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특별한 한 달, 라오스
이윤세 글.사진 / 반디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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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윤세란 이름은 낯설다. 하지만 귀여니라면 다르다. 이미 영화로도 그녀의 소설이 몇 편 만들어졌고, 한때 그녀의 소설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바로 올라가곤 했다. 그녀의 문장을 따라한 수많은 인터넷 소설들이 양산되었고, 인터넷에 그녀에 대한 무수한 안티와 호응 글이 올라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놀랐던 것은 영화 잡지 ‘키노’의 편집장이었던 정성일 씨의 호응이었다. 그 때문에 한 번 읽어볼까 하고 마음먹었지만 역시 비문으로 가득한 글과 취향과 다른 내용 때문에 포기했다. 그러나 아직도 강동원에 대한 자료 화면으로 나오는 <늑대의 유혹> 속 한 장면으로 보여줄 때면 그 장면만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 다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솔직히 거의 한 장면도 생각나지 않지만.

 

귀여니의 라오스 여행기란 소개에 주춤한 것도 사실이다. 혹시 비문으로 가득한 여행기가 되어 나를 혼란으로 이끌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살짝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그녀의 소설을 읽지 않아 문장이 어느 정도 닮아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비교적 잘 읽혔다. 소설가였던 이력 때문인지 몇몇 에피소드에서 그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덕분에 글 전체가 담백한 느낌은 사라졌다. 감상이나 느낌보다 이야기와 대사가 더 많은 글은 가독성을 높여주었지만 라오스에 대한 감상과 현실적인 정보를 더 많이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한 달 동안의 그녀가 선택한 여행을 보여주는 글이니 이 또한 독자들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여행기라고 하지만 사실 사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사진이 중심이 아니고 이야기가 중심에 놓여 있다 보니 관광지 풍경 또한 많이 생략되어 있다. 물론 이런 사진은 인터넷 검색으로 멋진 풍경을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여행자만의 시선으로 본 풍경을 좋은 화질 혹은 큰 화면으로 보여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사진이 너무 작아 얼굴이나 풍경 등이 잘 보이지 않아 더욱 그렇다. 반면에 가끔 들어가 있는 그림 몇 장은 여행 에세이와 맞지 않은 느낌이다. 현실을 보여주기보다는 하이틴 로맨스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러스트를 넣은 것인지 의문이 들지만 그녀의 팬들을 생각하면 음~

 

한 성공한 소설가가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가 불시에 떠난 한 달 간의 여행은 기존에 본 라오스 여행기와 분명히 다른 모습이다. 그때 여행기가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을 두고 배낭여행객의 시선으로 그 도시들을 지나갔다면 이번 여행기는 여유를 뒤에 남겨둔 채 떠난 배낭여행객의 시선이다. 그녀가 경험한 일들이 결코 쉽다는 말이 아니라 간략하게 묘사되거나 생략된 행간의 글 속에서 느껴지는 여유다. 힘들고 고된 그 지역 버스를 타고 돌아다닌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느낌보다 나도 이번에 경험해봐야지 하는 느낌으로 더 다가왔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이 나의 착각이라면 개인적으로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작가의 여행을 보면 굉장히 다른 사람들과 쉽게 친해진다. 낯선 사람들과 대화도 잘 하고, 함께 어울리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어떨 때는 무척 부러웠다. 짧은 여행을 갈 때면 그냥 목적지로 향해 움직이기만 하는 나의 일정을 생각할 때, 혹은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그래서인지 이 여행기의 대부분은 이런 사람들과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배낭여행객의 감상이나 경험보다 이야기가 중심에 놓이게 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여행지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이상하게 지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이런 이야기들이다. 아마 소설가의 힘이 아닐까 하는 추측만 살짝 해본다.

