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수업, 어떻게 시작할까 - 온작품 읽기와 함께하는 생태환경교육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우리말가르침이 지음 / 푸른칠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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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접근하는 주제수업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고 온작품읽기 관련 책들도 꽤 많이 나왔다. 이 책의 부제는 '온작품읽기와 함께하는 생태환경교육'이다. 독서와 생태환경은 어찌보면 결이 맞지 않다. 한계점을 갖는다는 표현이 맞을까? 관련내용의 독서를 한다 할지라도 그 끝에 생태환경이 딱 자리하고 있지는 않다. 그 연결 다리는 다른 주제에 비하여 훨씬 찾기 어렵고 멀리 있다. 그걸 찾아서 연결하지 못하면 이 독서는 거의 의미가 없어진다. 머리 크고 입만 산 시민을 양성하는 격이랄까?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주제의 관건은 '실천'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펼치다 부끄러워졌다. 거의 항상 그렇다. 내가 하는 생각을 다른 선생님들이 안했을 리가 없잖아? 군소리 말고 이 책을 쭉 따라가보자.^^

온작품읽기를 표방했지만 이 선생님들이 수업에 사용한 매체들은 다양했다. 그림책, 동화책 등의 책 뿐만 아니라 노래, 다큐, 영화, 방송영상, 보드게임 등등이 소개되었는데 대부분 큐알코드를 같이 실어놓아 교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다각도로 접근하고자 했던 저자샘들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공유를 위한 착실한 기록이 눈에 보였다.

1장 [자연과 계절]은 저학년 선생님께서 쓰신 것 같고, 발도르프 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으신 것 같다. 발도르프를 곁눈질로밖에 못봤지만 나랑 맞는 것 같지 않아 깊이 들여다보진 않았다. 하지만 생태수업 면에서는 매우 적절한 교육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천천히 여유있게 계절과 자연을 느끼는 교실의 일상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이 대목에서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들면서 아! 하고 공감했다.
"아직은 세상이 한창 신기하고 재미있을 저학년에게 환경오염이나 기후위기 같은 심각한 이야기부터 꺼내며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자연과 함께 놀면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며 자연을 좋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26쪽)

나는 발도르프는 모르지만 10년 전쯤 2학년 맡았을 때 아이들 데리고 학교근처 공원도 열심히 데리고 다니고 쑥도 뜯고 쑥버무리도 찌고 그랬었는데... 다시 저학년을 한다면 내가 그럴까? 아닐 것 같다는 게 슬픈 점이다.ㅠ 이 책의 선생님처럼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서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을 키워내야 하는데... 학교는 갈수록 제약이 많아지고 방어해야 할 것들도 많아진다. 생태환경은 구호로만 내려꽂히고 실상은 그렇지 못한 모순이 커져간다. 그 어려움 가운데 저자 선생님들의 실천은 참 대단하다 생각한다.

2장 [생명과 공존]에서는 동물복지, 동물권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공장식 축산과 과다한 육식의 문제점에 대한 꽤 심도깊은 수업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고기맛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육류 없는 급식은 불평과 비난의 대상일 정도인데, 육식 줄이기와 나아가 채식까지 살펴보는 수업은 부담이 컸을 것 같다. 하지만 꼭 다루고 채식까진 아니어도 줄이기를 목표로 함께 노력은 해야겠다. 솔직히 나도 고기반찬 너무 많이 해. 그게 편하니까... 이처럼 환경적 실천에는 편리과 풍요에 대한 포기가 꼭 따른다.

투명구조물에 부딪혀 죽는 새들을 위한 프로젝트 학습은 정말 훌륭했다. 실천과 변화로까지 이끈 훌륭한 수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3장 [탄소와 소비]가 최종장이다. 여기에 이르러서 기후위기와 탄소감축, 플라스틱 문제를 다룬다. 이 장에서도 1장에서 인용한 문장과 일맥상통하는 문장을 발견했다.
"생태적 삶은 위기에 대한 협박을 통해 하루아침에 시작되지 않는다. 함께 모여 고민하고 공동체가 이룬 작은 성취에 기뻐하고 서로 격려할 때 피어난다." (165쪽)

이 문장을 보고 그동안 나의 환경수업은 '협박' 단계였음을 깨달았다. 물론 실상을 깨닫는 것도 필요하긴 한데, 거기서 그치면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자포자기하는 무기력 시민들을 길러낼 수 있다. 지금의 젊은이들에게서 이런 모습을 상당히 발견할 수 있고, 이게 저출산 심화로 이어지겠다는 우려까지 든다. 어차피 틀린 세상 걍 나만 살고 죽자. 이런 생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샘들이 작은 실천부터 아이들과 함께 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많은 도전이 되었다. 수업 내용 또한 좋았다. 문학으로 감수성을 일깨우고 다양한 자료로 객관적 사실을 파악하고 실천으로 이어가는 흐름이 딱 적당하다 생각했다.

