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 홀 2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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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권은 주인공 크롬웰이 국왕의 총신이 된 순간부터 국왕의 죽마고우이자 총신으로 전 대법관이엇던 토머스 모어가 처형되는 순간까지 이야기가 진행된다.

“가드너는 여전히 국왕비서관이었지만 요즘 국왕을 거의 매일 만나는 건 크롬웰이었다. 헨리가 충고를 원하면 그가 충고를 줄 수 있고 그의 분야를 벗어나는 일일 경우에는 그 일을 할 누군가를 찾아낼 것이다. 국왕에세 불만스러운 일이 있으면 그는 자기에게 맡겨두라고 말할 것이고 외람되지만 계속 진행시켜도 되겠느냐고 의향을 물을 것이다. 국왕이 기분 좋을 때 그는 함께 웃어줄 준비가 되어 있고 국왕이 우울할 때에는 다정하고 세심하게 대할 것이다.”

크롬웰은 유능했다. 그러나 그의 유능함은 단순히 그의 법률지식이나 회계지식, 무역업무의 지식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를 헨리 8세가 총애하게 된 것은 국왕의 뱃속에 들어가 본 것처럼 국왕의 의중을 헤아리는 그의 능란한 처세술때문이엇다. 그러나 왕이 그에게 보내는 신뢰는 그러한 능력과 처세술 이상을 그에게 보았기 때문이다.

“난 배은 망덕을 싫어해. 불충함도 싫고 내가 그대 같은 이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이런 거야. 그대는 옛 주인이 곤경에 처했을 때 그에게 잘해주었어. 바로 그점이 가장 내 마음에 들었지.”

그러나 크롬웰은 국왕의 말을 들으며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국왕은 마치 추기경을 곤경으로 몬 사람이 자기가 아닌 것처럼 말햇다. 울지의 물락이 마치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진 탓인 것처럼.” 그리고 이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크롬웰은 자신이 모시던 울지 추기경보다 더 비참하게 버림받아 죽어야 햇다. 그것은 주인공이 인용하는 말처럼 “호모 호미니 루푸스(Homo homini lupus), 인간은 인간에게 늑대”이기 때문이다. 왕도 신하도 결국은 서로에게 늑대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헨리와 루비에 대해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국왕은 그가 뒷골목 속임수를 쓸거라고 상상했다. 오래전 그가 큐피드 상을 고미술품처럼 꾸며 추기경들에게 팔아넘기던 시절에 즐겨하던 짓을 할 거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런 억측에 항변을 해봐야 제 발 저려한다는 의심을 살 뿐이다. 헨리가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놀랄 일인가? 군주는 혼자다. 자문회의실에서도 침실에서도 하느님 앞에 심판을 받기 위해 알몸으로 대기실에 있을 때에도 군주는 혼자다.”

사람은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왕은 더더욱 혼자일수 밖에 없으며 누구도 믿지 못하는 가련한 처지이다.

“헨리는 당신을 무서워해요.”
그가 고개를 저었다. 잉글랜드의 사자가 대체 누굴 무서워하겠는가?
“맹세코 정말 그래요. 당신이 칼을 손에 들고 전장에 나갈 거라고 말했을 때 헨리의 얼굴을 보았어야 해요.”

총신을 두려워해야하는 왕. 그런 왕은 사실 다정다감하고 여린 사람이다. “난 국왕이 그렇게 다정한 분인줄 몰랐어요. 캐서린이 왜 그렇게 국왕을 얻으려고 애썼는지 알 것같아요. 그러니까 단지 왕비가 되려고 그랬다기 보다는 국왕을 남편으로 두려고 했다는 말이에요. 나는 국왕이 정말 사랑받을 만한 남자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에요.”

“헨리는 폭군이 아니었다. 헨리는 법의 틀 안에서 다스리는 군주였다. 헨리는 말을 타고 런던 시를 지나는 동안 백성들이 자신에게 환호성을 지르는 것을 좋아했다.”