 

현실적인 정보가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아쉬움을 앞에서 말했지만 그녀가 돌아다닌 마을의 간략한 지도와 정보는 눈에 확 들어온다. 부록으로 나온 라오스 정보는 짧은 일정을 짜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 좋은 호텔 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인터넷 검색으로 얻을 수 있지만 이런 게스트 하우스 정보는 경험자들의 후기가 더 현실적이고 더 정확하다. 그리고 후기에서도 말했듯이 이 글에 나온 라오스 이야기에는 나쁜 것들이 많이 생략되어 있다. 읽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그녀의 선택은 이런 나쁜 것보다 좋은 것을 더 부각시켜 그 나라를 보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방콕 행 버스 에피소드는 태국과 라오스 두 나라의 차이를 가장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느낌이다. 배낭을 메고 한 달 동안 라오스를 돌아다니면 나도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고 싶은 루앙프라방이 너무 간결하게 나와 아쉬웠지만 이전에 몰랐던 몇 곳을 더 알게 되어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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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시대 -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지혜와 만나다
김용규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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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용규의 책 중 이 책 이전에 읽었던 것은 철학이 아니고 소설이다. 인문학 책도 몇 권 사놓았지만 일단 소설을 먼저 읽었다. 지식소설이란 부제가 붙어있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에 대해 잘 모를 때는 그냥 약간 어려운 소설가 정도로 생각했다. 한해가 시작할 때면 인문학 서적을 한 달에 한 권 이상 읽어야지 마음을 먹지만 이것은 잘 지키지 않는다. 늘 부족한 시간을 쪼개 책을 읽어야 하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면서 빨리 읽어야지 하는 조급증이 생기면서 항상 우선순위가 뒤로 밀린다. 읽고 싶은 인문학 책보다 소설이 더 많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그런 생활 중 내 앞에 나타난 이 책은 처음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예상보다 쉽게 다가왔다. 물론 그 정도와 깊이 아주 얕다.

 

회사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고 하는 말 중 하나가 ‘생각 좀 해라’다. 정말 직원들의 보고서나 메일을 볼 때면 얼마나 대충 정성없이 글을 썼는지 한 눈에 들어온다. 자신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설명도 하지 못하는 보고서가 대부분이다. 그럼 나 자신은 잘 하는가 하고 묻는다면 ‘아니요’다. 왜 그런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는데 이 책이 그에 대한 답을 살짝 보여주었다. 그것은 우리의 교육이 얼마나 허술하고, 훈련 혹은 공부가 부족했는지 알려준다. 시험용 공부만 한 사람들이 제대로 생각하는 법을 배웠을 리가 없지 않은가 하고.

 

저자는 생각을 이렇게 정의한다. “생각은 다른 무엇이 아니다. 무한한 대상들(자연, 사회, 인간 등) 앞에서 혼란스러워진 우리의 정신이 질서를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그것은 보통 다양하고 복잡한 대상들을 몇 가지 단순한 패턴에 의해 정리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패턴들이 서로 모여 더 크고 복잡한 패턴을 만들어간다.”(13쪽) 그리고 이 생각의 도구들로써 다섯 가지를 말한다. 메타포라(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스모스(수), 레토리케(수사) 등이다. 처음 이 단어를 보았을 때 의문이 살짝 들었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단순히 이 다섯 도구만 있으면 생각을 잘 할 수 있을까? 아니다. 도구를 제대로 사용해야만 가능하다. 이것을 위해 저자는 기원적 8세기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의 철학사와 과학사 등을 연구했다. 그 연구와 통찰의 결과로 인류 보편의 문명을 창조한 가장 핵심적인 지혜가 바로 ‘생각’이란 것에 이르렀다. 그리고 지식의 탄생에서 시작하여 생각 이전의 생각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역사 탐구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이 다섯 도구의 역할과 쓰임새를 자세히 알려준다.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학창 시절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단순히 암기만 했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면서 앞으로 공부해야할 것들을 던져준다.

