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의 가게
이서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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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 게 없는 서른일곱의 ‘마은’은 빈곤한 주머니 사정에 맞는 작은 평수, 목이 좋지 못해 참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염려를 부르는 상가에서 카페를 시작한다. 장사가 안 되는 것도 불안한데 그녀에게는 자신을 침범하는 타인, 남성들의 무신경함과 위협이 얹어져 자꾸만 위축되는 상황이 발생된다.

<마은의 가게> 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젠더로서의 여성과 그녀들의 연대랄까. 몇몇의 사람들은 이런 소설을 읽으며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여기는 것 같다.’,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데 역차별이다.’ 등등 일면 맞는 얘기인 듯 하다. 하지만 여성은 여전히 광범위하게 침범당한다. 물리적인 침범도 무수하지만 비물리적 침범은 여전히 일상 곳곳에서 자행된다.

카페 사장 ‘마은’과 여성이기에 승진의 문턱이 높아 욕심조차 버린 ‘보영’, 가게에 꼭 비상벨을 달아 놓으라 걱정해주는 ‘정미’와 ‘솔이’ 각각은 매우 느슨한 관계이지만 연대하는 면모를 보여줄 때가 많다. 다정한 관심은 불안을 녹이고 외로움을 덜어주었다. 책은 단순히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는다. 고질적이기에 더 없이 중요한 이야기라 생각된다.


🔖남자 친구나 오빠, 누구든지 와서 따끔하게 말해야 다음부턴 가게 앞에서 저러지 않을 거라고. 담배뿐 아니라 주차든 뭐든 장사에 방해되는 일이 생길 때마다 가급적 그들을 부르라고 했다. 남자들을. 나는 남자 친구나 오빠가 없다는 말은 구태여 하지 않았다.(p107)

🔖행복하지 않아도 계속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아는 것은 슬픈 일일까 기특한 일일까.(p119)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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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이름 붙이기 - 마음의 혼란을 언어의 질서로 꿰매는 감정 사전
존 케닉 지음, 황유원 옮김 / 윌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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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독서를 하다가 나의 감정을 명료하게 표현한 글을 보며 전율을 느낄 때가 있다. 삶을 살며 복잡미묘한 감정을 경험하지만, 그 감정을 형언하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대충 뭉뚱그려 간단하게 표현하는데 ‘존 케닉’은 이런 불완전한 언어의 빈틈을 메우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겨 <슬픔에 이름 붙이기>를 출간한다.

번역이 불가한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주장은 나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 모호함을 해석하고 이름 붙이기 위해서는 아마 오랜 시간 감정에 머물러 사유해야겠지. 이 작업은 언어로 정립하는 것을 넘어 한 존재를 이해토록 한다. 그래서 소중한 작업이다.

‘솔라, 솔라, 솔라’ 감정 사전을 빌어 마음을 읊어본다. 이 명사는 마치 운율을 지닌 한 편의 시처럼 여울진 한 편의 노랫자락처럼 흥얼거리게 된다. 지난 날의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을 글로서 만나는 기쁨이란. <슬픔에 이름 붙이기>는 감정 사전을 뒤적이다 나의 마음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언어에서는 모든 게 가능하다. 즉 번역 불가능한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의하지 못할 만큼 모호한 슬픔은 없다. 우리는 그저 그 일을 하기만 하면 된다.(p17)

🔖우리는 우리의 삶을 채워나가기 위해 이런 바보 같도 사소한 것들을 필요로 한다. 설령 그것들이 별 의미 없는 것들일지라도 말이다. (중략) 삶이 늘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는 일들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때로 삶은 그냥 삶이다-그리고 그래도 괜찮다.(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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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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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롸잇 나우’

‘이내’가 친구인 ‘나우’를 부르는 말이다.
절친에게 불리우는 이 애칭은 소설을 관통하는 주요 메시지다. ‘나우’는 학창시절 소꿉친구 ‘이내’를 사고로 떠나보내고 친구의 오랜 연인 ‘하제’와 연애를 한다. 절친의 죽음으로 그의 여자친구가 자신의 연인이 된 현재, ‘이내’란 그늘이 ‘나우’를 늘 따라다닌다. 그 둘이 얼마나 서로를 좋아했는지 알기에, 친구가 죽지 않았다면 해피엔딩을 맞이했을 둘의 관계를 고통스럽게 떠올린다. ‘하제’를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나우’는 그녀를 놓을 수도 없다.

