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갈증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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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무슨 이야기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잊을 수 없는 사람, 윤조를 우연히 만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화를 하고 윤조의 할머니 댁에 가서 추억을 더듬다 끝나는데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도무지 알 수 없기도 했고 분위기가 어딘지 몽롱해 제대로 읽고 있는 게 맞나 두어 번 읽어보기까지 했다. 뒤에 실린 단편으로 넘어가면서 앞 편과 이어지는 내용이라는 걸 파악했고 윤조가 주인공이 쓴 소설 속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자신이 만든 인물과 함께 할 때는 현실을 잊는 주인공.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커서였을까. 자신과 비슷한 가족을 못 견뎌하는 모습에서는 차마 자신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는 마음을 읽었다.


<녹색 갈증>에는 소설과 에세이가 함께 실려 있는데 에세이도 어쩐지 소설 같다. 기승전결이 확실하지 않아 모호한 느낌이 드는 소설과 에세이가 취향에 맞지는 않았지만 '녹색 갈증'이라는 단어가 본래의 의미에서 어떻게 확장되어 쓰였는지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해설에 나와 있듯 에드워드 윌슨에 의해 정의된 녹색 갈증은 다른 형태의 생명체와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인데 이는 자연과 생명체에 이끌리는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내는 단어인 듯하다. 모자란 부분을 채우고픈 욕망은 자꾸 상상 속 인물을 불러내고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을 느끼는 등장인물들이 산으로 또 산으로 향하는 모습은 어쩐지 기이하기도 하다. 타는 듯한 갈증을 느끼게 될 때 어딘가로 가야 한다면 어디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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