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든 너는 소중한 존재 - 발달이 느린 자녀를 키우는 엄마의 가슴 따뜻한 희망 메시지,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이수현 지음 / 스타라잇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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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왜 이제야 읽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이 나왔을 때쯤 학교도서관 수서 신청을 받길래 바로 신청했는데, 무슨 착오인지 책이 오지 않았다. 내가 사서 읽어야지 하다가는 다른 읽을거리에 뒤로 밀리곤 했다. 오늘 드디어 읽었다. 내가 수현쌤 페북을 정독한 탓에 대부분 아는 이야기긴 했지만, 내 마음을 다시 채워 주었다. 나는 수현쌤한테서 용기를 얻고 싶었던 것 같다. 참 염치도 없다. 내가 주지는 못할망정 말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늘 그래왔다. 내 주변엔 장애부모들이 있었고 나는 그들에게 늘 빚을 졌다. 그들은 시간을 쪼개 사는 능력자들이었고 일머리가 보통이 아니었다. 나는 그들을 많이 의지했는데 그들에게 준건 없는 것 같다. 수현쌤과는 만나본 적 없는 페친일 뿐이지만 (그래도 친한 페친이라고 우김)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가 온힘을 다해 살아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꼬부라지는 허리를 펼 때가 많았으니.

페북에서 애독하는 선생님들의 책이 나오면 공통점이 있다. 훨씬 '순한 맛'이 된다는 거다. 페북글보다는 덜 '사이다'고, 덜 격렬하고, 덜 아프고 덜 웃기다. 그게 꼭 나쁘진 않다. 작가 입장에선 정선하고 다듬은 거니까. 사실 출판물로서는 그게 필수니까. 이 책도 페북글에서 보던 시퍼렇게 벼른 칼 같은 느낌은 사라졌지만 좀더 좋은 그릇에 시간들여 담은 느낌이다. 진정성은 그대로 살아있기에 충분한 울림이 있다.

부모님의 자랑으로 자랐던 예쁘고 똑똑하고 성실하고 능력있는 딸이 자폐 남매의 부모가 되어 겪은 초기 절망감은 필설로 형용할 수가 없다. 그 시절을 회고하는 글은 너무나 처절하다. 그러나 감사하다. 그 터널을 통과해 주어서. 그리고 수현쌤은 이제 숨지 않고 당당해지기로 했다. 나의 일을 하며 행복해지기로 했다. 그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통합교육의 선두주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널리 전하는 것이다.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수현쌤은 이미 꽤 많은 열매들을 맺고 있다. 어떻게 저렇게 초인적으로 밀도 높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때론 경이롭다. 사람도 많이 만나고, 농담도 잘 하고 잘 웃는 수현쌤. 멀리 떨어져 보기만 하는 나에게도 기운을 퍼뜨리는 수현쌤. 그의 꿈을 한번 받아적어보고 싶다. 155쪽에 나온다.

"나에게는 꿈이 있다. 우리 아이들이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타인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내 아이들의 장애가 사라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이 그어놓은 선 밖에서 서성이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장애가 있어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연스럽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비장애인과 친구가 되는 데 장애가 '장애'되지 않는 세상. 누구나 일상의 평범한 것들을 아무런 장애 없이 누릴 수 있는 세상. 인간의 존엄성이 장애로 인해 무시되지 않는 세상. 나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이런 꿈을 꾸며 고개를 들었다고 해서 순간순간 밀어닥치는 곤란함과 아픔에 초연할 수는 없다. 이런 면에서 수현쌤은 진정한 용자다. 그는 아픔에도 솔직하다. 솔직히 인간의 감정은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다. 그걸 알기에 나는 많이 숨긴다.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솔직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실상은 안 그렇다. 내일 뒤집힐 오늘의 감정을 드러내길 두려워해서 감춘다. 하지만 수현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어제 웃었다가도 오늘의 처절한 아픔에 신음한다. 그 처절함에 어떤 댓글도 못달고 가슴졸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수현쌤은 다음날 울어서 말갛게 된 얼굴로 다시 나타난다. 역기를 들고, 하던 일을 계속한다. 이걸 보고나서 난 수현쌤을 완전히 신뢰하게 됐다.

때로 수현쌤의 분노의 화살이 날 찌르는 것 같아 민망하고 두려울 때도 있었다. 왜냐하면 통합교사로서의 내 수준은 수현쌤이 주장하는 것에 한참 못미치니까.... 혼나는 느낌일 때도 있었고 아차 싶을 때도 많았다. 이렇게 어렵다. 사람이 한걸음 나아간다는 것은. 그러니 수현쌤의 외침은 참 부질없어 보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나아가긴 한다는 것. 거북이 걸음으로 너무 느려서 그렇지. 많은 이들이 함께 한다면 조금씩 빨라질 수 있겠지. 이 책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장은 '위로에 대하여'라는 장이었다. 그는 남을 위로할 때의 어려움도 체험했고 수많은 위로의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 않던 경험도 해보았다. 위로가 가 닿기는 어렵고 도움이 되기는 더 어렵다. 더 큰 불행으로 비교하는 것은 가장 나쁜 위로다.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 그 강을 건널 수 있다고 믿어주는 것. 기도의 마음을 모으는 것. 그것이 위로에 대해 내가 배운 것이다." (193쪽)
나도 힘들때 위로받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들 땐 위로하고 싶다. 수현쌤의 통찰을 잘 기억하겠다.

표지그림은 정은혜 씨가 그린 연우와 정우의 모습이다. 길에서 봐도 알아볼 것 같은 익숙한 얼굴과 이름. 많은 응원자들을 가진 연우와 정우가 많은 이들과 어울려 밝게 자라길, 수많은 연우와 정우들도 그러하길. 통합교육의 현장인 학교, 그리고 그들의 가정이 모두 화목하고 절망에 짓눌리지 않기를 기도한다. 사회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싶다면 이런 일을 가장 귀하게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현쌤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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