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하이웨이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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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6월, 열흘 동안 일어난 일이 두꺼운 책 속에 담겼다. 제목만 봤을 때는 길고 긴 도로를 따라 신나게 달리는 주인공을 상상했다. 미국을 동서로 잇는 최초의 횡단 도로, 링컨 하이웨이를. 실제로 에밋과 빌리가 이 도로를 달리는 일은 소설이 끝난 뒤에야 이루어질 것이다. 먼 길을 돌아 드디어 원래 가려 했던 곳으로 향하는 그들. 결국 소망을 이룰 수 있을까.

이 소설에서 등장인물들은 각자 서술자의 위치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3인칭과 1인칭 시점이 섞여 있어 구성이 독특하다. 인물들의 성격이 어떤지 드러내는 장치로서의 기능도 하는 듯하다. 같은 장면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인물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나 할까.

청소년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떠난 길에서 우연히 만나 얽혔다가 다시 헤어지는 과정이 어쩐지 가슴 아프다. 성인이 되는 길이 이다지도 힘든 것이었던가. 가족 사이가 원만하지 못하다는 공통점을 지닌 인물들이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굳이 겪으며 상처 받는 모습은 안타까웠고 모두에게 좋은 결말이 날 수는 없었는지 작가에게 원망하는 마음이 슬며시 들기도 했다. 이제는 그저 이런 마음이 든다. 에밋과 빌리는 무사히 성인이 되기를. 어떤 일이 생기든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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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러캔스의 비밀 - 살아 있는 화석 물고기
장순근 지음 / 지성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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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에 실러캔스가 발견됐어요. 멸종됐다고 여겼던 물고기를 본 사람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지요. 고생대 데본기 초기에 나타나 중생대까지 살았다고 알려진 고생물이 그 모습이 변하지 않은 채 나타났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겠지요. 실러캔스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자신이 본 물고기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이야기했어요. 엷은 자줏빛이 감도는 푸른색 몸통이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실제로 보면 정말 아름답겠죠. 2억 년 전에 존재했던 실러캔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뒤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말이 붙게 되었어요. 이 책에는 실러캔스를 발견한 과정과 생물학적인 특징 등이 담겨 있어서 거의 진화하지 않은 물고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아요.


실러캔스는 처음 발견된 뒤 14년이 지나 두 번째로 발견됐는데 이후로 학자들이 서식하는 지역을 찾아서 꾸준히 연구하고 있어요. 그 크기가 최소 1미터에서 최대 2미터쯤 되는데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기 때문에 먹이를 아주 조금만 먹어도 살 수 있대요. 느릿느릿 움직이면서 다른 실러캔스와 부딪히지 않고 전혀 싸우는 모습도 보이도 않아 온순한 성격일 거라고 해요. 아주 깊은 곳에서 살기 때문에 관찰하기가 힘들어 정확한 생태를 밝히지는 못한 상태인데 관찰 장비가 발전하면 어느 정도 해결은 될 거라 믿어요. 몇 번의 대멸종을 겪고도 살아남은 실러캔스는 현재 그 수가 매우 적다고 해요. 멸종 위기 범주에 들어있기 때문에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지요. 관련 방안을 좀 더 세심히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여요. 실러캔스를 영원히 볼 수 없게 되기 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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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든 색 인생그림책 14
리사 아이사토 지음, 김지은 옮김 / 길벗어린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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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렀던 여름, 새하얬던 겨울, 신비로웠던 크리스마스... 책 속에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 가득하다. 호기심 많았던 시절, 끊임없이 질문하고 하루종일 뛰어다녔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비를 가르며 신나게 달렸던 날, 물웅덩이를 첨벙대며 숨이 넘어가도록 웃던 날,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들러 붙든 말든 신이 났던 날들을 어떻게 잊고 살았을까.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고 가족을 이루고 나이 들어가는 모든 순간을 담은 책을 한 장씩 넘기며 아름다운 삶을 만끽했다.


