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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있다. 시간도 부족하다. 착각도 많이 한다. 그래도 읽고 싶은 책은 늘 많다. 그 중에서 몇 권 추려본다.

  1. 살인자의 딸 : 잉에 뢰니히

 살인자의 딸로 살아온 19년. 아버지가 보낸 유언 한 마디. '나는 살인자가 아니야.' 과거 속에서 살인의 진실을 파헤치는 딸. 과연 어떤 진실이 밝혀질까? 작가가 단서를 교묘하게 숨겨놓지 않았다는 평은 나의 회색 뇌세포를 얼마나 돌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2. 세계의 겨울 : 켄 폴릿

 솔직히 말해 켄 폴릿의 작품을 많이 읽지 않았다. <대지의 기둥>을 미친 듯이 읽은 적은 있지만 다른 작품은 그렇게 읽은 기억이 없다. 영화로 본 대표작 때문에 더 손길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다루고 있는 시기는 현대사에게 아주 중요한 역사의 순간들이다. 분량도 적지 않다. 이번에도 <대지의 기둥> 같은 힘을 느껴보고 싶다.

 

 

  3.파기환송 : 마이클 코넬리

  쥐고 읽다 보면 그 끝을 보게 되는 작가다. 그의 이름을 잘 몰랐을 때도 재밌게 읽었고, 그 후에도 그의 작품은 언제나 위시리스트에 올려놓는다. 이번 작품은 미키 할러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해리 보슈도 나온다. 해리 보슈 시리즈를 아직 모두 읽지 않았다는 약간의 단점이 있지만 코넬리라면 그런 문제는 제쳐놓고 빠져들게 만들 힘과 재미를 가지고 있다.

 

 4. 바람의 안쪽 : 밀로라드 파비치

 <하자르 사전> 때문에 기억하는 작가다. 얼마 전 <하자르 사전> 재간된 것을 사놓았다. 그런데 이 기서에 손이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이 소설도 다른 출판사, 다른 번역자로 이미 나와 있다. 쉽게 읽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소설의 시작과 끝을 파괴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에는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5. 타인들 속에서 : 조 월튼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 작가가 수상한 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좋아하는 장르다. '내 어머니가 세상을 지배하려는 사악한 마녀라면?'이란 물음과 이에 대응하는 딸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다. 그리고 이 책과 작가에 대한 수많은 호평은 인식의 폭을 더 넓혀줄 것 같다. '정말로 판타지 소설 같은 판타지 소설에 관한 이야기'라는 평은 호기심을 아주 크게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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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일본 소설에서 가끔 만나는 구성이다. 소재만 놓고 본다면 특별한 것이 없다. 캐릭터도 그렇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구성이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인다. 억지스럽게 상황을 만들고 가볍게 풀어내지 않아 더욱 더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다. 주류점에서 부업으로 택배업을 하는데 이것도 일반적인 택배업과 다르다. 바로 이 부분 ‘일반적인 택배업과 다르다’는 점이 이야기 거리를 만든다. 무엇이든 배달하는 것과 곤란할 때 믿고 찾는 배달업을 하다 보니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벌어진다. 당연히 재미는 바로 이 지점에서 생기고, 가타기리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부분에서 한 번 더 공감한다.

 

다섯 편의 연작 단편에서 다루는 사건은 그렇게 어렵고 힘든 일들이 아니다. 인기 절정의 아이돌에게 선물을 배달하거나 병원에 있는 엄마에게 아이의 선물을 전달하거나 자신을 괴롭히는 직장 상사에게 악의를 보내거나 옛사랑의 흔적을 치우거나 7년 전 의뢰를 이행하는 것 등이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면 정말 특별한 것이 없다. 하지만 실제 내용으로 들어가면 쉬운 일들이 아니다. 단순해 보이는 의뢰 속에는 정확하지 않는 정보도 없을 때가 있고, 수익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이런 의뢰를 받아서 이행할까 하는 의문을 풀어주는 이야기도 있다. 엄청난 비용을 들이는 의뢰를 보면서 사람의 감정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타기리 주류점. 이름 그대로 술 배달점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이익이 나지 않아 택배업도 같이 한다. 이 주류점에서는 사장인 가타기리와 간단한 사무만 보는 후사에 씨가 있다. 첫 이야기는 이 주류점의 간단한 소개가 나온다. 직접 이야기를 풀어내는 대신 마작으로 생활비를 잃은 후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마루카와가 등장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배달을 하면서 검은 양복을 입고 다니는 이상한 사장 가타기리가 나온다. 세상의 정보와 단절된 듯한 그는 첫 이야기에서 놀라운 작전을 짠 후 배달에 성공한다. 그런데 이 가타기리에게는 마음에 큰 짐이 있다. 이 짐은 다른 사연과 이야기 속에 하나씩, 조금씩 흘러나온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의 모든 것이란 것이 참으로 어렵다. 그 중에서 최고는 역시 ‘악의’다. 배달이 완료된 후 그 내용을 보았을 때 과연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악의’가 배달되었다고 그 의뢰인이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다. 물론 자그만 만족은 얻을 것이다. 삶이란 것이 이런 것 하나로 완전히 바뀌기에는 너무 많은 변수들이 있다. 그 무엇보다 삶을 바꾸려는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이 곁들여져야만 한다. 가타기리도 이런 삶의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를 응원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짓누르는 무게를 벗어던지라고 말하면서. 그가 다른 사람들의 배달을 하나씩 성공할 때마다.

