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알고, 바로 쓰는 빵빵한 어린이 한국 위인 1 : 전근대편 우리 아이 빵빵 시리즈 10
이건홍 지음, 박빛나 그림 / 유앤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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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만화 한국 위인전이다.

단군 왕검부터 흥선대원군까지 모두 84명의 위인들이 나온다.

시대별로 보면 조선시대 위인들이 가장 많다.

단군 왕검과 금와왕을 제외하면 삼국시대 이전 다른 위인은 없다.

한 위인에 대한 분량은 겨우 3쪽에 불과하다.

많은 이야기를 담기보다 많은 위인을 보여주기 위한 편집이다.

하지만 이 짧은 내용 속에 상당히 핵심적인 내용들이 많이 들어 있다.

단순화된 캐릭터를 통해 위인들의 업적에 더 집중하게 했다.

한 위인의 이야기 마지막에 두 개의 문제를 내어 내용을 복습하게 한다.

그런데 가끔 만화 내용에 나오지 않는 문제도 있다.


솔직히 어떤 기준으로 이 위인들을 선택했는지 잘 모르겠다.

평가가 양쪽으로 갈리는 인물들은 대부분 빠진 것은 알겠다.

역사책에서 배운 인물들이 대부분인 것도 역시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단순화되면서 조금 가벼운 듯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기 위한 편집이란 것은 알지만 말이다.

그리고 시대적으로 너무 조선시대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 것도 아쉽다.

상대적으로 이 시대 인물들의 자료가 더 풍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한 인물을 떠올리면 동시에 생각나는 인물도 있는데 빠진 것은 개인적인 아쉬움이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것은 내 개인적 호기심보다 아이에게 전해주기 위해서다.

최근 역사에 관심을 두고 있길래 이 책도 좋아할 것 같아서 선택했다.

그런데 읽으면서 과연 이 책을 얼마나 열중해서 읽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내가 내 자식을 너무 낮게 생각하는 것일까?

흔한 남매’를 보고 웃고 재밌는 이야기를 말하는 아이라서 더 그런가?

하지만 실제 내가 바라는 것은 이 책을 정독하기보다 아이가 궁금해하는 위인을 찾아보게 하는 것이다.

84명의 위인들이 나오기에 가볍고 쉽게 접근하기 좋다.

만화로 되어 있으니 초기 장벽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다만 나처럼 캐릭터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앞부분에 집중하지 못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대부분의 위인들이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다.

내가 봤지만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내용도 상당히 많이 나온다.

덕분에 역사와 위인들의 삶을 다시 한 번 공부하는 기회가 되었다.

잘못된 기억 중에는 문익점의 목화 씨 부분과 박문수의 암행어사 이야기가 있다.

목화 재배에 바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왠지 서늘함이 느껴졌다.

박문수의 경우 실제로 암행어사로 나간 적이 없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이렇게 역사를 되새기면서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시간되면 아이와 함께 서로 문제를 내면서 맞히는 게임을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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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야쿠마루 가쿠 지음, 민경욱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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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사명(死命)을 영어로 번역한 제목이다.

처음 이 제목을 보고 판타지 소설을 떠올렸다.

책소개를 제대로 읽지 않고 작가 이름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부제에 붙은 ‘죽어야 하는 남자들’은 형사와 연쇄살인범이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시한부 판정을 받은 암 환자다.

이 둘의 접점을 만드는 것은 당연히 연쇄살인범 사카키다.

사카키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자신이 억눌러온 살의를 실행으로 옮긴다.

이 사건 담당 형사들 중 한 명이 경시청의 아오이다.

아오이는 첫 사건이 터질 때만 해도 자신의 암이 재발한 것을 몰랐다.


사카키는 주식 데이 트레이딩으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이 집에 대학 동아리 친구들이 찾아온다.

이때 남편과 이혼한 스미노도 같이 온다.

스미노는 어린 시절 절친이자 대학 때 여자친구였다.

서로가 간절하게 원하는 사이이지만 사카키의 여자 살인 충동이 둘을 멀어지게 했다.

이 살인 충동을 평생 억눌러 오다 암 시한부 판정이 봉인을 풀었다.

경찰에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고, 그 사이에 자신이 죽을 것이란 계산을 했다.

첫 살인이 그에게 강렬한 쾌락을 주고 잠깐 살인 충동을 억제한다.

이 억제 기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짧아진다.