친구들에게 베풀줄 알고 여자에게 친절하며 백성들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왕. 그러나 정상의 위치에서 그런 애정은 진실될 수 없다. 그는 절대 진실된 애정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를 홀로 지켜야 하는 숙명을 타고 난 존재이다.

“’타우튼 전투 얘기 들어본 적 있나? 국왕이 말하길, 이만 명이 넘는 잉글랜드 사람이 죽었다더군.’ ‘상대가 어디였는데요?’
‘자기들끼리. 양쪽 모두 잉글랜드 사람이엇지.’

1461년 종려주일이엇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두 왕이 부딪혔다. 이 전쟁에서 승자를 논할 수 있다면 현 국왕의 할아버지 에드워드 왕이 승자였다. 시체가 강을 메워 깔딱거리는 다리가 생겼다. 셀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피로 뻘겋게 물든 강에서 엉금엉금 기어 빠져나가기도 했고 뒹굴거나 거꾸로 처박히기도 했다.

앤의 자궁 속에 있는 아이는 더 이상 내전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보증수표였다. 이 아이는 시작이자 출발점이었고 예전과 다른 국가가 탄생할 거라는 약속이엇다.”

왕은 캐서린 왕비에게 싫증이 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여전히 캐서린을 사랑했다. 그러나 그에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적통의 자식이 필요햇고 그것도 왕자가 필요햇다. 그러나 캐서린은 계속 사산을 할 뿐이었고 그에겐 새로운 왕비가 필요했던 것이다.

왕자를 얻기 위해 이혼할 수 밖에 없었던 왕. 그 이혼을 하기 위해 종교개혁이란 소란을 일으켜야 했던 왕. 그리고 그렇게 얻은 앤에게선 왕자를 얻을 수 없었던 왕. 헨리8세의 이야기는 황당함의 이야기이며 그 황당함은 그의 처지에선 어쩔 수 없기도 한 그의 숙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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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홀 1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영국왕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거의 여왕일 것이다. 엘리자베스 1세, 빅토리아 영왕 그리고 현재의 여왕. 영국 국가에 '신이여 여왕을 보호하소서'라는 구절이 있는 것을 생각하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그외의 남자 왕으로는 누구를 기억할까? 다른 왕들은 전혀 모르더라도 헨리8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너무나 황당한 왕이니까.

남자 아이를 갖고 싶다고 이혼하기 위해 온 유럽을 뒤흔들고 종교개혁까지 한 왕. 그렇게 이혼하고 결혼해 놓고는 마누라를 처형한 왕. 황당하다는 말로는 부족할지도 모르는 왕이다.

황당의 극의를 보여준 왕인 만큼 영화와 소설, 역사의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얘기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책도 그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책은 '천일의 앤'과 같은 영화와 달리 왕과 왕의 여자들 주변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다. 종교개혁을 주도하고 왕의 이혼을 성사시켜 앤 불린과 결혼할 수 있게 했으며 앤 불린의 몰락을 지휘하고 그 후처와의 결혼을 지휘했지만 못 생긴 외국 공녀와 결혼시켰다고 왕의 미움을 사 처형된 사람, 헨리 8세의 수석장관이었던 토머스 크롬웰이 이책의 주인공이다. 이책은 황당했던 헨리 8세 시절을 크롬웰의 눈으로 그려나간다.

이책의 1권은 수석장관이 되기 이전 크롬웰이 상관으로 모시던 울지 추기경이 어떻게 몰락해 죽게 되는가를 다룬다.

이책을 읽으면서 중고등학교 시절 배웠던 시조들이 생각난다. 겉보기에는 연애시인 그 시조를 쓴 사람들은 수염이 멀쩡하게 난 할아버지들이었다. 남자가 그것도 나이도 지긋한 양반 사대부가 버림받은 여자가 되어 무정한 남자를 원망하고 그리워하는 시조들. 도대체 이게 무슨 변태시냐. 그 시조들을 배울 때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책을 보다보면 딱 그 심정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변덕스러운 왕의 속을 누가 알랴?