책의 만듦새도 마음에 든다. 본문의 소제목이나 도표 등에 초록을 사용했고, 앞표지와 뒷표지의 주색상도 초록이면서 디자인도 예쁘다. 많은 선생님들의 책꽂이에 꽃히면 좋겠다는 응원을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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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문해력을 키우는 인생 동화책 - 선생님이 직접 읽고 권하는 학년별 · 단계별 동화
김진향 외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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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4인 중 박미정 선생님과 지인이다. 만나본 적은 없으니 지인이라 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페이스북에서 소통하는 것도 지인 맞겠지?^^ 이분의 이전 저서 2권이 있는데 그건 읽어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런 것과 비슷하다. 엄청 핫한 자녀양육서가 있어. 근데 우리 애들은 다 컸어. 읽어봤자 후회할 일밖에 없어. 이제와서 어쩔 수도 없잖아. 마치 그런 느낌이다.ㅎㅎ

후회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면 '한계'다. 내가 박미정 선생님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따라하지 못하는 건 이 한계 때문이다. 그 한계는 곧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모임'이다. 나는 모임에 아주 몹시 매우 취약하다. 내 성격유형 설명에 '모임이 취소되면 속으로 좋아한다'가 있길래 폭소한 적이 있는데ㅋㅋ 약속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걍 내 속도대로 혼자 꼼지락거리는 게 마음 편하다. (가끔 예외도 있..) 젊었을 땐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나이들수록 더 그렇게 됨...ㅠ 나는 수업준비와 수업을 잘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지만 수업이 끝나서까지 아이들과 있고 싶진 않다. 수업이 끝나면 일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퇴근 후, 주말 등에 교사모임... 아, 이건 더더더 못해. 토욜 아침 6시인가에 줌모임하시는 얘기도 읽었는데 세상에나 토욜 하루라도 늦잠을 자야 살지. 근데 미정쌤은 하나에서 두개, 두개에서 세개... 계속 늘려나가신다. 한두개일 때는 오! 대단하시다! 하면서 보다가 서너개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아이고~ 다른 세상 얘기다~가 되어 버렸다. 그렇게 하실만큼 책모임의 가치가 큰 것을 머리로는 알겠으나 몸과 성격이 따라주지 않는 한계 때문에 그 좋은 책을 못읽고 있었다.

그러다 이 책이 나온것을 봤다. 오, 이런 내용이면 성격상 부담 없겠다 하던 차에 인디 서평에 뜬 걸 보고 신청했다. 적당히 아담한 판형에 부드러운 분홍 색감의 표지, 가독성을 높여주는 예쁜 편집 등 외형부터 아름다운 책이었다. 내용은... 네 분 저자들의 동화에 대한 사랑, 그동안 투자한 엄청난 시간, 그리고 바로 그! '모임'을 통한 상승작용과 발전 등이 모두 포함된 알찬 책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대상이 다양하다는 점일 것 같다. 나같은 교사에게도, 작가나 출판인들에게도, 그리고 특히 학부모들에게 관심을 받을만한 책이다. 저,중,고학년으로 나누고 그 안에서 또 읽기수준을 3단계로 나누어 적절한 책들을 섬세하게 안내하고 있다. 네 분이 책모임하며 모두가 합의한 책으로 목록을 꾸렸기 때문에 취향에 편중되지 않은 객관성이 어느정도 보장된다고 하겠다. 책 소개글은 주관적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 안내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글이 아니라 되도록 쉽게 서술하려는 친절함과 존대어의 존중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 안에 책에 대한 저자들의 전문성이 스며들어 있음은 물론이다.

