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 2
마이클 돕스 지음, 김시현 옮김 / 푸른숲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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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서 보여준 프랜시스 어카트의 활약은 변함이 없다. 총리가 되기 위해 그가 보여준 음모와 정보 누출 및 조작 등은 그에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이번 소설에서는 총리가 된 후 그의 활약을 보여준다. 권력의 정점에 선 어카트이지만 해결하고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그 중 한 명이 영연방 입헌군주제의 왕이다. 이 둘의 대결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아주 치열하게 벌어지고, 이 고래등 싸움에 작은 새우들은 수없이 죽어나간다. 그리고 승리의 축배를 마시고자 하는 순간 역공이 가해지고,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까 벌써 궁금해진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놀랐던 부분은 어카트가 자신이 총리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벤저민 랜들리스를 과감하게 쳐내는 장면이다. 랜들리스의 언론이 독과점법에 걸린다는 현실을 지적하고 나머지 언론사들의 공격을 감안해 그를 물리칠 때 이 비열한 두 인물은 서로에게 최악의 적이 된다. 물론 어카트는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약속했던 것을 받지 못한 랜들리스는 다르다. 그는 어둠 속에 머물면서 어카트를 저격한다. 이 저격이 한방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를 흔들기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 보이지 않은 저격의 가림막은 왕실의 왕이 된다.

 

입헌군주제인 나라에서 왕은 어떤 정치적 표현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 왕은 다르다. 연설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언급을 하려고 한다. 이것을 어카트가 반대한다. 자신의 정치기반이 되는 세력들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총리가 된 어카트는 왕의 연설문을 사전 검열한다. 그런데 검열 전 연설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 이것을 밖으로 빼돌린 인물은 왕자비다. 그녀는 랜들리스에게 돈을 받고 왕실 정보원 역할을 한 것이다. 그녀의 왕성한 활동과 그녀를 광고 모델로 이용하려는 사람들 틈새에서 늘 돈 부족을 경험하고 있었기에 이 유혹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나중에 개방적이고 왕성한 활동의 부작용으로 어떤 파국을 몰고 올지는 눈에 선하게 드러난다. 읽으면서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살짝 떠올랐는데 어디까지 참고로 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소설에서 어카트 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자가 한 명 또 등장한다. 여론조사 회사를 운영하는 샐리다. 처음에 그녀가 찾아간 인물은 랜들리스다. 언론사 사주의 비호를 받게 되면 안정적인 많은 고객을 소개받을 수 있다. 이런 그녀가 어카트를 찾아가고 그의 강렬한 욕망에 살짝 빠진다. 둘은 연인이 된다. 그녀는 몇 가지 부분에서 어카트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여론조사를 통해 어카트를 지원한다. 그 방식은 이제는 고전이 된 질문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결론을 얻는 것이다. 한국의 여론조사 기관들이 이 방식을 최근 몇 년 동안 사용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조작한 것이 얼마나 많았던가.

 

어카트 편에 샐리와 당의장 스탬퍼가 있다면 왕에게는 왕실 공보관이자 20년지기 친구인 마이크로프트가 있다. 마이크로프트는 아내에게 충실하지 않아 이혼 당하는데 이 때문에 그는 성 정체성을 깨닫는다. 동성애자란 것을 알게 되고 어린 연인에게 빠진다. 하지만 이것은 그 당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지금처럼 커밍아웃이 인정을 받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 속에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 왕이라면 마이크로프트는 가장 현실적이다. 이 현실은 그가 느끼는 갈등과 고뇌와 두려움 속에서 드러난다. 에필로그에 그가 등장한다는 것만 보아도 그가 지닌 비중과 의미가 분명하다.