"그는 헨리가 추기경에게서 배운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늘 유동적인 절충적 수완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불명료함의 과학이었다. 국왕은 자신의 대신을 천천히 흔적없이, 애매하게 파멸시키는 데 이 과학을 이용했다. 친절을 한 번 베풀 때마다 거기에는 더 심한 죄목과 재산 몰수라는 냉혹한 처사가 뒤따랐고 이런 일이 계속된 결과 추기경의 입에서는 '그만 떠나고 싶네'라는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20년 동안 성실하게 헨리 8세의 총신으로 영국을 다스렸던 추기경의 몰락은 한가지 죄 때문이었다. 앤 불린의 미움을 샀다는 것.

"그는 생각했다. 추기경님이라면 훌륭한 왕이 되었을거야. 아주 인자하고 일처리는 자신 있게 하면서도 부드러운 왕. 아주 공정하고 기민하며 대단한 분별력을 지닌 그런 왕이 되었을거야. 추기경님이라면 최고의 통치를 펼쳤겠지."

주인공의 추기경에 대한 평가이다. 이책에서 그려지는 울지 추기경은 유능한 사람이었다. 20년 동안 2인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런 그의 능력과 처세술 때문이엇다. 그러나 그런 추기경도 왕의 애인의 눈 밖에 났다는 이유로 무너져야 햇다.

주인공은 대장장이의 아들에 불과했지만 용병과 상인으로 유럽을 떠돌면서 불어, 이태리어, 스페인어는 그리스어, 라틴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되었고 국제무역과 금융의 실무능력은 물론 법률에도 능통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대법관 울지 추기경은 그를 오른팔로 기용했고 자기 후임으로 추천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능력이 있더라도 출신이 보잘 것 없는 주인공을 알아준 추기경에게 주인공은 끝까지 충성을 바친다. 주인공이 몰락한 주인에게 끝까지 충성을 바치는 것은 애정과 존경심 때문이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생각해봐. 노인네를 버리는 게 어르신에게는 아무 이득이 안 돼. 배신자라는 딱지가 붙는 것 말고 뭘 얻겠어?"

1권은 추기경이 권력의 절정에서 몰락하고 몰락한 주인의 복권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을 다룬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눈에 비친 궁정 사람들은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다.

"왕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왜 가지면 안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왕의 이야기가 어디로 흐르겠는가? 사랑 이야기로, 앤 이야기로,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으로 흐를 것이다."

"추기경은 국왕이 직접 편지를 쓰도록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늘 말했다. 다른 국왕에게 편지를 쓸 때에도, 김지어는 교황에게 편지를 쓸 때에도 그랫다. 직접 편지를 쓰면 많은 게 달라질 경우라도 국왕은 절대로 직접 편지를 쓰는 법이 없었다." 그러나 앤 불린은 왕이 직접 쓴 편지를 받았다.

왕이 원하는 것에는 많은 것이 걸려 있었다. "이번 이혼이 인정되는 경우, 또는 우리 입장에서 말할 때 교황에게서 어느 정도 강제로 승인을 받게 되는 경우 온갖 혼란스러운 파멸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당신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황제가 이모(캐서린 왕비)를 지키겠다고 잉글랜드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어요. 그러면 당신의 상인 친구들은 생업을 잃게 되고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겠지요. 튜더 왕이 몰락하고 옛 귀족이 다시 세력을 회복할 거고요." 스페인 대사의 말이다.

왕이 이혼하려는, 형의 부인과 부도덕하게 살아왔다고 주장하는 여인은 스페인의 공주였고 그녀의 조카는 스페인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였다.

과부가 된 그녀와 결혼한 것은 캐서린을 처음 보았을 때 반했기 때문이었고 그의 의지였다. 형수와 결혼하는 것은 교회법에 위배되는 것이었지만 왕이 원하면 교황도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왕이 원하면 교황도 이혼에 동의할 것이었다. 그러나 사정이 복잡했다. 월급을 받지 못한 황제의 용병들이 로마를 약탁했고 교황은 황제의 포로가 되었다. 왕의 이혼은 유럽의 정치가 된 것이다.

