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카토르는 이렇게 말했다
마야 유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연상시키는 제목이다. 이 소설에서 메르카토르는 불친절하고 황당하고 오만하고 무책임한 탐정이다. 모든 사건에서 그가 말한 논리의 결과는 항상 옳다. 그런데 이 결과가 기존 명탐정과 다르게 어처구니없다. 어떻게 보면 그가 전혀 일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개인적으로 그를 처음 만난 작품이 <붉은 까마귀>인데 이때 모습은 이 소설집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자존심 강하고 직관과 통찰력이 탁월한 그가 보여주는 몇몇 행동은 사디스트 같다. 분명하게 말해 그는 기존 탐정 소설의 탐정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다섯 편이 실려 있다. 첫 단편 <죽은 자를 깨우다>에서 1년 전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와서 새롭게 벌어진 살인사건을 풀어낸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결과가 이상하다. 그의 논리를 따라가면 분명히 맞는데 꼭 집어서 범인을 지정하지 않는다. 처음 이 추리를 듣고 느낀 감정은 정말 무책임하다는 것이었다. 등장부터 불친절하고 자존심 강하고 오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계속 읽으면 묘한 매력이 있다. 물론 이 매력이란 것이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라질 것이다. 기존 추리소설에 빠져 있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황당하고 무책임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그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조직력을 갖춘 경찰이다.

 

이 소설집에 대해 한 편씩 이야기를 풀어내면 아마도 스포일러로 가득할 것이다. 이미 위에서 하나를 내놓았는데 뒤에 이어서 나오는 네 편은 기존 추리소설의 통쾌함을 완전히 뒤엎어버린다. 그가 통찰력과 추리를 통해 풀어내는 결과가 그와 함께 다니는 추리소설가 미나기조차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조수 겸 동반자로 설정된 미나기의 직업을 추리소설가로 정한 것 자체가 기존 탐정 소설에 대한 반전 혹은 도전을 노린 것인지 모른다. 범인 찾기와 트릭으로 가득 찬 미스터리 소설에 작가는 이 메르카트로를 등장시켜 정면에서 도전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한정된 세계를 열린 세계로 만들어 버렸다. 그때의 당혹감과 황당함은 허무한 동시에 묘한 쾌감을 준다.

 

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명탐정의 규칙>이란 소설에서 추리소설의 억지를 황당하고 코믹하게 보여줬는데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 소설의 장르적 공식을 산산조각낸다. 특히 마지막 두 편 <대답 없는 그림책>과 <밀실장>에 오면 그 극에 도달한다. 작가에 대한 평이 본격 미스터리의 이단아란 말이 있는데 정말 딱 맞는 표현이다. 이 작품을 즐기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메르카토르가 말한 것이 정답이라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고? 역자의 말처럼 메르카토르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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