 

왕족으로 태어나 왕이 된 남자와 치열한 권력 투쟁 끝에 총리가 된 남자의 대결이다. 자신들이 지닌 권력을 이용해 자신들이 바라는 바를 성취하려는 이 둘은 필연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다. 서로가 약점을 가지고 있기에 이 싸움은 더 비열하고 치열하다. 이 대결 와중에 휘말려 들어가는 야당 정치인들이 있는데 이들은 보면서 현재 한국의 야당이 떠올랐다. 여당이 만든 프레임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국민들이 쥐어준 칼도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그들 말이다. 어카트의 치밀하게 계산된 반격에 산산조각나는 그들을 보면서 씁쓸함은 느낀 것은 바로 이들 때문이다. 그리고 비열하고 잔혹한 정치판에서 정권과 권력을 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싸움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살벌한지 다시금 깨닫는다. 왜 해외 정치인들이 이 소설에 열광하는지 읽으면서 절로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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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라이징 레드 라이징
피어스 브라운 지음, 이원열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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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읽은 후 머릿속을 떠다닌 생각은 언제 다음 이야기가 나오지 하는 것이었다. 인터넷 서점을 찾아서 검색을 하니 이 책 이외에 다른 책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존 닷컴을 검색한다. 레드 라이징 트롤리지로 세 권이 보인다. 2권은 올해 출간되었고, 3권은 내년 2월에 나올 예정이다. 빠르면 한국에서도 이 시리즈를 내년 이후면 다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니 말이다. 지금까지 영화로 나와 흥행을 한 원작은 다 나왔던 전례를 생각하면 나름대로의 확신이 생긴다. 이 확신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이냐고? 바로 이 소설에 있다.

 

레드.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화성에서 가장 낮은 계급의 색깔이다. 아니 레드는 우주에서 가장 낮은 계급이다. 처음 색으로 계급을 표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인도의 카스트 제도가 떠올랐다. SF 소설로는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가 생각났다. 이 소설이 인도의 신 이름을 가진 존재들을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었다면 <레드 라이징>은 로마 시대의 이름과 신화 등을 배경으로 한다. 처음에는 골드 계급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 계급 또한 적지 않은 숫자를 가지고 있다. 태양계에 1억 명 이상이 존재한다. 당연히 이 인구라면 그 속에서도 등급이 나누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화성의 땅 속에서 광부처럼 살고 있는 일반 레드들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주인공 대로우는 열여섯 살이고, 색은 레드다. 그는 화성 땅속에서 헬륨-3라는 광물을 캐는 헬다이버다. 그의 손재주는 탁월하다. 이번 주 채취는 실적이 좋다. 1등을 하면 같은 조직에 많은 음식물이 전달된다. 모든 광부 조직은 이것을 위해 노력한다. 먹을 것과 의약품을 생각하면서 아주 큰 위험도 감수한다. 대로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들의 1등은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 인정받지 못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과 다름없다. 대로우는 결혼했다. 아내의 이름은 이오다. 아내의 가슴과 머릿속에는 혁명이 꿈틀거린다. 대로우에게는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 이오가 부른 금지곡으로 인해 죽게 된다. 이 세상의 교수형은 잔혹하다. 가벼운 중력 때문에 누군가가 올가미를 맨 사람의 다리를 잡고 무게를 늘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오는 대로우가 매달린다.

 

