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자 - The Unforgi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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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일요일. 2005년 부산영화제에서 PSB관객상을 비롯 4개 부분의 상을 휩쓴 그 명성도 자자한 <용서받지 못한 자>를 드디어 봤다. 감독의 졸업 작품이라는 점도 이색적이었지만 작품이 얼마나 대단했기에 이듬해 2곳의 국제영화제에 초청될 정도인지 자못 궁금했다.

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영화 속 주인공 승영(서장원)이 자대배치를 받아 친구인 병장 태정(하정우)을 만나는 장면에서 부터 몰입하기 시작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화면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영화를 본 이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절대 잊을 수 없었던 군 생활의 안 좋은 기억들이 영상처럼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충격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감독이 미시적인 군대문화와 그 속에서의 인간관계를 어찌도 그리 섬세하게 파헤쳤는지 놀라웠다.

이 영화에 바로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영화 속 인물 승영 때문이다. 그가 자대배치 받아 신병 생활을 하는 초반에 보인 행동과 말은 내가 군 생활 하는 내내 가졌던 생각과 꼭 같았다.


승영은 막내의 성기를 만지며 장난을 치는 고참에게 단호히 그러지 말라고 말하는 개념 없는 이등병이다. "왜 쓰레빠를 후임병이 갖다줘야해? 자기가 꺼내 신으면 되잖아." "그런 게 다 폭력이야." 그리고 항상 말한다. "내가 바꿀 거야."

이렇게 승영은 군 문화의 폭력성에 저항하고 이런 잘못된 폐단을 자기가 바꾸겠다고 결심한다. 나 또한 그랬으니, 나의 군 생활을 다시 보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영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갈굼 당하는 이등병은 누구나 승영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이후 극의 전개는 서서히 바뀌어 가는 승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등병 시절 처음 가졌던 승영의 결심은 점점 무디어져 간다. 승영의 보호막이었던 병장 태정은 승영 때문에 심한 갈굼을 당하자, 부대원들이 보는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승영에게 폭력을 가하게 된다.

"이승영, 대가리 박아. 그리고 너네, 이 새끼한테 잘해 주지 마."

이 사건을 기점으로, 승영은 군대 문화에 완전히 동화되어 간다. 고참들에게 갈굼 당하지 않고 인정받는다는 것은 자기도 폭력에 익숙해진다는 의미이다. 승영은 자신의 후임병인 지훈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다. 처음에는 잘해 주었지만 고참들의 압박이 심해지자 편한 군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지훈을 갈구기 시작한다. (이건 제대한 대한민국 남자이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승영의 폭력은 결국 지훈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여자 친구와 헤어져 힘들어하던 지훈은 어느 날, 승영에게 심한 갈굼과 함께 구타를 당하게 된다.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되어 공황상태에 빠진 지훈은 결국 전투화 끈으로 목을 매어 자살한다.

이 충격적인 사건 이후, 승영은 심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이미 제대한 친구 태정에게 용서를 받고 싶어 한다. 휴가를 이용해 둘은 만나지만 태정은 승영의 말을 들으려하지 않고, 승영은 끝내 지훈 죽음의 진실을 말하지 못한다. 결국 죄책감에 의해 갈등하다가 승영도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내가 본 이 영화는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단순한 군대 영화가 아니었다. 이 영화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군대 문화의 폭력성과 인권 유린에 대한 고발이다. 군대 문화의 인권 유린과 폭력성은 매년 끊임없이 재생산 되고 있다. 이 영화가 2005년에 나온 이후 지금까지 승영과 지훈과 같은 병사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지난 여름 해병대 2사단 A 모 이병의 자살 소식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묻힐 뻔한 사건이 참으로 우연히 공개된 것이다. 그리고 어제 광주의 모 부대에서 선임병의 가혹행위로 인해 김 모 이병이 군화줄로 목을 매 자살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리고 오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이름 모를 병사가 조용히 자살로 삶을 마감할 것이다. 군대 내의 폭력과 구타로 인해.

이 영화의 고발성은 실로 가공할만하다. 승영과 지훈은 이름 없고 얼굴 없이 죽어간 자살자들의 생생한 증언이다. 현실에서 수많은 병사가 자살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보면 된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자살자의 자살 매커니즘을 명백히 드러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 이쯤해서 현재 진행형인 대한민국 군대의 인권유린과 폭력성이라는 사실을 거들 떠 보기라도 하자.

