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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정주행한 시리즈물이 있다. 뭐, 시리즈랄것도 없다. 1쿨로 종료된 짧은 애니 작품이니까.


영화나 드라마 보느라 애니 작품 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찾아보니 넷플에서도 꽤 재밌는 작품들이 많이 올라온 거 같다.


여러 작품을 1화씩 보다가 재미가 없어 건성건성 보다가 정주행한 케이스라 작품의 재미는 정말 보장한다.


무엇보다 역사 교육의 중요성이 암암리에 내재해 있어 의외로 의미깊은 작품이었다. 정말 예상을 뒤엎는 결말에 할 말을 잃게 만드는 플롯의 힘이라니...


알 사람은 알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작품이라는데 200원 건다..ㅎㅎ <저 너머의 아스트라>라는 타이틀을 내건 일종의 우주 표류 여행기.




헌데, 표면적인 이야기만 그렇지 회차가 거듭될수록 숨겨진 복선과 드러나는 거대한 음모는 처음 가졌던 작품에 대한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는다.


12부작에 아주 밀도 높은 플롯 구조를 짜넣어 절묘한 시나리오를 완성해 낸다. 이건 봐야 안다. 


추석 연휴에 재밌는 작품을 헤메다 찾은 작품이라 완성도와 재미는 정말 보장한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애니 작품이 아닐까....한다.


원작은 5권짜리 코믹스인데...애니의 완성도가 훨씬 높단다. 안 보신 분들은 주저없이 보셔도 되시겠다!









덧>>1. 코믹스가 5권 완결인데, 애니와 같이 보면 시너지 효과를 본다는군요. 애니에서 빠진 내용은 코믹스에 있고, 코믹스에 없는 내용이 애니로 보완이 된다니~

2. 추석 연휴에 그림을 7작품 그렸다. 지금까지 그렸던거와는 아주 색다른 추상 작업을 했는데, 이는 지난번 키아프&프리즈 관람한 덕이 아주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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幻魔大戰 神話前夜の章 2 (秋田文庫 5-41) (文庫)
이시노모리 쇼타로 / 秋田書店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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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 받은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환마대전>을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 감상을 쓰기 전에 의외로 이 작품을 모르시는 분이 많은 거 같아 일단 설명부터 드리겠습니다. 이 요상한(?)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좀 재미있습니다.

아니, 좀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1980년대 초, 일본 메이저 출판사 카도카와와 린타로는 당시 일본 영화 시장을 초토화 하고 있는 할리우드 SF 대작 영화에 맞설 수 있는 일본식 SF 대작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의기투합 합니다.

한 마디로 일본 영화 시장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탄생된 영화가 바로 <환마대전>이죠. 이 영화를 만든 멤버들이 얼마나 화려한지는 그 스탭 구성만 봐도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은하철도 999> 극장판1,2 감독인 린타로, 현 매드하우스 대표 마루야마 마사오, 일본 최고의 미술감독으로 일컬어졌던 무쿠오 타카무라, <에이트 맨>의 히라가 가즈마사와 <가면 라이더>의 이시노모리 쇼타로 공동원작, 그리고 <아키라>의 오토모 가츠히로의 캐릭터 디자인까지.

출판메이저 카도가와 쇼텐의 야욕에 찬 데뷔작답게 정말 가공할만한, 일본 아니메 정예 멤버들이 모여 만든 영화입니다. 정말 그 당시 이런 대작은 없었을 겁니다.

기라성 같은 멤버들과 엄청난 투자 그리고 수장인 린타로의 탁월한 수완(?) 덕택에 <환마대전>은 1983년 일본 개봉 흥행 랭킹 8위에 오릅니다. 그리고 제1회 일본 아니메 대상 작품상과 미술상까지 수상합니다.

외형적으로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대작입니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보더라도 관심을 동하게 하는 작품이죠. 전체적인 기본 설정은 꽤 괜찮습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검은 악의 세력 환마가 지구를 침공합니다. 주인공 루나와 베가는 이에 맞서 세계의 초능력자들을 모아 빛의 세력을 구성합니다. 그리고는 어둠의 세력인 환마와 일대 격전(아마게돈 전쟁)을 치룬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절대 ‘저주 받은 걸작’이 아닙니다. 도저히 봐 줄 수 없는 수준입니다. 정말 이렇게 재미없는 아니메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일본에서 상을 받고 흥행한 것은 참여 멤버들에 대한 일본 관객들의 무한한 존경과 애정의 표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다가 지루해서 몇 번이고 보기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그 난해하기로 소문난 오시이 마모루의 <천사의 알>보다 더 지루하다면 말 다했지요.

플롯 구조가 얼마나 엉성한지 보고 있으면 짜증이 쓰나미처럼 몰려옵니다. 거기다가 그림. 아, 진짜 이건 아니메라고 할 수 없습니다. 붕붕 뜨는 그림체에, 움직임도 형편없고 설정과 관계없는 내용들이 보는 사람을 미치게 합니다.

린타로가 감독한 다른 작품들, <은철 극장판1,2>, <카무이의 검>, <캡틴 하록>, <메트로폴리스> 등과 비교했을 때 그 보다 훨~~~씬 못 미치는 퀄러티에 실망만 더할 뿐, 뭐하나 건질게 하나도 없는 졸작입니다.  