 

개인적으로 이 다섯 도구 중 가장 놀랐던 것은 문장이다. “문장은 단순히 생각의 도구가 아니다. 우리의 정신 안에서 세계와 그의 질서를 구성하게 하는 생각의 도구다. 정신이 문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장이 정신을 만든다.”(324쪽)라고 말할 때 충격을 받았다. 그리스 문법과 문장의 명확성을 지적하면서 어떻게 철학이 발전하게 되었는지 설명한 것이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명확하고 좋은 문장이 만들어내는 힘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이 논리의 모순을 뚫고 우리에게 다가올 때, 그 실체를 정확하게 바라보게 할 때, 가슴과 머리로 동시에 들어올 때 엄청난 정신적 희열을 느낀다. 그 한 문장이 때로는 평생의 문장이 되기도 한다.

 

생각의 도구를 통해 동일성과 유사성을 계속 말한다. 사실 이 책의 마지막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나온다. “근대적 이성이 동일성을 근거로 한 사유 방식이라면,‘logos'가 상징하는 생각의 도구들은 유사성을 근거로 한 생각의 패턴이다.”(461쪽) 여기서 동일성은 유사성이 딱딱하고 날카롭게 경직된 특별한 형태라고 규정하고, 경계에서 조화롭고 융합하는 유사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흑과 백으로 구분하고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한계에 대한 강한 비판이기도 하다. 그리고 정확하고 명확하고 분명한 문장이 아니라 생략되고 왜곡되고 뒤틀린 문장으로 국민을 우롱하는 정치에 대한 학습서이기도 하다.

 

지식과 생각을 구분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것을 혼용한다. 다름과 틀림을 똑같이 사용하듯이. 알고 있다는 것과 이것을 이용해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분명히 다르다. 예전에 일을 하면서 아주 미묘한 차이를 그냥 구분하지 않고 했는데 어느 순간 이 미묘한 차이가 아주 크게 다가온 적이 있다.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비슷한 것이었고, 이 비슷한 것이 다른 것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더 깊고 넓어졌다. 이 과정들은 사실 학창시절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인데 그냥 넘어왔다. 어쩌면 그 당시 선생들도 몰랐는지 모른다. 정보의 양이 절대적으로 늘어난 요즘 지식은 인터넷으로 빠르게 검색된다. 하지만 이것을 이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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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도둑
엘리자베스 코스토바 지음, 유소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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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히스토리언>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 작품도 기대했다. 그런데 이 기대가 책을 펼쳐 읽은 후 얼마 되지 않아 깨졌다. 거의 670 여쪽에 달하는 이 책이 예상한 속도감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술 미스터리를 앞에 내세웠지만 너무 느슨하게 구성하고 전개한 내용 때문에 미스터리 특유의 긴장감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문장도 섬세하여 조금은 곱씹으면서 읽어야 했다. 당연히 진도는 더뎠고 몰입도는 예상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풍부한 자료 조사와 섬세한 묘사는 잠시 여유를 가지고 읽는다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려준다. 이런 여유를 즐기는 독자라면 훨씬 좋은 평이 나올 것이다.

 

구성은 사실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몇 명의 인물을 화자로 내세워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다. 이 사이사이에 과거의 편지와 이야기를 넣어서 이 예술 미스터리에 대한 답을 조금씩 흘린다. 105개의 장과 몇 개의 연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각각의 장들도 그렇게 길지 않다. 말로우를 비롯한 몇 명이 화자가 되지만 교차하면서 풀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길게 자신과 올리버의 이야기를 쏟아내는 방식이다. 그 순서는 말로우에서 시작하여 올리버의 아내 케이트를 거쳐 연인이었던 메리로 이어진다. 이 구성의 재미난 점은 말로우와 만난 케이트가 이야기를 끝낸 시점에서 다시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메리도 마찬가지다. 그녀들은 단지 그들이 어떻게 올리버를 만났고, 같이 살았고, 헤어지게 되었는지를 알려줄 뿐이다. 물론 이 속에는 올리버를 이해하기 위한 몇 가지 단서가 들어있다.