위에 적은 9단계당 각각 3~4권씩 소개하고 있어 30여권의 책이 안내되지만 각권당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이 3권씩 따라붙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 4배... 100권이 훌쩍 넘는 양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100권을 엄선하려면 그 몇배에 해당하는 양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그러니 네 분 저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읽고 모이고 대화하고 쓰는 작업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소개된 책들 중에 읽어본 책도 있지만 제목만 알고 읽어보지 못한 책, 아예 몰랐던 책도 있다. 나도 어린이책 꽤 많이 읽은 그룹에 속하는데 그럴 정도니 그만큼 작품의 세계는 한이 없는 것이고 이 책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된다. 서로의 소개가 서로에게 참고가 되어 상승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모임 못하는 아쉬움을 책으로 약간 해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을 때는 한번에 통독도 좋지만 조금씩 야금야금 읽어도 좋겠다. 학부모님들이 읽으실 때는 자녀의 해당 학년부터 시작하셔도 무방하겠다. 동화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의 해당부분을 다시 찾아 읽으시면 또 새롭게 다가올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의 독자 대상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도움을 받을 분들은 자녀의 독서에 관심은 있으나 쉽게 접근이 안되던 학부모님들이라 생각한다. 웬만한 양육서보다도 옆에 끼고 있으면 더 좋을 책이다.

어린이들은 균형있게 자라야 한다. 책이 그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매우 중요한 축인 것은 분명하고, 많은 부분 걱정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책으로 갈 수 있는 세계, 인생에서 그걸 모른다는 건 엄청난 걸 놓치고 있는 것이기에 먼저 체험한 이들이 이토록 애타게 권하며 안내하는 것이다. 저자님들의 진심이 많은 곳에 가닿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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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든 너는 소중한 존재 - 발달이 느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가슴 따뜻한 희망 메시지,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이수현 지음 / 스타라잇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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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왜 이제야 읽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이 나왔을 때쯤 학교도서관 수서 신청을 받길래 바로 신청했는데, 무슨 착오인지 책이 오지 않았다. 내가 사서 읽어야지 하다가는 다른 읽을거리에 뒤로 밀리곤 했다. 오늘 드디어 읽었다. 내가 수현쌤 페북을 정독한 탓에 대부분 아는 이야기긴 했지만, 내 마음을 다시 채워 주었다. 나는 수현쌤한테서 용기를 얻고 싶었던 것 같다. 참 염치도 없다. 내가 주지는 못할망정 말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늘 그래왔다. 내 주변엔 장애부모들이 있었고 나는 그들에게 늘 빚을 졌다. 그들은 시간을 쪼개 사는 능력자들이었고 일머리가 보통이 아니었다. 나는 그들을 많이 의지했는데 그들에게 준건 없는 것 같다. 수현쌤과는 만나본 적 없는 페친일 뿐이지만 (그래도 친한 페친이라고 우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가 온힘을 다해 살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꼬부라지는 허리를 펼 때가 많았으니.

페북에서 애독하는 선생님들의 책이 나오면 공통점이 있다. 훨씬 '순한 맛'이 된다는 거다. 페북글보다는 덜 '사이다'고, 덜 격렬하고, 덜 아프고 덜 웃기다. 그게 꼭 나쁘진 않다. 작가 입장에선 정선하고 다듬은 거니까. 사실 출판물로서는 그게 필수니까. 이 책도 페북글에서 보던 시퍼렇게 벼른 칼 같은 느낌은 사라졌지만 좀더 좋은 그릇에 시간들여 담은 느낌이다. 진정성은 그대로 살아있기에 충분한 울림이 있다.