백방으로 뛰며 전 유럽에 깔린 자신의 인맥을 동원해 왕의 소원을 풀어주려던 추기경의 노력은 좌절되었다. 그리고 앤의 원한을 사고 있던 추기경은 딱 몰락하기 좋은 위치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면 사랑에 눈이 먼 왕이 그렇게 원한 여자는 어떤 여자였는가?

"잉글랜드의 왕비는 화형을 당할 거라는 예언이 있지요. 하지만 난 예언 따위에 겁먹지 않아요. 설령 예언이 사실이더라도 나는 위험을 감수할 거에요. 어차피 일은 일어나는 법. 난 국왕을 손에 넣고야 말테니까." 왕은 그녀 자체를 원했지만 그녀는 개인으로서의 왕이 아니라 그의 자리를 원했다. 그녀 집안 사람이 다른 사람을 모두 그렇게 대하듯이 왕도 예외가 아니었다. "불린 집안사람들에게 다른 사람의 존재는 두 가지뿐이었다. 이용할 사람과 버릴 사람. 남의 마음이나 평판이나 가문의 이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가 아는 앤은 아름다움 같은 덧없는 것에 마음이 움직였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덧없는 아름다움같은 것이니라 권력과 영광이었고 왕은 그것을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사랑의 불장난에, 덧없이 사라질 감정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왕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그는 하고 싶은 말을 억지로 삼켰다. 당신은 이제 마흔이고 (왕의 꿈에 나타난) 형은 당신에게 어른이 되라는 말을 하는 겁니다. 당신은 아서 왕에 대한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연극으로 상연했나요? 가면극은 얼마나 많았고 가장행렬은 또 얼마나 많았나요? 종이 방패와 나무칼을 들고 등장했던 배우는 또 얼마나 많았나요?" 주인공이 생각하는 왕이다.

"국왕은 혹시 재채기라도 하면 국사를 내려놓고 스스로 쉬는 날이라고 정하고는 음악을 연주하거나 비가 잦아들면 정원에서 가벼운 산책을 즐겼다."

"국왕이 잠을 설친 건 사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야. 이렇게 땅이 꽁꽁 얼어붙었으니 사냥개가 움직이기 어럽지. 사냥개들이 나갈 수 없었을 거야. 양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게 아니야."

"자네가 인내심을 갖고 우리 군주를 모실 수 있을까? 군주가 낮에 올린 서류에는 서명도 않는 채 자정이 다 되도록 브랜든하고 술을 마시고 킬킬대면서 노래나 부르고 있을 때 자네가 인내심을 보일 수 있을까? 자네가 국왕을 채근할 때 국왕이 이제 잠이나 자야겠다고, 내일은 사냥을 갈 거라고 말한다면 인내심을 보일 수 있을까? 국왕을 모실 기회가 온다면 국왕을 있는 그대로 쾌락을 추구하는 군주로 받아들여야 할 거야." 추기경의 말이다.

영국의 정상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왕에게 나라는 그의 소유물일 뿐이었다. 그의 소유물일 뿐이니 그 나라는 자신의 욕망에 봉사해야 하는 도구일 뿐이며 그는 그 소유물에 대해 권리만 있고 의무는 없었다.

그런 왕에게 사랑은 사냥이나 마찬가지로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한때의 유희였다.  전쟁 역시 더 거창할 뿐 그에게는 마찬가지였다.

"그대는 세금때문에 이 나라가 쓰러질 거라는 이유를 들어 내가 전쟁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지. 전쟁에 나가는 군주를 지원하지 않을거라면 나라는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가?"

'짐이 곧 국가이다'라는 말을 한 루이 14세가 어떤 생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전쟁을 벌여 프랑스의 재정을 파멸로 이끌었고 결국 그 재정상태 때문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게 만든 루이 14세. 그에게 전쟁은 자신의 영광을 위한 놀이였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헨리8세에겐 전쟁도 사랑도 사냥과 마찬가지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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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춤 - 시몬느 드 보부아르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성유보 옮김 / 한빛문화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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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책의 내용은 별 거없다. 누구나 겪었거나 겪게 마련인 부모의 죽음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이름도 유명한 보부아르 역시 죽어가는 엄마 앞에서 그리고 죽은 엄마 앞에서 갑남을녀와 다를 것 없다.