 

처음에 가타기리 주류점의 정체가 궁금했다. 혹시 판타지의 공간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봤다. 아니었다. 가타기리가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봤다. 역시 아니었다. 그럼 혹시 그가 탐정 역할을 하면서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했다. 이것도 아니었다. 그는 삶의 무게를 진 채 자신의 가게를 충실하게 꾸려나가는 조그만 사장일 뿐이다. 어린이의 의뢰를 받은 후 적자란 것에 그만둘까? 고민하는 아주 평범한 아저씨다. 그리고 그가 하는 것은 배달 그 이상이 아니다. 극적으로 어려움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강렬한 액션이나 치밀한 미스터리가 흘러나오지도 않는다. 다만 그의 일을 좇다가 만나는 사람들과 가타기리의 삶이 가슴 한 곳을 조금씩 데워줄 뿐이다. 전편에서 약간 실망을 했는데 이 작품으로 작가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졌다.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가 될지, 또 어떤 캐릭터가 등장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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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잠 밀리언셀러 클럽 145
가노 료이치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일본은 엄청난 토건국가다. 한국이 토건 사업으로 국토를 파헤치고 뚫고 막고 세우고 하지만 일본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 유명한 버블경제 시대 엄청난 자산이 부동산으로 몰렸고, 그 여파는 현재까지 이어진다. 버블경제를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토건사업을 펼쳤던 일본의 모습은 지금 한국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어쩌면 일본을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다. 이런 일본의 한 지역 다카하마를 무대로 9일 동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바닷가를 낀 다카하마는 버블경제 시대 수많은 별장과 기업 부대시설이 세워진 곳이다. 하지만 버블이 꺼지면서 그 건축물들이 페허로 변했다. 철거비용이 땅값보다 더 비싸 누구도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할 생각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도시에 공항 건설 계획이 생긴다. 지방 토호들은 자신들의 자산을 늘일 좋은 기회이다 보니 찬성을 하고, 지방 주민들은 환경 문제 등을 감안해서 반대한다. 이 두 세력은 서로의 의지를 관철시키려고 노력한다. 이 대립과 갈등은 이 소설의 중요한 배경이다. 이 공항 건설 계획을 읽으면서 한국의 지방 공항들이 생각났는데 더 나가면 복잡해지 여기서 그만 접자.

 

이 소설을 이끌고 나가는 인물은 카메라맨 다쓰미 쇼이치다. 그는 잡지사가 조작한 사진 때문에 업계에서 쫓겨난다. 그 후 생계를 위해 흥신소 일을 했다. 누명이 벗겨진 후에도 그를 부르는 잡지사는 없다. 이런 그가 관심을 가지는 사진이 있다. 바로 폐허다. 이미 몇 년 전 폐허 사진집을 낸 적이 있다. 다카하마에 온 이유도 폐허가 된 다카하마 호텔을 찍기 위해서다. 새벽빛 속의 다카하마 호텔의 폐허를 찍으려는 그가 호텔 안에서 한 여성의 시체를 발견한다. 그녀는 이 마을 출신의 유명한 작가이자 공항 건설 반대파의 일원인 아이자와 다에코다. 최초의 시체 발견자라는 이유와 그의 이력이 이 살인사건에 발을 담그게 만든다.

 

다쓰미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후지코다. 그녀는 잡지사 기자이고, 다에코가 죽기 전 인터뷰한 이력이 있다. 처음에 그녀는 단순히 다쓰미와 다니면서 이 사건의 관련자를 만나는 인물 정도였다. 그런데 다쓰미가 찍은 사진을 현상해서 가지고 나온 후 다카하마 호텔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다. 경찰이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고가 아닌 살인을 노린 사건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다쓰미의 후지코에 대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그 범인을 잡으려는 열정이 불타게 된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같은 호텔에서 전 아내를 잃은 지방 신문사 기자 안비루가 있다. 그는 친구인 형사 쓰보이로부터 단서를 얻고, 자신들이 찾은 단서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쓰미의 가장 좋은 파트너다.