• “말한다고 맞고, 말 안한다고 맞고…” 육군 이병 “선임병 괴롭힘 못견뎌” 외박 나와 자살  [2011.10.18 YTN]

• 식칼로 부하 얼굴 면도질...군 간부 가혹행위, 올해만 35명. 강제로 담배 씹어 먹게한 중사, 비누·음식 찌꺼기 먹인 간부도 있어  [2011.09.29 오마이뉴스]

• 軍내 성범죄 심각. 매주 1건 꼴 발생  [2011.07.24 연합뉴스]

 


군대에서 인권 유린을 당하면 하소연 할 때가 한 군데도 없다. (폭력적인 군대문화로 인해 금새 은폐되고 하소연 한 자만 매장된다) 자살만이 병사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 이외에는 어떠한 탈출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를 비롯해 정부와 법원은 이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

병영 내에서 병사들의 인권을 유린하는 실체는 국가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선임병과 후임병 사이에 행해지는 제도적 악습이다. 이러한 인권 유린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해마다 70명 이상에 이른다니,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통계수치가 아닐까? 단지 몇 달 먼저 입대했다고, 폭력을 정당화 하는 군대는 비민주적 군대의 전형이다. 군대의 시간은 1960년대에 멈춰있는 가 보다.

하지만 매우 슬프게도 우리 군의 시간은 멈춰있기는 커녕 거꾸로 가고 있다. 지난 여름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 보도가 한창 일 때 한 신문의 논설위원은 1962년 최영오 일병 사건을 들춰내는 칼럼을 썼다. 다음은 그 칼럼의 일부이다.


강화도 해병 부대의 총기 난사를 보며 낡은 신문 속의 ‘최영오 일병 사건’을 떠올렸다. 1962년 7월 8일 오전 8시의 일이다. 서울대 문리대 4학년을 다니다 입대한 최 일병은 고참 2명의 등을 향해 M1 소총 방아쇠를 당겼다. 그는 여자친구가 보내온 12통의 사랑 편지를 같은 내무반의 병장과 상병이 뜯어보고 희롱하자 대들었다. 고참들에게 거꾸로 흠씬 얻어맞은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한 채 총을 쏘고 자살을 기도했다. 군사법정에 끌려온 최 일병은 “두 사람을 살해한 순간 나 또한 죽은 지 이미 오래다. 다만 아무리 군대라 해도 인간 이하의 노리개처럼 갖고 노는 잔인함을 향해 총을 쏘았을 뿐”이라고 울부짖었다.

 수많은 서울대 학생들과 문인(文人)들이 구명운동에 나섰으나 소용없었다. 이듬해 3월 19일, 그는 서울 수색의 군 사격장에서 총살당했다. “나의 죽음으로 비인간적인 군이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군대로 거듭나길 바란다”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남편과 사별한 뒤 20년간 혼자 그를 뒷바라지한 모친(당시 61세)이 한강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평소 자주 빨래하던 마포 강변에 가지런히 놓인 고무신 안에는 “높으신 선생님들, 내가 영오 대신 가겠으니 제발 내 아들은 살려주십시오”라고 적힌 유서가 들어 있었다. 온 사회가 눈시울을 붉혔다.

 

온 사회가 눈시울을 붉혀도, 언론이 떠들고 시사고발 다큐가 사건을 파헤쳐도 전혀 변하지 않는 군대가 대한민국의 군대다. (우리는 이를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과 천안함 사건에서 이미 경험하고 있다)  영화에서 선임병의 폭력에 저항하던 승영에게 태정은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너가 틀린 건 아닌데, 그러면 너만 힘들어져.”

최 일병 사건 이후 50년이 지났지만 똑같은 사건을 거의 매주 마주하니, 슬픔을 넘어 분노하게 된다. 어째서 우리는 이런 똑같은 비극을 되풀이 하고 있는 걸까? “나의 죽음으로 비인간적인 군이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군대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한 최일병의 유언을 우리는 어쩌자고 방치했는지 모르겠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죽음이 됐으니.

군의 폭력과 구타 그리고 인권유린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병사들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영화 속의 승영과 지훈의 죽음이 오버랩되곤 한다. 그리고 태정이 승영에게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말이 계속 귓가에 멤돈다.

