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소 첫번째 - 2022 시소 선정 작품집 시소 1
김리윤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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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읽은 <시소>를 한 번 더 보았다. 2021년 한 해 동안 발표된 시와 소설, 작가 인터뷰가 함께 엮인 단행본인데 풍성한 느낌이다. 지난번에 최은영 작가가 쓴 소설 '답신'을 보고 한참 마음이 먹먹했는데 다시 봐도 같은 마음이 들었다. 편지를 쓴 '나'의 처지가 가슴 아파 눈물이 났다. 정신적, 물리적 폭력에 오래 노출된 사람이 자포자기한 채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쓰라렸을까.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에게 철저히 버림받은 그 마음은 또 어떨 것이며. 소설이 끝났지만 마지막 문장을 붙들고 각자의 선택이 최선이었을지 계속 생각한다.


■ 때때로 사랑은 사람을 견디지 못하게 하니까.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게 하니까. -최은영 '답신' 중에서


어떤 작품은 와닿지 않다가도 다른 때 만나면 참 좋은 글이 된다. 읽을 때 어떤 기분이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마음이 달라져서 그런가 싶다. 이 작품집에서 안미옥 시인의 '사운드 북'이 그렇다. 사랑 노래는 그냥 배울 수 없고 보고 배워야 가능하다는 구절이 왜 이리 좋은지. 이해되지 않는 무언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사랑이라는 시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돌이 안 된 아이를 돌보며 낯선 자신을 발견한다는 말에도. 아이가 태어난 뒤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낯설어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아이를 키울수록 알지 못한 세상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느낌이 생경하면서도 싫지 않다.


■ 다음 페이지를 열고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나와요

사랑 노래입니다

그냥 배울 수는 없고요
보고 배워야 가능합니다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안미옥 '사운드 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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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량 - 원하는 것을 매 순간 성취해내는 힘
임춘성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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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정책, 기술경영 전문가인 저자는 다수의 기업과 조직을 진단, 평가하고 미래전략을 제안했다. 현재와 미래에 대한 탁월한 안목을 갖춘 그가 여섯 번째로 펴낸 책에는 무엇을 담았을까.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는 힘을 뜻하는 '역량'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그 어떤 실제의 일도 해내는 능력의 합이라고. 누구나 배우고 누구나 해내도록 '범용, 실용, 가용' 능력의 중요성을 언급하는 구절을 보니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그는 역량을 세상을 쫓아가는 역량, 세상과 함께하는 역량, 세상을 앞서가는 역량으로 나누고 각각을 3가지 능력으로 다시 세분화한다. 분류, 지향, 취사, 한정, 표현, 수용, 매개, 규정, 전환이 그것인데 이 능력을 필요할 때마다 몇 개씩 조합한다면 더 좋을 것이라 한다. 앞서 정의했던 '능력의 합'이라는 것은 각 능력을 합한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옛 사고방식을 고수하며 살기란 힘든 일이다. 변화를 수용하고 분위기를 체득하며 사회에 어우러지려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슨 노력을 해야 할까. 저자는 세상을 아는 것은 구분하고 구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한다. 구분하고 구별해야 비교할 수 있고 무엇이 무엇과 다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과 지금이 상당히 달라졌다 느낀다면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확실히 알아야 무엇을 받아들일지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가만히 앉아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명확하다. 책 뒤쪽에 9개의 능력을 정리한 역량 보드가 실려 있다. 한눈에 보기 좋고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할지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누가, 언제, 어디서 역량을 보여야 하는지, 어떤 능력을 우선으로 습득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자녀, 부모, 수험생, 사회 초년생 등 구체적인 인물을 내세워 어떤 능력을 합하면 좋을지 보여주는데 실제로 응용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역량을 가질지 그저 그런 인생을 살지 묻는다. 어떤 인생을 원하는지 판단하는 건 결국 개인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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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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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나면 주인공이 일상을 이어가고 때로는 특별한 일도 하면서 사는 걸 상상하곤 한다. 이 책의 표제작인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이 소설 <반짝반짝 빛나는>의 뒷이야기라 흥미롭게 읽었다. 등장인물들이 잘 지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났다. 남편을 배신한 곤의 나무를 정성껏 키우는 쇼코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걸 보니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잘 이겨내고 살 것 같다. <반짝반짝 빛나는>을 읽은 지 오래 됐는데 내용이 생각나는 걸 보면 인물들이 특이하긴 했나 보다. 에쿠니 가오리가 쓴 소설 속 인물들은 평범하지 않기에 더 기억에 남는 게 아닌가 싶다. 치나미의 동생 우라베가 한 말이 기억난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혼란스러운 거란다. 어느 때건 말이다. 조금은 동의한다.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때가 많으니까.


