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 사람의 뇌가 반응하는 12가지 스토리 법칙
리사 크론 지음, 문지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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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행위는 결코 수동적이지 않아요. 오히려 독자는 서사 속에서 맞닥뜨린

각각의 새로운 상황에 대해 능동적으로 정신적 시뮬레이션을 하게 되지요.”

-신경과학자 니콜 스피어, 113쪽에서

 

책의 제목은 어떻게 쓰는가?’라고 글 쓰는 이가 주체로 내세워져 있지만, 실은 글 읽는 이, 즉 독자를 주체로 하여, 독자의 기대를 지속케 하여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끌기 위해 이야기를 창작해 내는 주의깊은 코칭이라 하겠다. 결국 독자인 대다수의 사람들이 왜 이야기를 읽으려고 하며, 읽음으로써 획득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계속해서 읽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요인들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고, 그 요인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표현해 나가는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강의라 하겠다.

 

인용한 니콜 스피어의 말처럼 읽는 행위는 능동적인 정신 작업이다. 그저 종이 위의 글자를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는 넋 놓은 행위가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산문 문학의 경우, 독자는 해당 작품을 통해 감정적 이해 능력의 폭을 넓히고, 평범한 삶에서라면 결코 마주하지 못할 낯설고 두렵기조차 한 인물들과 교감함으로써 타인들과의 공감 능력을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타인의 욕망과 의도들과 우리들이 좀처럼 마주하지 못할 삶의 장벽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의 행위를 통해 안전한 장소에서 그러한 행동 방식이나 삶의 태도를 이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자 리사 크론은 이미 세계적인 문학 편집인이며 영화 시나리오 컨설턴트이기도 하지만 이 책의 이론적 근간을 이루는 신경과학과 심리학과 이야기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지닌 연구가(*TED 강연 참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법론이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읽는 사람의 심리적 욕구와 신경과학의 이론들을 배경으로 ’, 그렇게 써야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 입증이기도 하. 때문에 독자는 첫 문장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기를 원한다.”는 문장은 인간의 뇌가 그렇게 생겨먹은 까닭에 근원하는 것이다. 인간의 적응 무의식(또는 인지적 무의식)이나 직관은 어떤 이야기이든 첫 문장이나 첫 장면에서 좋고 나쁨을 바로 판별한다는 것이다. 즉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여부를 곧바로 알아차린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진화한 뇌의 반응 방식 때문이다.

 

신경생물학적 심리에 토대를 둔 이야기 창작의 글이기에 기성의 많은 글쓰기 관련 도서들과 그 구성 방식이나 견인해나가는 힘에서 다른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우리들이 이야기를 읽을 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를 생각하며 저자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 곧 즐거움이 되고, 마치 재미있는 소설을 읽을 때와 같이 저자의 글에 코를 빠뜨리게 된다. 강력한 이야기는 뇌를 재설계하는 힘을 지녔다.”고 하듯, 이 책 또한 어쩌면 이야기를 창작하고픈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를 지닌 뇌로 재부팅 해줄 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만큼 저자의 조언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으로 신체에 와 박힌다.

 


우리들이 읽으려는 이야기란 무엇일까? 그저 누군가의 일상적 뒷담화같은 너절한 흔한 담화는 아니다. 여기서 이야기란 달성하기 어려운 어떤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누군가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주며, 나중에 그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켜주는가를 보여주는 일이다. 독자는 아무나의 지루한 이야기를 읽으려 문학이나 영화를 찾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독자들은 문학작품 읽는 것 말고도 삶 그자체로 바쁜 존재들이다. 때문에 소설이나 시나리오가 되는 이야기란 삶에서 지루한 부분을 뺀 나머지라 할 수 있다. 우리들의 뇌는 생존과 이에 이익(보상)을 주는 것을 즉시 구별한다. 즉 뇌가 작동할 욕망을 자극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의 첫 문장은 독자의 주의를 재빨리 낚아채는 것이어야 한다.