“너가 틀린 건 아닌데, 그러면 너만 힘들어져.”

우리가 태정이 되어 우리 스스로에게 이 말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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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10-20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 군대를 나온 사람이라면 아마도 누구나 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군대 시절을 떠올렸을 겁니다. 저도 그랬구요. 그리고 운좋게도 제대한 사람이라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겠지요.
yamoo님이 강조하신 말씀이 저도 마음에 걸리네요. 한국의 남자들은 이런 군대 문제에서만큼은 말씀하신 바대로 이중적이 되니까요. 분명 잘못된 부분을 인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그런 것이 어쩔 수 없다, 혹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니까요(그런 생각들이 사회에서까지 연결이 되구요).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 같은 것을 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태도만 보아도 어느정도는 알 수 있구요.
무엇을 바꾸어야만 바뀔까요? 혹은 무엇을 더 이야기하여야만 나아질까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yamoo 2011-10-20 23:18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이 영화를 보면 생각이 복잡해 지고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아마도 군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 예비역 남자들의 비애 같습니다~^^;

근데, 맥거핀님두 이 영화 보셨나요? 맥거핀님 영화리뷰에서 못 본거 같아서요..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10-22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 환상도 없이 너무나 적나라한 영화라서 직시하기가 힘든 영화였습니다.이 영화는 대학에서 남녀학생들이 함께 보고 토론했으면 좋겠습니다.어떤 반응이 나올지...아마 여학생들은 주변의 남학생들에게 너도 저랬냐 하고 물어볼 것 같아요.

그런데 여학생들이 이 영화를 통해 군대의 실상을 아는 것에 대해 남자들이 찬성할지...그것도 궁금하네요.여자들은 이런 영화에 애초에 관심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yamoo 2011-10-22 19:5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이거 학교 수업시간에 함께 보며 토론 자료로 삼으면 금상첨화 겠어요^^

아마도 여학생들은 이런 영화에 관심이 별로 없을거 같긴 하네요. 군대갈 쯔음의 동생을 두거나 막 갔다가 온 동생을 둔 여자분이 아니면 많은 관심을 받긴 힘든 영화라고 생각이 들긴합니다만..그래두, 하정우가 나오는데..헤~

릴케 현상 2011-11-19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전 개봉관에서 봤어요. 꽤 세월이 지났군요. 그무렵 동호회 사람들이랑 봤는데 남자들은 숙연해져서 나오고 단 한 명이던 여자는 지루해서 혼났다고 하면서 우리더러 뭔 내용이냐고 하더군요. 사실 영화애호가라 할 만한 사람은 그날 그분이 유일한 모임이었는데도 그날은 그렇더군요.

yamoo 2011-11-20 10: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꾸벅~^^
그쵸, 이 영화 개봉한 날짜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났어요~
당시 상황이 그려져서, 웃음이 납니다..ㅋㅋ 하기사, 여자분들은 지루하겠지요..ㅎㅎ 영화애호가 한 사람의 지루함이라..ㅎㅎ 남녀의 반응이 극과 극인 영화같아요^^
 
위험한 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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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아무 기대를 갖지 않고 보게 되는 한국영화다. 개봉 영화관에서도 의도하지 않게 보게 되는 한국영화. 뭔가 좀 아쉬운 느낌이다. 그런 고로, 나에게 있어 한국 영화는 기대치가 결코 높지 않다. 일본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영화는 주위에서 좋다고 난리를 치는 소리가 들려야 보게 된다. 그런 작품만 봐서 그런지 그렇게 본 영화치고 별로인 영화는 없는 듯)

조폭 영화를 애써 외면하니, 딱히 볼만한 한국영화가 없다는 핑계를 대면서 애써 외면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많이는 안 봤지만 그래도 본 극장 개봉작이 항상 실망스러웠다는 점도 한 몫 거들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케이블 TV에서 해 주는 몇 몇 유명세 탄 작품들을 보자 생각이 좀 바뀌었다. <아저씨>가 큰 생각의 전환점이 돼 주었다.

그래서 이전 개봉작들을 찾아서 봐 주기로 했다. 그제 <완득이> 시사회를 너무도 재밌게 봤는지라 일단 정보가 전무한 상태에서 몇 편을 골랐다. 오늘부터 10월 마지막 날까지 대여섯 편을 볼 작정이다.

