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소재로 한 북한 소설이라고 흔히 소개되지만, 훨씬 더 많은 이야기가 묻어 있다. 북한 사회의 연애, 직장생활, 노동과 예술, 세대 등 다양한 면모를 짧은 소설 안에서 잘 살펴볼 수 있다. 주인공 판사의 사상은 인격적으로 너르면서도 날카롭고 진보적인데, 법조계의 한심한 작태가 청산되지 않은 적폐로 이야기되는 요즘 읽다보니 더 비교가 되기도 했다. 또한, 페미니즘의 시각에서도 꽤 깨어 있다고 할 만한 이 소설이 쓰인 1980년대, 한국은 부천서 성고문 사건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는 점을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