동시에 그의 체력도 점점 떨어지고 약해진다.


아오이. 범인을 쫓다 아내의 임종도 보지 못했다.

3년 전 암이 생겼지만 잘 치료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재발했다.

살인 사건을 쫓는 도중 암 재발 소식을 듣는다.

마지막 순간을 가족과 보내야 하지만 그는 살인자를 잡는 쪽은 선택한다.

그의 파트너는 경찰서 초짜 형사 야베다.

취직이 되지 않고, 가업인 빵집을 물려받지 않기 위해 경찰이 되었다.

미숙한 야베와 함께 그는 엄숙한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건을 쫓는다.

그의 끈질긴 노력과 형사의 감이 새로운 단서에 다가가게 한다.

하지만 그의 감은 수사본부에서 그렇게 크게 호응을 받지는 못한다.


시한부 삶을 사는 두 남자.

살인자와 그를 잡으려는 형사.

살인자의 조금씩 밝혀지는 과거와 그의 연인 스미노.

살인의 충동과 스미노에 대한 사랑.

형사도 사연을 가지고 있고, 꼰대 형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과 함께 남은 시간은 보내는 대신 범인을 잡으려는 열정.

삶의 다른 면을 보지 못하고 달려온 인생과 마지막 순간.

살인의 충동을 풀고, 그 욕망에 충실하려는 범인.

이런 범인을 잡아 마지막 임무를 완수하려는 형사.

어떻게 보면 너무 도식적이고, 완고한 듯해 보인다.

하지만 뛰어난 가독성과 끈질긴 형사의 열정과 노력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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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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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하는 마음>에 등장한 우진이 이번에도 등장한다.

그의 등장이 전편과의 연관성을 알려주지만 이전처럼 조연으로 머물고 있다.

이번에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온다.

그 능력은 정신이 들 정도로 세게 후려치면 맞은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모두 고백하는 것이다.

굉장한 능력이지만 이 능력의 소유자 병삼은 특별하게 이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동네 작은 교회의 셔틀버스 운전사로 머물면서 조용히 살아간다.

그런데 그가 일하는 교회의 목사가 고등학교 때 친구였다.

재밌는 사연 하나가 있는데 이 목사 바울이 병삼에게 빰을 맞고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서울로 떠났고, 바울의 행동을 보고 병삼도 서울로 간다.


병삼이 어떻게 이런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지 보여준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려다 죽을 뻔한 후 하나님을 만나 그 능력을 받았다.

병삼은 엄마가 죽은 후 알코올 중독자 아빠에게 늘 맞는다.

이것을 본 마을 주민들이 아빠를 말리지만 그 폭력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어린 병삼은 주변 어른들의 작은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깨닫게 된 데는 동네 폭력배의 빰을 후려친 이후다.

이 빰 후려치기를 아빠에게 한 번 하는데 이유는 죽은 것 같은 아빠를 살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한 대가 아빠를 정신차리게 하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하면서 문제가 생긴다.

병삼은 이 무서운 능력을 화려하게 사용할 마음도, 이용할 능력도 없다.

그냥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면서 가끔 이 능력을 사용한다.


보라. 아주 괴이한 병에 걸린 불쌍한 여자다.

그녀의 체취는 성인 남성들에게 폭력을 유발하는 최악의 냄새다.

여자들은 전혀 냄새 맡지 못하지만 남자들은 이 냄새를 맡으면 심한 욕과 폭력을 휘두른다.

가장 친한 남자 친구에게 폭언과 폭력을 당했고, 아빠마저 이 체취에 이성을 잃는다.

땀을 내지 않게 노력하고, 향수와 데오드란트를 발라 냄새를 풍기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수련했는데 이 체취 때문에 더 이상 도장을 다니기 힘들었다.

보라의 체취 문제로 부모님은 이혼하고, 미국에서 캐나다로 이사해 이 체취에 대해 알게 된다.

그녀의 삶은 남성기피, 남성 공포가 어우러져 있다.

이런 그녀에게 이 냄새가 하나의 사업 아이템이 된다.

바로 남성의 폭력을 통한 합의금 장사다.


합의금이 입금되자 신라호텔에 망고 빙수를 먹으러 갔다.

시기가 지나 망고 빙수는 없고, 가볍게 술은 한 잔 한다.

이때 수상한 남녀가 눈에 들어온다.

남자가 여자에게 윽박지르고 위협을 가하는 것 같다.

