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조각 모든요일그림책 4
박찬미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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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바다가 표지를 꽉 채웠습니다.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아이들은 물속에서, 또 모래사장에서 즐겁게 노는 평화로운 그림입니다. 여름이 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바다를 보니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산도 있고 호수도 있는데 왜 여름이라는 말만 들으면 바다가 생각나는 걸까요. 아마도 어릴 때 바다에서 놀던 기억이 가장 선명하게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 친구 가족들과 놀러 가곤 했던 바다는 끝없이 넓었습니다. 어른 둘이서 꼭 잡은 큰 튜브에 아이 몇 명이 매달려 둥둥 떠서는 꺅꺅 소리 지르기도 하고 모래밭에 앉아서 두꺼비집 놀이도 하고 누가 큰 그림을 그리나 내기도 했지요. 모래에 발이 빠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잡기 놀이도 했습니다.


신나게 며칠 놀다 집에 오면 온몸이 새까매져서 거울을 보고 웃곤 했지요. 너무 심하게 타서 등이 벗겨지면 얼마나 쓰라렸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매년 얼마나 여름방학을 기다렸는지요. 어린 우리는 바닷가에서 주워온 소라며 조개껍데기며 반들반들 닳은 유리조각, 손에 꼭 맞는 조약돌 같은 걸 보면서 다음 해를 기대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때가 그리운 걸 보면 정말 재미있게 보낸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이겠지요. 그림책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그림에 푹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여름 냄새를 맡고 어린 날의 기억을 되살리는 내용이 얼마나 좋았는지요. 물기 어린 여름 냄새, 그 속에서 살아나는 옛 기억 덕에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돌아갈 수 없어 더 소중한 그때의 여름과 바다, 어린 우리의 모습이 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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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 신진 작가 9인의 SF 단편 앤솔러지 네오픽션 ON시리즈 1
신조하 외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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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휴머노이드, 인공 뇌, 인공 자궁, 정신 이식 기술 등을 소재로 한 단편들이 실려 있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라 그런지 신선한 SF 단편집이다. 무뇌아로 태어나 인공 뇌를 이식받은 변호사 이야기와 도덕 단말기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해야 하는 사회 이야기가 인상깊다. 인공지능 판사가 판결을 하고, 집집마다 반려 휴머노이드를 들이고, 감정을 사고 팔고, 죽음을 맞이할 때 다른 곳에 정신을 옮기는 내용을 보고 있자니 이 중에서 일부는 언젠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 기술을 보면 무엇이든 가능해 보이므로. 몸에 이식한 칩을 통해 국민을 통제하는 내용은 실현 가능성이 가장 커 보여 소름이 끼친다.


과학 기술이 끊임없이 발달할수록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미래를 그린 소설을 보면 분위기가 대부분 어둡다. 기술은 끝없이 발전하지만 윤리적인 문제를 간과한 인류는 모든 걸 잃고 원시상태와 다름없는 공간에서 다시 시작하거나 기술에 잠식돼 인간성을 잃고 살아가거나 특정 기술을 독식한 최상위 계층만 빼고는 비참하게 사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 경우든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과학 기술과 윤리 문제는 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상기시키는 여러 작품들은 경고를 하는 듯하다. 어디까지 선을 지킬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 손으로 디스토피아를 부르게 될 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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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갈증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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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무슨 이야기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잊을 수 없는 사람, 윤조를 우연히 만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화를 하고 윤조의 할머니 댁에 가서 추억을 더듬다 끝나는데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도무지 알 수 없기도 했고 분위기가 어딘지 몽롱해 제대로 읽고 있는 게 맞나 두어 번 읽어보기까지 했다. 뒤에 실린 단편으로 넘어가면서 앞 편과 이어지는 내용이라는 걸 파악했고 윤조가 주인공이 쓴 소설 속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이 만든 인물과 함께 할 때는 현실을 잊는 주인공.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커서였을까. 자신과 비슷한 가족을 못 견뎌하는 모습에서는 차마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마음을 읽었다.


