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 - 제3세계 생태사회주의론
맥스 아일 지음, 추선영 옮김 / 두번째테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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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자본주의-제국주의 ‘침탈‘이 기후 및 환경 파괴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에서 확실하게 출발해, 이들의 ‘배상‘ 책임(기후 부채 상환)을 분명히 묻고 세계 각 국가들(이른바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자주적인 정부 수립과 이를 통한 농업 중심의 자립 경제 건설 프로젝트 속에서 농업 중심의 세계를 구축할 때만이 진정한 지구적 위기(인간+대지)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튀니지 출신 학자의 당찬 학술서다. 약간은 반개발적이며 제조업에 대해 너무 덜 주목하는 것 같다는 인상이 있고, 지금까지의 미국 중심 ‘그린 뉴딜‘에 대한 적나라하고 적확한 비판에 비해 대안 전략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지금까지 세계를 위험하게 만들어온 미국과 서방 지배 엘리트들의 ‘자본주의 위기 탈출 수단‘으로서의 환경 보호론이 왜 잘못된 것인지 명쾌하게 짚고, 출발점이 되어야 할 정의로우면서도 현실적인 지점, ‘자주적인 정부 수립‘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좋다(미국 등의 제3세계 자주/자립 세력에 대한 군사적 전쟁 역시 시원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의 관점에서 1세계 중심 환경주의는 기만적이고(“기후 배상 거부”) 폭력적이며(“멋대로 재야생화”) 실효성도 전혀 없다(“육식 금지”). 오염의 근원인 자본주의적 과잉 생산과 세계 다수의 노동 및 지구 환경 희생을 기반으로 둔 1세계 일부(중산층 포함)의 ‘풍요‘ 즉 과잉 소비를 제대로 통제하면 세계 다수의 생활 향상 속에서도 기후와 환경은 오히려 보호된다. 각양각색 미국발 그린 뉴딜은 이 부분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자신들의 지배를 유지하는 방식의 환경 보호론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상 새로운 통치 선전에 불과한 이유다.
1세계의 ‘기후 배상‘과 함께 3세계의 경제 발전(사실상 전 세계) 방향으로서의 자립적 농업에 특히 주목했는데, 아주 중요한 지적으로 보인다. 저자가 구상하는 세계에서는, 1세계 일부의 생활 수준은 하락이 불가피해보이지만, 나머지 압도적 다수의 생활은 기본 생활 수단의 보장과 강화를 통해 나아지거나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농업‘이다(자립을 위한 탈상품화 농업을 위해서는 아주 많은 농지와 충분한 농민 노동력이 있어야 한다. 즉, 자본주의적 토지 및 농지 이용에서의 해방이 기후와 인간이 향상적으로 결합하는 지점이다). 그러한 ‘안정’의 주요 요소가 기후와 환경인 것. 민중적 사회개혁/진보의 주요 강령으로 기후를 제시했기에, 자립-농업-인간과 전혀 위화감 없이 어울리는 친환경을 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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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법 - 남녀노소 누구나 땅콩문고
김소영 지음 / 유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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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는 좋은 동사라는 생각을 했다. 글, 책, 마음, 삶 그리고 세상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하고 고민하고 질문하고 공감하고 상상하면서 담고 느끼고 정돈하고 수렴하고 발산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응축한 게 아닐까.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갈 때 꼭 필요한 행동들을 표현하는 말이기에 좋은 동사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어린이들과 어린이책을 읽을 것인지, 그 태도와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또한 어른들 스스로가 어떻게 책과 세상을 읽어나가야 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저자가 강조하듯 어린이책이 꼭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좋은 책, 좋은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모두를 위한 잘 읽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풍부하게 생각하고 느끼는 ‘읽기’를 할 수 있다면 훨씬 풍요로운 삶을 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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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지다 - 강요배가 그린 제주 4.3
강요배 지음, 김종민 증언 정리 / 보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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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투쟁과 학살의 진상을 그림과 글(증언 정리)로 기록하고 고발한 역작. 화백 강요배의 절절하고 압도적인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금 절판되어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4.3 항쟁이 일제로부터의 해방 이후 현대사의 모순 속에서 폭발한 것이며, 그 속에서 수많은 민중들이 정의를 위해(단정단선 반대, 자주와 통일과 민주주의) 싸웠다는 점, 그에 대해 미국과 이승만 정권(4.3의 시작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 미 군정기라는 점에서, 특히나 ‘국가 폭력’으로 한정 지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정부 수립 이후-지금까지도-에도 미국이 군사권을 지휘, 통제했다)이 얼마나 잔혹하게 대응했는지, 마음 아프게 알 수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끝끝내 기억하고 증언함으로써, 여전히 싸우고 있다. 바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어졌다. 이승만 기념관 따위의 헛소리가 나오는 요즘, 역사와 진실을 기억하고 미래를 위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건 특히나 중요한 일이다.

