격을 떨어트리는 일을 그만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 (-87-)

헌법상 1인 시위자는 집시법에 해당되지 않아 공권려이 미치지 못한다. 그것이 1인 시위자를 보호하기위해서라기보다 국민으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코배기도 보이지 않다가 선거철만 되면 매미처럼 불쑥 나타나서 확성기를 틀어놓고는 표 하나가 아쉽다며 시끄럽게 울어대는 정치인마저도 일인국에 사는 사람에게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역시 1인 시위자를 한 평도 안되는 아주 작은 나라에 살고 있는 약소국의 외국인처럼 생각했다. 나는 이런 대우가 낯설었다. (-106-)

"어허, 그렇다면 오마이뉴스의 리더를 찾아가게."

"리더를요?"

"그럼, 피해자가 이렇게 거리에 나와 있는데도 찾아오지 않는 거라면 리더가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일세. 그렇다면 자네가 당당하게 그르 찾아가야지. 자네는 개인이고 그는 큰 집단의 리더라고 두려워하지 마시게. 자네도 바로 자네 자신의 리더 아닌가? 무슨 문제든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리더와 리더가 만나봐야 하네."

그의 말이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마이뉴스의 어느 선까지 이 일이 보고가 되었는지, 현재 결정을 내리고 있는 최고 결정권자는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었다. (-146-)

"저는 이 회사 법무팀장입니다. 이건 K 라는 사람의 개인 잘못이라 회사와는 아무 법적 관계가 없고요. 고소를 하신다면 이건 선생님께서 개인을 상대로 고소해야 하고 이건 회사와는 아무 관련이...."(-185-)

그러자 오마이뉴스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정태현 작가님, 오마이뉴스 편집부입니다.수습 과정에서 여러 오해와 불신이 쌓여 상화이 악화된 것 같습니다. 저희와 직접 만나서 이 문제를 풀어보는 건 어떠신지요.답변 기다리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나는 한 보수 언론과 다음 주에 만나 인터뷰를 하고 이번 일을 다음 달 특집 기사로 낼 예정이었다. 나는 오마이뉴스를 만날 생각이 없었다. 오마이뉴스에 일말의 기대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다. (-203-)

작가 정태현은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담은 책 『여행은 결국, 누군가의 하루』를 써낸 바 있다. 그 책은 단순히 자신의 저서가 아닌, 누군가가,기자가 쓴 기사에 인용 표절한 책이기도 하다. 오마이 뉴스 모 기자는 작가 정태현에게 미리 양해 동의를 구하지 않고, 시민기자로서, 저자의 책 내용 중 일부분을 배껴서 기사에 쓴 바 있다.그것이 오마이 뉴스 조회수 상단에 배치되면서, 저작권 문제, 표절 문제가 발생하였다.

단순히 사과로 끝날 수 있는 상황을 악화시킨 건, 오마이 뉴스의 엉성한 대응이다. 소속 기자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고, 법률팀 자문을 얻어 쉽게 해결하려고 하였다.개인의 문제 제기를 기업이라는 집단, 언론이라는 집단의 힘으로 누르려고 했다. 그것이 진실된 사과 없이 진행되었기에 , 뜨거운 불이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소위 시민기자가 대부분이며, 오마이 뉴스가 시민의 알권리를 대변하는 언론이기에, 그들이 대응이 저자로선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 남의 문제일 땐, 큰 이슈거리로 만들려 하고, 언론의 입장에서, 언론의 마땅한 권리라고 생각하며 바로 잡으려 했던 그들이 ,정작 자신들의 문제로 불거지자, 쉬쉬거리고, 쉽게해결하려는 자세가 작가 정태현의 기분을 더 나쁘게 했던 것이다. 소위 어떤 문제가 생길 때, 그 문제의 본질을 간파하지 않고, 쉽게 다루려고 하였던 것, 그것이 그들 스스로 화를 좌초하였고, 저자는 1인 시위를 하게 된 원인이다.