순수한 어린 시절을 지나 성장통을 겪으며 자신의 길을 찾는 아이들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몰라 불안하지만 결국엔 통로 끝에 비치는 환한 빛을 만나게 된다. 연인을 만나고 가정을 꾸리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전에 알지 못한 기쁨을 느끼며 행복에 폭 빠지기도 한다. 스르르 나이들어 삶의 끝자락에 설 때까지 우리는 참 많이 기뻐하고 슬퍼하겠지. 잔잔해 보이는 우리네 인생은 혼란스러운 지난 날을 품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문제와 수많은 선택이 빚어낸 작품과도 같은 삶.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으니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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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의 맛 - 유튜버 자취남이 300명의 집을 가보고 느낀 것들
자취남(정성권)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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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취를 할 때가 생각난다. 집을 구하고 살림살이에 필요한 각종 물건들을 사다 나르면서 부모님과 함께 살 때가 편했다는 걸 절절히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 사는 일상에 익숙해졌지만 가끔씩 가족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이가 들면 독립하는 게 당연하지만 가족을 자주 못 보니 오히려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나 할까.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된 때가 아닌가 싶다. 어쨌거나 처음엔 필수적인 가구와 조리도구 같은 것들로 채워지던 자취집은 누가 봐도 내 취향이 듬뿍 가미된 공간으로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자취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만의 공간은 더욱 아늑해졌고 결혼하기 전까지 스트레스 풀리는 장소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 사람에겐 크든 작든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유튜버 자취남이 무려 300명의 집을 방문한 뒤 느낀 점을 펴낸 <자취의 맛>을 읽으며 예전 생각을 솔솔 떠올릴 사람이 많을 듯하다. 모든 사람의 취향이 다르듯 각 집의 모습 또한 가지각색인데 그 속에는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 일상이 빼곡히 담겨 있다. 몇십 년 동안 살 집이 아닌데도 인테리어를 하고 불필요하지만 내게 꼭 맞는 물건을 사기도 한다. 반대로 잠만 자는 용도로 활용하는 집에는 생필품만 있을 뿐 여가를 보내기 위한 물건은 없을 수도 있다. 각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모습도 다른 공간을 수시로 방문하면서 온전한 1인분의 삶에 대해 생각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혼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홀로 책임질 마음을 갖게 된다. 누가 볼 일도 없으니 자신의 공간을 취향껏 꾸미고 누구도 해주지 않는 청소며 빨래를 해나가는 사람들. 그러면서 우리는 어른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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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 - 내 안의 힘을 발견하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4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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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명강 시리즈 24번째 권이다. 이번에는 고독하고 우울한데다 불안까지 느끼는 우리가 알면 좋을 에리히 프롬 이야기를 담아 놓았다. 무력하게만 느껴질 때 내 안의 힘을 발견할 수 있는 문장을 만난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어떤 상황에서는 마음에 닿은 문장이 스르르 마음을 녹이기도 하고 힘을 주기도 하고 불안을 잠재우기도 하니 말이다. 저자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에리히 프롬의 첫 번째 책인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읽고 몰입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중세적인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얻으려던 사람들이 오히려 자유로부터 도피하게 된 이유를 파악하고 참된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에리히 프롬. 그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 점이 저자를 매료시킨 듯하다.


예전에는 철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렵다고만 생각했다. 철학자들이 자신만 아는 난해한 언어로 지식을 뽐내고 이를 떠받드는 추종자들이 대단하다고 말하니 그런가 보다 했는데 요즘에는 유명한 철학자들의 이론을 쉽게 풀어쓴 책이 많이 나와 철학이라는 분야가 과거보다는 친숙한 느낌이 든다. 에리히 프롬은 처음부터 쉽게 썼으니 헤겔이나 하이데거처럼 그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읽을 필요가 없어서 좋다. 그가 쓴 '사랑의 기술'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있을까. 사랑에 정통한 철학자인 그는 우리에게 자유란 무엇인지 간명하게 설명한다. 자유란 자신의 욕망들을 이성적인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이라고. 자유는 사랑과 연대, 지혜와 같은 미덕을 실현하는 것이란 말과 동일한 말이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명확하지 않은가. 마음에 사랑을 품고 사회에 관심을 가지고 책임감을 갖는 것. 이상적인 말이다. 그러나 개인주의로 흐르는 분위기가 이기주의로 변질되기 쉬우니만큼 사랑과 희망을 조금씩이나마 간직하고 살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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