 

처음 다에코가 죽었을 때만 해도 단순해 보였다. 공항 건설과 관련된 살인 사건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건을 파헤치면서 만나게 되는 지역의 이권과 과거의 사건은 그렇게 단순하지만 않다. 그리고 그녀가 죽었던 다카하마 호텔은 이전에 정계와 재계에 검은 돈을 뿌렸던 이종원의 아내가 운영했던 호텔이었고, 5년 전 화재가 발생한 곳이다. 이 화재는 이종원의 아내 가나코가 보험금을 노리고 저지른 사건이란 의혹도 있다. 여기에 방화범 용의자였던 인물이 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까지 있다. 덧붙여 공항 건설 반대파의 회장인 스에쓰구 씨는 이종원의 아들이자 다에코의 연인이다. 보통의 살인사건이라면 그의 전남편 안비루나 스에쓰구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될 것이다.

 

보통의 미스터리라면 공항 건설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폐허가 된 다카하마 호텔이 중요한 단서이자 배경으로 작용한다. 화재 사건에서 비롯한 일들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항 건설이 완전히 동떨어진 것도 아니다. 야쿠자 조직이 이권을 위해 개입하고, 지역 주민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또 다른 죽음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사건을 몇 가지 단서와 추리만으로 멋지게 해결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다쓰미다. 개인적으로 그의 추론 과정이나 단서 등이 충분히 소설 속에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매력적인 캐릭터이지만 조금 과장된 듯한 모습이다. 아니면 내가 이야기 속에서 작가가 흘린 단서를 너무 소홀하게 본 것인지도 모르겠다.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범인으로 지적될 때 나의 뇌세포도 같이 빠르게 회전하고, 그의 결론에 감탄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여운은 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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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vs. 서울보통시 - 서울은 왜 서울인가 서울 택리지 2
노주석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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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부터 2015년 2월까지 3년에 걸쳐 서울신문에 장기 연재되었던 <노주석의 서울택리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종이신문을 거의 읽지 않다 보니 이런 연재가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기존의 <서울택리지>가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역사.지리적 개념잡기였다면, 이번에는 정치.문화적 색깔을 더했다고 한다. 하지만 끝까지 읽으면서 그 정치색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느꼈다. 신문 연재이다 보니 충분하게 정치적인 내용을 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내용을 다루다 보니 그냥 가볍게 훑고 지나가는 부분도 적지 않아 깊이의 아쉬움이 조금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백미는 앞의 3개 장이다. 현재 서울의 강남, 강북 문제를 이전의 남촌, 북촌으로 연원을 끌고 올라간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거주지가 신분을 나타내었던 조선 시대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문학 작품을 인용해 과거 서울의 풍경과 그 속의 삶을 풀어낸 부분은 한 거대 도시의 발전사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그리고 서울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두 번째 지명으로 넘어가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일제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 민족의 역사까지 훼손한다고 지적할 때 특히 그렇다. 저자가 말하는 우리나라 지명 역사의 두 가지 경천동지할 사건 중 하나가 일제의 창지개명이다. 이 창지개명은 신라 경덕왕이 모든 지명을 일률적으로 한자로 바꾼 것은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내가 즐겨 다니던 곳의 지명 유래를 보고 있으면 친일잔재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다. “지명 속에는 그 지역의 내력이 오롯이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역사와 행정이 따로 노는 부분은 하나씩 바로잡아 나가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구한말 한양의 지도나 사진을 보면 지금과 많이 다르다. 규모나 시설이야 다른 것이 당연하지만 궁궐의 크기나 한양도성은 많이 훼손되어 예전과 차이가 크다. 예전에 북한산 등산할 때 한창 복원 중인 성곽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사실 그 의미를 제대로 몰랐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사진으로 본 한양도성의 낯과 밤은 내가 늘 가보고 싶고 걷고 싶었던 그곳이다. 한양도성의 사대문이 지닌 의미와 그 훼철의 역사를 보면 다시 한 번 더 일제의 역사 및 문화 파괴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다음 장의 서울 사수를 위해 지은 북한산성과 남한산성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특히 남한산성의 축성술에 대한 극찬과 한 번도 외세에 빼앗기지 않았던 사실은 늘 지나가기만 했던 그곳을 한 번쯤 발로 밟고 싶다는 욕구를 더욱 부채질한다.

 

서울이란 말의 어원을 ‘신라의 수도 서라벌을 어원으로 보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라고 한다. “서울이란 수도를 뜻하는 보통명사이지 땅이름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보면 수도 서울은 중복이다. 놀라운 것 중 하나는 이승만 정권 당시 서울의 이름을 바꾸려고 했던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간단하게 서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향토사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지방학의 연구 목적이나 대상 혹은 범주가 주로 지역 사회의 역사문화 전통으로 한정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경계하자”는 의미다.