이책을 처음 열었을 때 느낀 것은 노골적인 솔직함이엇다. 주방에서 넘어져 뼈가 부러진 어머니는 몇 시간을 기어 겨우 구급차를 불렀다. 78살이면 이상할 것도 없는 일이다.

급히 병원으로 달려간 저자에게 어머니는 여전했다. 저자의 눈에 비친 어머니는 사소한 것에 별 것 아닌 것에 흔들리는 가벼운 여인이었다. 의연함, 품위가 없는 어머니. 저자는 그런 어머니를 냉정하게 그린다.

가벼움은, 줏대 없이 흔들리는 것은 어머니의 천성이었다. "평생, 엄마의 자아는 늘 외부 세계를 향하고 있었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보다는 주변에 맞춰 행동도 자신의 생각도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어머니. "엄마는 상당한 독서를 하셨고 기억력이 좋았음에도 거의 모든 것을 금방 잊어버렸다. 상황에 따라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데 확실한 지식이나 명료한 의견은 어쩌면 자신의 입장을 바꿀 수 없도록 하기 때문이었던 것같다."

어머니의 그런 성격은 어머니의 어머니 때문이었다. 외할머니는 더 예쁜 동생을 노골적으로 편애했고 그런 편애 때문에 어머니는  자존감을 키울 수 없었다. 소녀에게 사람들이 사랑 대신 준 것은 빅토리아 식의 숨막히는 족쇄였다. "어린 시절 사람들은 엄마의 육체, 엄마의 마음, 엄마의 정신을 규율과 금기라고 하는 재갈을 물려 억압했다. 엄마는 허리띠를 단정히 꽉 졸라매도록 배웠다. 하지만 엄마의 내부에는 피가 끓고 불타오르는 여인이 숨쉬고 있었다. 뒤틀리고 여기저기 잘려나간, 스스로에게 조차 낯설게 되어 버린 한 여인이 말이다."

자존감을 가질 수 없엇던 소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사람으로 키워졌다. 자신의 색을 모르기에 어머니는 자기 주변의 색을 자신의 색으로 삼는데 능숙하게 되었다.

그런 그녀도 결혼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자의 일생에서 절정인 30대 중반이 넘어 여자로 시들어 가면서 그녀의 남편은 바람기가 되살아났다. 그녀가 뺐긴 것은 남편의 애정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집안이 기울기 시작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남편도 부유햇던 그녀에게 가난은 낯선 것이었다. 남편은 집구석은 나몰라라 했고 과부 아닌 과부가 된 그녀는 많은 것을 희생해야 했다

"그 누구도 씁쓸한 기분을 느끼지 않으면서 '내가 희생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엄마가 가진 모순의 하나는 분명 엄마는 헌신의 위대함을 믿으면서도 너무나 오만한 자존심과 고상한 욕망, 그리고 그런 식의 삶에 대한 혐오감을 가지고 잇어서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그런 생활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강인하고 열정적인 성품을 타고났던 엄마는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많아지자 마음이 비뚤어지고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남은 것은 두 딸 밖에 없었고 그녀는 딸들을 사랑햇다. 그러나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사랑을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몰랐던 어머니. 그런 "엄마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고 엄마 자신도 불행해졌다. '적어도 나는 이기적이지는 않았어. 나는 줄곧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아 왔으니까.' 나중에 엄마는 내게 말햇다. 그렇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아오기도 햇지만 또한 다른 사람들 덕에 살아온 것이기도 햇다. 우리를 소유하고 지배하려 들던 엄마는 우리들의 존재를 몽땅 당신 손아귀에 넣어두고 싶어햇다."

어머니의 품을 떠난 후 수십년이 지나 병실에 누운 어머니를 보는 시선이 냉정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왜일까. “나는 평소 엄마에게 무심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는 일은 드물었던 데 비해 엄마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꿈속에서 엄마는 사르트르와 잘 어울렸고, 우리는 서로 행복했다. 그리고 그꿈은 악몽으로 바뀌곤 했다." 그런 어머니였는데 왜 그런 것이었을까?

