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해서 너 가져
김범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영화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성장 소설이다.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계속 이어지는 사건들, 학생들끼리의 대립과 갈등, 성적 지상주의의 현실에 대한 비판 등이 세밀하게 엮어 읽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차갑고 냉정한 현실로 돌아오면 별이 경험한 모든 것이 환상이겠지만 그 시기를 지나왔거나 이제 지나갈 부모들에게 뭔가 가슴 한 곳에 찡한 것을 남겨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것이 없다면 참으로 바른 생활을 했거나 별보다 더 자유로운 학창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김별. 그녀는 고2다.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고, 아빠는 지방대 조교수다. 아빠의 유학 시절 뉴욕에서 생활했다. 친한 친구는 순영이다. 이런 그녀에게 시련이 닥쳐온다. 틴탑의 니엘을 닮았다고 말해지는 학생의 고백으로 인한 학교 짱 빽도의 괴롭힘과 폭력이다. 그녀에 대한 거짓된 소문과 일진 빽도의 권력 앞에 모든 학생들이 조용히 고개를 숙이거나 암묵적 가해자로 변한다. 그러다 얼마나 심하게 맞을지 모르는 상황이 온다. 이때 한 중년의 남자가 다가온다. 신이 그녀의 기도에 응답한 것일까? 그의 활약으로 빽도의 위협은 사라진다. 그럼 그는 누굴까? 스스로 천국이라 부른다. 물론 실제 이름은 아니다.

 

사나운 개들과 함께 나타나 학교의 선생들도 하지 못한 그를 두고 도시는 소문으로 가득해진다. 도사, 개장수, 조폭 두목, 탈북자, 주님의 천사, 사기꾼 등 다양한 상상력으로 치장된다. 결국은 개를 가지고 간지나는 행동을 했다는 글 때문에 개간지로 불린다. 하지만 그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다. 이 비밀을 하는 사람들에게 쫓긴다. 그것은 S침으로 불리는 침술이다. 수많은 학생들이 그의 침 한 방으로 스카이에 들어갔다는 소문이다. 좋은 대학에 목말라 하는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는 천국을 찾아다닌다. 그러다 연결선인 듯한 별을 발견한다. 당연하다는 듯이 그들의 패거리 속으로 끌어들여 천국과 연락하길 바란다.

 

이 소설은 별이란 한 여고생을 통해 한국 교육과 학교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왕따와 일진, 학원과 학교의 은밀한 관계, 성적 지상주의와 부부의 갈등, 자격증과 실력의 문제 등. 현실을 그대로 보여줘서 읽는 동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작가는 교묘하게 이야기를 이끌고 풀어나가면서 이 불편함을 제거하고 현실을 똑바로 보게 한다. 그렇게 하면서 불편함 대신 분노를 경험한다. 이 분노는 대부분 알고 있던 것이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외면하고 있던 것들이다. 아버지들은 아이들의 교육은 엄마가 담당하고 하자는 대로 따라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다 결과를 보고 엄마들을 탓한다. 아이의 성적이 가정 불화의 원인이 된다. 별이의 부모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과거와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학교와 학원의 은밀한 관계를 의심할 수 있는 이야기를 얼마 전 친구에게 들었다. 배우지도 않은 것이 시험에 나온다는 것이다. 다른 학생들은 그 문제들을 이미 학원에서 배웠다고 한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학생은 뒤로 처질 수밖에 없다. 학교 수업 진도와 다른 문제가 나왔다는 사실은 학원과 학교의 거래 관련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소설에서는 그것을 적나라하게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성적이다 보니 학부모와 학생들이 A라는 부르는 천국의 S침을 갈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성적이 모래 위에 쌓아올린 것들이기 때문이다. 정정당당한 진짜 경쟁에서 불안하기 때문이다.

 

‘공부해서 너 가져’ 이 제목을 볼 때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학창시절 공부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부모들은 좋은 대학을 말하면서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면 너의 미래가 밝게 펼쳐질 것이라고 했지만 그들이 실제 가장 좋게 가는 길을 보면 재벌들의 좋은 집사 노릇이다. 좋은 직장과 많은 연봉으로 자신도 좋아지겠지만 그들의 삶에서 자유는 없다. 천국은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을 자유를 잃는 것이라고 하면서 백두를 야생개로 풀어놓는다. 이 행위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학생과 어른들의 현재 모습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에 별이 보여주는 행동은 그 결과가 바라는(?) 대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에게 자유를 주었다. 별이 이 자유를 계속해서 누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관이 앞으로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그 자유를 진짜 맛보았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힘차게 용기있게 앞으로 나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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