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전 1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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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락성 버무린 공포소설의 새로운 도전작 - 이승과 저승의 영적 전쟁의 싹틈

어째 으스스하게 초반부터 소름이 돋기 시작하고 진저리가 한바탕 등줄기를 훑어 내린다. 심리학자들은‘사람들은 기초 지식이 많은 자기문화권의 귀신영화에 더 많은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익숙한 분위기와 낯익은 귀신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서늘함이 밀려온다. 폭우가 몰아치는 인적 없는 지방도로를 달리는 한 사내와 느닷없는 안개, 홧! 귀신들이 떼로 나타났다.

팽팽히 조여 오는 긴장감보다는 흉물스런 귀신의 모양새와 손짓, 발짓, 몸짓, 그리고 이들을 아우르는 어두운 밤, 그 불확실함이 무섭다. 이승의 인간을 해코지하는 영, 귀신, 악귀, 요괴를 퇴치하는 퇴마사가 그래서 필수이다. 연륜 높은 퇴마사인 장의사 박영감에서 『귀신전』이란 소설을 쓰는 작가 수정, 무언가 부족한 장선일 법사, 신기하고 영묘한 사인검과 용만, 그리고 투시력의 소년 공표가 벌이는 귀신들과의 싸움이 자못 재미있다.

작품은 비명에 간 죽음들의 이면에 도사리는 악귀들을 좆는 이들 퇴마사들과의 무시무시한 혈전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전면부에 등장하는 귀사리(鬼思里)는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저승이 점진적으로 이승으로 세력을 확장하는 움직임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승과 저승간의 영적인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를 것임을 암시하여 앞으로 전개될‘귀신전 시리즈’의 골격을 예상케 한다.

이 작품의 후속 작을 기다리게 하는 영적전쟁의 스케일에 대한 기대도 그렇지만 단순히 귀신과 퇴마사가 벌이는 치기어린 동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에피소드들에 담긴 함의(含意)로 인해 현실성과 인간의 본질적 탐색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즉,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탐욕과 그 악의성에 대한 탐색과 이를 표현하고 있는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에서 적나라한 우리를 보는 것이 의외의 재미를 보태고 있다는 점이다.

의처증 남편으로 인해 외도로 이어지는 여인과 남편의 살해, 그리고 살해된 남편의 악귀화(惡鬼化)는 다분히 인간적 발상이고 그래서 엔터테인먼트에 가깝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들과 사건의 묘사는 지극히 영상적이고 그래서‘공포테인먼트’라는 유쾌한 장르로 불러 마땅한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이 작품시리즈가 이 땅에 영을 불러내고 “폭마술염 화염신 퇴마악귀 부생혼무...”하는 폭마술, 수인을 맺는 동작과 “지봉승천거 자난강지도 ~ 급급여율령 흠!”하는 주문이 유행 할 것 같다. 환타지를 현실로 끌어내 공포를 보다 극적으로 현재화(顯在化)시키고 있으며, 사건들의 드라마틱한 요소로 오락성까지 버무려낸 공포소설의 새로운 도전 작이다. 일단 재미있다. 다음 편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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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3대 논쟁
이재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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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 저술의 논쟁 중심에 서있는 조선조의 인물들과 그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하는 우리사회 구성원, 아니 나아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스러움, 그리고 오만이, 사실이라는 진실을 얼마나 윤색하고, 가공하여, 왜곡시켜 왔는지는 새삼스럽지 아니하다.

그러함에도 역사를 억단(臆斷)하고, 부회(附會)하여 호도하는 사이비 학자들로 인해 오늘의 우리의 정신이 훼손당하는 현상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그릇된 역사인식과 이해로 삶의 태도와 자세, 사회 정의를 전도(顚倒)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 있어 역사의 오류란 성리학적 지배질서에 따른 이데올로기성 오류, 새로운 사료, 유물등의 발굴로 인한 폐기된 과거형 오류, 구전으로 인한 단순 오류와 같이 학문적 기반의 오류가 있는가하면 이 저술에서 지적되는 내용과 같이 이기적 사욕에 의한 작의적인 훼손적 외곡이 더해진다.

이재호 선생의 이 저술은 사육신의 한 분인 유응부를 김문기로, 존재치도 않은 율곡의 10만양병설과 서애 유성룡에 대한 폄하, 이순신을 포폄하고 원균을 치켜세우는 사학자라는 표피를 걸친 무도한 자들의 혹세무민(惑世誣民)에 대한 바로잡음이다.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무리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으며, 오늘 우리 시대에도 그 파렴치함은 엉뚱하게도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들 곡학아세하는 자들의 이론(異論)까지 그대로 인용하면서 사료의 의도적인 누락과 외곡, 사실과 논리의 터무니없음, 무지를 지적하고 있다.