술 기운과 주변 상황이 그녀로 하여금 합의금 가능성으로 기울게 한다.

그런데 이 남자 보통이 아니다. 복싱이 아주 수준급이다.

단순히 복싱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강남 대형 교회 목사다.

호텔에서 둘은 싸우고, 보라가 먼저 한 대 때린다. 실수다.

이 일로 병삼과 보라와 재일이 한 자리에 모인다.

여기에 바울이 아프리카 선교 활동을 하면서 재일을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네 명의 남녀가 엮이고 꼬이면서 대형 교회 비리와 소소한 욕망이 뒤섞인다.


바울과 재일에 대한 과거도 흘러나온다.

바울의 사연은 그가 재일을 찾아가 보라의 선처를 호소하면서부터 흘러나온다.

재일은 사연은 병삼에게 강하게 한 대 맞으면서 나온다.

이런 사연은 그들의 삶의 궤적을 알려주고, 현재의 지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병삼의 능력을 탐내는 재일은 그를 자신의 교회로 스카우트한다.

현재 받는 급여보다 훨씬 높은 금액과 강남의 원룸은 병삼을 흔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이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고, 또 한 번의 빌런 등장으로 고생이 이어진다.

이 소설에서 등장 빈도에 비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리우는 우 권사다.

우 권사가 보여주는 행동은 갑질과 직장내 괴롭힘과 협박 등으로 이어져있다.

여기에 우진이 살짝 끼어들면서 관찰자이자 조력자 역할을 멋지게 한다.

전작처럼 아주 뛰어난 가독성과 예상 외의 장면으로 강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이 책의 분량은 다른 책들의 거의 1.5배 정도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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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 1 - 유럽의 등불이 꺼지다 궁극의 전쟁사
곽작가 지음, 김수박 그림 / 레드리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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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차 세계대전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유대인 학살 등과 어우러져 더 알려진 것과 대비된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것들이 많은 데 이 만화는 그 부분을 정확하게 했다.

방아쇠를 당긴 사라예보, 그날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일들.

전쟁을 하려는 국가들, 전쟁을 막으려는 국가들, 그 사이를 오고 가는 외교 정책.

풍요 속에 평화롭게 살아가는 유럽인들에게 전쟁의 가능성은 0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전쟁의 분위기는 곳곳에서 피어오른다.


사라예보 사건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위 계승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 부부가 암살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세르비아를 침공할 구실을 얻는다.

하지만 복잡하게 엮인 국제 정세는 단순히 세르비아를 침공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강대국 영국과 프랑스와 러시아의 참전 등을 피해야 한다.

여기서 독일은 러시아의 침공을 막고, 프랑스로 진군할 계획을 가진다.

이 당시는 유럽의 황실이 인척 관계로 이어져 있던 시절이다.

독일과 러시아 황제는 전쟁 직전까지 애칭을 부르면서 전보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다른 관료들의 전쟁 의지가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벨 에포크 시대의 유럽인들은 전쟁의 기운을 전혀 감지하지도 못했고, 믿지도 않았다.


1권의 초반부는 전쟁 전에 있었던 사건과 외교 등을 주로 다루었다.

중반부터는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진다.

재밌는 부분은 독일과 프랑스의 침공과 방어 전략이다.

독일의 슐리펜 전술 프랑스 국경으로 바로 침공하는 것이 아니라 회오리처럼 우회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등을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제일 위에 있는 군단의 속도는 가장 빨라야 한다.

이에 대응하는 프랑스의 전술은 이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전쟁 초기 프랑스 군이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여기에 영국군이 참전하면서 전쟁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이 만화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있었던 전술 등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 전술의 평가를 현대 기준을 다시 재평가한다.

병참의 중요성을 진격과 퇴각의 과정에서 다시 한 번 역설한다.

프랑스와 영국 두 수장의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는 모습도 나온다.

영국군의 능력이 뛰어난 것은 직업군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말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지만 전쟁은 한 사람의 능력으로 뒤집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전 기준으로 세워진 요새가 새로운 무기에 파괴되고 함락된다.

비행기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 해프닝도 나온다.


몇 년을 이어가고, 수 천만의 생명을 빼앗아간 전쟁이다.

아직 초반이라 이 시리즈가 얼마나 길게 제대로 표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만 보면 제1차 세계대전에 대한 아주 멋진 만화가 될 것 같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고, 자세하게 몰랐던 그 시대의 정치와 외교 등도 알 수 있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전투가 벌어졌고, 참호전이 시작된다.

