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 3대 논쟁
이재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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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 저술의 논쟁 중심에 서있는 조선조의 인물들과 그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하는 우리사회 구성원, 아니 나아가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스러움, 그리고 오만이, 사실이라는 진실을 얼마나 윤색하고, 가공하여, 왜곡시켜 왔는지는 새삼스럽지 아니하다.

그러함에도 역사를 억단(臆斷)하고, 부회(附會)하여 호도하는 사이비 학자들로 인해 오늘의 우리의 정신이 훼손당하는 현상은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그릇된 역사인식과 이해로 삶의 태도와 자세, 사회 정의를 전도(顚倒)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 있어 역사의 오류란 성리학적 지배질서에 따른 이데올로기성 오류, 새로운 사료, 유물등의 발굴로 인한 폐기된 과거형 오류, 구전으로 인한 단순 오류와 같이 학문적 기반의 오류가 있는가하면 이 저술에서 지적되는 내용과 같이 이기적 사욕에 의한 작의적인 훼손적 외곡이 더해진다.

이재호 선생의 이 저술은 사육신의 한 분인 유응부를 김문기로, 존재치도 않은 율곡의 10만양병설과 서애 유성룡에 대한 폄하, 이순신을 포폄하고 원균을 치켜세우는 사학자라는 표피를 걸친 무도한 자들의 혹세무민(惑世誣民)에 대한 바로잡음이다. 곡학아세(曲學阿世)하는 무리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으며, 오늘 우리 시대에도 그 파렴치함은 엉뚱하게도 더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들 곡학아세하는 자들의 이론(異論)까지 그대로 인용하면서 사료의 의도적인 누락과 외곡, 사실과 논리의 터무니없음, 무지를 지적하고 있다.

한편 원로 국사학자로서 선생이 이렇게까지 나서야 할 만큼 우리의 사학계가 혼탁한가 하는 안스러움이 인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책임을 회피하는 처세술인‘소모릉식 처사’와 상식부족의 소치인 ‘골동반식’처사의 힐난은 적절하다 못해 적확한 비유에 읽다말고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사육신묘가 사칠신묘로 남아있는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언제나 시정될 수 있을까...

조선왕조실록 중 그 사료로서의 진정성이 가장 극심하게 훼손된 것 중의 하나가 바로‘선조수정실록’임은 이제 어느 정도의 사적 지식을 갖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상식에 속한다. 이는 동인과 서인으로 시작되는 당쟁의 결과이고 권력을 가진 서인과 북인들에 의해 가공된 역사이기도 하다. 또한 율곡을 수장으로 하는 서인들과 그 아류들이 조작한 영웅 만들기의 작태가 무비판적으로 수용된 데에는 역시 오늘의 기득권자과 그에 기생하는 사이비 학자들의 역할 탓이기도 하다.

서애 유성룡에 대한 폄하는 이제 재론할 여지도 없다. 비루한 왕 선조와 서인들의 2차례(임진년,정유년)에 걸친 조일전쟁에 대한 자신들의 치부를 은폐하고 서애의 공적과 민초로부터의 존경을 앗기 위한 몰염치와 사악함 이상의 의미가 없음이다. 더욱이 세 번째 논쟁인 이순신가 원균의 공적에 대한 실증 등은 학자들의 타락과 무지가 이정에 이르렀는가하는 탄식을 불러일으킬 정도이다.

역사가의 구비요건으로 중국의 계몽사학자 양계초(梁啓超)의 저서를 통해 사덕(史德), 사학(史學), 사식(史識), 사재(史才)를 들고 있다. 이중 역사가는 심술(心術)이 공정해야하는 사덕이 중요한 덕목임을 지적하고 있다. 이 3대 논쟁 뿐이랴. 많은 왜곡과 오류가 여전히 역사를 훼손하고 있다. 권세에 아첨하여 사실을 왜곡한 더러운 역사인 예사(穢史)나 남을 비방할 목적으로 쓰여지는 방서(謗書)만이 무성하고, 그것을 오용하는 우리 사학계의 통폐가 자정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재호 선생이 노구의 몸에 학계와 대중에 보내는 이 메시지에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역사의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이들은 이 저술에 뛰어들라. 풍부한 사료와 그 사료의 해석, 사료의 의미와 가치, 이론(異論)들의 맹랑함과 이기적 사욕을 보게 될 것이다. 바른 사관(史觀)은 우리민족과 국가의 자긍심과 경쟁력으로 연결될 것이다. 정말 기다리던 감사한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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