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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
강양구 외 지음 / 천년의상상 / 2020년 8월
평점 :
문재인 정부에 대한 매서운 비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촛불‘ 이후 정부이기 때문에, 수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했고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권 4년차, 수차례 선거에서 승리를 거듭했음에도 실질적인 성과는 없을 뿐더러 이전 정권과의 정책적 차별성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사실상 여야의 싸움이 지배계급의 주도권 다툼일 뿐인 상황에서, 정권의 지지자들 속에서는 팬덤을 통한 방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점들에 대한 대담 모음이다.
김경율, 권경애 대담자가 주도하는 4, 5장의 조국 펀드 및 재판에 관한 내용이 가장 볼만했다(코링크 하나가 이 정도면, 라임 옵티머스 VIK 신라젠에는 누가 어떻게 끼어 있을까?). 팬덤 현상에 대한 비판도 매우 공감.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그리는 총체적 난국(부동산이든 남북관계든 노동이든)에 대해서는 분야별로 전혀 구체적으로 파고들지 않아서, ‘쟤들 나빠‘라는 말만 반복되는 느낌이 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보다는 586을, (철학과 뿌리가 동일한) 참여정부보다는 되도록 현 정부를 비판하는데, 이로 인해 표현 강도에 비해 방향은 온순해졌다. 서민, 진중권 대담자의 발언이 가장 많은데, 이들의 비전도 별 거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반면 강양구 대담자의 의견은 여럿 공감했다). 결국 문재인 정부가 ‘누구의‘ 민주주의를 끝장내고 있는가가 핵심일 텐데, 그에 비교하여 이 대담들은 ‘누구‘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 것일까. 그 부분에서 의미와 한계가 나오는 듯.
어쨌든 이러한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고, 앞으로는 더 구체적인 비판들이 진보적인 방향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