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어느 정도로 좋아하는가?”

 

이 물음은 과거형으로 다시 고쳐 써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지금은 예전에 비해 책을 많이 읽지 못하게 때문이다. 책을 지금보다 예전에 더 많이 좋아했기 때문이다.

 

 

 

 

1. “책을 어느 정도로 좋아했는가?”

 

삼십 대 초반에 책에 미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책만 읽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시간을 아껴 가며 책을 읽었다. 전화가 오면 통화로 시간을 빼앗기는 것도 싫어서 전화를 받지 않고 책만 봤다. 책을 읽는 동안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쭉 봤다. 어떤 날 밤에는 식구들 다 잠자는 시간에 밤 열두 시부터 새벽 네 시까지 책을 보기도 했다. 하루에 한 권을 읽는 신기록을 세워 보기도 했다.

 

 

 

 

 

 

2. “책을 어느 정도로 좋아했는가?”

 

책을 읽으면 돈이 들어오는 직업이 없을까 연구한 적이 있을 정도로 책이 좋았다. 이런 직업과 가장 가까운 게 문학평론가일 것 같았는데 전문성을 높여야 하는 평론의 글을 쓸 자신이 없어 포기했다. 정말 책을 읽음으로써 돈을 벌게 하는 직업이 있다면 멋지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남들이 지루해 할 책이라도 난 읽어 낼 자신이 있었다.

 

 

 

 

 

 

3. “책을 어느 정도로 좋아했는가?”

 

감옥에 갇히게 되어도 내가 읽고 싶어 하는 책만 제공해 준다면 감옥에서 몇 년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책이 좋았다.

 

 

 

 

 

 

4. “책을 어느 정도로 좋아했는가?”
 
오래전 이런 일이 있었다. 책을 여러 시간 꼼짝 않고 앉아 읽다가 일어서려는데 몸이 아팠다. 몸이 제대로 펴지지 않았고 앉아 있던 자세 그대로 몸이 굳어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큰일났다 싶어 물리치료를 받으려고 병원에 가려는데 택시 안에 내 몸을 넣을 수가 없었다. 몸이 자유자재로 움직여지지 않아서였다. 다행히 물리치료를 며칠 받고 나서 나았다. 하지만 장시간 고정된 자세로 책을 보는 일이 반복되면서 목 디스크와 허리 디스크가 생겼다.(이땐 컴퓨터가 가정에 보급되기 전이었으니 컴퓨터 사용 때문에 디스크가 생긴 게 아니라고 본다.)

 

 

 

 

 

 

5. “요즘은 책을 어느 정도로 좋아하는가?”

 

요즘은 그때에 비해 책을 붙들고 있는 시간이 현저히 줄었다. 바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어 체력이 달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젠 젊지 않기 때문일까. 책을 많이 보고 나면 그 다음날은 생활하기 힘든 몸이 되었다. 두세 시간 정도 책을 읽고 나면 무리하여 병이 날까 봐 ‘오늘은 여기까지.’ 이러면서 책을 덮곤 한다. 그래도 구입하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게 행복하고, 언제든 연필로 밑줄을 그어 놓고 싶은 책이 쌓여 있다는 게 행복하다.

 

 

 

 

 

 

6. “앞으로 책을 어느 정도로 좋아할 것 같은가?”

 

앞일은 알 수 있는 게 아니지만,
지금껏 책만큼 재밌는 걸 찾지 못했으므로
앞으로도 찾지 못할 것 같으므로
나의 책 사랑은 영원하리라고 생각한다.

 

 

 

 

 

손때가 묻은 사랑스런 책들. 뒤죽박죽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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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2-27 13: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처분 했던 책들이네요

페크pek0501 2017-02-27 14:50   좋아요 2 | URL
아 그렇습니까?
저는 버리지 못할 것 같아요. 그 당시엔 어떤 글에 밑줄을 그었는지, 내가 뭐라고
코멘트 해 놨는지 궁금해서 펼쳐보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고맙습니다.

마립간 2017-02-27 13: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 책을 어떻게 좋아하는가? 읽는 것보다 소장하는 것으로, 문화적 허영심 때문에.

# 요즘은 책을 어느 정도 좋아하는가? 젊지 않아서 호기심이 줄었다.줄었음에도 내 주위에선 내가 최강.

호기심에 답을 해 줄 다른 무엇인가가 있었다면, 저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페크pek0501 2017-02-27 14:53   좋아요 1 | URL
1. 소장하는 재미도 크지요. 그래서 저는 요즘 독서광이 아니고 책광이라고 말하기도 해요.

2. 저도 제 주위에선 제가 독서로 최강이에요.

3. 호기심 때문에 자꾸 책을 사게 됩니다. 읽지 않은 책이 많이 쌓여 있는데도...

님의 댓글 세 가지에 전부 공감하는 바입니다.

고맙습니다.

yureka01 2017-02-27 14: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뭐든 과유불급입니다..가끔은 산바람도 맞으시고,,건강해야 좋아하는 책 더 볼 수 있거든요..책도 체력이죠^^..

고양이라디오 2017-02-27 14:32   좋아요 1 | URL
동감합니다. 책도 체력, 머든지 체력입니다ㅠㅋ 체력을 키워야 되는데 체력을 키울 시간도 책보는 시간이 줄어드는 거 같아 아깝습니다ㅠㅋㅋ

페크pek0501 2017-02-27 14:54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운동을 위해 무용을 배우고 있답니다. 운동 없이 살다간
오래 못 살 것 같아서요. 자꾸 몸을 움직여야 병이 생기지 않아 책도 오래 보며
살 수 있어요.
댓글, 고맙습니다. ^^

페크pek0501 2017-02-27 15:06   좋아요 0 | URL
유레카 님.
과유불급. 기억해 놓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17-02-27 14: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우 공감가는 페이퍼네요. 저도 책 좋아합니다. 주변에 저만큼 책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합니다ㅠㅋ

마립간 2017-02-27 14:37   좋아요 3 | URL
안녕하세요. 고양이라디오 님. (처음 인사를 나누나요?)

