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목록 네오픽션 ON시리즈 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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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원작이라고 해서 너무나 궁금했던 책이다. 미스터리와 환상이 적절히 섞인 단편들이 인상 깊었는데 표제작인 <살인자의 쇼핑목록>이 가장 흥미로웠다. 호기심이 남다른 마트 캐셔가 뛰어난 관찰력으로 연쇄살인범을 추적해 가는 내용에 가슴을 졸였다. 고객들을 관찰하는 일이 즐겁다며 휴식 시간까지 반납하는 주인공, 예사롭지 않은가. 뉴스에서 본 사건의 범행도구와 일치하는 쇼핑 목록이 떠오르자 범인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실행력도 겸비하고 있다. 문제는 들킬 상황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에 제보할 목적이 아니라 개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겠다는 목적이 위험할 수 있다는 걸 간과하다니. 범인은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사이코패스인데!


단편 안에 많은 게 압축되어 있어 장편 못지않은 재미가 있었다. 등장인물의 성격, 주인공의 과거, 연쇄 살인의 단서 같은 것들이 적절히 배치되어 영화를 보는 듯했다. 남의 고통을 즐기는 사이코패스가 어떤 존재인지 다시금 마음에 새기는 이야기였다고나 할까. 그 외에도 어수룩한 청년이 제사 음식을 훔쳐 먹던 처녀를 각시로 삼은 뒤 마을에 비극이 닥치는 내용의 <각시>, 아기가 된 채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는 어느 교사의 따뜻한 이야기인 <용서>도 기억에 남는다. 소설과 웹툰 대본을 쓰는 작가라 그런지 시각적으로 구현되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 소설의 분위기가 생생했다. 각각의 소설에 잘 맞는 그림 작가를 섭외해 웹툰으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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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새소설 11
류현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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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이 자신과 배우자의 죽음을 목도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부부와 자녀들 각각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면서 읽었는데 한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이 지금도 무수히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거동이 힘든 어머니를 돌보는 일로 갈등을 겪는 가족을 보면서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요양병원을 거부하는 부부의 의지가 갈등의 시발점으로, 모든 일을 자녀들 탓으로 돌리고 아내를 돌보는 딸에게 가혹한 말을 일삼는 아버지의 태도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정작 그는 상황이 왜 악화되는지 모른다. 독선이 마음의 벽을 쌓게 한다는 걸 정말 몰랐을까. 무시당할까 두려운 마음에서 비롯된 태도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그의 대처는 어리석기 그지없다.


행복했던 집이 지긋지긋한 곳으로 전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극히 짧다. 이혼한 딸이 좋은 마음으로 부모와 함께 살면서 어머니를 돌보겠다고 한 뒤, 처음에는 반기던 부모가 딸을 막 대하고 같이 돕겠다던 형제들은 전혀 도울 생각을 않으니 집은 벗어나고픈 공간이 될 수밖에.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부모와 자녀, 형제와 형제 간의 입장 차이가 빚어내는 응어리가 점점 커져만 간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야 말겠다 싶은 전개에 현실감이 가득해 전혀 남일이라 여길 수 없었다. 서로를 격려하는 따뜻한 말이 오간다면 상황이 조금은 나았을까. 자신의 상황만 생각하며 서로 원망하고 증오하던 이들이 참담한 결과를 헤아릴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해 보인다. 남의 일이라고만 여겼던 일이 갑자기 자신의 일이 되면 당황하면서 시야가 좁아지므로. 모두가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어버린 이야기가 더없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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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무엇인가 -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에 열광하는 당신이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
조병익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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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스쳐가는 통장을 떠올리며 어디서 돈이 떨어지면 좋겠다고 중얼거리는 사람들이 많다. 일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지만 매달 들어오는 월급 때문에 참고 다닌다는 사람은 더 많다. 원하는 것을 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안락한 보금자리를 꾸리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움직일 때마다 돈이 필요한 사회에서 살기에 돈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러면 돈이 많으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아니, 얼마나 많아야 돈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을까. 돈이 돈을 부르고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는 시스템 속에서 '얼마나'라는 말은 기준이 될 수 없을 듯하다. 돈은 탐욕을 부른다고 했던가. 가질수록 갈증이 난다는 돈에 얽매여 돈의 노예가 된 사람을 수두룩하게 봤기에 돈을 가지고 싶은 대상이라고만 생각할 수가 없다.