어머니는 사는 것이 서툴렀다. 그러나 그 서툰 어머니의 사랑은 진짜였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하는 엄마의 사랑은 독점적이면서도 또 깊은 것이어서 우리가 엄마의 사랑과 함께 느끼는 아픔 속에는 바로 사랑의 갈등도 그대로 드리워져 있었다."

어머니가 입원해 암이 발견되고 수술을 한 후 병원에 있었던 기간은 6주였다. 길지 않은 시간이다. 그러나 집을 떠난 이후 어머니와 그렇게 오래 마주한 시간은 없었다. 긴 시간 동안 어머니를 보면서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기에는 충분했고 어머니를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평생, 엄마의 자아는 늘 외부 세계를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살아온 엄마가 갑자기 내면의 무의식 속에서 헤매는 모습을 보니 애처롭게 느껴졌다." 죽음 앞에 선 어머니는 더 이상 주변에 맞춰 자신을 바꿀 필요가 없어졌다. "엄마는 삶에 대한 동물적인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점이 엄마가 보여줄 숭 있는 용기의 원천이기도 했으며 자기 육신의 속박을 알았을 때 진실할 수 있게 해준 요인이기도 하다. 엄마는 비로소 내면의 진실되고 매력있는 면들을 가리고 있던 상투적인 말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엇다. 그렇게 되자 나는 엄마가 지닌 애정의 따스함, 질투심 때문에 흔히 왜곡되고 표현하는 데 그토록 서툴렀던 그 따스함을 느끼게 되었다."

"내 나이 열 살 때의 '사랑하는 엄마'와 사춘기시절을 억누르던 그 적대적인 여인은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엄마에게 우리는 많은 잘못을 범했다. 특히 지난 몇년 동안 우리는 엄마에게 지나치게 무관심했고 소홀했고 피해왔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우리는 엄마를 간호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가 곁에 있어서 엄마가 느끼게 되었던 평온함 그리고 공포와 고통과 싸워 얻은 승리를 통해 우리의 우리의 잘못에 대해 얼마간의 보상을 했다고 느꼈다." 그러나 언제나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그것은 너무 늦은 화해였다.

“엄마와 나의 두 장의 사진을 바라본다. 열여덟 살 소녀와 마흔 가까운 여인의 사진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엄마의 엄마, 그 슬픈 눈을 가진 이 어린 소녀의 할머니라도 되었을 나이가 되었다. 두 모습을 보니 애처로운 연민이 느껴졌다. 나는 너무 어려서 아무 것도 모르는 모습이고 엄마는 그 막막한 미래에 대해 아무 것도 이해하지 않으려는 듯한 모습이다. 나는 그들에게 아무런 충고도 해줄 수가 없을 것이다.”


"엄마의 죽음은 태풍처럼 나를 흔들어놓았다. 왜일까? 집을 떠나 엄마와 따로 살기 시작한 뒤, 엄마로 인해 감정적으로 흔들린 적은 거의 없었다.

"엄마가 거기 계셔?"
"그래"
동생이 울면서 말했다.
"한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나도 엄마처럼 저 속에 들어가게 되리라는 거야. 그게 아니라면 너무나 불공평할테니까 말이야."

그렇다. 우리는 우리들 모두의 장래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불행한 사실은 누구나 똑같이 겪게 될 이 일을 우리는 각자 혼자서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젊은 신부가 '프랑수아즈 드 보부아르'라는 이름을 말할 때마다 엄마는 다시 살아 돌아왔고, 어린 시절에서부터 결혼하고 혼자되고 관에 누울 때까지 엄마의 삶이 압축되어 펼쳐졌다. 프랑수아즈 드 보부아르, 자신의 이름으로 불린 적이라고는 거의 없었던 초라한 여인이 하나의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엄마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외할머니는 삶에 대해 별다른 정열을 보이지 않았다. 여든 네 사람이던 그 분은 우울하고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던 터라 죽는다는게 그다지 마음을 상하게 하거나 괴롭지 않았다. 아버지도 그만한 용기를 보였다. 그러나 엄마는 내가 그렇듯 삶을 사랑햇고 인생을 사랑했으며 죽음에 대해서도 나와 같은 저항감을 느꼈다.