부모님의 자랑으로 자랐던 예쁘고 똑똑하고 성실하고 능력있는 딸이 자폐 남매의 부모가 되어 겪은 초기 절망감은 필설로 형용할 수가 없다. 그 시절을 회고하는 글은 너무나 처절하다. 그러나 감사하다. 그 터널을 통과해 주어서. 그리고 수현쌤은 이제 숨지 않고 당당해지기로 했다. 나의 일을 하며 행복해지기로 했다. 그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교육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널리 전하는 것이다.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수현쌤은 이미 꽤 많은 열매들을 맺고 있다. 어떻게 저렇게 초인적으로 밀도 높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때론 경이롭다. 사람도 많이 만나고, 농담도 잘 하고 잘 웃는 수현쌤. 멀리 떨어져 보기만 하는 나에게도 기운을 퍼뜨리는 수현쌤. 그의 꿈을 한번 받아적어보고 싶다. 155쪽에 나온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내 아이들의 장애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이 그어놓은 선 밖에서 서성이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장애가 있어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연스럽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비장애인과 친구가 되는 데 장애가 '장애'되지 않는 세상. 누구나 일상의 평범한 것들을 아무런 장애 없이 누릴 수 있는 세상. 인간의 존엄성이 장애로 인해 무시되지 않는 세상. 나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이런 꿈을 꾸며 고개를 들었다고 해서 순간순간 밀어닥치는 곤란함과 아픔에 초연할 수는 없다. 이런 면에서 수현쌤은 진정한 용자다. 그는 아픔에도 솔직하다. 솔직히 인간의 감정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그걸 알기에 나는 많이 숨긴다.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솔직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실상은 안 그렇다. 내일 뒤집힐 오늘의 감정을 드러내길 두려워해서 감춘다. 하지만 수현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제 웃었다가도 오늘의 처절한 아픔에 신음한다. 그 처절함에 어떤 댓글도 못달고 가슴졸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수현쌤은 다음날 울어서 말갛게 된 얼굴로 다시 나타난다. 역기를 들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이걸 보고나서 난 수현쌤을 완전히 신뢰하게 됐다.

때로 수현쌤의 분노의 화살이 날 찌르는 것 같아 민망하고 두려울 때도 있었다. 왜냐하면 통합교사로서의 내 수준은 수현쌤이 주장하는 것에 한참 못미치니까.... 혼나는 느낌일 때도 있었고 아차 싶을 때도 많았다. 이렇게 어렵다. 사람이 한걸음 나아간다는 것은. 그러니 수현쌤의 외침은 참 부질없어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나아가긴 한다는 것. 거북이 걸음으로 너무 느려서 그렇지. 많은 이들이 함께 한다면 조금씩 빨라질 수 있겠지. 이 책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장은 '위로에 대하여'라는 장이었다. 그는 남을 위로할 때의 어려움도 체험했고 수많은 위로의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던 경험도 해보았다. 위로가 가 닿기는 어렵고 도움이 되기는 더 어렵다. 더 큰 불행으로 비교하는 것은 가장 나쁜 위로다.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 그 강을 건널 수 있다고 믿어주는 것. 기도의 마음을 모으는 것. 그것이 위로에 대해 내가 배운 것이다." (193쪽)
나도 힘들때 위로받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 땐 위로하고 싶다. 수현쌤의 통찰을 잘 기억하겠다.

표지그림은 정은혜 씨가 그린 연우와 정우의 모습이다. 길에서 봐도 알아볼 것 같은 익숙한 얼굴과 이름. 많은 응원자들을 가진 연우와 정우가 많은 이들과 어울려 밝게 자라길, 수많은 연우와 정우들도 그러하길. 통합교육의 현장인 학교, 그리고 그들의 가정이 모두 화목하고 절망에 짓눌리지 않기를 기도한다. 사회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싶다면 이런 일을 가장 귀하게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현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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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서유동 우주나무 동화 8
정하섭 지음, 권송이 그림 / 우주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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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 한켠이 왜 이리 시릴까? 이 아이는 어떤 사람으로 자랄까? 많은 (아니 거의 대부분의) 아들들이 그렇듯이 훌쩍 자라 좌충우돌하며 부모 애를 태우겠지? 애틋한 정과 감수성은 삶의 치열함에 묻혀 덮여버릴까? 아니면 예민함으로 발현되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할까? 아닐거야. 다락방에 엎드려 엄마와 함께 별을 보던 그 마음을 잃지는 않을 거야.

 

얼핏 보면 큰 사건도 별다른 기승전결도 없어보이는 그냥 한 남자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근데 모르겠다.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아이한테 마음이 쓰여. 요즘 신경쓰인다라는 말이 애정표현이라고 하던데 정말 신경이 쓰여. 너의 착한 마음이 고맙고 다행스러워서 안도의 한숨이 나와.