속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 이 속담은 오마이뉴스르 지칭하고 있다.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번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정확하게 사과를 하면 되는 문제,기사를 삭제하는 것을 요구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사의 방침과 저자의 마땅한 권리,마땅한 요구가 충돌되는 과정에서,오마이 뉴스는 번번히 회사의 방침을 유지 보존하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언론이 저지른 행태를 언론을 잉요하여,그들을 고발하려고 하였고,그제서야 저자가 요구하는 것을 마지못해 들어주기로 하였다.

세상의 이치가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있고, 나중에 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오마이뉴스는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을 먼저하엿고, 먼저 해야 하는 것을 다음으로 미룬 격이다. 결국 할 것을 하지 않는 오마이뉴스의 태도와 자세가 불쾌했다. 이 책은 단순히 표절 문제,작가의 명예 문제가 아닌, 표절이라는 하나의 사안으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 위선과 모순으로 가득찬 대한민국 언론의 한단면을 보여주는 책이며, 오마이 투쟁이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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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고 침해하는 - 12345 Family Story
이기영 지음, 구름이 그림 / 담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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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비트코인이 없는 시대에 사셨다

할머니는 손으로 셀 수 있는 코인을 더 좋아하셨다.

아버지는 비트코인은 보이스 피싱보다 더 신뢰할 수 없다고 하신다.

어머니는 세제 이름으로 알고 계신다.

오 남매는 순서대로 1번, 2번, 3번, 4번, 5번으로 호칭한다.

1번 큰언니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은 비트코인을 사서 하루 만에 몇 배의 수익이 올랐으며, 앞으로도 비트코인으로 대박을 낼 것이라고 부산을 떤다.

일주일 뒤, 비트코인에 관해 물어보면 한숨만 내쉰다.

2번 둘째 언니는 비트코인을 살까 살까 망설이며 투자 득실을 꼼꼼히 살핀다.

일주일 뒤, 비트코인에 5만원을 투자한다.

3번 오빠는 처음에는 비트코인에 큰 관심을 가지고 1번의 가이드를 제일 먼저 따르는 듯하다가 복잡한 인증 절차를 마주하는 순간 금세 귀찮아한다.

일주일 뒤, 그의 휴대전화에는 비트코인 앱만 깔려 있다.

4번 나는 비트코인에 매달리는 시간이 아까워 애당초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일주일 뒤, 수익을 낸 1번을 은근히 부러워한다.

5번 남동생은 1번보다 더 많은 돈을 비트코인에 투자한다. 투자로 발생할 수익으로 뭘 살지도 정해 둔다.일주일 뒤, 수익과 상관없이 명품을 사 온다.

우리는 언제나 소유보다 나눔이 먼저였다. (-12-)

4번이 태어났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실망감에 슬퍼하셨다. 딸 둘, 아들 둘을 원하셨던 부모님은 딸 셋, 아들 하나를 가진 부뫄 되었다. 그렇게 환영받지 못한 탄생을 비리 눈치챘는지 4번은 아주 순했다. 기고 걷는 것뿐만 아니라 언어도 빨랐고 시골에서 자랐지만 하얀 피부에 잘 웃어서 친척들에게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름이 '이경'이라나? (-84-)

4번은 점점 옆으로 이동하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에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덥석 집었다. 그러면서 주전자를 안고 같이 넘어졌다. 혼비백산한 4번은 세상 떠나갈 듯 울기 시작했고 그제야 1번과 2번은 큰일이 벌어졌음을 실감했다. 몸 전체가 빨갛게 달아오른 4번은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고, 어머니는 4번의 살에 붙은 기저귀부터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뒤에서 말없이 지켜보던 할머니가 파리해진 얼굴로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주고는 호미와 짤간 대야를 가지고 앞뜰로 나가셨다. 황급히 돌아온 할머니의 대야에는 붉은 흙과 엄청난 양의 토끼풀이 담겨 있었다. (-159-)

1번의 장점은 물건을 살 때 유감없이 발휘된다.

첫째, 언제나 취향 저격 상품을 주문한다.

둘째, 본인이 돈을 더 많이 낸다.