쉰살이 된 여자가 어머니가 죽었다고 괴로워할 때 나는 그 여자가 신경과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죽어야 할 운명이고 80세면 죽어도 그다지 억울하지 않을만한 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사람은 태어났기 때문에 죽는 게 아니었다. 다 살았기 때문에 죽는 게 아니었다. 늙었기 때문에 죽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은 그 '무엇인가'에 의해서 죽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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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100배 즐기기 - 2011~2012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박진주.임서연.허보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이책을 보게 된 것은 발리 여행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발리가 왜 유명한 관광지인가 알고 싶어서이다. 물론 이책은 여행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그러나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꼭 여행이란 목적에만 좋은 책은 아니다.

이 시리즈의 특징은 많은 정보와 함께 사진이 많다는 것이다. 입국수속은 어떻게 해야 하며 교통편은 어떻고 비용은 얼마나 들며 식당이나 숙소는 어떤 곳이 있으며 어떤 점이 좋은가 등 여행 가이드북이 갖춰야 할 다양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여행지의 매력을 알 수 있게 하는 다양한 사진들로 모든 페이지가 메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보다보면 왠만한 여행서보다 더 그 장소를 더 충실히 알 수 있다.

이책에 따르면 발리의 매력은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발리는 한국인만 알고 한국인만 바글거리는 다른 동남아 여행지와는 격이 다른 세계적 수준의 여행지이다. 발리를 돌아보면 세계각국에서 온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고 발리의 매력에 반해 아예 눌러사는 외국인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발리가 세계적 수준의 관광지가 된 것은 1970년대 서퍼들이 애용하기 시작하면 서부터이다. 우리가 열대의 바다라면 떠올리는 야자수 그늘에 속이 비치는 에머랄드 빛 맑은 바다라는 이미지와 발리의 바다는 맞지 않다. 그런 바다를 원한다면 필리핀이나 태국이 더 좋은 장소이다. 발리의 바다는 그런 바다와 달리 남성적이다. 서핑에 적합한 거친 파도가 언제나 있는 곳이 발리의 바다이다.

처음 서퍼들이 찾기 시작한 후 발리는 유명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면서 발리의 다른 매력이 알려지게 되었다. 발리의 자연적 다양성과 문화이다.

발리는 열대의 섬이지만 서핑을 즐길 수 있는 모래사장과 3천미터가 넘는 산악과 활화산, 칼데라, 열대 우림이 공존하는 다양한 자연풍경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런 자연과 함께 발리를 더욱 빛내는 것은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과 달리 종교가 힌두교라는데서 오는 문화적 차이이다.

발리는 네델란드 식민지가 되기 이전 왕국이었다. 그 왕국의 기원은 인도네시아가 이슬람화되면서 쫓겨온 힌두교 왕실에서 시작한다. 당시 왕실과 함께 따라온 예술가들이 지금의 발리 문화를 만들었는데 왕실의 오랜 후원 아래 꽃핀 세련된 문화가 아직도 살아있다. 왕궁이 있었던 우붓에선 매일 밤마다 전통 공연을 볼 수 있고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발리 미술을 즐길 수 있는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흔하다. 그리고 발리 전역에 산재한 힌두교 사원들도 좋은 볼거리이다.

발리 자체의 매력은 이렇게 요약된다. 그러나 발리가 인도네시아 관광의 수도로 불리는 것은 그런 매력 때문만은 아니다. 이책에는 발리의 관광중심지마다 추천할만한 음식점, 나이트 클럽, 숙소, 스파가 다양하게 소개되는데 사진과 설명을 보면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고급스런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면서 물가가 싸기 때문에 최고수준의 서비스를 낮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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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모지대 1:운명편
야마자끼 도요꼬 지음 / 청조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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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는 일본에 점령당했던 시절을 회고하면서 그렇게 원리원칙에 충실한 관료들은 본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리콴유가 보았던 그런 일본인의 표본과 같은 인물이다.

