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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 크라이 카오스 : 레너드 로젠

 '매커비티 상 수상작, 철학.수학.종교.경제.국제적 미스터리가 결합한 최고의 지적 스릴러'라는 평가는 괜히 지적 허영을 충동질합니다. 이제까지 본 적이 없는 형사라는 부분에서 다시 한 번 혹합니다.

 

 

 

2. 파계재판 : 다카기 아키마쓰

이 소설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 때문인지 아니면 예전에 출간된 구판을 구할 수 없었던 탓인지 내용과 전개 등이 굉장이 궁금합니다. 거의 대부분 법정장면으로 가득 차 있고, 법조인이 보아도 흠 잡을 곳이 없다고 하니 기대됩니다.

 

 

 

3. 저지대 : 줌파 라히리

서로 다른 성격, 서로 다른 선택으로 판이한 삶을 살아가는 두 형제와 가족의 70여 년간의 일대기에, 부조리와 사상과 혁명으로 어지러운 인도와 제3국 미국이 배경이란 부분에 더 끌립니다. 아직 제대로 읽은 적이 없는 작가지만 그녀의 작품에 대한 평들을 생각하면 그냥 지나갈 수 없게 됩니다.

 

 

4.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 무레 요코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무레 요코의 작품이기에 선택했습니다. 아직도 여운이 남아 있는 <카모메 식당>을 생각하면 이번에는 어떤 즐거움을 줄지 기대하게 됩니다.

 

 

 

 

5. 바실리스크 스테이션 : 데이비드 웨버

이 소설이 드디어 출간되었네요. 한때 번역본이 인터넷을 떠돌았던 것을 보았는데 말이죠. '아너 해링턴 시리즈'의 제1편으로 어디까지 나올지 모르겠지만 sf팬의 한 명으로써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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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카토르는 이렇게 말했다
마야 유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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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연상시키는 제목이다. 이 소설에서 메르카토르는 불친절하고 황당하고 오만하고 무책임한 탐정이다. 모든 사건에서 그가 말한 논리의 결과는 항상 옳다. 그런데 이 결과가 기존 명탐정과 다르게 어처구니없다. 어떻게 보면 그가 전혀 일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개인적으로 그를 처음 만난 작품이 <붉은 까마귀>인데 이때 모습은 이 소설집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자존심 강하고 직관과 통찰력이 탁월한 그가 보여주는 몇몇 행동은 사디스트 같다. 분명하게 말해 그는 기존 탐정 소설의 탐정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첫 단편 <죽은 자를 깨우다>에서 1년 전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와서 새롭게 벌어진 살인사건을 풀어낸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결과가 이상하다. 그의 논리를 따라가면 분명히 맞는데 꼭 집어서 범인을 지정하지 않는다. 처음 이 추리를 듣고 느낀 감정은 정말 무책임하다는 것이었다. 등장부터 불친절하고 자존심 강하고 오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계속 읽으면 묘한 매력이 있다. 물론 이 매력이란 것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라질 것이다. 기존 추리소설에 빠져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황당하고 무책임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조직력을 갖춘 경찰이다.

 

이 소설집에 대해 한 편씩 이야기를 풀어내면 아마도 스포일러로 가득할 것이다. 이미 위에서 하나를 내놓았는데 뒤에 이어서 나오는 네 편은 기존 추리소설의 통쾌함을 완전히 뒤엎어버린다. 그가 통찰력과 추리를 통해 풀어내는 결과가 그와 함께 다니는 추리소설가 미나기조차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수 겸 동반자로 설정된 미나기의 직업을 추리소설가로 정한 것 자체가 기존 탐정 소설에 대한 반전 혹은 도전을 노린 것인지 모른다. 범인 찾기와 트릭으로 가득 찬 미스터리 소설에 작가는 이 메르카트로를 등장시켜 정면에서 도전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한정된 세계를 열린 세계로 만들어 버렸다. 그때의 당혹감과 황당함은 허무한 동시에 묘한 쾌감을 준다.

