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 질문의 책 12
자크 파월 지음, 윤태준 옮김 / 오월의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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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그리고 자본주의가 얼마나 파시즘 친화적이었는지 집요하게 파헤치는 역사가 자크 파월의 책. 《자본은 전쟁을 원한다》에서처럼, 모두에게 ‘좋은 전쟁’이었다는 ‘신화’는 사실 그로부터 가장 큰 이익을 얻은 이들에 의해 각색되고 구성된 ‘(나쁜 의미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것, 그러한 이야기들이야 말로 최악의 프로파간다라는 점을 세세히 밝힌다.
- 2차 세계대전 과정의 미국은 말 그대로 ‘야비’했다. 가장 거대한 전선이 펼쳐진 소련(공산당)-독일(나치) 상황을 대륙 너머에서 관망하며, 자신의 최대 이익을 위한 선택들을 펼쳐나갔다. 전선에서는 생각보다 무능력했지만(소련은 오로지 자기 힘으로 나치를 이긴 셈이다), 전장을 벗어난 상황에서 확보할 수 있었던 거대한 물질적 능력을 바탕으로 계속 패권만을 노렸다. 거기에 ‘민주주의’와 ‘자유’의 자리는 없었다. 그렇기에 나치와의 계속적인 거래가 가능했던 것. 사실 미국이 가장 증오했고 경계했던 것은 ‘사회주의’였다.
- 소련이 승기를 잡아내지 못했다면, 역사는 또다른 여러 형태로 전개될 수 있었다. 미국은 기진맥진한 독일을 제압하고 일정한 권력을 인정하면서 2위권 국가 정도로 공존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여지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여기에는 나치 독일과의 반공 동맹 수립 가능성까지 포함된다. 그 정도로 소련은 미국에게 ‘최악의 적’이었다. 평화적으로 존재하고 발전하는 것 그 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레스덴 폭격, 나가사키 히로시마 원폭 등이 발생한 이유는 군사적인 것이 아니라 헤게모니적인 것이었다.
- 이러다보니 소련이 독일을 제압하는 과정 이후 미국의 선택은 각종 파시스트들을 반공 십자군으로서 살려두는 것이 된다. 전 세계 곳곳에서 2차 대전 이후 반공 파시스트들이 집권하는 데에는 미 패권주의 전략의 적극적인 비호가 있었으며, 이 모든 것은 ‘반공’과 ‘반소’로 수렴한다. 당장 항복 과정에서부터, 나치는 미국을 선호하였다(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일본도 그랬다).
- 그래서 2차 대전의 책임은 독재자에게만 집중되고, 그와 유착된 제세력에는 각종 면죄부가 발행된다. 체제 차원의 역사 왜곡이 자행된 것. 행동 은폐와 역할 과장은 겨우 가짜뉴스 정도는 가뿐히 넘는 것이었다. 그것이 지금까지 가장 통용된 미국 중심의 2차 대전 공식 역사다.
- 2차 대전의 진정한 역사를 통해 사회주의와 소련에 덧입혀진 미국식 서사를 벗겨냄으로써, 자본주의-미국-파시즘의 연관관계를 파악하고 그 실체로부터 지금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패권의 맥락에서 벗어나야 진짜 자유를 획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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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귀찮은 글쓰기 - 어쩌다 보니 17년차 마감노동자의 우당탕탕 쓰는 삶
위근우 지음 / 시대의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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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적이고 뾰족한 글쓰기로 유명한 칼럼니스트의 글쓰는 삶에 관한 이야기. 어떻게 글쓰기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는지부터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 글쓰는 사람의 마음가짐, 독자와의 관계 설정, 여러 사건들 속에서도 자신의 삶과 글을 지켜냈던 방법 등에 대해 흥미롭고 진솔하게 썼다. 한 명의 직업인이자 시민의 탄탄한 내면을 들여다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다. 무엇보다도, 글이 재밌어서 술술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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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폭식 사회 : 기술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잠식하는가?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2023년도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선정 우수과학도서
이광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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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 ‘폭식‘으로 폭주하는 한국 사회에서 꾸준히 비판적 담론을 제기해온 저자의 글. <디지털의 배신>과 연작 성격의 책으로 기술 정치를 주제로 한 대중적인 성격의 글들(칼럼 기반)이 담겼다. 책의 주요 소재(각장의 주요 내용)는 디지털 자본주의의 사회 침투 양상, 플랫폼 노동, 디지털 관련 국가 정책, 팬데믹, 기술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가장 큰 장점은, 이러한 주제를 전문가들의 논쟁거리로 남겨두지 않고 시민의 민주주의를 위한 의제로 설정하고 그 속에서 해결책을 도모하고 찾으려 하는 점에 있다. 기술, 생태, 인간이 교감하는 대중의 정치, 곧 민주주의가 자본주의 속에서 폭주하는 기술 ‘독재‘ 또는 과두정치를 넘어선 대안의 실체라는 점을 견지하면서 여러 중요한 화두들을 시민의 의제로서 다루는 소중한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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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사랑, 정치 - 게임화된 애정, 관계, 감정, 일상 그리고 기술사회 욕망혁명의 미래
앨피 본 지음, 박종주 옮김 / 시대의창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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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대표되는 현대 기술 정치를 ‘게임‘화된 욕망, 그중에서도 ‘사랑‘에 주목해서 분석했다. 현대 기술이 큰 틀에서 지배계급의 욕망을 관철하는데 쓰이는 부분들을 비판함과 동시에, ‘기술적 측면‘에서 이를 전복할 소소한 단초들을 ‘던져보고‘ 있다. 이타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에서의 사랑과 욕망의 가능성을 제대로 알고 재조직해야 하며 이를 ‘기술적‘으로도 시도해보아야 한다는 것. 무수히 많은 이론가들이 제시되면서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큰 흐름을 잡고 보면 가볍고 재미있게 기술 정치의 비판적 관점들을 철학적 기반들과 함께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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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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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관계를 찾아보기에 좋다. 유대인은 유랑하면서 세계에 퍼진 단일 민족이 전혀 아니며, (식민지들에 비할 바까지는 아니지만) 핍박받던 세계 여러 지역의 유대교 공동체가 특히 자본주의 성립 이후로 하나의 뿌리를 상상하면서 성립된 신화적 개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유대인 상층 계급의 허와 실에 관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양비론에 가까운 마지막의 팔레스타인 관련 두 장의 내용은 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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