비행선이 전쟁에 투입된 첫 번째 전쟁이고, 새로운 전략 전술을 짜게 했다.

이런 전략 전술만이 아니라 만화 특유의 시각적 재미를 살리면서도 전쟁사에 아주 충실하다.

나중에 제1차 세계대전 관련 책을 읽을 때 참고 자료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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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
김준녕 지음 / 고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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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가다.

작가의 첫 번째 단편집이다.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 생각보다 많은 책을 내었다.

최근 한국 sf작가들이 많이 등장해 이전에 비해 읽을 거리가 월등히 늘어났다.

한국 sf소설의 출간을 따라 읽는 것이 이제는 거의 불가능한 정도다.

개인적으로 아주 반가운 현상이고, 천천히 조금씩 따라간다.

열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는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집에 사 놓은 장편에 대한 기대가 부쩍 늘어났는데 언제 읽을지는 잘 모르겠다.


열 편의 단편 소설은 두 편을 제외하면 모두 독립적인 이야기다.

연작의 형태를 가진 두 편은 <망자를 위한 땅은 없다>와 <브레인 크런치>이다.

전편은 한국의 부동산 열풍을 미래의 블랙 코미디로 만들었다.

뒤편은 부동산 투자 실패 후 바뀐 삶을 현실적으로 엮었다.

이 두 편을 보면서 나의 과학적 한계와 의문을 동시에 느꼈다.

전편에서 태양이 멈출 때 생기는 태양계의 모습이 과연 얼마나 과학적인가 하는 부분 때문이다.

뒤편은 인류의 스승들의 인공 뇌가 격렬한 토론 끝에 도출한 내용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뭐 실제 작가가 이런 부분에 대한 정확한 답을 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단편은 모두 세 편이다.

<블랙홀 뺑소니>, <빛보다 빠른 빚>, <사이버 피쉬 트럭>등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빛보다 빠른 빚>은 읽으면서 정말 끔찍하게 느꼈다.

빚을 받아내기 위해 인간의 죽음마저 거부하는 추심이라니!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이 빚이 가족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영원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가족 중 누군가가 빚을 떠안아야 한다.

물에 빠져서도, 목을 메어서도, 전철에 몸을 던져도, 거대한 바퀴에 몸을 던져도 죽지 못한다.

메모리나 다른 무엇인가가 있으며 살려내고 이때 발생한 비용을 청구해 빚이 늘어난다.

이처럼 암울하고 현실적인 삶은 결코 상상력에만 기댄 것이 아니다.


<블랙홀 뺑소니>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외계인과 한국 보험대리인의 대결을 다룬다.

정체불명의 외계인이 주장하는 내용은 순수한 과학적 사고실험이다.

어떻게 보면 황당한 주장인데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다.

살짝 유머를 섞어 풀어내면서 가벼운 긴장감을 실어주는데 상당히 재밌다.

<사이버 피쉬 트럭>은 지구가 방사능 오염으로 먹거리가 전멸한 이후를 다룬다.

이전처럼 산에서 들에서 바다에서 먹을 것을 잡거나 채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때 등장한 그레이 구는 아주 훌륭한 대체 식량이자 기초 원재료가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레이 구 운송업자인데 차량 전복 사고로 당한다.

이때 차 밖으로 나온 그레이 구에게 신체 일부를 먹혔다.

이런 그레이 구와 인류가 생존을 위해 택한 방법들이 어둡고 서늘한 기운을 풍긴다.


표제작 <0번 버스는 2번 지구로 향한다>는 중간에 집중을 못해 흐름을 잊었다.

영이란 숫자와 다중 우주의 존재가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경매>는 너무 짧게 끝났고, 기억을 둘러 싼 슬픈 이야기가 작은 울림을 만들었다.

<팔이 닿지 못해 슬픈 짐승>은 코로나 19로 인한 팬데믹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보다 더 심하고 위급한 상황을 다루지만 코로나 19 초기의 심화 버전으로 다가온다.

<맛과 맛 사이>에서 마지막에 발굴한 것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뜨거운 얼음을 만드는 방법>은 공룡 알 부화와 인류세의 종말을 엮었다.

장난감 공룡 알을 현실화시켜 풀어가는 이야기가 묵직하면서 답답하다.

이렇게 각각 다른 분위기의 단편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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