운명적 사랑이었던 이오의 죽음은 그를 파멸로 이끈다. 그도 교수형에 처해진다. 만약 죽었다면 이야기는 끌이다. 죽음 속에서 그는 살아난다. 그를 살린 것은 아레스의 아이들이란 조직이다. 이 조직은 골드 조직 속에 레드를 숨겨놓고 그들을 파괴하는 것이다. 대로우를 골드 속에 넣기 위해 그를 조각하고, 교육한다. 수술로 외모를 바꿀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과 말투도 같이 바꾼다. 잠깐 실수하면 죽음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대로우가 위장 신분과 외모로 골드의 학교에 들어가서 시험을 치루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이 시험은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여 가장 높은 곳으로 가는 인물을 찾아내고, 인류의 발전이 어떤 단계를 거쳤는지 보여준다. <파리 대왕>의 인용이 많은 것은 바로 이 과정 속에서 보여준 인간의 원초적인 힘과 폭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아주 먼 미래다. 지구가 아닌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서도 인류는 생존한다. 최상층 계급인 골드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놀고먹는 유한계급 같지만 실제 그들이 경험했던 교육 프로그램을 보면 그보다 더 치열한 생존 경쟁이 없다. 어떻게 그들이 가장 높은 위치의 계급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시험은 한 차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그 첫 관문이 통로에서 만난 동기를 죽이는 것이다. 살인의 경험도 생긴다. 1000명이 단숨에 반으로 줄어든다. 이 인원들도 화성의 표면에서 경쟁해야 한다. 승자 한 명만이 최고의 지위에 오를 수 있다. 다른 소설처럼 생존자 한 명만을 위한 게임이 아니다. 이 지점이 <헝거게임>과 다른 부분이다. <헝거게임>이 킹 선생의 <롱워크>를 확대재생산했다는 평을 감안하면 이 작품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를 죽음에서 부활시키고, 최고의 계급인 골드로 조각한 아레스의 아이들이 바란 것 이상으로 대로우는 성장한다. 이 성장과정에서 그는 골드를 알고, 형제를 만들고, 생각하고 싸우는 방법 등을 배운다. 그가 바란 것은 화성의 대총독 아우구스투스를 죽이는 것인데 이제 그의 세계가 넓어진다. 다른 세계로 오면서 그가 방송을 통해 배운 지식과 정보들이 얼마나 왜곡되었고, 지배자들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이제 그 꿈은 단순히 한 명의 골드를 죽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골드와 생활하고 함께 투쟁하면서 그는 더 거대한 꿈을 꾼다. 새롭게 사귄 골드와의 관계는 잠깐 동안 그를 고뇌에 빠트리지만 원대한 꿈이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거대한 설계를 가진 소설이다 보니 아직도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다. 이 부분이 다음 이야기를 더 기다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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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혁신
이석준.이혁 지음 / 어문학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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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표지와 낯선 이름 때문에 처음에는 선택을 주저했다. 제목도 혁신 대신 현신으로 잘못 읽었다. 그러다 저자 이력을 보면서 이혁이 ‘내귀에 도청장치’란 락 밴드에서 활동하는 명상가란 것과 이석준의 전공이 인지과학이란 사실에 눈길이 갔다. 최근에 인지과학이란 것을 알게 되면서 그 분야에 약간 관심을 두고 있었고, 무엇보다 더 큰 이유는 이석준의 다른 책 <나는 발가벗은 한 시간 동안 자유로와진다. 그래, 나는 딜레탕트다!>(나발한자)에 좋은 평이 덧붙여져 있어 약간의 주저를 떨쳐낼 수 있었다. 물론 이 책 내용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크게 하지 않았다.

 

처음 이석준의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고생했다. 정확한 개념도 세워지기 전에 그의 전작 <나발한자>를 인용한 글이 나오고, 그가 적어놓은 몇 가지 정의가 낯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둘의 대담으로 넘어가는 순간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느꼈다. 생각보다 쉬운 이야기가 나와 쉬운 데 하고 방심한 것이다. 이것은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서 나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과학과 철학이 엮이면서 낯선 대화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 중에는 낯익은 것도 있다. 하지만 나의 이해가 이석준의 것을 따라가지 못함으로써 속도와 몰입도가 떨어졌다. 좀 더 공부해야 할 부분들만 확인했다고 해야 할까.

 

이석준과 이혁의 대담집이라고 하지만 대화의 분량이나 질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지는 않다. 주로 개념이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은 이석준이다. 개인적으로 그의 말 중에서 가장 공감하는 것은 컨설팅이다. 대기업 등에서 엄청난 금액을 들여 컨설팅을 하는데 그것이 보고용일 뿐이라는 내용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IMF 이후 대기업은 컨설팅 열풍이 불었는데 내가 알기로는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아랫사람이 뭔가를 했다는 것을 보여주기에는 나쁘지 않겠지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한다거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데 그렇게 큰 역할은 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 그리고 실제 그들은 분석 도구를 가지고 와서 그 속에 넣어서 나온 값을 해석해서 알려줄 뿐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다른 컨설팅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회사를 다니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기존 방식이나 조직이나 생각에 물든다. 구태의연해지는데 이런 상태라는 것을 알면 다행인데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예전에 자신이 어떻게 했다는 경험담인데 시대의 변화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나도 이런 실수를 자주 했다. 지금도 한다. 창의성은 사라지고 있고, 기존의 것을 따르지 않으면 화부터 낸다. 윗사람 눈치를 보고, 잘못된 것을 말하지도 못한다. 이석준이 주장하는 많은 직장인의 모습을 내가 가지고 있다. 아마도 내가 가장 많이 공감한 부분도 여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책을 읽을 때 이렇게 해봐야지 생각한 것이 이 글을 쓰는 지금 많이 사라졌다. 나 자신을 연다는 것이 이렇게도 어려운 것인지.

