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쇄 찍는 법 - 잃은 독자에서 읽는 독자로 땅콩문고
박지혜 지음 / 유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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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조업 종사자가 가질 수 있는 자기 노동의 질과 결과물에 대한 성실한 태도와 자세, 그리고 그로부터 기원하는 지식 유통업자의 자부심이었다(조금 더 집중해서 열심히 일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2할의 전복성, 7할의 충분성, 1할의 미래지향성은 구조 그 자체로는 충분히 공감했지만, 전복성과 미래지향성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실제의 구현 양상은 천양지차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손익분기 확보, 노동의 가치, 일의 안정성 유지라는 측면과 별개로, 저자의 생각이 꽤 시장 '친화'적이다). 유유 출판사의 출판인/편집자 관련 도서들은 항상 읽고나면 많은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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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의 기원 1 - 해방과 분단체제의 출현 1945~1947 현대의 고전 16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범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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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한지 이틀 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분단의 핵심 형성 지점을 정확히 치고 들어간 저작이라는 걸 많이 읽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깨닫게 해주고 있다. 이 분야의 ‘오래된 미래‘랄까. 많은 공부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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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한국전쟁의 기원 1 + 2-1 + 2-2 - 전3권 현대의 고전 16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범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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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도서를 드디어 받았다. 40여 년(!)만의 정식 ‘한글‘ 번역 도서에 대한 브루스 커밍스 저자의 소회를 단숨에 읽었다. 그의 한국인(남북을 포괄하는 한민족)에 대한 애정, 지식인으로서의 올곧은 양심, 분단과 전쟁에 대한 흔들림 없는 예리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책 내용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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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영어공부 - 내 삶을 위한 외국어 학습의 기본
김성우 지음 / 유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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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연결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매개로서의 언어에 주목하고, 그 속에서 영어를 배워나가는 일에 대해 가볍게 탐구해나가는 책.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단지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외국어에, 그리고 다른 모든 공부에 적용될 법하다. 네이티브(사실상 특정 국가- 인종-계급-성별의 교집합 언어에 불과한)에 집착할 필요 없이 나의 세계를 표현하고 다듬고 넓히기 위한 언어란 매력적이다. 제시한 여러 학습 방법 중 짧은 비망록 꾸준히 쓰기, 지식-지각-운동의 결합,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단어 확장, 이러한 전제하에서의 세부 일상 실천 목표 구체화 등은 저자의 공부 철학과 연결되어(이런 형식의 공부법 자체야 많겠지만, 저자처럼 제안하진 않는다!) 더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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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인, 소명에 따르다 - 정수일 회고록
정수일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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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뒷표지에는 저자 정수일 선생님을 표현하는 다양다종한 규정과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다. 모두 그의 진모습을 포착하는 것들임과 동시에, 이를 집약한 말이 제목의 "시대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소명은 "겨레에 대한 지성인으로서의 헌신"이었고, 이는 북간도의 조선 유민이 전도 유망한 중국의 외교 일꾼이 되어 아프리카를 누비다가 '조국'으로의 귀환(환국)과 또다른 민족의 삶터를 향한 '진출'을 단행했으며, 우여곡절(!) 속에서도 여전히 '통일 역군'으로 '민족주의자'이자 '국제주의자'로서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의 생애 전체를 요약하는 것이다. 유소년기(조선 유민), 청년기(카이로대학 국비 유학생,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 일꾼), 장년기(북한과 남한에서의 삶, 교육자이자 '통일 역군'이자 '자유인'), 노년기(국가보안법에 의한 옥중 생활, 실크로드학과 문명교류학 연구자 및 통일 담론가로서의 삶. 그나마 우리 사회에서 그에 대해 정확히 아는 부분이다) 모두에서 주목할 만한 굉장한 지점들을 지니고 있는 그의 삶은 상당히 놀라운 것이고, 그래서 이 회고록은 독보적인 측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그는 굉장히 총명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며, 행하려는 바를 직선적으로 추구하는 뚝심형의 기질을 지닌 사람으로 보인다. 아주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지성인', '지식인'이다. 그는 옥중 좌우명으로 수류화개水流花開라는 격언을 내세웠다고 한다. 매일매일 조금씩의 변화 속에서 결국 물은 흐르고 꽃은 피고야 마는 것처럼 인간(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 역시 그처럼 기어이 이어져 진보하고 발전하고야 만다는 것이 그가 삶을 통해 체득한(그리고 옥중에서 지키고 싶었고 지켜냈던) 개인으로서의 인간과 전체로서의 인류에 대한 확신이었던 듯하다.

누군가는 가장 궁금해할 청년기, 장년기의 이야기들은 사실 자세히 쓰여 있지 않은데, 그 역시 여전한 분단 현실의 반영이며 그가 여전히 시대인의 한 사람이라는 자각을 놓치지 않은 반증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다만 그는 그를 비방하려는 편에서든, 그를 '나름' 옹호하려는 의도에서든 그가 '말하지 않은 삶'에 대해 설왕설래하는 것들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않는 듯하다). 화가가 어떤 필치로 그림을 그리든, 산은 결국 그 자신의 온당한 모습으로 남게 될 것이다. 조국의 통일과 민족의 하나 됨(그의 통일론은 6개의 남북합의에 근거하여 그 실행을 통해 최종 목표로서의 체제 통합까지 상정-흡수통일론과는 전혀 다르다-하는 '진화통일론'이다. 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그는 자신의 통일 철학을 서술했다)을 갈망하는 국제주의자(면지에 인쇄된 그의 세계 방문 기록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이 정도로 전 세계를 '종횡'무진 누빈 사람이, 정말로, 인류 역사에 몇 명이나 될까? 다만 너무 종횡무진이라 그런지, 1-2-3-4차 구분에서 책 내용과 약간 안 맞는 부분들이 있다. 그리다가 섞인 듯하다)이자 문명교류연구자(그의 실크로드론은 국제주의적 측면만큼이나 통일 민족주의의 관점에서 더 조감될 필요가 있다), 또 한 명의 '사건 창조적 인간' 정수일 선생님의 이름은 하나의 존재감 분명한 산으로(아마도 전 세계의 야생화가 피어 있는) 민족사에 남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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