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


아주 오랫만에 이 노래를 다시 들어봤다. 공장형으로 양산되는 요즘의 아이돌 가수에 비하면 확실히 technical한 부분에서는 조금 아마츄어 같이 들리는 이장우의 목소리.  이 노래를 정말 많이 듣고 내 이야기처럼 가슴 먹먹해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태어난 아이들은 지금 대학생이 되어 있을만큼 오래전 노래.  갑자기 듣고 싶어져서 전화기에 다운을 받아서 구름이 잔뜩 낀 토요일 아침, 늘 가는 그곳에 나와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구석자리에 앉아 이어폰 덕분에 바로 옆의 세상과 완전한 단절을 느끼면서.  


노래와는 전혀 다르지만, 1990년 5월 언젠가, 학교가던 버스에서 처음 본 그 애가 생각난다.  말 한마디 못 걸어보고, 1년 넘게 편지만 써대던 내 풋풋함도 약간은 부끄럽지만 함께.  91년 늦가을, 11월 언제였을까.  처음으로 만나 30분 정도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 받은 건, 지금도 그 장면 그대로 그때의 느낌까지 대화 하나하나 머릿속에 남아 있다.  혹시라도 늙어서 치매라도 온다면, 다른 기억은 몰라도, 그때의 기억 하나만은 남았으면 한다.   



아~ 외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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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11-20 0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했던 곡이네요.
이 새벽, 이 곡 덕분에 잊었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네요

yureka01 2016-11-20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아져씨 되어 보니 연애감정의 씨가 말랐습니다.ㄷㄷㄷㄷ

cyrus 2016-11-20 12:32   좋아요 1 | URL
마님께서 아시면 섭섭하게 느낄 겁니다. ^^

다락방 2016-11-21 08: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이 노래 좋죠. 제 남동생과 저도 이 노래 엄청 좋아했는데요. 이 앨범에 그 곡도 있지 않았나요? [어디선가 나의 노랠 듣고 있을 너에게] .. 그것도 같이 좋아했던 기억이 나서요. 저도 퇴근길에 들어봐야겠어요. 지금은 사무실..이것이 현실.....

transient-guest 2016-11-22 00:4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어디선가...]도 들어있어요. 윤종신과 함께 당시 이장우는 015B발라드 투톱이었죠.ㅎㅎ 저도 아침, 현실입니다.ㅎㅎ
 

아저씨라서 좋은 점이란 것이 있을까?  경제적인 안정이나 자유 같은 물질적인 것 외에 무엇이 있을까 한참 생각을 했다.  결론적으로 딱 하나 있는데, 그건 이미 경험도 많이 했고, 살만큼 살았기에 대다수의 일에서 포기가 빠르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지 오래 신경을 쓰거나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딱 안되는 것을 알면 많이 노력하지 않더라도 바로 마음이 정리되고 가라앉는데, 몇 번 경험하고 나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나머지는 모든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40대 같기도 하다.  


그냥 요즘 드는 생각.  40대의 연애라는 소리도 하고, 지금부터 시작이라고도 하고, 가장 좋은 한 시절이라고도 하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도 있지만, 대체로 그냥 많은 것들에 심드렁해지는 시기인 듯. 다만, 마음의 조절이 비교적 잘 되는 것은 예전, 가슴앓이를 많이 해본 경험에 비춰보면, 무척 편리하게 느낀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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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9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20 0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1-19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장 좋은 시절은 아닌 것 같은데요...?ㅎㅎ
우리나라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이대가 40대와 50대라지 않습니까?
바로 이때부터 조심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포기가 빠르다는 건 한편 서글프긴 하지만 건강에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은 나이를 안 먹는다는 점에서 연애는 어느 나이대나 가능한 것 같습니다.
불륜 말고 로맨스로.ㅋ

transient-guest 2016-11-20 02:08   좋아요 1 | URL
4-50대의 사망률은 워낙 살기 팍팍하고 건강관리를 못하니까요. 그런 부분은 빼고, 적절히 세상도 알고, 아주 늙기 전이고, 거기에 경제적으로 좀 괜찮다면 그리 나쁘지 않다고 위로하는 나이가 아닌가 싶어요.ㅎㅎ

40대의 연애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너무 잘 아니까. 다만 조금 더 깊은 연애면서도 친구같은 그런 것이 가능한 나이라고 생각해요. 불륜과 로맨스의 경계는 조금 모호합니다만...확실히 외로워지기 시작하는 것이 남자의 40대가 아닌가 싶어요.