 

쾌락. 사람들은 누구나 쾌락을 추구한다. 쾌락이란 단어가 주는 음습함 때문에 다른 표현을 사용할 때도 있지만 현실은 이 쾌락을 지속하려고 한다. 쾌락의 지속과 증대는 삶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그런데 쾌락이 뭐냐고 말하면 쉽게 대답을 하지 못한다. 육체적 쾌락이야 욕망의 충족이란 말로 대변할 수 있지만 정신적 쾌락은 어떤가? 저자는 ‘좋아서’. ‘하고 싶어서’. ‘그냥’ 등의 대답이 바로 쾌락이라고 말한다. 참 단순한 말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이것을 에둘러 표현한다. 이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대부분의 문답에서 경험할 수 있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거나 이런 표현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교육과 학습에 대한 그의 논리도 동의한다. 교육은 하향식이라면 학습은 자발적인 것이다. 하향식 교육은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다. 학습은 다르다. 공부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 두 단어를 다르게 사용하면 그 의미가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그가 오타쿠를 자주 말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타쿠들은 자신들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한다. 물론 이들의 일부가 사회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도 그들은 제시한다.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속된 말로 덕후라는 사람들이 보여준 놀라운 지식과 정보는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능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사람의 덕후가 부족하면 여러 명이 모여서 그 문제를 풀어낼 때 우리는 그냥 감탄한다. 이들의 지식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 일본 애니에서는 이미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두 사람의 논제에서 역사와 문학 부분은 조금 약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이석준의 놀라운 지식과 상상력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한국 역사를 보는 시선은 고등학교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서양 철학과 과학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대단한데 동양 철학에 대한 것은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사실 이 부분은 명상가인 이혁이 채워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는데 왠지 이석준의 기에 눌린 듯한 기분이 든다. 쾌락혁신을 향한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그 내용들이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은 나의 이해도 낮아서 그럴 것이다. 약간 어렵고 어리둥절하고 재미난 경험을 하게 만든 책이다.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뒤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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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1월에 나온 소설 중 읽고 싶은 책들이 엄청나게 많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들도 많이 나와 반가웠다. 그 중에서 몇 편만 선택해본다.


 1. 오르부아르 : 피에르 르메트르

작가의 이전까지 전작을 생각하면 2013년 콩쿠르 상을 수상했다는 것이 의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야기를 만들고 풀어내면서 독자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은 탁월하다는 것이다. 제1차 대전을 배경으로 했다는 부분에서 호기심이 더 생깁니다.





2. 민감한 진실 : 존 르 카레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첩보 스릴러의 거장이다. 개인보다 전체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깔린 사회를 배경으로 현재 자본주의의 탐욕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이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서 읽는다면 다 읽은 후 진한 여운이 따라올 것이이다. 




 3. 오래된 골동품 상점 : 찰스 디킨스

디킨스의 소설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영화로도 보고, 단편 등도 읽었지만 왠지 모르게 찜찜함이 남는다. 그리고 이 작품은 나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 엄청난 평가가 나온다. 이 두툼한 책이 디킨스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4. 댓글부대 : 장강명

요즘 핫한 한국 작가다. 제목부터 벌써 유혹적이다. 댓글부대란 단어가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것 같지만 현실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정치, 기업 등의 필요에 의해 이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왜 작가가 이런 일을 소설의 소재로 삼았는지 들여다 보는 재미가 솔솔할 것 같다.