사랑에 빠지는 일만 해도 그렇다. 생각지도 않은 사람과 만나게 되고 어느새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결혼했다가 이혼하기도 하고 이혼했다가 다시 만나기도 하고, 결혼했지만 애인을 여러 명 두기도 하고, 죽도록 사랑하지만 결혼만은 하지 않기도 하고. 에코니 가오리가 이십 대에 쓴 글을 여러 편 보면서 솔직하다 싶었다. 저자의 소설에는 현실이 묻어 있다.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럴 수도 있구나, 사랑의 모양이 참 다양하구나 생각했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사랑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 모험하는 걸 싫어해서 잔잔히 흐르는 일상에 만족하지만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이 나오는 책을 읽는 시간은 좋다. 그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으며 그런 삶을 상상해 볼 수 있으니. 언제든 손만 뻗으면 다양한 성격의 주인공을 만날 수 있으니 어찌 아니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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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 축 당첨! 여름휴가 팡 그래픽노블
필립 베히터 지음, 김영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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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바다가 아름답습니다. 드넓은 바다에서 기분 좋은 얼굴로 물에 뛰어드는 소년이 있네요. 바로 토니랍니다. 이 책은 토니의 여름휴가 이야기예요. 하마터면 여름휴가를 가지 못할 뻔했지만 운 좋게 잡지 여행 경품에 당첨돼 바라마지않은 휴가를 떠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내용이 전개됩니다. 토니는 바라는 게 있다면 그것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소년입니다. 실행력이 대단하죠. 엄마가 예산 문제로 여름휴가를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나서 잡지란 잡지는 다 뒤져 경품에 응모하는 거 보세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가만히 있는다면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요.


신나서 떠난 여행길은 어땠을까요. 기대와는 달리 마냥 즐겁지는 않습니다. 머물게 된 소나무숲 호텔은 토니 가족과는 너무나 맞지 않았거든요. 심하게 격식을 차리는 곳이라서 공도 제대로 찰 수 없다니 어쩌겠어요. 호텔을 떠날 수밖에. 하지만 때로는 계획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아도 더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요. 토니처럼요. 근처에 있는 엄마 친구의 집으로 행선지를 변경하면서 진짜 휴가가 시작되거든요. 바다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너무나 멋집니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이곳저곳을 누비고 수영도 실컷 하고 밤하늘을 바라보며 엄마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요. 즐거운 시간은 늘 그렇듯이 쏜살같이 흘러갑니다. 토니는 다음 해 여름에 무엇을 할까요. 어디에서건 그 시간을 최대한으로 누릴 거라는 건 알겠네요. 토니의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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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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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가 개정된다는 소식에 어떻게 느낌이 달라질지 궁금했다. 개정판 문체가 매끄러워 한결 읽기 편해졌다.

▪️일제강점기에 거친 삶을 헤쳐 나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본으로 가게 된 선자의 가족을 중심으로 재일조선인들의 생활이 실감나게 펼쳐진다. 역사가 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길을 찾아 더할 나위 없이 열심히 산 평범한 이들의 삶에 마음이 뜨거워진다.

남편과 아들에게 기대살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여성들이 일본인에게 멸시당하면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애면글면 사는 모습이 애달프다. 이민자로 살아가기란 상상보다 힘든 일이었겠구나. 더욱이 피지배민의 입장이니 말해 무엇할까. 힘든 상황에서 희망을 놓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부모가 아끼고 사랑한 선자,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선자를 감싸 안은 이삭, 선자를 잊지 못하고 도움을 주는 한수 모두 매력적인 인물이라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이들이 무슨 선택을 했든 그 중심엔 사랑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가족과 소중한 이들을 지킬 수 있었던 힘, 고단하기 이를 데 없는 길을 묵묵히 걸을 수 있었던 힘은 결국 사랑에서 나온 것이니. 2권에서는 선자와 아들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텐데 선자가 더 힘들어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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