 

그런데, ‘대작’이라고 열라 긴 러닝타임은 보는 사람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 같아 여간 고약한 것이 아닙니다. 진짜 ‘최악의 영화’란 말 이외에는 그 어떤 표현도 떠오르지 않는군요~

****

원래 이 작품은 일본 SF 만화계의 전설이라 불리우는 만화가의 원작을 전면 각색한 것입니다.  1968년 <소년 매거진>에 발표했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한 것인데, 각색과 연출을 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망한 케이스라 보여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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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1-11-15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한개라니, 어지간하기도 하나봅니다 ㅋㅋ 제가 지금껏 본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는 꽤나 다 볼만하거나 그 이상이었는데 이런 작품이있다니요. 최악의 작품 ㅋㅋ 상상만 해도 진저리쳐 집니다. 포스터를 보니 1980년대 라고 보기엔 꽤나 섬세한 면이 있는데, 실제 영화는 그렇지 않나보군요.

yamoo 2011-11-15 20:48   좋아요 0 | URL
실제 영화는 그림이 엉망입니다. 아마 소이진님이 보셔도 중간에 하품을 하면서 꺼버릴거에요~ ㅎㅎ

저도 이런 작품인지는 몰랐습니다. 명성에 비해서 완전 형편없더라구요~
린타로 감독 작품이 이럴 줄은 몰랐습니다. 완전 배신~ㅎ

프레이야 2012-11-1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시각 차이 일까요? 전 개인적으로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어릴적 국내 비디오 더빙판을 먼저 보고 나이가 들어서 제대로 찾아도 봤습니다.
그 당시의 일본 애니의 퀄리티를 전반적으로 따지자면 그림체나 그런게 맘에 안들수도 있겠지만 작품의 성격을 잘 나타 냈다고 보고 그리 떨어진다고는 생각해본적이 없는데..
1983년 제작 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림체나 기법 내용등 상당한 수작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이후 지금까지 애니를 봐 온 분들의 시각에서는 말로 표현 못할 조잡함이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제작 년도를 생각해 보면 그 당시는 .. 만화라는 그런 개념보단 영화같은..그런 느낌이랄까요.. 개인 차이겠지만 평에 휩쓸리기 보단 관심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보고 판단하는게 좋을꺼같네요.
(개인적으론 극장판 이기에 내용전개나 구성들이 미흡한게 많기도 합니다 , 제한된 시간에 다 담으려니..무리..그 당시에는 또 그걸 표현할 기술도 미흡했고..설정은 좋았는데...지금 보면 많이 아쉽기는 한 작품이네요..그 당시에는 굉장했다고 생각합니다)

yamoo 2013-07-28 12:09   좋아요 0 | URL
흠, 그런 점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작품이 나오기 전에 은하철도999 극장판은 79년에 개봉됐지만 작품의 퀄러티는 환마대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극장판 캡틴하록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명성에 비해 망한 작품이라 생각해서 쓴 글입니다^^

메가맥 2013-03-0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역시 고전을 지금의 관점에서 보고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는것 같습니다.
환마대전이 만들어졌던 시절 일본의 애니 수준은 데즈카 오사무 망하고, 도에이가 찍어내던 만화원작 저예산 애니들만 판치던 시절이죠. 그 시절에 저런 작품 나온것은 분명 대단한 것이고, 거기에 자극을 받아서 이후 양질의 극장 애니들이 나오기 시작하는 전기가 되었던 거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지금 다시 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 국내 출시판 '정의의 로봇 베가'로 감상했을 당시의 흥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yamoo 2013-07-28 12:17   좋아요 0 | URL
지금의 관점에서도 충분히 평가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의 작품들이 비교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작화, 스토리, 사운드, 음악 등..
79년 극장판 은철 생각해 보세요. 은철 극장판의 성공으로 극장판 애니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환마대전은 그런 트렌드 속에서 제작된 작품이죠. 저는 이 작품 전에 퀄러티 뛰어난 몇 편의 작품이 있었는데, 그보다 화려한 스텝으로 떨어지는 작품을 내놓은게 의아해서 쓴 글입니다~

다그온 2013-04-1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쎄요...제작시점을 감안하셔야죠...

저 만화는 이른바 현대 에니메이션에 있어서 제대로 된 작품이라는 말이 붙을정도의

작품이 된 시발점입니다..(그전까지 애니메이션은 그냥 애들 만화취급이었습니다.)

83년 당시를 감안하셔야죠..

yamoo 2013-07-28 12:19   좋아요 0 | URL
하하~ 1979년 은철 극장판은요? 82년 작인 극장판 캡틴 하록은요?? 제작시점을 감안해도 이 작품은 졸작입니다~

그리고 현대 아니메 극장판의 시조는 은하철도999 극장판입니다.

손지상 2014-07-03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지나가다 덧붙입니다만, 저는 원작소설을 쓴 히라이 카즈마사의 팬입니다. 작가 본인도 혹평했습니다. 아니, 화를 많이 냈습니다. 특히 오오토모 카츠하로가 디자인한 무기질적인 캐릭터는 본인의 작풍인 파토스가 가득담긴 굴절된 것과 정 반대였다고. 플롯의 문제는 저도 느끼고 있는데, 사실 이는 원작 소설의 문제기도 합니다.