한편 원로 국사학자로서 선생이 이렇게까지 나서야 할 만큼 우리의 사학계가 혼탁한가 하는 안스러움이 인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책임을 회피하는 처세술인‘소모릉식 처사’와 상식부족의 소치인 ‘골동반식’처사의 힐난은 적절하다 못해 적확한 비유에 읽다말고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사육신묘가 사칠신묘로 남아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언제나 시정될 수 있을까...

조선왕조실록 중 그 사료로서의 진정성이 가장 극심하게 훼손된 것 중의 하나가 바로‘선조수정실록’임은 이제 어느 정도의 사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상식에 속한다. 이는 동인과 서인으로 시작되는 당쟁의 결과이고 권력을 가진 서인과 북인들에 의해 가공된 역사이기도 하다. 또한 율곡을 수장으로 하는 서인들과 그 아류들이 조작한 영웅 만들기의 작태가 무비판적으로 수용된 데에는 역시 오늘의 기득권자과 그에 기생하는 사이비 학자들의 역할 탓이기도 하다.

서애 유성룡에 대한 폄하는 이제 재론할 여지도 없다. 비루한 왕 선조와 서인들의 2차례(임진년,정유년)에 걸친 조일전쟁에 대한 자신들의 치부를 은폐하고 서애의 공적과 민초로부터의 존경을 앗기 위한 몰염치와 사악함 이상의 의미가 없음이다. 더욱이 세 번째 논쟁인 이순신가 원균의 공적에 대한 실증 등은 학자들의 타락과 무지가 이정에 이르렀는가하는 탄식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역사가의 구비요건으로 중국의 계몽사학자 양계초(梁啓超)의 저서를 통해 사덕(史德), 사학(史學), 사식(史識), 사재(史才)를 들고 있다. 이중 역사가는 심술(心術)이 공정해야하는 사덕이 중요한 덕목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 3대 논쟁 뿐이랴. 많은 왜곡과 오류가 여전히 역사를 훼손하고 있다. 권세에 아첨하여 사실을 왜곡한 더러운 역사인 예사(穢史)나 남을 비방할 목적으로 쓰여지는 방서(謗書)만이 무성하고, 그것을 오용하는 우리 사학계의 통폐가 자정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재호 선생이 노구의 몸에 학계와 대중에 보내는 이 메시지에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역사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들은 이 저술에 뛰어들라. 풍부한 사료와 그 사료의 해석, 사료의 의미와 가치, 이론(異論)들의 맹랑함과 이기적 사욕을 보게 될 것이다. 바른 사관(史觀)은 우리민족과 국가의 자긍심과 경쟁력으로 연결될 것이다. 정말 기다리던 감사한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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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s for Renegades: How to Make More Money, Rock Your Career, and Revel in Your Individuality (Hardcover)
크리스틴 코모포드 지음 / McGraw-Hill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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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사회에서 우리들은 늘 주저하고 망설이며 위축되어 두려움에 질질 끌려 다니는 삶을 살고 있음에 회의가 있지 않았다면 거짓일 것이다. (물론, 이미 성취와 내면의 안정 상태에 있는 분들은 제외하고) 성취되어야 할 목표가 있고 수행되어야 할 일이 있다. 그러나 이렇듯 새로운 일에 착수하려 할 때면 밀려오는 그 엄청난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발목을 잡아채고 그리곤 그 부정적 허상에 그만 포기하고 돌아서는 것이 바로 지금의 나, 우리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부정적 허상을 극복하고 자아개발과 비즈니스세계에서의 성취를 위한 지혜들을 그녀의 진솔하게 드러내는 치부일 수 있는 일화를 비롯해 속속들이 파헤쳐진 실패의 과정을 통한 배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며 성취된 다양한 일상의 기회들, 기업경영과 유수의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 경험 을 통해 감동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저자의 순탄치 않았던 인생과 비즈니스세계에서의 혹독한 시련과 극복, 그리고 그 성취의 여정을 보면 어느덧 소설처럼 그녀의 인생길에 동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왜 두려운가? 웅크리고 들어앉아 “내안의 못된 잔소리꾼”의 목소리에 휘둘리는 자신이 경멸스럽기까지 하다. 내안의 못된 잔소리꾼을 “이층에 사는 그 못 된 년(놈)”이라 의인화하여 몰아내는 일화는 재치 넘치기 까지 하다.