 

정신과 의사 말로우는 아마추어 화가다. 그에게 내셔널 갤러리의 그림 <레다>를 공격한 한 화가, 올리버를 치료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소설의 시작은 바로 여기부터다. 왜 화가는 <레다>를 공격하려고 했을까? 이 속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예술 미스터리는 바로 여기서 시작한다. 하지만 작가는 간결하면서 빠르게 펼치지 않고 올리버의 아내와 연인의 입을 통해 천천히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은 한 여자인데 이 여자의 정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환상과 질투와 오해와 사랑과 집착 등을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면 고개를 갸웃하지만 모두 듣고 난 후는 이 둘 사이에 오해와 착각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소설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전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말로우다. 케이트와 메리가 화자로 등장하는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둘은 말로우로 하여금 올리버를 이해하고 그가 그린 여인의 정체를 파악하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물론 독자는 올리버가 가지고 있던 편지의 번역본을 통해 이 여자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가장 의문인 것은 왜? 어떻게? 올리버가 이 여자에게 사로잡혔는지 전혀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감정의 문제는 이성으로 해석되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어느 시점에 그가 이 여인에게 빠졌고, 이 여인이 그에게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을 독자의 상상에 맡길 수도 있지만.

 

예술 미스터리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것은 거의 끝부분이다. 올리버가 공격한 질베르 토마의 <레다>에 대한 의문이 풀리고, 이 가상의 화가와 작품에 대해 작가가 들인 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도 바로 이때다. 하지만 이 부분을 위해 앞에 깔아놓은 수많은 이야기와 풍부한 설명과 방대한 자료 조사는 이 순간과 그렇게 강한 연관성을 보여주지도 긴장감을 고조시키지도 못한다. 문학성에 점수를 더 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오락적인 재미는 조금 떨어진다. 그리고 후반부에 그림 속 여인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말로우 등이 떠나 발견하게 되는 사실이 어떤 진실을 향한 질주가 아닌 하나의 에피소드처럼 다가왔다. 오히려 중간중간 나오는 인물들의 관계와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심리 묘사가 훨씬 탁월하다.

 

<히스토리언>을 생각하면서 판타지 성격이 가졌거나 속도감 있는 전개나 강한 긴장감을 기대했다면 솔직히 별도다. 하지만 섬세한 문장과 풍부한 자료 조사와 생동감 있는 심리 묘사를 좋아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19세기 인상파와 인상파 화가에 대한 정보나 현실 속 화가의 삶에 대해 궁금하다면 좋은 정보를 제공해준다.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그들의 피나는 연습과 빛에 따라 변하는 풍경을 잡기 위한 노력은 강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강한 인상을 주는 것은 역시 올리버의 말없음이다. 이것을 깨기 위한 한 정신과 의사의 긴 여정은 어떻게 보면 집착이요, 달리 보면 강한 책임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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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매월 나오는 책들을 보면서 언제나 조급증에 시달린다. 읽을 시간도, 책을 쌓아둘 공간도, 책 살 돈도 없으면서. 하지만 이번에도 읽고 싶고 사고 싶은 책들이 많이 나왔다. 그중 몇 권만 추려본다.

  1. 여자 없는 남자들 :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새로운 단편집이다. 최근에 재간된 책이 나왔지만 이미 읽은 책이다 보니 이 단편집은 더 눈길이 간다. 최근에 하루키의 짧은 글이 주는 매력을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을 생각하면 이 단편집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키란 것이다.

 

 

  2. 그림자 : 카린 지에벨

 낯선 작가 이름이다.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변화를 섬세하고 깊이있는 통찰로 포착해내는 특징을 가졌다는 설명은 아주 매력적이다. 최근에 좋은 프랑스 스릴러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작가에 대한 호평도 한몫한다. 몰입도가 좋다는 평도.

 

 

 3. 열대야 : 소네 케이스케

 이제 열대야는 사라졌지만 데뷔작 <코>가 준 강한 인상을 생각할 때 이 작가의 작품을 그냥 지나갈 수 없게 만든다. 군더더기 없고 스피드 있게 진행된다니 가을 분위기 속에서 단숨에 읽기에 딱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도 강한 충격을 줄까? 궁금하다.