 

책의 내용은 이렇게 추상적 이론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책은 아주 구체적이고 예시적이며, 실제적이다. 재빠르게 낚아채기 위해서 첫 페이지의 문장들에 담겨 있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시시콜콜 설명한다. 누구의 이야기인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위태로운 일이 일어날 것인지 세 가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것을 주인공의 문제, 주제, 플롯이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때 어우러져야 할 삼 요소라 한다. 이 베테랑 편집자자는 놀라울 정도의 뇌과학자이자 심리학자처럼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다. 그리고 그에 해당하는 문학적 쓰기와 수단들을 설명한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읽을 것을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다. 공항 내 서점에서 읽을거리를 빨리 찾아내야 한다, 문학이론가 스탠리 피시는 책의 첫 문장을 읽고는 바로 엘리자베스 조지의 소설을 골랐다, 그 첫 문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당시 열한 살이었던 조지 캠벨은, 버스에 타는 것으로 끝내 살인까지 이어지는 추락을 시작했다.”, 삼요소가 모두 있다. 주인공 조지 캠벨, 버스에 올라타고, 그를 살인에 이르게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목숨이 위태롭다. 여기에 이야기의 맥락, 일어날 일에 대한 어떤 정서적 의미까지 하도 강력해서 나라도 이 책을 집어 들었을 것 같다.

 

우리 뇌는 언제나 구체적 맥락 속에서 사건을 평가한다.”는 신경정신학자 리처드 레스탁을 인용하며, 뇌는 유용한 정보를 찾기 위해 의미를 찾으므로 의미를 부여하는 맥락은 이처럼 강한 흡입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뇌의 비밀과 이야기의 비밀을 오가며 리사 크론은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야기의 초점과 주인공의 목표를 만들고, 변화와 갈등은 어떻게 설계되어야 하는지, 하다못해 주인공을 어떻게 상처 입혀야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고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간과하기 쉬운 부분들까지 놓치지 않는다.

 

플롯, 서브플롯, 전제와 플래시백의 사용은 어느 순간에 필요한지, 또 어떻게 사용되면 이야기가 망가지는지, 또한 복선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언제, 어떻게 사용돼야 가장 효과적인지를 우리들은 바로 뇌의 신경망 덕에 더욱 쉽게 납득하게 된다. 아마 독자가 지닌 욕망을 충족시켜준다는 이익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 이유와 그 아래 감춰진 문제를 탐구하기 위해 이야기를 읽을 것이다. 사실 커다란 범주에서 이 같은 이야기의 본질인 뇌의 인지적 무의식의 작동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면 아마 끌리는 이야기를 쓰는 방법론은 그 어떤 새로운 책도  더 이상 이 책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는 글을 쓴다는 것, 끌리는 글을 쓰는 이 끌리게 쓴 글쓰기 방식의 설명이 왜 그 수많은 글쓰기 책들 중에서 현대의 고전이 되었는지 절로 수긍하게 된다. 이야기를 인식하고 처리하는 우리들 뇌가 지닌 능력과 한계의 비밀을 토대로 써진 이 독특한 설명은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믿음을 선사해 주리라 믿는다. 우리의 삶과 이야기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타인의 의미를 밝혀내는 것이라는 사실 하나의 이해만으로도 작가나 독자 모두에게 이 책은 이야기에 대한 매혹적인 접근법이 되어 줄 것 같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저술이다.

 

우리의 뇌는 미래에 닥칠 어려운 일을 미리 경험해보기 위해 이야기를 사용한다.

(...) 이야기의 역할은 주인공을 꿈에서도 통과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는 시험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9시험 들기와 상처 입히기, 274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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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24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피지기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합니다.ㅎㅎ 멋진 리뷰입니다.

필리아 2024-03-24 11:01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호시우행님~~
책에는 ˝타인의 욕망과 의도를 설명하기 위해 다른 사람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추론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사람들의 뇌에 있는 ‘거울 뉴런‘을 설명하고 있어요. 아마 말씀하시는 ‘지피지기‘도 이것 때문이겠지요? 아무튼 리사 크론의 이 책은 글쓰기에 대한, 혹은 이야기 읽기에 어떤 빛을 비추어주는 저술임에 틀림없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