 

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명탐정의 규칙>이란 소설에서 추리소설의 억지를 황당하고 코믹하게 보여줬는데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 소설의 장르적 공식을 산산조각낸다. 특히 마지막 두 편 <대답 없는 그림책>과 <밀실장>에 오면 그 극에 도달한다. 작가에 대한 평이 본격 미스터리의 이단아란 말이 있는데 정말 딱 맞는 표현이다. 이 작품을 즐기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메르카토르가 말한 것이 정답이라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고? 역자의 말처럼 메르카토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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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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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다른 작품 <런 어웨이>를 읽고 이제 적응했다고 생각했다. 몰입해서 즐겁게 빠르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데 이것은 착각이었다. 열네 편의 단편이 그녀의 첫 단편집처럼 나를 미로 속에서 헤매게 만들었다. 높은 집중을 요구하는 섬세한 문장과 구성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흐름을 놓치기 일쑤였다. 지난번에 잘 읽혔던 것은 이번처럼 짧은 호흡으로 읽는 것도 아니고 연작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낯선 지명과 낯선 이름은 더욱 집중을 방해한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도달하면 뭐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열네 편 중 마지막 네 편은 자전적이고 가장 내밀한 이야기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내밀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기존 소설과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단지 그녀의 삶의 한 단면을 살짝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그녀의 기억과 추억 등이 문장으로 변해 흘러나왔을 때 그 낯선 시골 마을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상황을 만들어본다. 하지만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풍경은 지독하게 개인적이다. 작가의 이야기가 어느 순간 나의 이미지로 변한 것이다. 가보고 경험하지 못한 곳과 일을 상상한다는 것은 이런 자기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 한곳을 살짝 건드리고 지나간다.

 

언제나 단편을 읽다보면 호불호와 집중력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리고 현재가 아닌 과거 속에서 태어난 이야기들은 아주 낯설게 다가온다. 작가는 어느 한 순간을 다룬 작품도 쓴 반면 순간과 순간의 사이를 몇 십 년으로 만든 단편도 썼다. 단편 속에서 시간의 비약이 발생하면 더 몰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만남의 순간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몇 작품에서 나는 이 순간을 놓쳤다. 정제된 문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에 왜? 라는 의문을 달고 고민하기도 했다.

 

인터뷰 기사에서 먼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자존심>의 마지막 부분을 꼽았다. 읽으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다. 앞에 나온 이야기들과 이 장면을 어떻게 연결해서 이해해야 하는지 머릿속에서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단지 마지막 문장에서 그 한순간의 행복을 잠시 느낀 것이 전부다. 이것은 <아문센>의 마지막 문장도 마찬가지다. 그녀의 감정이 단순히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숨겨져 있던 사랑의 감정이 변함없었다는 것인지. 물론 이런 문제는 가끔 천천히 다시 읽게 된다면 많은 부분 해소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아직 아니다.

 

삶 속에서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있지만 마음속으로만 상상하는 것도 있다. 먼로의 소설 속 인물들은 충동적으로 행동에 옮기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 때문에 불륜 혹은 자유에 대한 환상이 있나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순간적인 욕망 때문에 아이를 잃을 뻔하기도 하고, 감정의 미묘한 틈 사이로 들어온 과거가 가출로 이어진다. 오랜 세월 동안의 만남이 빤한 결혼으로 이어지기보다 반전을 펼치고, 순간의 충동은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이런 남녀들의 사연을 정밀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풀어내었다. 단지 한 순간의 장면에 집중했다면 더 쉽게 읽을 수 있었고 더 많이 이해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삶은 순간의 연속이다. 조용히 다시 펼쳐 본 곳에서 몇 문장을 읽으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언젠가 다시 차분하고 느리게 읽어야 할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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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까마귀 1
마야 유타카 지음, 하성호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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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끔 읽고 난 후 서평 쓰기가 어려운 책이 있다. 왠지 모르게 포인트를 제대로 찾지 못하면서 헤매기 때문이다. <붉은 까마귀>가 그렇다. 다 읽은 것은 꽤 오래 전이다. 바로 서평을 쓸 수도 있었겠지만 다른 바쁜 일과 다른 책 때문에 밀리다보니 현재까지 흘러왔다. 처음엔 내용을 복기하면서 다양한 시각에서 소설을 생각해보자는 기특한 마음도 있었지만 솔직히 금방 쓰기 싫었다. 이 소설 속 탐정 역인 메르카토르에 대한 불만과 서술 트릭도 한몫했다. 제대로 이야기를 풀어낼 자신도 없었다. 지금 머릿속으로 기억을 더듬고 첫 문장을 고민한다.