린타로 2017-01-28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지나가다 남깁니다.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에 대한 변명을 좀 하자면, 이 작품은 스토리나 주제의식, 메시지로 평가하는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니의 미적 표현 기법, 시각적인 부분을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또한 세기말적 분위기나 이런 것들이 주가 되는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 시대에 보면 그런 기법들도 진부해 보일 수 있겠으나 은하철도 999나 캡틴 하록에서도 이런 기법들이 선보이진 않았죠.

나발 2018-05-17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 저주받은 걸작이라니요. 이작품은 83년도 당시에 센세이션적인 반향을 이끌어낸 성공작입니다. 저주받은 걸작은 완성도에 비해 성공을 못했을때나 하는 말이지요. 본작의 흥행으로 인해 비슷한 플롯의 아류작들이 쏟아지기도 했고 두시간 러닝타임 극장판 애니의 제작이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말 그대로 개인적인 취향과 지식으로만 83년도 애니를 평가하신것 같네요.

나발 2018-05-17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주받은 걸작에 부합돼는 애니는 이후에 환마대전으로 이름을 알린 오토모 카츠히로가 환마대전을 만들 당시의 테이스트를 매니아적 시각에서 극대화한 아키라에서나 쓰일 법한 얘기지요. 아키라는 비주얼적인 면에서 예술성을 평가받았지만 지나치게 난해하고 매니아적 취향으로 애니 자체의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좋은 사람 1 - 애장판
타카하시 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읽었던 <좋은 사람>이라는 코믹이 있다. 16권까지 읽고 더이상 읽지를 못했다. 그리고는 잊혀졌다. 몇일 전 대여점에 간 김에 볼 만화책이 없어, 둘러보다가 예전에 봤던 이 작품이 눈에 띠었다. 다시 볼겸 3권을 빌렸다.  

아, 그런데....예전에 봤지만, 하두 오래되서 새로운 작품을 보는 기분이다. 3권을 후딱~ 해치우고 바로 전권을 모두 빌려와서 이틀만에 모두 해치워버렸다.  

와~ 정말 너무너무 유익하고 감동적이다. 거기다 웃기기까지 하니, 만화책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란 감정은 다~ 발산하는 것 같다.  

이 작품의 작가인 다카하시 신은 <최종병기 그녀>로 널리 알려졌지만, <좋은 사람>은 데뷔작으로서 <최종병기>보다 더 괜찮은 듯하다.  

작품의 내용은, 입사 초년병의 샐러리맨 생활을 그리고 있지만, 작가의 해박한 경영학적 지식덕분에 소재의 진부함이 묻혀버릴 정도다. 사회 초년생의 일과 사랑을 다룬 명작 코믹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섬데이>에 필적할만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보는 내내, 일러스트를 보는 듯한 탄탄한 그림체와 경영학 전문지식 그리고 요소요소에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하는 작가의 역량에 감탄을 연발했다. 

26권이 언제 지나갔는지 정말 순식간이다. 혹시, 이 작품을 모르시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보시길 강추드린다. 정말 만화책에서 이런 포스의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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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0-03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만화책이 있었군요.
읽어보고는 싶으나 쌓아 놓을 자리가 없어 그냥 군침만 흘립니다.ㅠ

yamoo 2011-10-04 20:23   좋아요 0 | URL
저는 이 만화책을 빌려서 보았어요. 2번 모두.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것 같아요. 스텔라님두 빌려서 해결해 보시면 좋을 거 같은데요^^

cyrus 2011-10-03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는 순간 제목만 보고 군복무 시절 화장실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좋은 생각' 잡지가 떠올렸어요. 좋은 제목답게 만화 속 내용도
훈훈한 감동 있는, 그런 좋은 이야기들이 있을거 같습니다. ^^

yamoo 2011-10-04 20:24   좋아요 0 | URL
<좋은 생각>잡지는 아주 좋은 잡지죠. 만화 내용도 좋스비다. 감동적인 에피소드들도 많구요~ 시루스님, 만화좋아하시면 강추드릴 수 있는 만화에요~!^^

dreamout 2011-10-03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지만,, 너무 뭐랄까. 비현실적이지 않나요?
저도 예전에 이런 샐러리맨이고 싶어했으나.. ㅠㅠ

yamoo 2011-10-04 20:2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드림아웃님^^ 물론 비현실적인 인물이지요.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 비현실적인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죠. 이 작품의 주인공도 저는 그런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어요. 뭐, 만화라서 그런 비현실적인 것을 기꺼이 전제하고 보지만, 현실적으로도 작품의 주인공과 같은 사람은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차좋아 2011-10-07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책 1,2 권을 선물 받아 읽었는데 잔잔히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그 후로 잊었어요. 너무 잔잔했나봐요.ㅎㅎㅎ
집 앞에 도서 대여 가게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동네에 그런 가게가 있나??)

yamoo 2011-10-08 23:17   좋아요 0 | URL
차좋아님, 이 책은 아마도 애장판이 나왔을 거에요..꼭 완결까지 보셨으면 합니다~~^^
 