몬스터 2016-11-27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0대의 연애는 20대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guessing 해 봅니다. 육체적 / 정신적인 면 모두에서요. 연애를 하면서 중요시 하는 것들도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아저씨라서 좋은 점은 매너가 좋아진다는 점이요. 물론 똥 매너를 가진 아저씨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꽤 괜찮은 매너를 갖추기 시작하는 듯해요.

많은 것들에 심드렁해진다는 것에 공감이 가요. 감동을 느끼는 횟수도 정도도 많이 줄어들고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바싹 말라버리기 전에 우리 관리를 잘해요. ㅎㅎ ( 물론 지금도 잘 하고 계시겠지만 ㅎㅎ) 저는 피아노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ㅎㅎㅎ

transient-guest 2016-11-29 01:47   좋아요 0 | URL
일단 40대는 포기랄까, 정리랄까, 이런 것들이 빠릅니다. 아니면 아닌 것이지, 오래 붙잡고 있지 못해요. 너무 잘 알고, 또 자기애도 좀더 많고...경험에서 나오는 매너나 자연스런 능숙함은 plus인데, 개저씨도 많아요.ㅎㅎ

책도 무엇도 주기적으로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관리를 잘 해야하는데, 쉽지는 않아요. 피아노 다시 시작하신 건 아주 좋습니다.ㅎ 전 그저 듣는 것으로 만족...

내년엔 꼭 무술 한 가지를 시작하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ㅎ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두 권이 출간되기를 계속 기다리고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와 "죽음은 두렵지 않다"라는 두 권이다.  예정대로였으면 벌써 내 손에 들어왔을 책인데, 아직까지 출간이 미뤄지고 있다.  애초에 그러려고 했으면 출간날짜를 잡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빨리 이 두 권의 책을 출간해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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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사회인 2016-11-17 1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transient-guest 님, 안녕하세요?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는 12월 출간 예정으로 작업중에 있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cyrus 2016-11-17 11:2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제가 해당 기사의 사소한 내용만 가지고 추측해서 단정짓고 말았습니다. 사실 확인을 하지 않은 내용을 전달한 제 행동에 깊이 반성하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transient-guest 2016-11-18 01:44   좋아요 0 | URL
직접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치바나 다카시의 다른 책들도 계속 나왔으면 합니다.
 

1. 소세키 전집을 계속 읽어나가고 있다.  흔히 전기 3부작으로 알려져 있는 [산시로], [그후], [문]까지 다 읽고 [춘분 지나고까지]를 보고 있다.  후기를 남겨야 하는데 요즘 바쁘기도 하고 마음이 번잡하여 서재에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2. 3월부터 나를 비롯하여 많은 한국사람들을 괴롭히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내년까지 넘어가면서 추이를 지켜볼 듯.  그 와중에 또 다른 방향으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일이 만들어지고 있다.  


3. 워크룸프레스의 책을 모으고 있다.  '제안들'은 2015년 12월 이후로는 나오지 않고 있는데, 이 시리즈는 원래 30권으로 기획한 것으로 안다.  이 밖에도 소소한 워크룸프레스의 책을 사들였다.  다 갖출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책 대부분이 손에 쏙 들어오는 가벼운 문고본인데, 디자인도 그렇고 주제도 나에겐 생소한 것들이 많아서 더욱 맘에 든다.  


4. 앞서 얘기한 소세키 전집은 11월이면 충분히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읽고 있는 [춘분 지나고까지]가 10권이고, 시리즈는 [명암]에서 14권으로 끝나니까, 다섯 권 정도만 더 읽으면 된다.  그런데,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태풍]과 [풀베개]를 다시 읽어볼까도 고민 중. 


5. 시마다 소지의 작품 여섯 권이 오늘 도착했다.  이들도 운동하면서 조금씩이라도 읽거나 주말에 커피를 마시면서 서점카페에 앉아서 읽어나갈 생각이다.  이번에 온 여섯 권으로 절판되었거나 다른 이유로 구할 수 없는 것들을 제외하고는 한국어로 번역된 시마다 소지의 모든 작품을 읽게 된다.  역시 나에겐 덕후의 기질이 있는 듯.  


