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힘


내가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는 꿈을 꾸고

울다가 잠이 깬 아침


눈은 퉁퉁 붓고

몸은 무거운데

눈물이 씻어 준

마음과 영혼은

맑고 평화롭고

가볍기만 하네


창 밖에서 지저귀던

새들이 나에게

노래로 노래로

말을 거는 아침


미리 생각하는 이별은

오늘의 길을

더 열심히 가게 한다고

눈물은 약하지 않은 힘으로

나를 키운다고

힘이 있다고


      ** 이해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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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酌


                      ** 류근 **


헤어질 때 다시 만날 것을 믿는 사람은

진실로 사랑한 사람이 아니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날것 을 기약하는 사람은

진실로 작별과 작별한 사람이 아니다


진실로 사랑한 사람과 작별할 때에는

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이승과 내생을 다 깨워서

불러도 돌아보지 않을 사랑을 살아가라고

눈 감고 독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단숨에 결별을 이룩해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아

다시는 내 목숨 안에 들어오지 말아라

혼자 피는 꽃이

온 나무를 다 불지르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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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적 체질중에서 가장 맘에 오래 남는 詩다..

다시는 내 목숨안에 들어오지 말아라....

사람아....

긴 여운이 커피향과 어우러져 멋진 아침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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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 박인환 **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면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것

한 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소리를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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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내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여와 박혀


하늘 및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흠뻑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이육사님 **



유독 포도를 좋아하시던  아빠가 생각나는 아침...

집 앞마당에 청포도 나무를 심으시고,

햇살에 반쩍이는청포도가 익어갈 무렵

가장 먼저 딸들의 입에 넣어주셨던 아빠....


오늘따라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가

너무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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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님 **



월요일 아침 따뜻한 커피한잔이 뿜어내는 원두향기에 취해

그윽한 향기를 떠올리다 생각난 시다..

모란꿏은 가까이 본적은 없지만, 아니 그리 신경쓰고 보질 않아서

하지만 김영랑 시인이 그려낸 모란은

너무나 아름답고 처연하다.

그 마지막 향기..

떨어져 누운 그 마지막 꽃잎마저 사라져 향기를 감추고...

또 다시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너무나 절절하다.

하나의 사랑을 보내고,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 마냥..

나의 삶이 모란은 언제쯤 피어나련지..

꽃잎을 품은 봉오리가 간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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