패전이 현실화되던 1945년부터 이 소설의 타임라인은 시작된다. 도쿄 대본영 작전과 참모인 주인공은 만주의 관동군에게 소련에 항복하라는 명령을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고 만주로 떠난다. 그가 비행장으로 가기 직전 대본영은 기밀서류를 소각하는 연기에 묻히고 있었다.

군인이 되기 위해 중등학교부터 군사학교를 다녔고 육사를 나와 군인의 길만 걸었던 주인공은 육군의 촉망받는 엘리트였고 30대 중반이란 나이에 중좌(중령에 해당)에 올라 대본영의 참모까지 올랐다.

어릴 때부터 군인으로 살았던 주인공에게 일본제국의 파멸은 군인으로서 자신의 존재이유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파멸의 종지부를 찍는 관동군의 항복명령서를 전달하러 가는 길은 군인으로서 자신의 삶이 끝을 보는 길이기도 햇다.

주인공은 그 명령서를 전달하고 자살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현지의 상황은 그에게 자살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점령군으로 진주한 소련군은 무법자였다.

많은 일본군이 부패했었던 당시였지만 군인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던 주인공은 소련군의 무원칙한 폭력에 분노한다. 소련군은 국제관례에 따라 포로로서 관동군을 대우하지도 않았고 민간인을 약탈하는데 주저하지도 않았다. 주인공에게 소련군은 군인의 긍지도 없는 무법자일 뿐이었다. 그런 무법자에 맞서 포로가 된 관동군의 처지를 위해 싸우는 것이 주인공의 일이 된다.

이후 소련의 몰상식함은 끝도 없이 주인공을 괴롭힌다. 이후 70만 관동군을 소련은 전쟁포로가 아니라 죄수로 대우하고 강제노역을 시킨다. 당시 스탈린은 소련인의 1/5을 온갖 이유의 죄목을 씌워 강제노동소로 보냈다. 죄수보다 싼 노동력은 없으니까. 일본군 포로 역시 그런 노동력일 뿐이었다. 독일군 역시 그렇게 취급되엇고 동구권에서 끌려온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취급되었다.

70만이 넘는 관동군은 그렇게 3년 동안 노역에 동원되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그들 대다수는 3년 후 일본으로 송환되지만 고위장교였던 주인공은 자본주의 방조죄란 죄목에다 간첩죄를 더해 전범으로 분류되어 11년을 시베리아에서 강제노역에 혹사당한다.

이책의 시작은 11년이 지나 일본으로 돌아온 주인공의 회상에서 시작된다. 일본으로 돌아왔지만 주인공으로서는 모든 것이 낯설다. 11년이란 공백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그의 정체성이었던 일본제국은 사라져 그가 알던 조국은 더 이상은 없다. 그가 알던 세계가 사라진 곳에서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야 할지 주인공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돌아온 후 3년동안 그는 방위청에서 오라는 것도 뿌리치고 시베리아에서 같이 귀환한 부하들의 취직자리를 마련하는데만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그를 원하는 곳이 나타난다. 그가 살고 있는 오사카의 종합상사에서 그를 채용하기를 원했다. 대본영 참모는 당시 돈으로 수천만엔을 들여 국가가 키운 인재였다. 그렇게 국가가 키운 인재의 잠재력을 원한 것이다.

그를 부른 상사는 재벌 소속의 상사가 아니었고 재벌 소속의 상사와 경쟁이 힘에 부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상사의 사장은 재벌과 경쟁하려면 재벌의 조직력이 있어야 한다고 느끼고 일본제국이 심혈을 기울여 키운 인재에게서 그것을 바란 것이다.

시베리아 회상 이후 1권의 1/3은 주인공이 상사에 들어가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할애된다. 군대 밖에 몰랐고 11년을 시베리아에서 보낸 주인공에게 상사의 분위기와 업무는 낯설 수 밖에 없고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주인공은 군대에서의 작전 경험과 상업활동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1권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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