옐르 들어, 12만 9,000원짜리 물건을 사면 5만 원만 받는다. (-203-)

다섯 남매가 살아가고 있다. 첫째는 1972년생이며, 둘째는 1973년생, 세째는 아들, 넷째는 1978년생, 더섯째는 1980년생이다. 다섯 남매의 첫째와 막내의 나이 터울은 8살 차이가 나며, 2남 3녀이다. 그 집안의 첫째는 이시영, 둘째는 이무영, 세째는 이적, 네째는 이기영, 다섯째는 이솔이며, 서로 아웅다웅 살아가면서,어느덧 마흔이 넘은 어른이 되었다.

책 『친애하고 침해하는』 은 앞서 말한 다섯 남매 이야기며, 작가 이기영은 책에서 4번이자, 다섯 남매 중 네째 딸로 태어난 순둥이며, 기록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다섯남매 중 첫째와 둘째가 태어나고, 세째가 태어나면서, 서로 부르는 호칭이 다르다. 오빠를 형이라 부르고, 누나를 언니라 부르고, 언니는 누나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내 앞에 태어난 누나, 언니,오빠, 형이 그렇게 불렀기 때문이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호칭은 학교를 들어가면서 정리가 되고 있으며,서로 다른 경험과 세월을 견디면서 살아가고 있다.작가의 나이가 나의 나이와 비슷해서 공감가는 대목이 상당히 많았다는 건 아니러니하다.

때로는 작은 거짓말을 하고, 혼나고, 욱성회비를 떼먹기도 했다. 소소한 굿것지로 하루를 보내 때가 있다. 흙을 파먹는 건 기본이다. 그러한 모습들은 지금으로 볼 때, 하나의 에피소드이며, 우리의 흑역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다섯 남매는 때로는 섭섭한 행동을 할 때도 있고, 반대로 섭섭하게 행동하는 경우도 있다. 친하지만, 그래서 , 선을 넘어서 불편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느 정도 허용하는지다. 가족간의 우애와 친근함,가화만사성은 서로를 인정하고, 기질과 차이를 극복하는데 있다. 우리가 강조하는 바른 사회생활은 행복한 가정에서 시작된다. 가족이 많은 집안에서, 나눔과 배려가 없다면,서로 아웅다웅하면서 싸울 수 잇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다섯 남매는 서로 챙겨주고,나누고, 때로는 빼앗기도 한다. 어쩔 때는 서로 합의된 불법을 저지를 때도 있다. 우리가 말하는 서로 죽이 맞는다는 말이 이해가 가는 대목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사는 거 별거 없고,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고, 여행을 떠나면서, 서로의 에피소드와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 그 과정에서 누군가 앞서 세상과 작별을 고한다 하더라도, 그게 슬퍼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지 않을까, 나의 경우 이 책에서 가정의 역할, 가족이란 무엇이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삭막한 세상에서, 따듯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아이디어, 영감을 얻게 된다. 작은 것이라도 기억하고, 기록하면서, 서로에게 필욘한 존재가 된다면 살만한 세상이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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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지 - 푸른 눈의 청소부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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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그리고 피해자, 법과 도덕의 경계에서, 우리느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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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지 - 푸른 눈의 청소부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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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고환을 잡아당기자 몸과 연결된 부위의 주름이 펴지며 길게 늘어났다. 황산이 든 주사기의 바늘을 잘 조준한 뒤 피스톤을 눌렀다. 조금씩, 촘촘히 ,거무튀튀한 피부가 하얀 연기를 내며 타들어갔다. 고환 주위의 음모를 타고 황산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살집이 있는 가랑이가 벌겋게 부풀어 올랐다. 살이 타는 냄새와 뿌연 연기가 방안을 가득 ㅊ웠다. 마침내 고환과 몸이 연결된 부위가 지글지글 녹아서 눌어붙었다.