 

카인과 아벨. 성경에 나오는 태초의 두 형제다. 이 소설 속 화자이자 주인공인 카인은 자살한 동생 아벨이 머물렀던 마을 노도를 찾는다. 이 마을은 지도에는 없다. 산 속을 헤매다 까마귀들의 공격을 받고 죽기 직전에 가시라기에게 구해진다. 이 인연으로 그는 노도에 머물게 되고, 동생 아벨의 자살 이유에 대한 답을 찾는다. 이 과정에 마을에서는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 엄청나게 폐쇄된 마을에서 정말 드문 사건이다. 오카가미를 섬기는 마을 사람들은 살인자의 팔뚝에 징표로 반점이 나타난다고 믿는다. 옛날에 살인자의 팔에 반점이 나타난 적이 있어 마을 사람들의 믿음은 굳건하다.

 

깃카와 오카도 형제다. 깃카는 동생이란 이유만으로 일에서 상대적으로 해방되어 있다. 형인 오카는 어머니와 함께 논과 밭을 돌면서 일을 해야 한다. 겨우 두 살 차이가 날 뿐인데 어머니는 동생을 애라고 부르고 일을 면제시킨다. 역시 아직 어린 형의 입장에서 이것은 불합리하다. 그 또한 놀고 싶다. 오카의 감정은 동생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진다. 반면에 깃카는 자신의 것을 잘 누리면서 자유롭게 논다. 이 노는 일 중 하나가 살인 사건의 탐정 역할이다. 그 탐정 놀이의 대상은 노나가세 아재의 죽음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자살이라고 했는데 그의 눈에는 자살로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나 마을 밖을 동경했던 깃카에게 아재는 소중한 이야기꾼이자 정보원이었다.

 

외부와 완전히 격리되어 있는 마을 노도와 오카가미의 절대성을 믿는 마을 사람들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여기에 두 형제의 이야기가 있다. 카인과 아벨, 오카와 깃카다. 외부인 카인이 형이자 화자라면 내부인 깃카는 동생이면서 화자다. 이 둘은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각각 다른 시각에서 다른 사건을 주시하면서 점점 가까워지면서 교차하는 구성이다. 이 과정에 벌어지는 살인 사건들은 외부와 내부의 시선 차이를 잘 드러내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 차이가 좁혀진다. 정보의 양이 늘어나고 마을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것을 보게 되면서 벌어진다. 범인 찾기의 객관성을 문제 삼는다면 결코 공정한 전개가 아니다. 이것은 반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노도라는 마을은 상당히 특이하다. 고립된 마을은 일본색이 강하게 드러난다. 노도는 오카가미의 절대적 지배 아래 운영되는 마을이다. 절대 권력 아래 위계질서가 잡혀 있다. 밖으로 보기에는 신정 아래 평화로운 마을처럼 보이지만 숨겨진 인간의 욕망은 무시무시하다. 고립된 마을 특유의 외지인에 대한 배타성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이 배타성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마을의 숨겨진 역사가 드러날 때 평화로워 보였던 마을 사람들의 탐욕과 폭력과 잔인함이 폭발한다.

 