6. [우리, 독립책방]이란 책을 샀는데, 책이라기 보단 잡기 같아서 조금은 실망스럽다.  좋은 내용으로 술술 읽히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7. 소세키를 다 읽으면 카잔차키스 - 이것도 전집에서 절판된 [성자 프란체스코 1]을 빼고는 다 구했다 - 를 도전할까 생각도 하는데, 카잔차키스는 쉽게 읽어지는 작가가 아니고 내용도 무척 high density라서 역시 고민하고 있다.  아니면 [마의 산]을 세 번째로 도전해야 할지...


아직 반나절은 더 일해야 하고, 내일은 벤쳐기업 세미나에 나름 내 전문분야 패널로 초대(?)를 받아서 저녁일정이 있어 이에 대한 준비도 해야하는 등 바쁜 편이다.  남은 2016년은 이렇게 오래 hold한 케이스들 밀어내고, 2017년을 위한 씨를 뿌리면서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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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2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크룸프레스의 사드 전집을 모으고 싶은데, 1권 출간 이후로 소식이 뜸해요.. ^^;;

transient-guest 2016-11-03 01:17   좋아요 0 | URL
출판사의 사정이 있겠지만, 처음에 예정한 바에 따라 시리즈를 이어주었으면 합니다. 독자와의 약속이기도 한데, 요즘은 워낙 불황이라서 그런지 이런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도 아직 기다리고 있어요...
 

주말에 SF에 업무차 출장온 친구를 만나 잠깐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요일의 오후로 들어서고 있다.  일은 적절히 페이스를 다시 되찾아 하나씩 마무리하고 있다.  11월까지만 이렇게 바쁘게 보내면 그럭저럭 연말의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될 듯.  지금 한국측에서의 일진행이 많이 막혀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아마 대선이 힐러리의 승리로 끝나면 조금씩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 근래들어 맘이 먹먹할 때가 있어, 이런 저런 노래를 찾아 한 개씩 구매해서 아이폰에 다운받아 듣는다.  한껏 웅심을 불러일으킬 신나는 노래도 있고, 애절한 발라드도 있고, 평균 $1정도 하는데 이것도 하다보니 이틀 사이에 벌써 7곡을 샀다.  은근히 중독성도 있는데, 무엇보다 어떤 마음이 드는 시점에 교묘하게 파고들어, 구매를 부추기는 점이 그 편리함만큼이나 신기하다.


지금와서 잠깐 로스쿨시절을 돌아오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이루어가고 있는 것 같다. 큰 부자는 모르겠지만, 잘 벌고, 일은 조금 적게 하고, 건강히, 내 눈안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챙길 수 있는 수준의, 그런 규모의 벌이를 꿈꿨었는데, 문득 생각하니, 어느 정도 그 길에 들어서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조금만 더 자리를 잡으면 지금, 내 한 몸, 한 unit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고, 거기까지 가는 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려들게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외엔 달리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요즘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다.  이런 생각은 가끔씩 이유없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우연한 계기로 인해 구체화되기도 한다.  사춘기없이 십대를 넘겼다고 주위의 어른들이 말하는데, 어쩌면 늦게 사춘기가 오려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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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10-20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사람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대로 결국은 살게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자신이 생각하는 모습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그와 비슷해지는거죠. 사람은 자기가 살고싶은대로 순간순간의 선택을 하니까요. 그래서 결국 최종적으로 내가 선택한 길로 걸어온, 내가 바랐던 모습이 되는거죠.

저는 원대한 목표같은 게 있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살면서 이러이러한 것들을 꼭 이루고 싶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하고 있더라고요. 바라는 모습대로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좋은 글이네요, 덕분에 제가 바랐던 것들도 생각했어요.

transient-guest 2016-10-21 05:48   좋아요 0 | URL
제 상태가 지금 인생에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 공부도 처음에 일도 쉽지 않았으니까요 - 많이 혼란스럽고, 이대로 살아야 하나, 아니면 뭔가 다 바꿔야 하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이런 글이 나오네요. 두고 보면 알겠죠.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