4.3은 반드시 더욱 깊게, 제대로 알려져 우리의 마음 속에 자리 잡아야 하는 항쟁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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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남북을 묻지 않는다
심지연 지음 / 소나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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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간 복역한 장기수(이자 한학자) 노촌 이구영 선생님의 회고록(쇠귀 신영복 선생님의 동양 고전, 서예 스승이기도 하다). 긍정적인 의미의 선비 같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와 역사에 대한 정의감과 책임감으로 항일 운동(일제 강점기)부터 자주 독립과 사회 혁명(미 군정기), 통일 실현(분단 고착 이후)을 위해 노력한 삶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전향을 거부하고 자신의 존엄을 지켜낸 것을 포함하여, 존재만으로도 거대한 역사의 풍랑 속에서 꿋꿋했던 자랑할 만한(?) 이야기임에도(책에 나오듯 그는 1950년대 북한 사회주의를 실제로 살아본 사람이기도 하다), 소박하고 허심탄회하게 술회해나가는 진실된 화자의 태도에서 더 깊은 감동이 인다. 민족사와 사회 혁명의 여러 풍경들, 특히 그간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정직한 사람들’의 이야기(그 반대항 역시)가 많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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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세계대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에마뉘엘 토드 지음, 김종완.김화영 옮김 / 피플사이언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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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세의 인류학자인 토드는 자신의 인류학적(특히 가족 구성) 지식을 토대로 세계를 분석하고 있다. 소련의 해체, 미국 패권의 위기 등을 ‘예언’하여 각광받았으나, 주류에 편입되지는 않았다. 좌, 우로 나눌 수 없는 성향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 정세 예측은 도전적이면서도 정확하다. 나토의 동진, 우크라이나의 무장화 및 네오 나치화,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대러 전략과 젤렌스키 정권의 폭주가 ‘유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정하고, 러시아와 서방 양측 모두 피해를 보고 있지만 서방의 피해를 훨씬 결정적인 것으로 파악하며, 다극화의 촉매제가 될 것임을 당시 시점에서 예언하였다. 전쟁 능력은 결국 진정한 경제 능력을 기반으로 두는데(무기 생산이든 보급 보장이든 후방의 여론적 지원이든), 여기에는 은행 시스템과 금융이 아니라 생산 활동을 의미하는 엔지니어, 기술자, 숙련 노동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 점에서 서방 전체와 비교해도 우위다.
- 그는 궁극적으로, 서방의 정신적 타락이 이 전쟁의 기원이라고 단언한다. 일극 패권 자본주의의 폭주는 불평등의 심화 속에서 허무주의적 경향으로 침잠하고 이는 내외적으로 파국적인 결말로 향한다는 것. 특히 중산계급의 이러한 성향이 파국을 부르는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 물론 이는 최상층부로부터 기획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미국은 ‘누가 지도자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러한 미국이 자기 체제의 구성 성분이 되어버렸다고도 할 만한 ‘전쟁‘으로 패권적 지위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전 세계의 전쟁을 통해 지배를 구축해왔고, 지금도 그러려는 듯 보인다는 것. (그런데 문제는, 그가 보기에 미국이 예전처럼 압도적인 상황에서 어떻게든 결국에는 살아남고 승리하던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에 있다. 부도덕을 넘어선 ‘절멸‘, ‘3차 세계대전‘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 반면 여러 판단들의 기반으로 쓰이는 인류학적 주장들은 방향성과 엄밀성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특히 부권이 강한 사회가 공동체적이고 안정적이며 가장 발전적인 형태라는 부분(그는 농경사회가 산업-자본주의-사회보다 더 안정적인-인류학적 차원에서 선진적인- 사회라고 보는 듯하다). 단, 개인주의 사회를 사회 발전의 퇴보적 양상으로 보고(그래서 서양 사회는 핵가족으로 인해 원시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민족국가의 형성과 발전, 유지에 주목하는 주장에는 눈길이 간다. 여러 차원에서 생각해보자는 차원으로 접근하면 시사하는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 이러한 판단을 통해 서방은 ‘자유주의 과두정’, 중국이나 러시아는 ‘권위주의 민주제’라는 규정을 한다. 자유주의와 권위주의의 차이는 소수에 대한 태도에 있는 반면, 과두정과 민주제의 차이는 다수의 이익을 실현하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 ‘서방의 방식’을 통해 서방을 엄청나게 강력하게 비판한다는 점에서 피케티와도 통한다(피케티는 자본주의적 경제 통계를 통해 반자본주의적 결말을 이야기한다). 미국과 거리를 두는 프랑스 지식인 사회의 한 흐름일 수 있겠다. 그의 다음 저작이 <서방의 패배>라고 하는데(아직 번역판이 나오지 않았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이 기본 얼개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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