오늘 낙점한 작품은 <위험한 상견례>. 포스터 딱 보는 순간 ‘재미 드럽게 없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완득이> 또한 그런 편견을 여지없이 부숴주었기에, 과감히 봤다.

와~ 이건 대박이다. 한국 코믹 영화들이 이렇게 웃길 줄이야! <완득이>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너무 웃겨서 배가 아플 정도였다. <웃찾사>와 <개그콘서트>를 보고도 전혀 웃기지 않아, 사람들이 나보고 웃음 코드가 이상하다고 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하다. 정말 열심히 웃었으니. 하하~

솔직히 내용 자체는 진부했다. 아니, 너무도 우려먹어 식상할 대로 식상한 이야기다. 쌍팔년도에, 경상도 처녀와 전라도 청년의 결혼 이야기는 더 이상 영화로 만들어져서는 아니 될 내용이다. 왜? 이런 이야기는 드라마와 영화의 단골 메뉴였기에. 내가 만약 이 영화를 보기 전, 영화가 뭐에 대한 내용이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안 보았을 영화다.

하지만 감독은 이 진부한 내용의 영화를 캐릭터와 연출력으로 극복했다. 이 영화는 캐릭터의 힘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무엇보다 어리버리하고 능청스런 송새벽의 만화가 연기가 압권이었다. 김응수와 박철민 그리고 김수미의 전라도 사투리는 웃음보를 주체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주연인 이시영이 묻혀 좀 아쉽다~) 
  

요런, 닝게리 개 호러 조까라 마이싱 니주거러 십밥빠 상노무 십탱구리 녀인~~ ㅋㅋ(아주 놀라우리 만치 긴 욕설을 내뱉는 대식~ㅋㅋ)


특히 현준의 아버지 세동(김응수)이 아들의 만화책을 갔다 버리다가 독자 엽서를 읽으면서 아들의 만화를 읽는 장면이나 대식(박철민)의 시골 가게 앞 공중전화에서 전화가 10원을 먹었다며 열폭하다가 (잔돈 때문에) 껌을 달라는 장면에서는 너무 웃겨 데굴데굴 굴렀다. 김수미의 “간장게장만 잘 쳐먹드라! 씨부럴~!!”은 완전 대박이었다.

한편, 이 영화를 볼 만하게 했던 또 다른 요소는 바로 ‘만화’와 ‘야구’였다. 만화와 야구는 이 영화를 이끌어 가고 있는 두 개의 중심 축이라 할 만했다. 주인공이 순정 만화가였기에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는 꽤 많았고 지루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야구는 현준과 다홍이 결혼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역할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야구선수였던 세동과 영광은 고의적인 플레이로 상대의 눈과 다리에 커다란 부상을 입힌다. 이 사건은 각자의 인생에서 커다란 트라우마로 자리잡아 ‘경상도만은 절대 안돼’, ‘전라도만은 절대 안돼’라는 선입견을 만들어내게 된다.

감독은 두 주인공이 결혼을 못하게 되는 최대 갈등 상황의 요인이자 갈등 해결의 실마리인 이 핵심적인 사건에 가공할 연출력을 발휘했다. 이 과거 회상을 카툰 풍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보여준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큰 점수를 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두 요소인 ‘야구와 ’만화‘가 여기서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용의 진부함에서 오는 한계와 작위적인 플롯 구조는 많이 아쉬웠다. 왜 평단의 평가가 바닥 수준이었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하지만 아쉬움이 재미를 상쇄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평단의 평가와 재미는 비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작품이다!


***************

김진영 감독의 작품은 처음인데, 영화를 보고 감독의 성향이 별나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만화가를 추종하는 덕후 세계의 탁월한 묘사
-원피스를 입은 정성화
-결혼식장에 나타나 정웅인을 끌고 가는 그 게이~(정웅인의 모습은 여타 영화의 신부의 모습..ㅋㅋ)
결론적으로 감독은 덕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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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10-19 0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뻔하디 뻔할 거 같아서 안 봤는데 재미있는 영화였군요.^^
전라도 사투리, 이젠 거의 못 알아 먹는 말이 없는 듯...
11월 초에 전라도 사투리의 진수를 구사하는 '말바우아짐'을 모셔 사투리와 자긍심을 주제로 강연을 가질 예정이라, 그 전에 이 영화를 좀 봐줘야 할 거 같네요.

yamoo 2011-10-19 20:04   좋아요 1 | URL
뻔한 내용의 영화였지만 재밌게 잘 봤습니다. 순오기님도 보시면 재밌게 감상하실 수 있을 듯해요.