괴테가 말했듯 돈은 인생에 필요한 모든 안락함의 상징이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돈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돈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면 돈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지 보지 못할 확률이 높다. 많으면 좋지만 지배하지 못하면 지배를 당하게 되니 돈이 무엇인지 찬찬히 살필 필요가 있다. 저자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철학, 문화 등의 요소를 넘나들며 여러 가지 예를 들면서 돈의 구조에 대해 이야기한다. 돈의 가치가 무엇인지 삶과 어떤 연관을 이루는지 흥미롭게 풀어내는 내용을 보면서 인간의 욕망과 도덕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돈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될 때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이끌 수 있지 않을까.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진 계영배라는 잔은 70퍼센트 이상 채워지면 나머지가 밑으로 흘러내리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는 역할을 한 계영배. 이를 옆에 두었다는 거상 임상옥처럼 나만의 계영배를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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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이란 말이 좀 그렇죠 바통 5
김홍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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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관종'이라는 말이 남발되기 시작했다.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이르던 단어는 이제 거슬리는 사람에게 거리낌 없이 붙이는 말이 되었다. 친구끼리 장난을 칠 때나 자조적인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니 처음의 부정적인 뜻은 희석되었다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타인을 낮잡아 일컫는 말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단편집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종의 다양한 유형이 나와 있다. 대화에 끼고 싶어서 마술을 보여주는 사람, 출처가 불분명한 사실을 퍼뜨리는 사람,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모든 것을 꾸며내는 사람, 단 한 명에게라도 온기를 나눠 받고 싶은 사람, 그리고 폭력 사건의 피해자까지. 한 단어가 적용되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


평소에 생각했던 관종의 뜻에 가장 부합한 <모자이크>도 인상적이었지만 관종을 직업으로 삼겠다 선언하는 인물이 나오는 <젊은 근희의 행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떤 회사에서도 진득하니 버티지 못하는 동생을 철없다 여기지만 빌라 보증금을 지원하고 엄마를 돌보는 책임을 떠안은 K-장녀의 속 터짐에 공감이 되어서일까. 책을 소개하는 북튜버라면서 노출이 심한 옷을 입는 동생이 이해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남이 욕하는 것을 두고볼 수도 없는 언니, 악플을 남긴 사람들에게 똑같이 대응할까 하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나의 동생 많관부'를 외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부러워하며 자신의 매력 자본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동생이 적성을 찾은 듯하니 응원해 줄 수밖에. 언니의 마음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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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숨 쉴 때 웅진 세계그림책 222
다이애나 파리드 지음, 빌리 렌클 그림, 김여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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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숨을 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숨을 쉴 때 산소가 폐로 들어가 장기로 이동하고 숨을 내쉴 때는 이산화탄소가 몸 밖으로 나가지요. 그렇게 우리의 몸을 떠난 공기는 자연의 일부로 기능합니다. 하루에 무수히 호흡하면서도 우리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걸 인식하지 못해요. 셀 수 없이 많이 반복되는 행동이라 일일이 신경을 쓰면 다른 일을 못 할 수도 있겠네요. 말하고 노래하고 걷고 뛰는 모든 행동은 공기가 있어 가능해요. 사람뿐 아니라 풀과 꽃, 나무도 마찬가지지요. 이 그림책은 모든 생명의 근본이 되는 '호흡'을 이야기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보여주고 있어요. 숨을 들이쉬면 하늘 한 조각이 가슴을 가득 채운다는 말이 마음에 들어요. 숨결이 흘러 흘러 몸 구석구석으로 퍼지는 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는지 몰라요. 사람과 자연, 우주가 모두 하나로 이어져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숨을 쉬는 아주 짧은 순간을 포착해 그림으로 표현한 작가의 상상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황사, 공기 오염으로 숨쉬기가 곤란해질 때면 맑은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지요. 마스크를 쓰고 다닌 요 몇 년은 특히 그랬고요.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나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라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걸 일깨우는 그림책을 읽는 시간이 소중합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숨 쉬며 뛰노는 환경을 위해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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