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서사 교유서가 어제의책
오카 마리 지음, 김병구 옮김 / 교유서가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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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비판적 지식인이 쓴 패권주의와 역사 왜곡에 대한 일갈. 피해자들의 기억을 글과 말로 경험하고 이해한다는 것에는 청자의 지난한 노력과 겸손, 사상적 준비(‘아직 오지 않은 조국을 기다리는 난민’)가 수반되어야 하며, 원초적인 이해 불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을 때 비로소 권력에 의한 서사와 기억을 넘어선 진정한 연대와 공감의 싹을 말할 수 있다고 본다. 팔레스타인, 이라크전쟁, ’위안부’, 관동대학살, 난징대학살 등의 전쟁 식민 폭력을 직시하는 용기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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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도책 - 세계의 부와 권력을 재편하는 인공지능의 실체
케이트 크로퍼드 지음, 노승영 옮김 / 소소의책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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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책”이라는 개념을 통해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의 실상을 ‘입체적인 레이어’의 누적과 공간적으로 연결된 ‘여러 요소들의 결합’으로 살폈다. 몇몇 단편적인 이미지로 상상되는 ‘피지털’ 사회는 사실상 권력과 국가의 강력한 개입 속에서 형성된 물질적인 사회이며, 채굴, 노동(채굴, 플랫폼 적용 노동-택배, 배달, 물류 등-, 각종 디지털 긱 노동-데이터 입력, 수정 등-, 제조 노동-반도체 등), 토지 및 전기, 물 사용 등을 통해 인간 그리고 환경 기후라는 물질계와 직접 연결된다. 또한 이를 주도하는 데이터 중심 사회는 ‘지배적 논리’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차별적이고 양극화된 성격을 지닌다. 이는 또다른 방식의 식민주의와 자본주의의 구체적 구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세계의 ‘지배’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입체적으로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다. 감각하지 못했던 당연히 존재하는 세계를 드러내고 그릴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좋다(‘인공지능과 자동화는 당연히 수많은 인간 노동에 의지한다’). 디지털 사회 구성 논리를 비판하려고 한다면 도움을 꽤 받을 수 있는 책이다. 다만 식민주의, 자본주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기조(문제가 되는 사실들을 뽑아내는 것 자체는 매서운 반면)에 있어서는 ‘미국 리버럴 진보‘가 발언하는 방향 수준에 머무르고 만다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비판의 강도에 비해 대안의 방향성은 평이하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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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을 위한 그린 뉴딜 - 제3세계 생태사회주의론
맥스 아일 지음, 추선영 옮김 / 두번째테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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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부터 지금까지의 자본주의-제국주의 ‘침탈‘이 기후 및 환경 파괴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에서 확실하게 출발해, 이들의 ‘배상‘ 책임(기후 부채 상환)을 분명히 묻고 세계 각 국가들(이른바 제3세계, 특히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자주적인 정부 수립과 이를 통한 농업 중심의 자립 경제 건설 프로젝트 속에서 농업 중심의 세계를 구축할 때만이 진정한 지구적 위기(인간+대지) 극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튀니지 출신 학자의 당찬 학술서다. 약간은 반개발적이며 제조업에 대해 너무 덜 주목하는 것 같다는 인상이 있고, 지금까지의 미국 중심 ‘그린 뉴딜‘에 대한 적나라하고 적확한 비판에 비해 대안 전략은 구체적이지 않지만, 지금까지 세계를 위험하게 만들어온 미국과 서방 지배 엘리트들의 ‘자본주의 위기 탈출 수단‘으로서의 환경 보호론이 왜 잘못된 것인지 명쾌하게 짚고, 출발점이 되어야 할 정의로우면서도 현실적인 지점, ‘자주적인 정부 수립‘의 중요성을 명확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좋다(미국 등의 제3세계 자주/자립 세력에 대한 군사적 전쟁 역시 시원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의 관점에서 1세계 중심 환경주의는 기만적이고(“기후 배상 거부”) 폭력적이며(“멋대로 재야생화”) 실효성도 전혀 없다(“육식 금지”). 오염의 근원인 자본주의적 과잉 생산과 세계 다수의 노동 및 지구 환경 희생을 기반으로 둔 1세계 일부(중산층 포함)의 ‘풍요‘ 즉 과잉 소비를 제대로 통제하면 세계 다수의 생활 향상 속에서도 기후와 환경은 오히려 보호된다. 각양각색 미국발 그린 뉴딜은 이 부분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자신들의 지배를 유지하는 방식의 환경 보호론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상 새로운 통치 선전에 불과한 이유다.
1세계의 ‘기후 배상‘과 함께 3세계의 경제 발전(사실상 전 세계) 방향으로서의 자립적 농업에 특히 주목했는데, 아주 중요한 지적으로 보인다. 저자가 구상하는 세계에서는, 1세계 일부의 생활 수준은 하락이 불가피해보이지만, 나머지 압도적 다수의 생활은 기본 생활 수단의 보장과 강화를 통해 나아지거나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농업‘이다(자립을 위한 탈상품화 농업을 위해서는 아주 많은 농지와 충분한 농민 노동력이 있어야 한다. 즉, 자본주의적 토지 및 농지 이용에서의 해방이 기후와 인간이 향상적으로 결합하는 지점이다). 그러한 ‘안정’의 주요 요소가 기후와 환경인 것. 민중적 사회개혁/진보의 주요 강령으로 기후를 제시했기에, 자립-농업-인간과 전혀 위화감 없이 어울리는 친환경을 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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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책 읽는 법 - 남녀노소 누구나 땅콩문고
김소영 지음 / 유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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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다’는 좋은 동사라는 생각을 했다. 글, 책, 마음, 삶 그리고 세상을 읽는다는 것은 생각하고 고민하고 질문하고 공감하고 상상하면서 담고 느끼고 정돈하고 수렴하고 발산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응축한 게 아닐까.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갈 때 꼭 필요한 행동들을 표현하는 말이기에 좋은 동사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어린이들과 어린이책을 읽을 것인지, 그 태도와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또한 어른들 스스로가 어떻게 책과 세상을 읽어나가야 할 것인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저자가 강조하듯 어린이책이 꼭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좋은 책, 좋은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모두를 위한 잘 읽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풍부하게 생각하고 느끼는 ‘읽기’를 할 수 있다면 훨씬 풍요로운 삶을 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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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지다 - 강요배가 그린 제주 4.3
강요배 지음, 김종민 증언 정리 / 보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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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투쟁과 학살의 진상을 그림과 글(증언 정리)로 기록하고 고발한 역작. 화백 강요배의 절절하고 압도적인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다. 지금 절판되어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4.3 항쟁이 일제로부터의 해방 이후 현대사의 모순 속에서 폭발한 것이며, 그 속에서 수많은 민중들이 정의를 위해(단정단선 반대, 자주와 통일과 민주주의) 싸웠다는 점, 그에 대해 미국과 이승만 정권(4.3의 시작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 미 군정기라는 점에서, 특히나 ‘국가 폭력’으로 한정 지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정부 수립 이후-지금까지도-에도 미국이 군사권을 지휘, 통제했다)이 얼마나 잔혹하게 대응했는지, 마음 아프게 알 수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끝끝내 기억하고 증언함으로써, 여전히 싸우고 있다. 바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어졌다. 이승만 기념관 따위의 헛소리가 나오는 요즘, 역사와 진실을 기억하고 미래를 위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건 특히나 중요한 일이다.

4.3은 반드시 더욱 깊게, 제대로 알려져 우리의 마음 속에 자리 잡아야 하는 항쟁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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