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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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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읽는다. <눈먼 자들의 도시> 이후 처음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의 소설이 집에 더 있지만 읽은 책은 이 책 이전에 <눈먼 자들의 도시>가 유일하다. 하지만 워낙 강한 인상을 받았기에 나오면 항상 위시리스트에 올려놓고 한 권씩 샀다. 나에게 사라마구는 그런 존재다. 자주 읽지 않지만 단 한 권으로 영혼 깊은 곳에 아주 강한 인상을 각인시킨 작가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약성서의 첫 살인자 카인을 재해석했다. 이전부터 그의 작품을 꾸준히 읽은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아주 불경한 듯하게 느껴진다. 물론 이 불경함은 기독교도에게 해당한다.

 

그렇게 두껍지 않다. 분량만 놓고 보면 2~3 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읽으면 더 긴 시간이 걸린다. 그만의 독특한 문장 구조 때문이다. 문단과 화자의 구분이 없어 문맥으로 파악해야 하기에 집중하면서 읽어야 한다. 순간 문맥을 놓치면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다. 천천히 집중하면서 읽으면 아주 공들여 쓴 문장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문장들 속에 작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널어놓았다. 기독교 국가 태생인 작가이기에 가능할 것 같지만 <구약성서> 속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인간적으로 풀어놓은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카인. 동생 아벨을 죽인 죄로 평생 유랑하면서 산다. 머리에는 살인자의 낙인이 찍혀 있다. 그런데 카인과 여호와의 대화는 공모자라는 인식을 처음부터 심어준다. 카인이 아벨을 죽이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후 카인은 수많은 현재를 유랑하면서 구약성서 속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비틀고 논리적 허점 등을 지적한다. 소돔과 고모라를 비롯한 수많은 학살과 파괴의 현장을 둘러본다. 왜 이런 파괴와 학살을 저지르는지 여호와에게 묻는다. 욥의 시련은 단지 사탄과의 내기에 의해 일어난다. 그가 받은 시련은 단지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한 것일 뿐이다. 비신자이자 이성에 의해 판단하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부분들을 작가는 하나씩 지적하고 직접적으로 말한다.

 

카인이 유랑하면서 본 현재들은 수백 수천 년의 역사지만 그는 그 시간을 현재로 살아간다. 하나님이 그에게 벌로 내린 능력이기도 하다. 이 저주는 그가 여호와를 긍정하고 믿게 만들지 않고 회의하고 부정하게 만든다. 이것은 구약성서가 가진 비이성적이고 일방적 강요에 대한 이성적 반응이다. 대화와 용서를 통해 구원을 얻을 것이란 기대는 학살과 파괴들에 의해 산산조각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호와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는 외면한다. 아니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강요한다. 이 믿음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징벌이 내려온다. 그래서 읽는 동안 불편했다. 현재 나의 이성이 이 현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도 비기독교적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도와 대화를 하면 그들은 늘 신앙을 내세운다. 나는 논리와 과학과 이성을 말한다. 이야기는 평행선을 탄다. 대화의 결론은 없다. 신의 뜻을 인간이 알 수 없다는 말로 끝나는 경우도 많다. 그럼 묻고 싶다. 왜 그 신을 믿느냐고? 인간을 왜 그렇게 만들었냐고? 교리문답에 이에 대한 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작가들이 이미 다루었다. 나의 이성을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신자와 비신자의 차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머릿속에 계속 든 생각도 바로 이것이다. 무결점이라고 하지만 자신이 만든 세상을 자신이 바라는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새롭게 만드는 모습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비슷해 보인다. 다 알지 못하기에,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기에 리셋해야 하는 경우처럼. 노아의 이야기가 가장 마지막인 것은, 그 이야기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전개를 펼쳐보이는 것은 단순히 발칙한 상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과 신의 존재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다. 우리가 종교인과 논쟁하는 것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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