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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 - 트럼프와 1조 달러 전쟁 기계의 야망
윌리엄 D. 하텅.벤 프리먼 지음, 백우진 옮김 / 부키 / 2026년 2월
평점 :
_ ‘저들은 전쟁과 패권에 중독된 것일까’,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적 이란 침략 공습 이후 많은 이들이 한탄하고 분노했다. 이후 4주 차, 예상외로(?) 전황은 미국의 의도와 매우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단기간에 “승리”하는 전쟁, 학살하는 군사 작전만을 수행해온 미국은 커다란 피해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이란의 강력한 반격과 장기전 전략에 직면하여 당혹스러운 듯하다. 미군 기지, 동맹국, 주요 미군 자산들이 타격당하고 미국이 관리하는 페트로-달러 세계경제에 위기가 도래하면서 미국의 패권은 ‘도덕적’ 측면뿐만 아니라 ‘실질적’ 측면에서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어쩌면 세계 역사의 주요 분기점일지도 모를 지금 시기, 이 책은 적절한 제목과 내용으로 한국 대중의 수요를 충족하면서 나름 큰 호응을 받고 있다.
_ 원제는 “1조 달러 전쟁 기계”The Trillion Dollar War Machine인데, 한국어판 제목을 시의 적절하게 잘 만들었다. 저자 2인은 미국의 군산복합체에 대해 첨예하게 비판하는 ‘싱크탱크’ 퀸시책임국정연구소의 연구원들로, 책 내용은 그러한 정체성에 철저하게 부합한다. 즉, 지정학‧정치경제‧국제정치 측면에서의 미국 패권을 논한 것이 아니라, 군산복합체(이를 이르는 최근의 용어가 바로 ‘전쟁 기계’로, 군산복합체가 내재된 국가 및 세계체제를 이르는 말로 쓰인다)의 거대한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는 미국 체제를 연구하고 비판하고 있다. “군사적 우위 추구는 미국을 덜 안전하게 만든다. 해외에서는 참혹한 전쟁 위험을 높이고, 미국 내에서는 미국인의 필요 충족을 해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미국의 힘과 영향력 쇠퇴를 앞당긴다.”(34쪽)
_ 책에 의하면, 미국이라는 ‘전쟁 기계’는 과두적 소수세력의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세계의 안정을 해치고 국내 복지를 훼손하며, 이는 정권과 정파를 넘어선다(1, 2장). 군산복합체는 죽음을 판매하며 폭리를 취하며, 여기에는 무능과 비효율, 부정부패가 촘촘히 엮여 있다(3, 4장). 그 비용은 경제적으로 상상을 초월하지만, 거기에 사회적 비용들 역시 반드시 함께 계산되어야 하며, 국내 및 해외 모두에 악영향을 끼친다(5, 6장). 이러한 영향력은 논리가 아닌 ‘힘’과 ‘여론 장악’에 의존하며, 로비스트-싱크탱크-대학(공학과 사회과학)-미디어(언론)-엔터테인먼트(특히 영화)-게임산업에 대한 장악이 특히 중요하다(7~12장).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려는 ‘광적인 기술군사주의자들’의 폭주와 함께 AI 군비 증강이 계속되고 있는데(이는 지금까지의 역사 누적으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다), 이는 미국을 “초군사화되고 반민주적인 병영 국가”로 전락시킨다(13장). 이를 제어하고 억제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대중이 미국 예외주의라는 개념, 환상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쟁이 아니라 외교를 중시하는 균형 잡힌 정책을 선택하고 새로운 세계관 정립”으로 나아가야 한다. 즉, 평범한 미국인들이 전 세계와 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거부해야 한다(14장).
_ 특히 흥미로운 내용은 역대 미국 정권의 전쟁 기계적 성격(‘오바마는 정치적으로 지속 가능한 드론 전쟁의 선구자였다’), 의외로 성능상 문제가 많은 미국의 최첨단 무기들(‘F-35는 미국 역사상 가장 결함이 많은, 파트타임 무기다’),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구체적인 연계 예시(‘재정을 통한 자기검열과 공론장 배제를 통한 영향력 확보’, ‘<캡틴 마블>과 전쟁부’), 게임화된 전쟁과 실리콘밸리 제국주의자들의 AI 폭주(‘시간 싸움을 위한 자동화 전쟁으로 인해 더욱 통제되지 않는 위험’) 등이었다.
_ 최신의 이야기들을 담아 내용을 전개하고 있지만, 이러한 내용을 다룬 책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저자들이 특별히 기존의 유사 도서들과 다른 관점을 지닌 것도 아니다. 즉, 이 책이 한국에서 요즘 호응을 받는 것은 내용 차별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이 담론이 독자 대중에게 무리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시기의 도래(거기에는 트럼프의 각종 ‘깡패적 행위’에 대한 대중적 반발심이 포함된다), 실질적 세계정세 토대의 변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앞으로 이러한 방향성을 지닌 더욱 선명하고 도전적인 색채의 책들을 만나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