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휴머노이드, 인공 뇌, 인공 자궁, 정신 이식 기술 등을 소재로 한 단편들이 실려 있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이라 그런지 신선한 SF 단편집이다. 무뇌아로 태어나 인공 뇌를 이식받은 변호사 이야기와 도덕 단말기를 주기적으로 업데이트 해야 하는 사회 이야기가 인상깊다. 인공지능 판사가 판결을 하고, 집집마다 반려 휴머노이드를 들이고, 감정을 사고 팔고, 죽음을 맞이할 때 다른 곳에 정신을 옮기는 내용을 보고 있자니 이 중에서 일부는 언젠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 기술을 보면 무엇이든 가능해 보이므로. 몸에 이식한 칩을 통해 국민을 통제하는 내용은 실현 가능성이 가장 커 보여 소름이 끼친다.과학 기술이 끊임없이 발달할수록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미래를 그린 소설을 보면 분위기가 대부분 어둡다. 기술은 끝없이 발전하지만 윤리적인 문제를 간과한 인류는 모든 걸 잃고 원시상태와 다름없는 공간에서 다시 시작하거나 기술에 잠식돼 인간성을 잃고 살아가거나 특정 기술을 독식한 최상위 계층만 빼고는 비참하게 사는 모습을 보인다. 어느 경우든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상황이다. 과학 기술과 윤리 문제는 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상기시키는 여러 작품들은 경고를 하는 듯하다. 어디까지 선을 지킬지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 손으로 디스토피아를 부르게 될 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