아, 그런 강연도 준비하고 있으시군요! 그러시면 이 영화는 좋은 참고 자료가 되겠어요~^^

감은빛 2011-10-19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라도 사투리를 다루는 영화들이 많군요.
'써니'와 '평양성'에서도 전라도 사투리로 욕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말이죠.

yamoo 2011-10-19 20:07   좋아요 1 | URL
전라도 사투리로 욕하는 꽤 많은 영화를 봤지만서도, 이 영화처럼 웃기지는 않았습니다. 상황과 욕설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 웃음을 자아냅니다~

참, 걸쭉~~합니다..ㅎㅎ
 
아저씨 - The Man from No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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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를 이제야 봤다. OCN에서 추석연휴 특집으로 해준 걸 운좋겠도 시간대가 맞았다. 

줄거리는 황당할 정도로 좀 개연성이 떨어졌다. 뭐, 잡혀간 꼬마 애 하나 때문에 저 난리를 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영화를 <테이큰>하고 많이들 비교하는데, 테이큰의 경우, 납치당한 게 자기의 딸내미가 아닌가. <아저씨>는? 그냥 옆집 사는 아저씨다. 이건 동기부여가 달라도 넘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에 양아치 대장넘이 자기들의 근거지로 들이닥친 옆집 아저씨를 보고 어의 없다는 듯이 날린 대사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옆집 사는 '아저씨'가 웬 지랄이냐는 멘트에 에 감상자 입장에서 동의를 안할 수 없었다. 그래 맞다. 좀 많이 오버하는 지랄같다..ㅎㅎ

플롯 구조가 확실히 맘에 안들었고, 마지막에 원빈이 소녀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너무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원빈의 삶은 구원받았는가? 소녀로 인해?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빈의 연기는 훌륭했다. 마지막까지 영화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건 원빈의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 내는 그의 연기 때문이다. 내면 연기도 볼만했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원빈의 액션 씬이다. 

마지막 양아치 칼잡이 넘과 대결하는 단검 승부는 이영화의 방점을 찍는 액셕의 백미 였다. 수 많은 한국 조폭영화에서 양아치들과 싸우는 장면을 숱하게 봤지만, 이 정도의 무술 액션은 <아저씨>가 처음이지 않을까 한다. 

마치 절권도를 연상시키는 원빈의 시원한 액션은 배우의 이미지를 확 바꿔놓기 충분했다. 한국 영화도 이런 정도의 액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일깨워 준 영화였다. 

재밌게 아주~ 잘 봤다. 영화관에서 감상하지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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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1-09-18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에 대해서 나름 조예가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이 영화를 최고로 꼽더군요. 칼쓰는 방식이 그간 영화 속에서 보여줬던거랑, 많이 다르다나 뭐래나.^^ 저는 솔직히 많이 실망한 영화였어요. 수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인데, 이렇게 허술한 구조라니..하고 생각했었습니다.

yamoo 2011-09-18 12:16   좋아요 0 | URL
어제 또 해줘서 다시 봤는데...역시 원빈의 연기는 좋더군요. 액션신^^ 플롯 구조는 좀 엉성해 보였지마...이 영화는 캐릭터가 끌어가는 영화인듯해요. 줄거리는 뭐, 뻔히~ 보이는 내용. 전 재밌게 봤어요.^^

감은빛 2011-09-19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테이큰'보다는 덴젤 워싱턴과 다코다 패닝이 나온 '맨 온 파이어'와 비슷한 영화더군요.
원빈의 연기와 액션은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yamoo 2011-09-19 21:23   좋아요 0 | URL
맨온파이어가 더 비슷한가 보군요~ 요것도 구해서 봐야 겠어요. 감은빛님 감사합니다^^