이렇다 할 대학졸업장도 갖추지 못한 저자가 세계 최고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社’에 취업을 위해 구사하는 그녀의 좌충우돌하는 적극적 돌진 전략과 그 성취는 MBA라는 외형적 허상을 무색케 하고 기회를 찾기 위해 활짝 열려진 그녀의 진취적 마인드를 엿보게 한다. 저자는 어떤 일을 끝까지 밀어붙여 성과를 이루어낸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임을 지적하며, 이것을 ‘성과달성학위!!’ GSD(Get Stuff Done)라 지칭한다.

주변의 시선, 편견? 이것이 나의 목표달성에 어떤 장애가 된단 말인가? 이미 세상의 허상을 깨부수고 ‘이단자’가 되기로 한 우리 아닌가? 이단자들은 본래 인기상을 타기 어렵단다. 그저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하면 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념으로 추구하는 열정이면 족하다. 부정적 허상을 깨부수고 그녀의 도전이 가져온 성취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GSD의 위력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이 저술은 친절하다. 그리고 동양적 영성이 깃든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그녀가 사용했고 그리고 효과적이었던 제안되는 실천 방법들 - 드림보드(꿈의 달력), GSD를 얻기 위한 10가지 단계, 생각의 지도 그리는 법, 끝내주는 사업계획서 만드는 법과 3C 등 - 은 정곡을 찔러대는 현실감 넘치는 실용 그 자체이다. 겉만 맴도는 추상적인 타 저술들과 확연한 차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빌게이츠와의 데이트에 대한 솔직담백한 추억과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과의 연애담 등은 사회적 지위와 권력에 의지하려던 잘못된 판단으로서의 실패로 반추되고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만이 진정한 성취에 이르게 함을 설득력 있게 고백하고 있다. 그리곤 『지위 때문에 권력이 있다고 믿는 순간 당신의 내면의 가치가 아닌 어떤 일을 가지고 자신을 정의하는 것이다. 일이 없어지면 당신의 가치도 없어진다.』고 힘을 빌려오는 것의 부정성을 힘 기르기로 대체하는 길을 안내하여 주기도 한다.

이어서 재미와 수익을 집단으로서 ‘잡담축제’, ‘유명인사와 악수하기’, ‘선한 일을 행하기위한 자선행사 참여하기’ 등을 통해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섬세하게 설명하고, 까다로운 사람과 일하기 위한 3E(Equalize, Exchange, Embrace), 리더십  발휘를 위한 그녀만의 Know-How를 열거해주기도 한다.

문제는 언제나 나 자신에게 있음을 저자 역시 반복하여 지적한다. 그리고 성과가 나고 인정을 받고 난후의 일그러지는 우리들의 모습도 경계하며 ‘통제강박의 해체’를 위한 방안으로 봉사활동을 제시한다. 또한 선한 사람이 되려 애쓰지 말고 그냥 선행을 하라고 조언한다. 봉사활동은 베푸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큰 선물을 받는 일임이라고..., ‘마더 테레사’의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세요”가 마음의 평정과 같이 찾아온다.

진정의 목소리가 담긴 자아성찰의 지침서이기도 하며,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성취를 위한 한 성공한 기업인의 사업 Know-How 이기도 하다. 또한 삶의 시선을 관대하게 넓혀주는 영적 에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은밀한 기억까지도 투명하게 비추어낸 지금까지는 존재치 않았던 정말의 자기계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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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하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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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더듬는 현대문명의 유치찬란함과 그 속에서 인간과 우주의 숙명적인 비애를 꿈꾸듯, 그러나 온전한 자기의지의 확신에 찬 존재로서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그러나  단조롭게 되풀이되는 죽음의 의식이 다가오듯이‘검게 변하는 태양’이 삶을 너무 터무니없고 진부하게 만들어버린다. 삶과 죽음의 진실은 진정 무엇일까?  알게 된 바로 그 순간에야, 앎을 끝내는 것일까?

역행성기억상실증의 주인공 얌보(보도니)를 통해“늙은이로 태어나서 아기로 죽은 피피노씨”를 상기하듯 짙게 드리운 안개 속에서 잃어버린 인생초년의 경이를 다락방에 “가만히 틀어박혀 순수한 기호들을 해독”한다. 의미론적 기억, 백과사전식 기억만 존재하는 그리고 일화적 기억은 상실한 사람, 이는 과학이라는 이성에 내어준 메마른 감성의 오늘의 인류들을 빗대어 연민을 보내는 작가의 의도일지도 모르겠다.