사실 메르카토르가 탐정 역을 한다는 것을 모르고 책을 읽었다. 이 때문에 용의자 중 한 명으로 그를 올려놓기도 했다. 모른다는 것이 큰 재미를 주는 경우다. 강한 일본색이 한정된 공간 속에서 펼쳐질 때 지금까지 본 일본 영화나 드라마 등을 자연스럽게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언제나 한국 추리소설을 읽을 때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강한 서술 트릭으로 전체를 구성하고, 모든 사건 해결에 가장 중요한 단서와 증거를 숨겨 놓고 끝까지 간다. 개인적으로 이런 설정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단서를 찾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작가의 다른 책을 구해놓았는데 이번에는 과연 어떨지 궁금하다. 작가에 대한 호불호는 그 이후로 미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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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서 너 가져
김범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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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화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성장 소설이다.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계속 이어지는 사건들, 학생들끼리의 대립과 갈등, 성적 지상주의의 현실에 대한 비판 등이 세밀하게 엮어 읽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차갑고 냉정한 현실로 돌아오면 별이 경험한 모든 것이 환상이겠지만 그 시기를 지나왔거나 이제 지나갈 부모들에게 뭔가 가슴 한 곳에 찡한 것을 남겨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것이 없다면 참으로 바른 생활을 했거나 별보다 더 자유로운 학창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김별. 그녀는 고2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고, 아빠는 지방대 조교수다. 아빠의 유학 시절 뉴욕에서 생활했다. 친한 친구는 순영이다. 이런 그녀에게 시련이 닥쳐온다. 틴탑의 니엘을 닮았다고 말해지는 학생의 고백으로 인한 학교 짱 빽도의 괴롭힘과 폭력이다. 그녀에 대한 거짓된 소문과 일진 빽도의 권력 앞에 모든 학생들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거나 암묵적 가해자로 변한다. 그러다 얼마나 심하게 맞을지 모르는 상황이 온다. 이때 한 중년의 남자가 다가온다. 신이 그녀의 기도에 응답한 것일까? 그의 활약으로 빽도의 위협은 사라진다. 그럼 그는 누굴까? 스스로 천국이라 부른다. 물론 실제 이름은 아니다.

 

사나운 개들과 함께 나타나 학교의 선생들도 하지 못한 그를 두고 도시는 소문으로 가득해진다. 도사, 개장수, 조폭 두목, 탈북자, 주님의 천사, 사기꾼 등 다양한 상상력으로 치장된다. 결국은 개를 가지고 간지나는 행동을 했다는 글 때문에 개간지로 불린다. 하지만 그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다. 이 비밀을 하는 사람들에게 쫓긴다. 그것은 S침으로 불리는 침술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그의 침 한 방으로 스카이에 들어갔다는 소문이다. 좋은 대학에 목말라 하는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는 천국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연결선인 듯한 별을 발견한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의 패거리 속으로 끌어들여 천국과 연락하길 바란다.

 

이 소설은 별이란 한 여고생을 통해 한국 교육과 학교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왕따와 일진, 학원과 학교의 은밀한 관계, 성적 지상주의와 부부의 갈등, 자격증과 실력의 문제 등. 현실을 그대로 보여줘서 읽는 동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작가는 교묘하게 이야기를 이끌고 풀어나가면서 이 불편함을 제거하고 현실을 똑바로 보게 한다. 그렇게 하면서 불편함 대신 분노를 경험한다. 이 분노는 대부분 알고 있던 것이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외면하고 있던 것들이다. 아버지들은 아이들의 교육은 엄마가 담당하고 하자는 대로 따라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다 결과를 보고 엄마들을 탓한다. 아이의 성적이 가정 불화의 원인이 된다. 별이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과거와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학교와 학원의 은밀한 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얼마 전 친구에게 들었다. 배우지도 않은 것이 시험에 나온다는 것이다. 다른 학생들은 그 문제들을 이미 학원에서 배웠다고 한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은 뒤로 처질 수밖에 없다. 학교 수업 진도와 다른 문제가 나왔다는 사실은 학원과 학교의 거래 관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소설에서는 그것을 적나라하게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적이다 보니 학부모와 학생들이 A라는 부르는 천국의 S침을 갈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성적이 모래 위에 쌓아올린 것들이기 때문이다. 정정당당한 진짜 경쟁에서 불안하기 때문이다.

 

‘공부해서 너 가져’ 이 제목을 볼 때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학창시절 공부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부모들은 좋은 대학을 말하면서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면 너의 미래가 밝게 펼쳐질 것이라고 했지만 그들이 실제 가장 좋게 가는 길을 보면 재벌들의 좋은 집사 노릇이다. 좋은 직장과 많은 연봉으로 자신도 좋아지겠지만 그들의 삶에서 자유는 없다. 천국은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을 자유를 잃는 것이라고 하면서 백두를 야생개로 풀어놓는다. 이 행위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학생과 어른들의 현재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에 별이 보여주는 행동은 그 결과가 바라는(?) 대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에게 자유를 주었다. 별이 이 자유를 계속해서 누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이 앞으로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그 자유를 진짜 맛보았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힘차게 용기있게 앞으로 나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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