외과수술용 가위를 끝부분에 살짝 갖다 대고 조심스레 가위질했다. 도려낸 부분은 완전히 익어 피 한방울 나지 않았다. (-15-)

"내이름은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 강팀장이 알려줍디다. 안곡서는 자진해서 한인걸 사건을 맡겠다고 나선 형사도 있다면서 우리가 먼저 범인 잡아야 한다고 어찌나 닦달을 하던지. 우리 강력팀장이 거기 강력팀장직속 후배인데 좀 맺힌게 많더라구요. 자기 자존심 상하게 만들면 가만 안두겠다고 매일 수사 진행상황을 물어봐요. 안도현 사건에 대해 물어보러 오신 거 맞죠?" (-100-)

"복수는 생각해 본 적 없어요.복수보다는 나를 죽이는 일이 더 간절했으니까요.몇 번이나 죽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신은 기어이 나를 살려냈어요. 몇 번이나 .정말 죽고 싶었어요. 죽고 싶은데 죽을 수 없어 절망했어요. 죽음이 단 하나의 소망이었어요. 하지만 신은 나에게 안식을 허락지 않았어요. 이제는 그 희망조차 버렸어요. 그저 나를 가득 채운 절망에 익숙해져야겠죠."

효리는 가죽끈을 꼬아서 만든 샌들을 신고 있었다. 부러졌던 왼쪽 발목의 흉터는 흘낏 보고 지나칠 수 있었지만 오른쪽발목에서 뒤꿈치까지 남아 있는 흉터는 눈에 확 띄었다. 목을 매달고 자살을 시도하다 줄이 끊기는 경우 가장 많이 다치는 곳에 발뒤꿈치와 말목이다. (-207-)

혜미는 한인걸을 용서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는데요?"

"아직도 부정적인 감정이 남아서 그래요. 하지만 심리검사 결과 공포, 증오, 원망, 경멸 드의 부정적 수치는 평범한 사람이 한인걸에게 가지는 부정적 감정수치와 비슷해요. 한인걸을 용서한 거죠. 모두 잊었다고 하죠? 용서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어쨌든 의학적 연구와 실험 데이터로 볼 때 효리나 혜미가 복수를 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해요."(-243-)

나는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수없이 많이 알고 있다. 황홀하게 죽는 법,찰나의 순간에 죽는 법, 천천히 죽는 법, 깔끔하게 죽는 법.... 하지만 내가 원하는 단 하나의 조건은 꽤 까다로웠다. 나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서 완벽하게 사라지고 싶었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감히 내 자살 이유를 오해할 가능성은 차단해야 했다. 무가치한 감정 따위로 나의 이성적 판단이 모욕당하는 것은 견딜 수 없었다. (-325-)

소설가 최문정의 『사랑 ,역사가 되다』 를 2021년 2월에 읽은 바 있다. 그 소설은 세기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 소설, 역사소설에 가까웠다. 그 책보다 더 유명한 『바보 엄마 』 는 추후 읽을 생각이다. 이번에 나온 소설 『어벤지 』는 무거운 주제를 품고 있다. 여성을 상대로 한 끔찍한 범죄,그 가해자에게 가하는 복수 . 눈에는 눈,이에는 이, 함무라비법전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작가 최문정은 깊이 파고 들어가면서,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말과 행동, 심리와 태도를 엮어 나간다.

어떤 잔인한 사건 사고가 뉴스에 올라오거나 ,SNS 에 올라올 때면, 거의 실시간 반응이 뜰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 가해자를 얼굴을 공개하고,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의 뜨거운 요구가 강하다. 특히 사회적 약자로 대표되는 여성과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는 특히 그렇다. 대중들의 눈높이를 언론이나 법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피해자의 입장에 서서 , 경멸하고, 분노하고 절망한다. 소설 『어벤지』 에 등장하는 주인공 한인걸이 바로 그러하다.

한인걸은 파렴치한 범죄자이다. 자신의 딸을 성폭행하는 것 뿐만 아니라. 어린 여아를 성폭행하고, 평생 기저귀를 차야 할 정도의 잔인함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한 한인걸의 죗값은 단순히 교도소에 12년 살다 나오는 것으로 부족하다. 그는 가해자이지만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전자 발찌를 차는 것으로는 미흡하다. 그래서 소설에서는 한인걸을 상대로, 물리적 거세를 하고 말았다. 가해자를 상대로 한 정당한(?) 범죄, 누군가 대신해주길 바라는 그 범죄, 그 범죄에 대해서, 그 누구도 접근하려고 하지 않는다. 소위 정의롭다 말하는 검사나 변호사조차도, 그가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바뀔 때,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깝다 말하지 않는, 사필귀정으로 보고 있다. 그과정에서, 한인걸을 상대로 한 범죄자와 증거를 물색하는 과정애서 여러가지 정황들이 나오고 있으며,피해자를 상대로, 한인걸을 거세한 범죄자를 찾아 나서는 과정이 소설 전체의 흐름을 잡고 있었다.

