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이 물었다 -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 있느냐고
아나 아란치스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22년 12월
평점 :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 가는 여정이 시작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삶과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죽음을 생각하면 상당히 두렵다. 아마 알지 못하는 영역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은 익히 알고 있지만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말이다. 두려움 없이 죽음을 생각할 수는 없을까. 이 책을 쓴 사람은 완화의료 전문가로서 20여 년 동안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죽음 앞에 선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인생이 너무 후회된다면서 미련을 못 버리기도 하고 용서를 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며 그 사람을 찾은 뒤 홀가분하게 마지막을 준비하기도 하고 지나온 세월이 참 좋았다며 평화로운 얼굴로 주변 정리를 하기도 한다. 저자는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의 차이가 크다면서 이런 태도는 생의 마지막에 만들 수 없으니 삶을 살아가면서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한다.
수명이 다 되어 평온한 얼굴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는 삶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든 최선을 다한다면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후회를 덜 할 수 있을 듯하다. 선택할 때 그 결과까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는 법이므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삶과 연결된다.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마지막 순간을 결정하는 거 아닐까.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행복한 일이 많았다면 담담히 끝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감정을 표현하고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스스로 선택하고 의미를 지니는 일을 하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행복한 삶은 결국 자신이 만드는 것이고 죽음마저 그러하다는 뜻이겠다. 의미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