 

한성판윤과 서울시장을 다룬 장은 서울과 서울시장의 정치적 위상에 대한 글이다. 통계와 그 해설이 깊이 있는 곳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단편적인 부분에 머물러 아쉽다. 마지막 장은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서울의 발전사를 간략하게 들려주는데 역시 아쉬움이 많은 글이다. 이 아쉬움은 이전에 서울이 어떻게 발전하고 팽창했는지를 다룬 책을 읽었기에 생긴 것이다. 단순하게 그려내기에는 그것과 관련된 수많은 이권과 위생과 환경 등이 아주 복잡하게 엮어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서울시장이 누구였고, 가십이 어떤 것이 있었고, 아파트를 많이 지었다는 것만으로 요약하기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에 대해 개론적이고 개괄적이면서 역사적인 부분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방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 다음은 독자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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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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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읽는다. <눈먼 자들의 도시> 이후 처음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의 소설이 집에 더 있지만 읽은 책은 이 책 이전에 <눈먼 자들의 도시>가 유일하다. 하지만 워낙 강한 인상을 받았기에 나오면 항상 위시리스트에 올려놓고 한 권씩 샀다. 나에게 사라마구는 그런 존재다. 자주 읽지 않지만 단 한 권으로 영혼 깊은 곳에 아주 강한 인상을 각인시킨 작가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약성서의 첫 살인자 카인을 재해석했다. 이전부터 그의 작품을 꾸준히 읽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아주 불경한 듯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 불경함은 기독교도에게 해당한다.

 

그렇게 두껍지 않다. 분량만 놓고 보면 2~3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읽으면 더 긴 시간이 걸린다. 그만의 독특한 문장 구조 때문이다. 문단과 화자의 구분이 없어 문맥으로 파악해야 하기에 집중하면서 읽어야 한다. 순간 문맥을 놓치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다. 천천히 집중하면서 읽으면 아주 공들여 쓴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문장들 속에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널어놓았다. 기독교 국가 태생인 작가이기에 가능할 것 같지만 <구약성서> 속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인간적으로 풀어놓은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카인. 동생 아벨을 죽인 죄로 평생 유랑하면서 산다. 머리에는 살인자의 낙인이 찍혀 있다. 그런데 카인과 여호와의 대화는 공모자라는 인식을 처음부터 심어준다. 카인이 아벨을 죽이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후 카인은 수많은 현재를 유랑하면서 구약성서 속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비틀고 논리적 허점 등을 지적한다. 소돔과 고모라를 비롯한 수많은 학살과 파괴의 현장을 둘러본다. 왜 이런 파괴와 학살을 저지르는지 여호와에게 묻는다. 욥의 시련은 단지 사탄과의 내기에 의해 일어난다. 그가 받은 시련은 단지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것일 뿐이다. 비신자이자 이성에 의해 판단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부분들을 작가는 하나씩 지적하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카인이 유랑하면서 본 현재들은 수백 수천 년의 역사지만 그는 그 시간을 현재로 살아간다. 하나님이 그에게 벌로 내린 능력이기도 하다. 이 저주는 그가 여호와를 긍정하고 믿게 만들지 않고 회의하고 부정하게 만든다. 이것은 구약성서가 가진 비이성적이고 일방적 강요에 대한 이성적 반응이다. 대화와 용서를 통해 구원을 얻을 것이란 기대는 학살과 파괴들에 의해 산산조각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호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는 외면한다. 아니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요한다. 이 믿음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징벌이 내려온다. 그래서 읽는 동안 불편했다. 현재 나의 이성이 이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비기독교적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도와 대화를 하면 그들은 늘 신앙을 내세운다. 나는 논리와 과학과 이성을 말한다. 이야기는 평행선을 탄다. 대화의 결론은 없다. 신의 뜻을 인간이 알 수 없다는 말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그럼 묻고 싶다. 왜 그 신을 믿느냐고? 인간을 왜 그렇게 만들었냐고? 교리문답에 이에 대한 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작가들이 이미 다루었다. 나의 이성을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신자와 비신자의 차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머릿속에 계속 든 생각도 바로 이것이다. 무결점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만든 세상을 자신이 바라는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새롭게 만드는 모습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비슷해 보인다. 다 알지 못하기에,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기에 리셋해야 하는 경우처럼. 노아의 이야기가 가장 마지막인 것은, 그 이야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전개를 펼쳐보이는 것은 단순히 발칙한 상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신의 존재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다. 우리가 종교인과 논쟁하는 것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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