천년여왕 (10disc) - 천년여왕 Vol.1+2
니시자와 노부타카 감독, 마츠모토 레이지 원작 / 미디어파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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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MBC에서 해준 <천년여왕>을 너무도 재미있게 봤던지라, 최근에 극장판을 입수해서 봤습니다. 오래된 작품이어서 그런지 요즘 나오는 작품들과 비교해 작화의 퀄러티가 좀 떨어지는 감이 없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그리도 환상적이었는데) 하지만 다 보고 나니, 예전에 미쳐 생각지 못했던 껄끄러운 감정이 고개를 듭니다.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 속에 숨어있는 <천년여왕>의 위험성은 도를 넘어섰다는 게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다 좋은데, (그가 우익 인사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군국주의적인 인상을 의도적으로 풍깁니다. <우주전함 야마토>에서도 그랬고, <cockpit>에서도 그랬죠. 근데 <신죽취물어 천년여왕>(이하 천년여왕)에서는 한술 더떠, 상당히 위험한 생각을 노골적으로 전개하고 있었습니다. (미시마처럼 작품에서만은 군국주의적 주제를 안 다뤘으면 하는데..)

이 작품 <천년여왕>(극장판)은 천년에 한번 봄이 오는 혜성 라메탈이 1999년 9월 9일 9시 9분 9초에 지구와 충돌할 궤도로 태양계에 진입한다는 지구종말에 대한 종교적 신비주의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작품은 마츠모토 레이지가 일본의 '신죽취물어' 신화에 바탕을 두고 작품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논란 거리는 플롯 구조 자체에 있습니다. 언뜻보면, 천년여왕의 스토리 전개는 참으로 구슬프고 애처롭게 다가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천년여왕은 행성 라메탈의 제2여왕으로서 라메탈 행성의 최고권력자를 대신해 지구를 천년간 통치하는 여인입니다. 라메탈 행성은 태양계와 안드로메다계의 중간에 위치에 있는 혹성 헤비멜다를 중심으로 천년의 주기를 갖는 혜성으로서 천년에 단 한번의 봄을 맞이합니다.사람들은 기나긴 세월을 캡슐에서 보내면서 천년에 한번 돌아오는 봄을 기다립니다. 이 봄의 시간 만이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남극 지방을 생각하면 쉬울 듯 합니다. 남극도 짧은 여름동안만 얼음이 녹고 인간이 생활할 정도의 기온이 된다니, 이때 사냥해서 겨우내 먹을 식량을 준비하고 각종 생활을 위한 활동을 하지요.) 이 짧은 봄 동안만 그들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고 다시 천년의 겨울 잠을 자야하는 비운의 운명을 가진 족속입니다.  

원래는 호전적이지 않고 상당히 자기 만족적인 족속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별이 영원한 어둠, 즉 영원한 겨울이 있는 우주의 가장자리 끝으로 날아가 버릴 위기에 처하자, 라메탈 행성 사람들은 그 위기를 타개하고자 천년동안(사실 천년은 라메탈 시간으로 천년이지 지구 시간으로는 1년 이네요) 천년여왕을 통해 감시해온 지구를 그들의 제2의 고향으로 정하고 이주 대책을 세웁니다. 말하자면 천년여왕은 그들의 이주대책 실행을 위한 지구의 정탐가 였던 것입니다.  

역대 천년여왕들의 주 임무는 지구의 데이타를 수집해 라메탈로 전송하는 것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지구 이주대책을 실행하기 위해, 라메탈이 지구와 가장 근접한 때에 지구에 다리를 놓아 지구 침략을 개시 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연약하고 평화적인 라메탈 사람들이 지구보다 몇십 배 더 발전된 과학지식으로 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헌데, 여기서 라메탈 행성 사람들은 아주 무서운 계획을 실행합니다. 바로 이주계획인데요. 라메탈 행성 사람들은 지구인보다 월등히 앞선 기술로 지구를 식민지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지구를 식민지화시키는 길을 택하지 않고 이주계획을 실행합니다. 이 이주계획이라는 것은, 라메탈 전 종족을 지구로 이주시키고 지구인 모두를 라메탈로 이주시키는 계획 말합니다. 그들은 지구인과 같이 사는 식민계획을 반대합니다.  

반대 이유는 명확합니다. 인간이 너무 인간중심적이고 호전적이어서 평화를 사랑하고 연약한 그들과는 공존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지구인들을 식민지화 해 봤자, 결국에는 라메탈 종족들이 지구인들에 의해 멸종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기본 플롯 구조를 정리하면 위와 같습니다. 뭐 하지메와 천년여왕과의 관계, 천년도둑, 그리고 천년여왕의 배신 등을 이야기하기에는 논의가 너무 넓어져 여기서 줄이고, 이 스토리에 대한 상반된 관점을 좀더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라메탈 행성은 정말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별입니다. 천년에 단 한번 돌아오는 봄에 만족하면서 사는 슬픈 운명의 종족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지구 이주 계획은 어느정도의 정당성을 갖습니다. 그들의 슬픈 운명을 타개하기 위한 마지막 희망은 어찌 보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감상적인 평가는 여기까지 입니다.  