작품은 “사고, 종이기억, 그리고 OI NO∑TOI(귀향)”의 3개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별의 장마다 독자들의 취향을 한껏 고려한 배려를 한듯하다. 사고의 장은 ‘올리버 색스’를 거론하며, 인간의 뇌라는 기억장치와 관련하여 무수한 원용들로 그의 해박한 지식을 백과사전처럼 뽐낸다. 여기서 작가는 그의 독특한 작법(作法) - “한 두 개면 우스꽝스럽지만 백여 개의 클리셰(Cliche)를 사용하면 그것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만남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임으로써 극단적인 진부함에서 오히려 숭고한 빛이 번득이게 된다.”- 을 통해 자전적 생애를 압축적으로 정리하고 들려주려는 인상을 준다.

둘째 장은 “프루스트는 피나무 꽃봉오리 차와 마들렌 과자를 실마리로 삼아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았다지만”하면서, ‘어떤 신비한 불꽃’을 찾아내려는 집요한 추적이 이어진다. 이“신비한 불꽃‘에 대한 암시가 이루어지지만 선뜻 이해하기 쉽지만은 않다. “어둠속으로 도망치던 가면올빼미에서”, “『난 날고 싶어』라는 음반의 광고지”에서, 그리고 다락방과 숨겨진 예배실에서의 얼굴이 후끈거리는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독서에서도 주인공이 심취해있는 뿌연 안개 속 물체처럼 선명히 다가오지 않는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작가의 설명과 같이 이 소설은 이른바 액자구조(en abime)를 취하고 있다.“이는 제논의 역설을 아직 배우지 않은 아이의 눈에 비친 무한의 모습이고, 도달 할 수 없는 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경주이다.”인 것처럼 삶의 경이와 신비에의 탐험을 “이건 바로 네 이야기야(De te fabula narratur)”하며 자신의 어린 시절 일화들을 더듬어간다. 등장하는 추억어린 삽화들로부터 추억이 퇴색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며, 괜스레 뭉클한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장인 “OI NO∑TOI”(The Nostoi; 귀향)에서 “내 기억이 돌아왔다"는 역설적이고 판단이 모호한 선언에 따른 철학적 사유는 “모니터에 나타나는 뇌파가 평평하다 해도 내장이나 발끝이나 고환으로 사고 작용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내 뇌가 활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내면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죽음에 대한 판단을 유보시키고 있다.

“만약 내가 갑자기 생각하기를 멈춘다면, 그 뒤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더없이 내밀한 지금의 삶과 비슷한 또 다른 형태의 내생이 시작될까? 아니면 아무 의식이 없는 영원한 암흑 상태로 들어가게 될까?”하고 부질없는 사유라 내치지만, “세상은 악의 지배를 받고 있어. 이 악은 여간 강력하지 않아. ~ 中略 ~ 나는 악 그 자체를 말하고 있는 거야. ~ 中略 ~ 너는 세상에 왜 악이 존재하는지 궁금하지 않았니? 무엇보다 먼저, 죽음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하고 죽음에 대한 원초적 숙명을 탄식한다.

더구나 “우주종말, 우주 자체가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악 중의 악이지. 우주는 죽을 운명을 타고난 거야. 이렇듯 악이 존재하는 세상을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에서부터 “우리는 불운하게도 아주 영리한 존재들이라서, 우리가 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어. 그러니까 우리는 악의 희생자일 뿐 아니라,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존재이기도 해. 환장할 노릇이지.”하며, 무정부주의자인‘그라뇰라’의 입을 빌린 어쩌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토로한다.

그가 집요하게 좆은‘릴라’, 신비로운 불꽃은 과연 우리에게 무엇일까?

“옅은 잿빛 fumifugium(연무)이 퍼지더니 현관문을 가려버린다. 나는 한줄기 서늘한 바람이 건듯 불어오는 것을 느끼며, 올려다본다. 왜 태양이 검게 변하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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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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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의 목록은 없었다. 그 자체로 섭리가 되는날.시간. 나중은 없다. 지금이 나중이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워 마음에 꼭 간직하고 있는 것들은 고통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다. 슬픔과 재속에서의 탄생.-64쪽

나 한테 유일한 희망은 무(無)야. 난 온 마음으로 그걸 바라.-68쪽

악의 치유법은 없었다. 악의 이미지에 대한, 그들이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치유법만 있을 뿐이다.-214쪽

어쩌면 세상의 파괴에서 비로소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3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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