어느 날, 검은 고양이를 따라 홀린 듯 들어간 칵테일 바에서 시간 여행을 하게 된 ‘나우’. 친구의 사고를 막으면서 자신의 사랑도 지켜낼 수 있을까? 셰이커로 만들어진 칵테일을 마실 때마다 과거로 돌아가는 ‘나우’는 어떤 선택을 하며,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조마한 마음으로 읽었다.

칵테일 한 잔에 내가 원하는 시점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사실 그런 상상은 수도 없이 많이 해보았다. 언제나 부질 없는 상상으로 끝났지만 말이다. 역시 곧 ‘과거’가 될 지금, ‘현재’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단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독서였다.

🔖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지 않습니까. 결국 손님의 시간도 언제나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있을 뿐입니다.” 희고 긴 손이 천천히 셰이커를 흔들기 시작했다. “현재는 없죠.”(p141)

🔖 마음은 여전히 과거의 상처를 지닌 채, 시선은 늘 미래로 향해 있는, 매일같이 시공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었다.(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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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픽처스
제이슨 르쿨락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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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오소소 소름이 돋는 <히든 픽처스>는 극 전개가 빠르고 기이하여 결말에 도달하기까지 도무지 멈출수가 없다. 빠른 호흡으로 읽었더니 숨이 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공포영화를 무호흡으로 관람하다 끝이 나서야 안도감에 숨을 몰아쉬듯이 말이다.

마약 중독을 치료 중인 ‘멜러리’가 여름 동안 5살 남자아이의 보모로 한 집에 머물게 된다. 아이의 그림에는 기괴하고 기분 나쁜 상상 속 친구 ‘애냐’가 곧잘 등장하는데 어느 날 ‘애냐’가 숲속에서 한 남자에게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그려놓았다. 계속되는 잔인하고 무서운 그림에 ‘멜러리’는 ‘애냐’가 자신에세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이 초자연적인 현상이 진실인지, 아니면 마약 중독이었던 ‘멜러리’의 망상인지, 만약 ‘애냐’란 영혼이 실존한다면 무슨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건지, 온갖 의문과 추측이 난무한채로 내달려 결말을 맞이했다. 퍼즐이 맞춰지던 순간과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에서 온 충격이 나를 일순 사로잡았다.

넷플릭스와 판권 계약을 했다는 소식에 잔뜩 기대감이 몰려온다. 영상으로 구현된 ‘히든 픽처스’는 어떤 느낌일지, 글을 읽으며 경험한 몰입감이 제대로 재현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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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아라 - 법정 스님 미공개 강연록
법정 지음 / 샘터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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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덕망 높은 명사들의 사건 사고 소식이 전해질 때 이중적이고 모순된 행보에 당혹스러워진다. 그런 소식을 몇 번 접하다보면 명사에게도 언행의 불일치가 어느 정도는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알기라도 한 듯 <진짜 나를 찾아라>의 추천서에 ‘법정 스님은 언문일치가 되는 분’이라 표현한다.

법정 스님의 미공개 강연록을 담은 책은 마치 강연 현장에 있듯 빠져들었고 삶의 지혜와 그 깊이에 저연스레 존경심이 들었다. 스님의 말씀에 온통 밑줄을 긋고 별표를 치고 생각까지 적어 넣으니 열혈 수강생이 된 것만 같았다.

삶의 지혜는 깨달음의 과정이 있어야하지만, 그 길을 살짝 맛보거나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깨달음에 이르르는 과정이 좀 더 수월할 것이다. 법정 스님은 참된 어른이자 인생의 스승으로 귀감을 주었고 그의 강연록은 삶이 지치거나 힘들 때, 고민이 있을 때마다 펼쳐보고 싶은 귀한 글이다.

🔖우리가 고독을 체험하는 것은 자기로부터 시작하기 위해서이지 거기 머무르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기 확산이 필요합니다.(p.27)

🔖노을 지는 벤치에 앉아서 과거을 반추할 필요는 없습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불안의 탑을 쌓을 필요도 없습니다. 철학자의 말을 인용해본다면 시간은 관념적 개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흐르고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흐르고 변하는 것은 사물이거나 사람이거나 우리의 마음일 뿐입니다.(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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