 

 

 

  4. 불로의 인형 : 장용민

 <궁극의 아이>란 작품으로 많은 장르 팬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가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불로초를 다룬 팩션이라니 어떤 재미를 줄지 궁금하다. 이 작가의 이력을 보면 낯익은 제목들이 보이는데 이전에는 잘 몰랐던 것이다. 적지 않은 분량에 녹여낸 한중일 삼국의 이야기는 과연 어디서 시작하여 어떻게 끝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좋은 한국 스릴러 작가가 귀한 요즘 믿고 볼 수 있는 작가라니 더 기대된다.

 

 5. 환희의 아이 : 덴도 아라타

 <가족사냥>으로 나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다. 삶과 가족의 허상을 너무나도 잔혹하게 묘사하여 충격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제목부터 다르다.

'살아가는 힘에 시선을 집중'했다는 평가는 과연 전작들과 어떤 차이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가 다시 보여줄 삶의 다른 면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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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하셨어요? Buonappetito!
야마자키 마리 지음 / 애니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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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마이 로마이>로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만화가의 일상생활 만화다. 일본 태생이지만 이탈리아 남편과 살고 있는 그녀의 음식 이야기다. 단순히 요리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 이야기 끝에 이탈리아 요리 등의 레시피를 간략하게 실어놓았다. 첫 이야기를 읽은 후 이 레시피를 보면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했지만 이것은 곧 귀차니즘의 발동으로 사라졌다. 마눌님이 만들어주신다면 감사히 얻어먹겠지만 요리에 취미가 없는 내가 만들어 먹기는 조금 번거롭다. 만약 요리에 취미가 있다면 좋은 간단명료 이탈리아 요리 레시피가 될 것이다.

 

모두 열일곱 메뉴가 나온다. 파스타, 피자, 치즈, 미소카츠, 샐러드 등의 음식이다. 이 중에서 이탈리아 음식이 아닌 것도 있다. 미소카츠 같은 일식이나 일본식 나폴리탄 스파게티 같은 것이다. 저자가 이탈리아 유학 중에 생긴 일과 현재 이탈리아와 포르투갈을 오가면서 경험한 음식 이야기이다 보니 이탈리아 요리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나중에는 브라질 요리도 나오는데 약간 입이 짧은 나에게 이런 음식에 대한 작가의 적응성은 부럽기 그지없다. 동시에 늦은 밤에 주로 읽은 탓에 먹었던 음식은 기억 속에서, 먹지 않았던 음식은 머릿속에서 꿈틀거렸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한 작가에 대한 부러움은 당연하다.

 

가끔 맛 프로그램을 볼 때면 저기에 가야지 하지만 막상 갈려고 하면 시간 문제 등으로 쉽게 가지 못한다. 그런데 막상 가면 예상한 맛이 아니라 실망하고 오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 만화에서도 그런 경향이 조금 있다. 그것은 바로 식재료에 대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나의 입맛에 의한 호불호가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텔레비전이나 만화나 변함없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가서 먹고 싶다는 마음이다. 그 맛에 대한 호불호는 뒤로 하고. 그리고 작가가 간결하게 그린 그림과 이에 환호하는 등장인물들의 반응을 보면 더 먹고 싶어진다. 덕분에 주말에 스파게티 집에 가서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었다.

 

단순히 음식에 대한 레시피만 그려놓았다면 요리책이 되었을 것이다. 한 장마다 하나의 요리가 주인공처럼 등장하지만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은 작가와 가족과 친구들이다. 그들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 음식에 대한 기억과 추억으로 가득하고,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살짝 엿보는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각각 다른 나라나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서 만들어내는 지역 음식은 제각각 매력을 뽐내면서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이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첫 화인데 원조의 변형도 맛있다는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공감했다. 아직 미식가의 길로 들어가지 못한 나의 입맛을 생각하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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