행성 라메탈의 슬픈 운명은 일본 열도의 슬픈운명과 그 궤를 같이 합니다. 일본은 정말 열악한 자연환경을 가진 열도입니다. 화산과 지진이 끊일 날이 없고, 태풍도 매우 잦은 불모의 땅 입니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영원한 봄의 땅, 한반도와 중국대륙응 옛날 부터 호시탐탐 노려 왔습니다. 한국의 역사는 그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7년 조일 전쟁과 일본제국주의의 대한제국 침탈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제시대, 일본제국주의자들이 그토록 원하던 한반도를 손에 넣자, 그들은 한술 더떠 대동아 공영권을 외쳤습니다. 그리고 패전하여 역사의 뒤로 물러섰을때 그들은 참회는 커녕 항상 변명을 하거나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항상 그들의 열악한 환경만 탓했습니다. 바로 이 작품, <천년여왕>의 이야기 구조와 똑같습니다.  

일본역사는 그들의 힘이 강할때는 밖으로 눈을 돌렸고, 명분을 내세워 침략행위를 정당화 했습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천년여왕>을 통해서 또 하나의 다른 변명으로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일본의 골수 우익 인사 중 하나라는 단순한 사실을 넘어, 언제나 작품으로 우익의 힘을 정당화 하려는 그의 의도가 참으로 거슬립니다.  

언제인지 오래돼서 책 제목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 책에는 일본열도가 해마다 몇 센티씩 바다로 가라앉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서 일본 열도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주로 일본 환경의 열악한 면을 분석한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말은 저에게 충격 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바다건너 저 편의 동쪽을 보고 웃고 있었다"라는 말. 이 <천년여왕>을 보고 난 이후 든 착잡한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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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10-0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 보는 게 낫겠는데요? 우익의 힘을 정당화란 말에 걸려서.ㅋ

yamoo 2011-10-03 09:11   좋아요 0 | URL
문제는 있지만, 그래두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들은 재밌습니다. 보고 나서는 열받지만..ㅋㅋ <반딧불의 묘>를 보셨으면, 이것도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는^^

루쉰P 2011-10-02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자신의 사상을 넣어 사람들에게 주입시키려고 한다면 그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이 만화만을 봤다면 야무님이 생각하시는 것 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행성 라메탈의 이주 계획이 납득이 간다 그렇게 생각했겠어요. ㅋ
일본 애니는 무척 좋아하는 편이지만 우익의 작품들은 보고 싶지 않아요. ㅋㅋ 야무님은 만화도 좋아하시나봐요. ^^ 센스쟁이!

yamoo 2011-10-03 09:14   좋아요 0 | URL
루쉰님두 아니메 좋아하시는 군요~ㅎ 매번 열받지만, 우익 작품도 재밌습니다..ㅎㅎ

네~ 전 만화와 애니 모두 아주~~ 좋아한답니다. 거의 오덕 수준이라 문제이지만요...--;;

노이에자이트 2011-10-0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수적인 왕당파 발자크에 대해서 마르크스는 칭찬했는 걸요. 예술가는 그 실력으로 인정받아야죠.내 정치성향과 잘 맞아도 재미없는 작품을 양산하는 예술가를 칭찬할 수는 없죠.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할 거에요.

yamoo 2011-10-04 20:3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내 정치성향에 부합해도 재미없는 작가는 사절입니다..ㅎㅎ 사실,마츠모토 레이지 작품들은 욕하면서도 다 봤어요..^^;;

가연 2011-11-03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작품에 대한 글을 읽고 댓글을 꼭 남겨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뒤로 미루고 미루고 하다가 이제 남깁니다. 천년 여왕, 은하철도 999, 이터널 판타지, 캡틴 하록.. 완전 좋아하는데ㅎㅎ 물론 저런 '위험한 여자' 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포기하고 보게 되더군요, 에휴... 저도 애니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라... 최근엔 좀 뜸하지만;

yamoo 2011-11-04 01:04   좋아요 0 | URL
앗, 가연님도 마츠모토 레이지의 팬이시군요! 으아~~몰라뵜어요~ 넘넘 반가워요! 나중에라도 댓글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이 글 아니었으면 가연님이 아니메를 좋아하는지도 몰랐을 겁니다.

저두 마츠모토 작품들은 거의 다 보았는데요, 작품 중 최고는 the cockpit; 성층권 기류에요. 안보셨으면 강추드립니다~

만화애니비평 2014-07-21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험한 여자인 천년여왕만큼 여기도 위험한 블로그인듯 합니다..우후후

yamoo 2014-07-24 19:16   좋아요 0 | URL
헛, 어떤 면에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우후후^^

moball 2014-10-29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연히 링크따라 다니다가 천년여왕 리뷰를 읽게 됐네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을 결론부터 꺼내자면, 완전히 반대로 해석하고 계신 겁니다.
`라메탈의 지구 이주 계획`으로 `일제의 식민지화 정책`을 정당화 하고 있다니.... 이 작품을 제대로 본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설혹 `라메탈의 이주 계획=일제의 식민지 정책`이라고 칩시다.
그렇다면, 이 작가는 이주계획이나 식민정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왜냐면 천년여왕은 라메탈인이지만 라메탈의 이주계획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즉, 지구인 편에서 라메탈과 싸우는 인물이 천년여왕입니다.
그리고 작품의 마지막에는, 결국 라메탈은 지구 이주 계획을 포기하고 지구를 떠납니다.