이 소설에서 악마, 루시퍼 , 사탄이 아오는 이유, 니체 사상이 등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떤 범죄에 대해,그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순간, 선악으로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오로지 그를 복수할 것인가, 그를 복수하지 않을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로 구분지을 뿐이다. 누군가의 어떠한 말도, 피해자를 설득시킬 수 없고, 납득시킬 수 없다. 설득시킬 수 없다는 것은 피해자 스스로 절망의 늪으로 늪으로 빠져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고 싶은 심정, 함무라비 법전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로서, 종결짓고 싶은 인간의 냉혹한 본성이 여실히 드러나게 되며,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해 저항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소설은 바로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그 누가 가해자를 상대로 한 가해를 잘못했다고 말할 것인가., 법으로는 잘못된 일이지만,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잘못이 아닌 , 옳은 일이 될 수 있다. 작가 최문정은 여성을 상대로 한 어떤 범죄에 대해서, 법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와, 도덕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 말하고자 하였다. 가해자는 교도소에 나와서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고, 피해자는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서, 자기 스스로 파괴한다. 죄를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라는 그 말이 피해자에겐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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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인문학 - 그 골목이 품고 있는 삶의 온도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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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어가는 속도로 편안하게 이야기를 듣는 것, 골목에서 만나는 인문학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문학이란 궁극적으로 사람 이야기이며 사람의 자취라고 보면, 골목이야말로 사람의 자취와 사람 이야기가 듬뿍 담겨 있는 나이테와 같은 장소일 것입니다. (-9-)

서울의 오래된 골목길들도 더럽고 냄새난다고 밀어버리려는 사람이 있었고, 드물게 골목이나 서울의 오래된 구불구불한 동네의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예전에는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은 좀 진부한 사람 혹은 쓸데없는 고집쟁이로 몰렸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며 반듯한 넓은 길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보다 자동차를 위한 길이 되었고, 지을 때는 번드르르하던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이 20년도 지나지 않아 땟국 짜르르 흐르는 볼품없는 풍경으로 전락했다. 아파트 역시 그런 운명으로 접어들 무렵 사람들이 점점 얼마 남지 않은 골목으로 몰려들어 이제는 아주 바글거린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골목에 이상한 생명체를 이식하기 시작한다. 그것은 백송의 분신과는 좀 다른 '상업성'이라는 기생명체다. (-41-)

눈을 쭉 따라 들어갔더니 길 끄트머리에는 대문이 달려 있었다. 호기심에 그 앞을 걸어갔다. 문이 잠겨 있었고 틈으로 들여다보닌 제법 큰 건물이 보였다.'여남강당'이라는 건물이었다. 그 건물은 영양 남씨의 시조인 남민 南敏의 위패를 모시던 여남서원이 있던 자리라고 한다. (-97-)

익선동이 그렇게 변화하고 있다.서울 한가운데 이런 고요함을 가만히 놓아둘리가 없다. 몇몇 '선각자' 가 그곳으로 들어가 시간의 때가 곱게 내려앉은 한옥들을 손보아 '모던' 하면서도 '빈티지' 한 느낌의 카페로 고치는 일이 도미노처럼 혹은 한겨울의 들불처럼 번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이곳은 서울의 도 다른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젊은이들이 몰리고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곳 역시 사람은 자꾸 밀리고 커피나 피자, 여유와 낭만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추상'으로 채워지고 있다. (-141-)