 

서유동유동이는 전형적인 착한 캐릭터나 순둥이는 아니다. 이 책의 몇가지 에피소드들을 보면 아이의 마음이나 심성이 실제 인물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첫 번째 에피소드. [할머니와 축구를]에서 보면 유동이 엄마는 워킹맘이라 6시에 퇴근하면 7시 넘어서나 집에 오고, 대신에 집에는 외할머니가 있다. 심심풀이 화투점을 치던 할머니는 유동이가 하도 심심해서 몸을 비틀자 같이 축구를 해주시는데, 그러다 단단히 몸살이 나 끙끙 앓는다. 미안한 마음에 할머니 다리를 주물러 드리는 유동이, 괜찮다고 이제 안아프다는 할머니.... 키워주신 할머니의 사랑과 그 사랑을 알고 가슴 뭉클해하는 조손의 사랑이 아름답다. 유동이도 나름 결핍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랑은 그 틈을 메운다. 우리 아이들도 절반은 조부모님의 사랑으로 컸다. 하지만 요즘은 이것도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두 번째 에피소드 [아들은 엄마 사랑해!]에서는 이제 조금 컸다고 엄마랑 함께 다니는 것과 애정표현을 창피하게 여기는 유동이의 모습이 나온다. 엄마를 서운하게 만들지... 하지만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하지. 그런데 유동이는 그래놓고 알게뭐야 하는 성격이 아닌걸. 제목과 같은 난데없는 사랑고백을 전화로.... 그리고 퇴근길 엄마를 마중나간다.

 

[꽃사슴, 꽃돼지, 뚱돼지]에서는 먹성 좋은 유동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불고기 먹는 걸 보고 놀란 이모가 고기뷔페 식당에 데리고 가주었는데, 숨도 못쉴 정도로 먹고 배탈난 후 적당히 먹기로 결심하는 유동이. 바람직하다. 어리다고 잘 먹는 걸 지나치게 부채질하면 못쓴다. 절제는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하는 것. 이 에피소드에서는 이 집의 가족구성을 잘 알 수 있었다. 외할머니, 엄마, 이모, 유동이.

 

[엄마는 내 동생?]에서 유동이는 엄마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고 일어나 가슴 뻐근해 한다. 그 꿈은 유동이의 내면을 반영한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된 엄마, 힘들게 일하며 유동이를 키우는 엄마를 유동이의 마음 한쪽은 늘 아프게 바라봤던 것 같다. 엄마는 가끔 허당인 면도 있다. 그런 엄마를 챙길 때, 엄마가 동생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도 애틋하다. 하지만 이 구도가 심화되면 못쓴다. 엄마는 엄마고 자식은 자식이다. 그러니 딱 이정도만.

 

[수학문제보다 더 어려운]에서 드디어 유동이는 엄마의 재혼에 대해서 고민한다. 아직 그런 상황이 된 것은 아니고, 그냥 아이들끼리 해보는 생각인데도 심각하다. 유동이 친구들 중엔 양친부모가 다 있는 집보다 엄마든 아빠든 한쪽만 있는 집이 더 많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도 나누는 것이다. 혼자 쓸쓸히 누워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일에 난 어쩌지?’ 고민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쓰다듬어주고 싶다. 엄마의 인생은 당연히 엄마가 행복할 길로 가야하는 것. 언젠가 아들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날 테니. 그래도 진통이 없을 수는 없겠지.

 

[별들이 세상으로 내려올 때]는 시적인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주택인 유동이네 집에는 작은 다락방이 있다. 우연히 올라갔던 다락방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발견한 유동이는 거기서 또 햇빛의 찬란함과 달과 별의 아름다움까지 경험한다. 엄마와 함께 올라와 별을 보는 장면이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 하겠다. 많은 대화들이 시 같았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아들한테 하는 당부는 이 책의 메시지라고 해도 될까.

사람의 빛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해. 환하던 빛이 희미해지기도 하고, 흐리멍덩하던 것이 점점 눈부시게 빛나기도 하지. 그러니까 멋진 별이 되고 싶다면 스스로 멋지게 살아야 하는 거야.”

알았어. 멋진 사나이 별이 될게.”

근데 엄마는 네가 다른 별들을 가리고 혼자서만 빛나지 말고 다른 빛들과도 잘 어울리는 따뜻한 별이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유동이가 있어서, 유동이는 엄마가 있어서 외롭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날려보내기 위해 새를 키운다는 말도 있지. 날아가는 새도, 보내는 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함께도 따로도 행복한 모자가 되길. 세상의 모든 모자들이 이렇게 사랑하고 행복하다면 세상이 그냥 행복할 텐데. 이 세상은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 이 얇은 동화를 읽고 나는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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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23: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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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4 1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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