그런데 라메탈의 이주계획으로 일제의 식민지 정책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논리는.... 이 작품이 말하는 내용을 완전히 반대로 보신 거죠.

yamoo 2014-10-29 22:25   좋아요 0 | URL
아, 멀리서 왕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님이 이야기의 표면만 본 것 같습니다. 전체 플롯 구조 속에서 라메탈 행성이 왜 천년여황을 파견해 왔는지, 그리고 이주계획을 왜 실행하려고 하는지...이걸 봐야 합니다. 전체 이야기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후반부는 일종의 변명일 뿐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서 감독이 말하려는 의도가 일제 식민지 정책이 완전히 잘못된 것을 알리려고 만든거라구요?? 저는 절대 그렇게 볼 수 없습니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골수 군국주의자입니다. 그가 이 작품을 통해서 알리려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했다는 걸 밝히려고 한 겁니다. 이주계획을 포기하고 지구를 떠나간다는 설정은 식민지가 지구였기 때문입니다. 얘기를 포장하기는 나름입니다. 전체 플롯구조 속에서 감독이 노림수가 뭔지를 봐야하는 것이죠. 천년여왕과 하지메의 사랑으로 천년여왕이 변심하는 설정은 로맨스 라인으로 앤딩을 완성하기 위한 것일 뿐입니다.
님과 같이 생각하는 것이 바로 마츠모토의 노림수 였다는 것이 제 글의 논조라 할 수 있겟네요..^^

뭐지 2015-05-24 1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마츠모토 레이지는 우주전함 야마토 때 욕좀 처들어 먹고서는 은하철도 999와 캡틴 하록부터 반 제국주의, 반 군국주의, 반 전체주의적인 메시지를 향유하고 있는데 뭔 소립니까. 오히려 님이 전체적인 플룻의 구조속에서 잘못 보신듯. 지니님이 하신 말이 맞습니다. 전체 이야기의 90%를 차지하는 그 계획을 막판에 가서 뒤짚어 엎어버림으로써 부정의 증가효과를 가져오는 겁니다.

설국 여차에서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나오는지도 모르다가 이야기가 99%쯤 진행되었을때 마치, 사라마구와도 같은 시점으로 리바이어던을 죽이는것 처럼 말이죠. 양과 수가 곧 주제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군국주의, 민족주의를 향유하는데 뒷받침되었던 이원론적 세계의 구조관, 그 깊은 형이상학의 본질을 거부하는 캐릭터들이 야마토 이후 레이지 작품의 주된 핵심입니다.

은하철도 999를 제대로 보셨는지 모르겠군요. 그랬다면 레이지가 골수 우익이라는 말은 못하실 겁니다..

ㅅㅂ 2016-11-29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처구니 없는소리 하고 있네 ㅋㅋㅋ
지구침략이 한반도침략이라면서 댓글 보고
지구이기때문에 침략하지 않은거라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네
니말대로라면 그말은 한반도이기때문에 침략하지 않는다는 소리가 되는건데
인정은 못하겠으니까 이랬다가 저랬다가 편한대로 헛소리하지 ㅋㅋㅋㅋㅋ

ㅇㅇ 2017-07-13 2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완전히 반대로 해석하였습니다. 막판에 나오는 암흑 혜성이 왜 나오는 지 모릅니까? 라메탈이 그토록 추앙하는 암흑 혜성이 알고보니 라메탈과 지구 모두를 재앙으로 몰고 간 원흉이자 흑막이었고, 이것을 천년여왕 라 안드로메다 프로메슘이 자폭으로 없애자 라메탈과 지구 모두에게 평화가 찾아옵니다.
여기서 암흑 혜성이 뭐겠습니까. 일본 천황제와 군국주의의 망령입니다. 식민지배를 해야 한다는 대동아공영권 같은 것이 피해자인 한국과 중국 뿐 아니라 가해자인 일본에게조차 재앙을 주었다는 것이죠. 그것을 파괴함으로써 라메탈=일본에도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 하면서 해석하는 분이 얼마나 위험한 지 똑똑히 보여주네요. 이게 구글 검색으로 나오는 게 정말 위험해서 댓글 남깁니다.

극장판은좀그런듯 2020-05-0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극장판은 정말로 뭔가 좀 어색하고 억지 같음.티비판은 그렇지 않았는데.확실히 극장판은 좀 이상한듯.너무 억지스런설정.일본이 그런걸로 좀 나뉘는 느낌임.자연스럽게 잘만든게 있는가 하면 억지스럽고 이상한것이 있음.티비판과 극장판 다른 사람들이 만든듯

극장판은이상해 2020-05-0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천년여왕티비판은 그냥 자연스럽게 잘 만든것같고 극장판은 여기 글쓴이 말처럼 뭔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합리화 하려고 만든듯한억지스러움..인기끈 만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손질한 느낌임
 
은하철도의 밤 - Night on the Galactic Railroa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겐지의 봄- 미야자와 겐지 탄생100주년 기념 작품> 
         감독: 가와모리 쇼지

1.

