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온 곳은 층층시하다.
부서가 좀더 큰 기관으로 이관되고 보니 윗분도 더 늘어나고 관리감독자도 많아졌다.
그래도 일만 잘 한다면야, 무탈한 나날들이 이어지리라고 방심했다.
과거, 워낙 거하게 찍혔던 전력이 있는지라, 어차피 총대만 메지 않으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분위기는 예서도 여전 할 것이고 나는 정말이지 내 일에 너무나 자신만만했던 거였다.
그러나 세상 일이라는게 어디 그리 간단명료한게 흔하단 말인가, 단순한건 나만이었던거다.
사고는 의외의 곳에서 터졌고, 현재 내 업무가 아니어서 연락조차 받지 못한 사고가 경위조사과정에서 윗분께 업무설명을 도와달라는 부탁을 예사로 듣고 설명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그 사고의 주무 담당 관리자로 내가 보고되어 있었다.
머리검은 짐승은 키우는게 아니라더니, 머리 검은 짐승은 함부로 믿어서도 아니되는 것인지...
뒷통수를 맞은 사실보다 분했던건, 그런이들에게 내가 뒤통수를 쳐도 될만큼 만만히 보였다는 사실이었다.
속내를 아는 이들은 대부분 혀를 차기도 하고 어차피 간단한 경고차원에서 끝나리라고 하지만, 징계의 내용보다는 사람의 면면을 본것이 이 나이에도 생경한 허탈감을 불러온 것은 내가 아직도 유아적 사고 수준에 머물렀다는 반증일 것이다.
정치적인 처신을 좀 하라던 십년전 선배의 충고가 생각나는 가을,
나는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노회해지는 것일까....
가을은 노란 볏잎위에 날것같은 햇살로 다가오고, 나는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앞에 날것으로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