남성성과 자의식 과잉의 콜레지오네에 비해 네즈미술관은 복잡한 심경을 가진,그러나 부드럽고 정중한 일본의 성격이 그러나는 건축이다.대나무와 깊은 그늘로 길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소박하지만 엄정한 진입로를 거치면 ,과장된 크기와 칼로 베어낸 듯 날카로운 지붕이 있는 새로 지은 미술관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 안은 넓은 정원에 조경이 다양하고, 네 개나 되는 다실 등 여러 건물로 꾸며져 있다. 역시 일본의 정원답게 마무리가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정연하다. (-202-)

남산골 한옥마을에 들어서면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집이 바로 '순정효황후 윤비어천가'라고 가운데 마당이 있는 네모반듯한 집이다. 골격이 늠름하고 집안의 공간이 호방하면서도 구석구석은 아기자기한 집인데, 단순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255-)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은 이문설농탕이라는 곳이다. 1902년에 우리나라 요식업 1호로 등록했다고 하니 개업한 지 110년이 넘었다. 이문설농탕은 음식 맛도 좋지만 연륜만큼이나 많은 사람이 들락거렸고, 특히 일간지에 연재되었고 후에 <장군의 아들> 이라는 영화의 원본이 되었던 홍성유의 소설 『인생극장』 에서 혈기 방장하던 시절의 '종로 주먹' 김두한이 자주 들락거렸던 식당으로 여러 번 나와 그 이름이 귀에 익숙하다. (-304-)

몇 년 전 여름의 끄트머리쯤 양동마을에 드렀다.평소처럼 동네 초입에서 만나는 향단과 관기정을 들르고 심수정고 들르고 서백당으로 갔다. 대문채를 들어서는데 어떤 어르신이 대문과 바로 붙어 있는 사랑채의 높다란 마루에 앉아서 쭈삣거리며 들어서는 우리를 반겼다. 알고 보니 그분은 서백당의 종손이었고,낯선 이들의 방문을 환영하며 마음 편히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340-)

저자 임형남과 노은주는 부부이며,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이며, 1999년부터 부부는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으며, 두부부가 쓴 책이 공저로 되어 있었다. 책 『골목 인문학』 을 선택한 것은 우연한 이유였다. 지역 도시재생 프로그램 중 하나가 골목기획이며,그 기획을 소화하기 위해서 참고한 책이 바로 『골목인문학』 이다. 이 책은 우리가 생각하는 골목에데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덜어내고,골목의 낡음에, 새로움과 인문학적 요소를 채워나가고 있었다.바낡음이 '역사'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정돈되고,정리되며, 전통을 살리고,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골목 인문학의 핵심 본질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골목에 대한 이미지, 골목이 사라지는 이유, 골목인문학의 필요와 가치,문제의식까지 통섭할 수 있게 된다. 골목은 생산보다 쇠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가치가 소멸되고 있기 때문에,골목은 방치된다. 그래서 그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 골목을 다시 해체하고, 다시 정비한다. 도시재생,재건축이 여기에 등장한다. 골목은 사라지고 있으며,그 원인으로 골목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자본주의 사회가 추구하는 자본과 상업을 심어주고, 골목의 집집의 부동산 가치,투자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하지만 골목의 좁은 길을 길게 넓히는 과정에서 한옥집 ,함석집이 도로로 편입되면서, 골목은 사라지고,그 빈자리를 자동차가 차지하고 있다. 한 때 우범지대로 생각했던 그 공간에 대한 인식 탈바꿈이 시작되려면, 무엇을 보존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선별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즉 골목에는 길이 있고, 공동체가 있으며,역사와 전통이 있다. 특히 역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역사와 문화재를 끼고 있는 골목은 대체적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었다. 골목이 주는 이미지,조용하고,아늑하다는 것을 부각시키며,삶의 느림에서 얻는 산책길, 여유와 낭만으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삭막한 도시와 이웃 간의 정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현실 속에서, 골목이 회복되려면, 어떤 것, 골목이 만들어지려면,골옥의 가치와 의미를 부각시킬 수 있는 수단과 도구, 스토리가 필요하다.여기에 빠름이 아닌 느림으로 채워질 수 있는 사회적 정서가 어떤 것이 있는지 하나 하나 따져 물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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