 내가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99년 9월. 학교에서 있었던 일본 애니메이션·영화축제 에서였다. 한 시간 미만의 짧은 어둠속에서, 난 그때 말할 수 없는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시적인 대화와 몽환적인 영상들.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가! 그 속에서 던져지는 수많은 은유와 보편적 메시지들을 접하면서 영상언어라는 힘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때 나를 압도했던 영상의 잔해들이 너무도 강력히 각인되어 있어서 인지, 나는 어제 한 번 더 이 작품을 보게 되었다. 다시 보았지만 역시 명작은 세월의 흐름에 퇴색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 전에 흘려보냈던 겐지의 말들을 음미하면서 보니 더욱 깊이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미야자와 겐지 탄생 100주년 기념 작품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솔직히 이전에 ‘미야자와 겐지’라는 작가이름만 알았지, 그가 어떤 작품을 썼는지 조차 몰랐다. 아직도 겐지의 작품을 접하진 못했다. 하지만 미야자와 겐지가 일본 문학에서 끼친 영향이 대단하다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겐지의 작품들이 속속 번역 소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내가 전혀 몰랐던 사람을 이 작품을 보고 최소한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고양이 겐지를 통해 미야자와 겐지가 평생 무엇을 추구 했는지, 그리고 그의 이상과 현실사이의 고뇌가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는 사실. 한 작가의 전기를 이렇게 에니메이션이라는 매체에 빼어나게 담아 전달할 수 있는 가와모리 쇼지 감독의 역량이 돋보였다. 

 현란한 영상과 아름다운 시적 언어의 유희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이 작품을 좀 더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의도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작품에 나오는 모든 사람은 고양이로 대체되어 있다.)

2.

 겐지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다. 그는 독특한 스타일로 아이들을 가르쳐 아이들 사이에서 이상한 선생님으로 간주되는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겐지가 가르치는 내용들은 생생한 생명을 전달하는 삶의 지식이다. 인간이(고양이지만)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자연의 한 부분으로 동화되어야 한다는 물아일체의 정신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항상 작은 것 속에서 의미를 찾고 이 세상의 가장 본질적인 것은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달아 알게 하려는 것이 그의 가르침의 출발점 이었다. 교사로서의 그의 삶은 '참 교육의 정신' 그 자체였다.

 하지만 겐지는 냉혹한 현실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소극적인 지식인이었다. 그가 쓰고 또 쓴 글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읽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그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조차도 그를 버렸다. 그의 글들은 그 나름대로의 세계를 보는 정신의 궤적일 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를 이해해주는 단 두 사람이 있었다. 그가 사랑했던 토시와 그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던 카나이라는 사람이다. 두 사람은 그의 후원자 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토시가 지병으로 눕게 되고 카나이가 자신과의 다른 길을 가게 되자 겐지는 좌절하게 된다. 특히 카나이와의 결별은 좌절의 깊이를 더했다. 사실 이 작품에서 카나이와 겐지의 관계는 짧게 나타나지만 상당한 무게를 갖는 만남이고, 이후 겐지가 갈등하는 전제로서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카나이: 난 언젠가 꼭 천상계처럼 아름다운 농장을 지어서 거기서 연극이나 축제를 하고 새로운 농촌예술을 만들어 내 보고 싶어. 어의 너의 꿈은?  

 겐지: 나의 꿈은 이 세계의 배후에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 진실한 힘의 수수께끼를 풀어 밝히고 그 길을 나아가고 싶어. 
 카나이: 멋진 꿈이군. 하지만 어떻게 해서 그 길을 가는데....? 
 겐지: 아직 그 방법을 찾지 못하겠어. 
 카나이: 그래?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찾을 수 있을거야. 
 겐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카나이: 물론 그 길을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군.   


   (3년후) 겐지는 도서관 어느 한적한 곳에서 군인이 된 카나이와 조우한다. 
 

겐지: 어째서 함께 갈 수 없다는 겁니까? 
 카나이: 이 세계에 정말로 위대한 힘이 작용하고 있다면 왜 사람은 서로 다투는가? 왜 생물은 서로 죽이고 서로 먹는 것인가? 
 겐지: 그 그것은... 그것도 또 진실한 힘의 의지인지도.. 아니 그 대답을 찾기 위해 같이 가지 않았습니까? 
 카나이: 당신은 마치 구름 위를 걷고 있는 것 같군요. 이상이라는 구름 위를...  


 그렇다. 카나이와 겐지가 서로의 꿈을 이야기할 때부터 이런 이별은 예견된 것이었다. 카나이의 꿈은 농장을 지어 농촌예술을 만들어 내는 현실지향적인 것이었고 구체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겐지는 세계를 움직이는 배후의 진실한 힘을 찾겠다고 했다. 너무 이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것이다. 이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카나이는 현실을 냉혹히 바라보는 군인이 되었고 겐지는 이상을 찾아 헤매는 작가가 되었다.  