 5. 허공에서 춤추다 : 낸시 크레스

SF 중단편 작품집이다. 낯선 이름인데 이미 네뷸러 상과 휴고 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13편이라는 적지 않은 작품이 실려 있는데 어떤 식으로 나를 사로잡을지 궁금하다. 유전공학이 현대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차분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SF의 흐름을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가들의 작품이 유난히 많이 재간되는 달인 것 같다. 이전에 재미있게 읽은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면 반가웠다.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작도 눈에 들어왔지만 이 리스트에 올리지는 못했다. 시간내어 도전하고 싶은 책도 당연히 있었고, 돈이 되면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 사놓고 싶은 책도 많다. 뭐! 그렇지 않은 달이 몇이나 있겠느냐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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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양보
정민 지음 / 나무옆의자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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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형식의 소설이다. 처음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두 남자의 존재감이 사라진 곳을 다른 사람들이 채운다. 그런데 이들도 주인공이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주인공들 중 한 명이다. 작가는 자신의 분신 같은 인물을 소설 속에 집어넣고 그 유명했던 벤처 버블 시대의 풍경을 만화경처럼 보여준다. 이제는 기억에 희미해진 그 당시를 사실과 거짓으로 잘 엮어서 펼쳐 보여준다. 그 이야기는 과거를 통해 현실로 이어지고, 이 현실은 이제 다시 과거가 되었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간단한 약력이 나오면서 이들이 걸어온 길을 현실과 연결시키고, 단군 이래 최고의 거품이 어떤 식으로 풀려나갔는지 보여준다.

 

소설 속에 중요한 몇 명은 현실에서도 아주 이름난 사람이다. 미래피아의 회장 김도술은 미래산업의 정문술 회장이고, 그가 투자한 회사 중 한 곳은 그 유명한 안철수연구소다. 가명 혹은 간접적인 이름으로 이들을 가렸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이름이다. 이 중에서 이 소설을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은 김도술이다. 그가 보여준 행동은 파격적이다. 그 당시 벤처 사업가들이 개미투자자나 정부 보조금을 이용해 어떻게 흥청망청 사용하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보여준다. 그 당시 김도술에 의해 큰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은 엄청난 욕을 하겠지만 냉정하게 판단하면 그 돈은 다른 누군가에게 빼앗겼을 돈이다. 그렇다고 김도술을 적극적으로 변명할 마음은 없다.

 

전직 문학가와 전직 기자 출신 광고인과 전직 및 현직 안기부 요원들이 엮어 만들어내는 하룻밤의 에피소드는 이 소설의 핵심이다. 고급술과 여자들에게 돈을 쏟아붓는 그들의 행동은 건실한 벤처인들을 모욕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갑자기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와 돈을 그들은 주체하지 못한다. 김도술은 이것을 가지고 그들이 돈으로 시간을 산다고 말한다. 이때의 경험이 그들의 10년을 혹은 평생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 시기는 그렇게 길지 않다. 겨우 2년 정도다. 이때 충실하게 준비한 회사는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고, 남의 돈 쓰는 재미에 단순히 빠졌던 사람들의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인 어둠의 양보는 소설 속에 몇 번 나온다. 가장 길게 나오는 것은 역시 김도술의 말 속이다. 그는 “빛은 어둠의 양보 덕분에 탄생한 거야.”라고 말한다. 빛을 계속 보면 눈이 멀기 때문에 완전한 어둠 속에 들어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긍정과 버림을 말하는데 실제 정문술이 보여준 기부는 이것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기 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빛을 좇을 뿐이다. 김도술이 벤처기업들을 한 건물에 모아놓고 흥청망청 돈을 사용하면서 사람들을 현혹시킨 것은 이것을 잘 말해준다. 그가 미래피아 사장으로 돈 잘 쓰는 권준도를 앉힌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 인물들을 소설 속에서 아주 많이 재현했는데 어느 선까지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신정아도 있고, 국정원 출신도 있다. 그 유명한 풀살롱 탄생 비화가 사실인지도. 술에 찌든 천재 문학가나 섹스 중독에 빠진 광고인의 이야기도 어느 정도 사실인지. 노골적으로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임을 나타내는 말을 책 마지막 부분에 등장시킨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사실은 아니다. 작가가 벤처기업에 일할 때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는데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당사자만 알 것이다. 솔직히 이런 부분이 읽으면서 가장 먼저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이 특이한 만화경 같은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전통적인 이야기 방식을 선호하는 독자라면 약간은 혼란스러울 것이고,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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