제 주변에 저만큼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면, 저는 알라딘 서재 활동을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알라딘 서재에서는 숟가락을 얹는 정도^^입니다.

페크pek0501 2017-02-27 14:56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 님.
주변에 저도 저만큼 책 좋아하는 사람이 없네요. 그런 친구가 있다면 좋을 텐데 지방에 멀리 사는 친구만 있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17-02-27 14:58   좋아요 0 | URL
마립간 님.
저도 알라딘에서는 숟가락을 얹는 정도입니다.
책 많이 읽는 독서광들, 책 많이 사는 책광들이 알라디너 중 얼마나 많은지 저는 명함도 못 내밀어요. ㅋ

아침에혹은저녁에☔ 2017-02-27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장이 넘치고 이제는 두번 읽지 않을 책은 처분하기로 맘먹고 아쉽지만 깨끗이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페크pek0501 2017-02-27 15:00   좋아요 2 | URL
그게 지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사할 때 많이 버렸고 그 다음에 버리지 못하고 있어요. 책을 꽂을 공간이 부족한데도.... 자식을 버릴 수 없음이야, 그러고 있어요. 지혜롭지 않은 걸 알면서도... 흠흠...

아무개 2017-02-27 15: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정말 좋은것인지
책 이외에 좋아할만한것을
못찾은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페크pek0501 2017-02-27 22:02   좋아요 0 | URL
아무개 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저도 책 말고 더 재밌는 게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책처럼 긴 시간 동안 재밌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싫증이 날 것 같거든요.
등산이나 테니스처럼 강한 체력이 요구되는 건 나이가 들면 못할 것 같고...
그래도 독서가 집에서 편하게 만만하게 할 수 있는 취미 생활 같아요.

반가웠습니다. 고맙습니다.

cyrus 2017-02-27 17: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몇 군데를 빼고는 대구시 공공도서관에 책을 열 권 이상 빌려봤습니다. 제가 원하는 책이 동네 도서관에 없으면 거리가 멀더라도 다른 도서관에 가서 꼭 빌립니다. 책을 엄청 좋아하지 않으면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

페크pek0501 2017-02-27 22:05   좋아요 0 | URL
그러하겠군요. 보통의 열정 같고는 그렇게 할 수 없지요.
저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본 적 있는데 날짜에 맞춰 갖다 줘야 한다는 게
편하지 않더군요. 도서관 이용은 정말 책에 대한 열정과 부지런함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그래도 도서관에 가면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해서 책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3월이 되면 한 번 저도 들러 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성에 2017-02-28 0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욕심 하면 저도 못지 않아요. 시집 갈 때도 책 보따리, 이민 길에도 책 몇 박스, 지금도 서가를
보면
흐믓하지요. 하지만 시력이 달리니 이젠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되네요.

젊은이들 ,시력 좋을 때 많이 읽어 두시라고 권고하고 싶어요.

#2에 관하여-- 나도 책과 연관하여 비지니스를 생각한 적이 있어요.
<헌책방>을 하고 싶었어요
하루종일 책 속에 묻혀 읽고 냄새맞고 또 돈도 벌면 좋고,ㅎㅎ
그리고 동호인 친구도 만들고 등등

지금 한국서도 중고서점이 꽤 되는 것 같던데,
나쁘지 않았던 생각이었지요.

2017-02-28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1 0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4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AgalmA 2017-03-04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질문이라기보다 신조같은 인상적인 화법입니다^^b

페크pek0501 2017-03-04 13:15   좋아요 1 | URL
제 서재에 들어올 때면,
낯간지럽게 쓴 페이퍼 같아서 이런 글을 뻔뻔하게 어떻게 올렸지?, 하면서도
그런 뻔뻔함이 없다면 나는 한 줄의 글도 서재에 못 올리고 말거야, 하면서
버티고 있는 참이에요.

미쳐야 글을 올릴 수 있음, 이에요. ㅋ

2017-03-04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5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6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7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7-03-05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책을 굉장히 사랑하시는군요.
새로오신 관장님이 책을 1년에 백권 읽는다 하시더라구요. 금요일마다 회의하는데 책 내용에 대해 말씀해주셔요. 어찌나 안 겹치는지.....제 독서력에 회의가 올 정도입니다. 사서로서 반성중입니다.
요즘 한달에 2권 읽기도 바쁘거든요.

페크pek0501 2017-03-05 15:28   좋아요 0 | URL
까르르~~ 어찌나 안 겹치는지, 에 빵~터집니다. 사실 저도 그래요. 누가 책 얘기를 하면 어찌나 안 겹치는지... 제가 많이 읽지 못해서인 것도 있지만 아마도 제가 베스트셀러를 피해서 읽는 모양이에요. 게다가 요즘은 편식까지 해요.

저도 그러한데... ㅋㅋ 한 달에 두 권 읽는 것도 얼마나 바쁜데요. 방심하고 지내면 그것도 어려운 걸요. 그런데 어떤 책은 잡자마자 이삼일만에 다 읽는 책도 있어서 그나마 독서 평균 점수를 올려 놓지요.

동지를 만나 반가웠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