  카나이의 와의 결별과 함께 겐지의 높은 눈은 땅을 향하게 된다. 그는 정식 교사를 그만두고 현실에 발을 붙이기 위해 농사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밤이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한다. 이상만을 추구하던 겐지에게 땅의 일은 너무도 가혹한 것이었다. 주위사람들의 비아냥거림 속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농사를 위해 그가 들인 모든 노력들은 비와 바람으로 망쳐지기 일쑤였다. 비와 바람을 피해 일궈놓은 농작물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도둑맞아 버린다. 그를 도와 농사일을 도왔던 학생들에게 그는 말한다. "표시를 세우면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무엇인지 모르게 되어 버렸다. 열심히 황무지를 일구고 소중히, 소중히 야채를 기르고 있었다고 생각해도 우리가 그것을 먹는다고 하는 것은 야채의 목숨을 뺏앗는 것과 아무것도 다를 게 없는 것이 아닐까요?" 

 어느 음산한 날, 밭을 갈던 겐지는 땅에 쓰러진다. 그리고 또다시 환상에 젖어들며 독백한다. '거봐 역시 허수아비조차 되지 못했군. 끝이 무거워 땅속으로 가라않는 것 같군. 조금이라도 모두가 같은 것을 먹으려하거나 하늘나라 사람과 결혼한다던가 허세부려보기도 하고, 하지만 모두 진실은 아니었는지도 몰라. 분명 그걸로 뭔가 쫓는 일이 있는 게 아닐까하고 마음속에서 생각하고 있었던 거겠지.'

(환각이 계속된다) '나도 여기 까지인가? 땅바닥에 붙은 저 새까만 구름속... 나로서는 안돼는 것인가? 컴컴한 큰 것을 나는 움직일 수 없는 것인가? (환각 계속) 깜박이고 있는 것은 나인가? 세계인가? 빛은 그대로 있으나 그 전등은 잃어 버리고, 이것은 변합니까? 이것은 변합니다. 이것은 변합니까? 변합니다. 이것은 어떻습니까? 변하지 않습니다. 아니요 변합니다. (그의 살아온 행적이 오버랩 되어 스쳐지나간다) 결국  모두가 말하는 대로인가? 토시... 잘 되지 않아.'

 이제 이야기는 종착역을 향해 치닫는다. 이상과 현실사이의 괴리에서 겐지는 괴로워한다. 이상을 추구하던 그가 현실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절망감이 그를 무능한 지식인으로 몰아간다. 멍하니 누워있는 겐지의 귀에 빗물을 떠서 갖다달라는 토시의 환영이 들린다. 토시를 위해 눈을 떠먹이는 겐지를 또 한명의 겐지가 보고 있다.

숨을 거두는 토시. 슬픔과 비통함이 교차하는 마음을 담아 "새로운 시대의 코페르니쿠스여! 숨막히는 중력의 법칙으로부터 이 은하계를 풀어놓아라."라는 겐지의 외침과 함께 이 영화의 가장 압권인 영상이 화면을 수놓는다. 땅의 철로가 갈라지면서 땅속에서 열차 두 대가 하늘로 올라간다. 

 어디까지라도 진정한 행복을 찾으러 갔지만, 눈덮힌 밭에서 깨어난 겐지. '분노의 씁쓸한 그리고 푸르른 4월의 기층의 빛 저 아래를 침 뱉고 이를 갈고 왕래한다. 나는 한 사람의 수래인 것이다.' 아련하고 신비한 음악과 함께 겐지는 뛰기 시작한다. 4계절의 변화가 그가 뛰는 길을 수놓으면서... 


                                                                3.

 서른일곱 살의 나이에 요절한 작가. 순수한 열정과 진정성 넘치는 이타심으로 짧은 생을 불꽃같이 살다간 미야자와 겐지. 그가 추구한 이상과 현실이 어떤 것이었는지 환상적으로 보여주는 미야자와 겐지의 전기다.

 김훈의 에세이를 보는 것처럼, 작고 평범한 사물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시적인 표현들이 작품전체를 수놓고 있다. 정말 놀라운 작품이다!



[덧붙임] 
 작품을 보고 감동한 것만큼 글에 담지를 못해 한탄스럽습니다. 하여간 이 작품은 굉장한 작품입니다. <메모리즈>의 '대포의 거리'를 연상시키는 강한 상징적 영상들로 가득 차있지만 작품 색깔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내 청춘의 아르카디아호>, <은하철도 999 극장판>, <우주왕립군> 등 캐릭터의 대화들이 아포리즘을 방불케하는 몇 작품들이 있지만, 화려하고 상징적인 영상과 함께 전달하는 이 <겐지의 봄>에 비교해서는 그 주제의 진정성과 소재의 중량감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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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20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헙, 저는 저 애니를 보지 못 했어요. 급 땡기는군요...

yamoo 2010-08-20 09:08   좋아요 0 | URL
이거 완전 대박입니다! 만화책도 있는데, 만화책은 한 권 짜리구요...애니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이 영화는 겐지의 전기에요! 것두 수준높은 전기! 마크로스 감독한 감독이 만든 작품인데, 저런 영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작품입니당~ 마고님 꼭 구해보시길~ 후회 절대 안할 거라 보장합니다!ㅎ

stella.K 2010-08-2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는 IP TV에서 하면 당장 볼텐데...OTL

yamoo 2010-08-20 13:42   좋아요 0 | URL
ip티브로는 보기 힘들어여~~ 렌탈 숍 가면 있습니다. 빌려 보도록 하시와여~~^^ 이건 케이블티브에서도 안하더군요..이상하게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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