<녹색 갈증>에는 소설과 에세이가 함께 실려 있는데 에세이도 어쩐지 소설 같다. 기승전결이 확실하지 않아 모호한 느낌이 드는 소설과 에세이가 취향에 맞지는 않았지만 '녹색 갈증'이라는 단어가 본래의 의미에서 어떻게 확장되어 쓰였는지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해설에 나와 있듯 에드워드 윌슨에 의해 정의된 녹색 갈증은 다른 형태의 생명체와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인데 이는 자연과 생명체에 이끌리는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내는 단어인 듯하다.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픈 욕망은 자꾸 상상 속 인물을 불러내고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을 느끼는 등장인물들이 산으로 또 산으로 향하는 모습은 어쩐지 기이하기도 하다.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게 될 때 어딘가로 가야 한다면 어디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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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런 킹덤 7 : 영웅의 관문 하편 - 오리지널 레벨업 코믹북 쿠키런 킹덤 7
김강현 지음, 김기수 그림 / 서울문화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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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쿠키와 친구들이 다양한 곳에서 모험하는 시리즈, 쿠키런 킹덤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영웅의 관문' 하편인데 상편을 읽고 오매불망 기다리던 어린이들이 얼마나 반길지 상상이 되네요. 저희 아이도 펄쩍 뛰며 반겼거든요. 아이가 다 읽고 겨우 제 차례가 돌아와 재밌게 읽었습니다.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케이크 몬스터, 케이크베로스가 깨어나 용감한 쿠키 일행이 깜짝 놀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뒤이어 감초맛 쿠키가 벨벳케이크맛 쿠키를 깨우죠. 지옥의 마계 군단장으로 활약했다는 말을 들은 용감한 쿠키는 자신이 아는 벨벳케이크맛 쿠키를 떠올리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신의 친구가 몬스터 군단을 이끈 군단장이라니요. 그런데 시간 정지 마법에서 풀려난 벨벳케이크맛 쿠키의 행동이 어딘지 이상합니다. 반가워서 뛰어오는 용감한 쿠키를 공격하거든요.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용감한 쿠키를 납치한 벨벳케이크맛 쿠키 일행이 어디론가 사라지자 쿠키 친구들은 연금술사맛 쿠키의 도움을 받아 소울잼을 찾기로 합니다. 고대 왕국들을 지탱해 주던 소울잼은 엄청난 에너지와 마력의 집합체라고 하지요. 이 전설의 보석을 얻는다면 용감한 쿠키를 구출할 수 있으리라 믿는 친구들, 무사히 소울잼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요? 용감한 쿠키가 케이크 몬스터 군단을 전멸시켰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요? 이번 편도 역시나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어요. 대단한 전투 능력을 보이는 벨벳케이크맛 쿠키는 참 멋있고 성소지기인 백설탕 가디언 골렘은 어수룩한데 어쩐지 귀엽습니다. 책 뒤편에는 퀴즈와 킹덤 일보가 실려 있어요.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드는 구성인 것 같아요. 다음 편은 언제 또 나올까요. 아이와 함께 기다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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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구 : 흙의 장벽 1~2 - 전2권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마리즈 콩데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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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도 풍요로운 시절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저 빈곤과 질병의 대명사에 불과하다. 이 대륙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을까. 저자가 상세히 그려낸 세구 왕국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 현재 상황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8세기 후반, 정복전쟁으로 부를 이룩한 세구 왕국은 새로 유입된 종교, 문명화를 구실 삼아 침투하는 유럽 각국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다. 이는 트레오라 가문의 몰락과 겹쳐지며 아프리카의 혼란스러운 세태를 섬세히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트레오라 가문의 네 아들은 비극에 등떠밀려 뿔뿔이 흩어지고야 만다. 귀족으로 태어나 밑바닥을 경험하는 아들들의 고난과 가부장제 아래에서 비참하게 생활하는 여성들의 삶을 안타까워하면서 책장을 넘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이다.

토착신앙과 이슬람교의 대립, 노예 무역, 민족 사이의 분쟁 등 아프리카 대륙을 무참히 갈라지게 만든 다양한 요소들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떠오르게 한다. 자신의 종교만이 옳다고 외치는 이들, 피부색과 성별로 차별하는 이들, 계급을 나누어 지배자의 위치에 서고자 하는 이들은 어쩐지 줄어들지가 않는다. 남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우월함을 느낀들 본성은 변하지도 않는 것을. 인간의 오만과 이기심의 끝에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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