원빈의 액션역기...저도 다시봤습니다..원빈을..ㅎㅎ

쉽싸리 2011-09-19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원빈 상대역으로 나온 배우 참 인상적이었어요. 태국배우라고 하더군요. 결국 그 친구가 동기부여를 해줘서 원빈이 마지막까지 싸울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자해,타해액션? 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다른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개미굴 할머니로 나왔던 배우요. 백수련씨 일거에요. 강한 캐릭터 많이 하신 분이고 삶의 굴곡도 만만치 않은 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참 제대로 어울리는 역할이지 않았나 싶어요. 이분 남편이 예전에 궁예에 나왔던 아자개?인가 그 역할 했던 분이죠. 김인태씨인가 그럴거에요. 참 대단한 부부배우이지 싶어요.
소위 대박 영화들은 그래도 몇 가지는 있어요. 사람을 끄는...
테이큰도 재밌죠... 리암니슨은 무술도 잘하나봐요. 아닌 배우들은 운동신경이 뛰어나야하나봐요. 아님 뛰어난 조련사들이 있기도 하겠죠. 이런게 잘 맞아 떨어져야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영화 되겠구나 싶어요...

yamoo 2011-09-19 21:26   좋아요 0 | URL
아, 그 칼잡이역이 태국배우군요. 그 사람이 죽으면서 눈을 부릅뜨는 장면은 경악의 눈빛이더군요~

백수련씨 남편이 궁예의 그 역할을 했던 분이군요. 헌데, 너무 오래되서 이름과 얼굴의 매칭이 안되네요..ㅎ 아마도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을 듯해요.

그렇죠. 흥행은 뭔가 척척 마자 떨어져야 성공하나 봅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 [HD리마스트링 고화질 영상]
이서 감독, 김규남 외 출연 / 와이드미디어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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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 대한 리뷰를 이렇게 늦게 올리게 되네요... 

친구가 감독을 해서 친한 지인 4명과 함께 중앙시네마에서 같이 본 겁니다. 최근 이 영화를 어둠의 루트로 입수했는데, 생각 난 김에 몇 자 남겨봅니다.

 

 

일단, 영화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강렬한 주제의식은 좋았습니다. 예전에 저보다 먼저 이 영화를 보신 지인이 영화가 2%부족하다고 감상을 얘기하셨는데, 저는 그 2%의 부족함이 캐릭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영화 속의 부동산 사장이 좀 더 악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영화 캐릭터상 약간 희극적인 면이 많이 보여서 아쉬웠네요~  <카우보이 비밥>의 비셔스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냉혹하고 잔인했다면 영화가 좀더 매력적이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한편으론 좀 무거운 주제의식을 다소 거칠고 폭력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나름대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봤습니다. 감독은 "바로 오늘을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 속에 '사람다운 사람'을 찾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사실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전부 개같은 인간들, 아니 개보다 못한 인간들이 득실대는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뒤집어서 얘기한 것 같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처음에 '개를 찾습니다'에서 '사람을 찾습니다'로 전단지가 자연스럽게 바뀌어 붙어도 여전히 차이가 없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ㅎㅎ 

 

 

 

 

덧붙임 

1. 원래는 별 3개 였는데, 친구가 감독을 해서 별 하나 추가..ㅎㅎ 

2. 차기 작의 시나리오를 검토해 줬는데, 언제쯤 크랭크 인에 돌입할지 궁금하다는..   

일단, 영화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좋았네요. 예전에 저보다 먼저 이 영화를 본 지인이 영화보시구선, 2%부족하다고 감상을 얘기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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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룸 (TV) - The Lost Room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최근 시간이 나서 아는 지인들에게 여기저기 명작들을 수소문한 끝에 몇 편의 추천작들을 추려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 나의 구미에 가장 맞을 거 같으니 보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코멘트를 덧붙여 주신 분의 작품을 먼저 보았는데, 역시나 대박이었다~

영화인줄 알았는데, 보고 나니 미드였다~

하지만 360분 동안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작품이다.

어떻게 이런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지...보면서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매 순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탄탄한 스토리 전개~ 정말 압권이다!

미드 중에서 가장 재밌게 봤다~ 어떻게 이런 소재로 이렇게 기막히게 만들 수 있는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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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7-2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오랜만이십니다. 야무님!^^

yamoo 2011-07-24 17:40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오랜만입니다. 스텔라님! 건강히 잘 지내시죠?~ㅎ

양철나무꾼 2011-07-24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엘르 페닝이 등장하는 순서로군요~^^

yamoo 2011-07-25 20:02   좋아요 0 | URL
등장을 했긴 했는데...또 사라질 운명이에요..ㅋ 잠수함처럼 물에 올라왔다가 다시 잠수..ㅋ 조만간 아예 올라올 날이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