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서유동 우주나무 동화 8
정하섭 지음, 권송이 그림 / 우주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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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 한켠이 왜 이리 시릴까? 이 아이는 어떤 사람으로 자랄까? 많은 (아니 거의 대부분의) 아들들이 그렇듯이 훌쩍 자라 좌충우돌하며 부모 애를 태우겠지? 애틋한 정과 감수성은 삶의 치열함에 묻혀 덮여버릴까? 아니면 예민함으로 발현되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할까? 아닐거야. 다락방에 엎드려 엄마와 함께 별을 보던 그 마음을 잃지는 않을 거야.

 

얼핏 보면 큰 사건도 별다른 기승전결도 없어보이는 그냥 한 남자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근데 모르겠다.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마음인지 어떤지는 몰라도 아이한테 마음이 쓰여. 요즘 신경쓰인다라는 말이 애정표현이라고 하던데 정말 신경이 쓰여. 너의 착한 마음이 고맙고 다행스러워서 안도의 한숨이 나와.

 

서유동유동이는 전형적인 착한 캐릭터나 순둥이는 아니다. 이 책의 몇가지 에피소드들을 보면 아이의 마음이나 심성이 실제 인물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첫 번째 에피소드. [할머니와 축구를]에서 보면 유동이 엄마는 워킹맘이라 6시에 퇴근하면 7시 넘어서나 집에 오고, 대신에 집에는 외할머니가 있다. 심심풀이 화투점을 치던 할머니는 유동이가 하도 심심해서 몸을 비틀자 같이 축구를 해주시는데, 그러다 단단히 몸살이 나 끙끙 앓는다. 미안한 마음에 할머니 다리를 주물러 드리는 유동이, 괜찮다고 이제 안아프다는 할머니.... 키워주신 할머니의 사랑과 그 사랑을 알고 가슴 뭉클해하는 조손의 사랑이 아름답다. 유동이도 나름 결핍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랑은 그 틈을 메운다. 우리 아이들도 절반은 조부모님의 사랑으로 컸다. 하지만 요즘은 이것도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두 번째 에피소드 [아들은 엄마 사랑해!]에서는 이제 조금 컸다고 엄마랑 함께 다니는 것과 애정표현을 창피하게 여기는 유동이의 모습이 나온다. 엄마를 서운하게 만들지... 하지만 자연스러운 과정이기도 하지. 그런데 유동이는 그래놓고 알게뭐야 하는 성격이 아닌걸. 제목과 같은 난데없는 사랑고백을 전화로.... 그리고 퇴근길 엄마를 마중나간다.

 

[꽃사슴, 꽃돼지, 뚱돼지]에서는 먹성 좋은 유동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불고기 먹는 걸 보고 놀란 이모가 고기뷔페 식당에 데리고 가주었는데, 숨도 못쉴 정도로 먹고 배탈난 후 적당히 먹기로 결심하는 유동이. 바람직하다. 어리다고 잘 먹는 걸 지나치게 부채질하면 못쓴다. 절제는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하는 것. 이 에피소드에서는 이 집의 가족구성을 잘 알 수 있었다. 외할머니, 엄마, 이모, 유동이.

 

[엄마는 내 동생?]에서 유동이는 엄마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고 일어나 가슴 뻐근해 한다. 그 꿈은 유동이의 내면을 반영한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된 엄마, 힘들게 일하며 유동이를 키우는 엄마를 유동이의 마음 한쪽은 늘 아프게 바라봤던 것 같다. 엄마는 가끔 허당인 면도 있다. 그런 엄마를 챙길 때, 엄마가 동생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도 애틋하다. 하지만 이 구도가 심화되면 못쓴다. 엄마는 엄마고 자식은 자식이다. 그러니 딱 이정도만.

 

[수학문제보다 더 어려운]에서 드디어 유동이는 엄마의 재혼에 대해서 고민한다. 아직 그런 상황이 된 것은 아니고, 그냥 아이들끼리 해보는 생각인데도 심각하다. 유동이 친구들 중엔 양친부모가 다 있는 집보다 엄마든 아빠든 한쪽만 있는 집이 더 많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도 나누는 것이다. 혼자 쓸쓸히 누워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일에 난 어쩌지?’ 고민하는 아이가 안쓰러워, 쓰다듬어주고 싶다. 엄마의 인생은 당연히 엄마가 행복할 길로 가야하는 것. 언젠가 아들도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날 테니. 그래도 진통이 없을 수는 없겠지.

 

[별들이 세상으로 내려올 때]는 시적인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주택인 유동이네 집에는 작은 다락방이 있다. 우연히 올라갔던 다락방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발견한 유동이는 거기서 또 햇빛의 찬란함과 달과 별의 아름다움까지 경험한다. 엄마와 함께 올라와 별을 보는 장면이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 하겠다. 많은 대화들이 시 같았다. 마지막으로 엄마가 아들한테 하는 당부는 이 책의 메시지라고 해도 될까.

사람의 빛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해. 환하던 빛이 희미해지기도 하고, 흐리멍덩하던 것이 점점 눈부시게 빛나기도 하지. 그러니까 멋진 별이 되고 싶다면 스스로 멋지게 살아야 하는 거야.”

알았어. 멋진 사나이 별이 될게.”

근데 엄마는 네가 다른 별들을 가리고 혼자서만 빛나지 말고 다른 빛들과도 잘 어울리는 따뜻한 별이었으면 좋겠어.”

 

엄마는 유동이가 있어서, 유동이는 엄마가 있어서 외롭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날려보내기 위해 새를 키운다는 말도 있지. 날아가는 새도, 보내는 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함께도 따로도 행복한 모자가 되길. 세상의 모든 모자들이 이렇게 사랑하고 행복하다면 세상이 그냥 행복할 텐데. 이 세상은 왜 행복하지 않은 걸까, 이 얇은 동화를 읽고 나는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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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3 23: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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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4 1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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