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 추적 - 한국 사회를 뒤흔든 희대의 사건을 파헤치다
표창원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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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의 사건추적>은 강력사건 사례를 프로파일링 관점에서 재구성한 책이다. 저자는 '범죄의 유형별 분석과 관련 쟁점에 대한 설명 그리고 예방을 위한 인식전환, 피해자에 대한 관심 촉구 등의 제안'(p.6)을 담았다고 한다. 총 22개의 사건이 소개된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텍스트버전인 양 생생하고 충격적이지만,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라는 저자의 경험이 기대만큼 많이 녹아들어 있지는 않다.

 

[사건2. 아빠라는 이름의 짐승](p.26) 그 유명한 김보은씨 사건이다. 의붓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해오던 김보은씨가 남자친구와 공모, 의붓아버지를 강도로 위장해 살해한 사건. 당시 어머니와 김보은씨는 검찰간부였던 의붓아버지의 위세에 눌려, 감히 신고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 사건 이후 '성폭력 특별법' 제정요구가 거세졌고, 결국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된다. 저자는 단순한 사건소개에 그치지 않고, 제2의 김보은씨 사건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 [아동 성폭력을 이겨 낸 유명인들](p.35)등도 소개한다.

 

[사건13. 살인자를 꿈꾼 소년의 잔혹한 범행](p.179) 굉장히 놀랐다. 국내에서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니. 중3 양군은 동생의 목을 도끼로 내리 찍어 살해하고, 다른 살인대상을 찾다 체포된다. 도대체 왜 양군은 동생을 죽인 걸까. 인터넷, 게임중독이었던 양군은 예고된 살인자였다. 장래희망란에 '살인업자'라고 적었고, "살인이라는 것을 꼭 해보고 싶다, (중략) 할인점에서 도끼를 구입해 날을 갈아 침대 밑에 숨겨 두었다."(p.180)라는 글을 일기 형식으로 올리기까지 했다. 더욱 놀라운 건, 자신이 계획한 연쇄살인의 제1차 대상이 바로 자기 동생이었다는 것. 어떻게 저럴 수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송되었던, 수지 킴 간첩조작 사건(사건11),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사건10)도 소개된다. 특히 수지 킴 간첩조작 사건은 어이가 없었다. 살인범의 헛소리임을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다니. 피해자 김옥분씨의 가족들은 '간첩을 언니로 두었다는 비난에 시달리다, 이혼 당하고, 자녀들은 집단따돌림 당했으며, 일부 가족은 정신질환과 화병으로'(p.151) 사망하고야 말았다.

 

각 장마다 [해외사례]가 소개되는데, 그 중 영국의 연쇄살인마 '헤이그와 오누프레직'(p.129)이 충격이었다. 이들은 '시신이 없다면 살인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는 시신을 없애는 방법을 연구한다. 황산농축액으로 녹여버리는 것이 좋은 방법임을 알게 된 이들은, 9명의 여성을 유인해 살해하고 황산으로 녹여버린다. 하지만, 결국 체포되었고, 영국 대법원장 고다드는 '시신 없이도 살인죄는 인정될 수 있다'라는 고다드 원칙을 확립한다.

 

또한, 각 장 말미에는 'PTSD'(p.25), '디지털 포렌직'(p.128), '공소시효'(p.154), '일사부재리의 원칙'(p.209) 같은 용어해설 / 피해자 지원 대책(p.54), 범죄피해자 지원이 미미한 현실비판(p.73) 등 범죄피해자에 대한 관심 / 청부살인의 심리와 특성(p.146), 어린 살인자가 발생하는 원인(p.183) 같은 심화분석이 실려 있다. 본문에서 소개하지 못한 항목을 말미에 정리해서, 생소한 부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표창원의 사건추적>은 충격적인 국내사건 22편과 해외사건 10편이 생생하게 소개되어 있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졌던 사건이다. 한번쯤 관심을 갖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커다란 가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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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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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하나에, 그림 하나씩.
그림책 보듯, 술술 읽으니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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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9일에 찍은 사진.

독서토론회가서, 입장시 추첨으로 한 권, 질문해서 또 한 권, 총 2권 받았었음ㅋㅋㅋ

 

사진정리하다, 발견하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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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것인가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88
니꼴라이 체르니셰프스끼 지음, 서정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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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꼴라이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는 한권짜리 신판 양장, 분권된 세계문학판을 모두 갖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갖고 있던 거'지 읽진 못했다. 제목이 왠지 인문서를 연상시켜서 '지루하지 않을까'란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책은 읽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였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굉장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남녀 간 사랑, 삼각관계, 우정과 갈등 등이 마치 주말연속극을 보는 듯 흥미롭게 이어진다. 이 때문에 1800년대 텍스트를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

 

2.

 

프롤로그에 이어, 이야기는 '베라 빠블로브나'(베로치카)의 소녀시절부터 시작된다. 베로치까의 가족은 아버지(빠벨 콘스탄찌노비치 로잘스키), 어머니(마리아 알렉세예브나), 베로치카, 남동생 표도르 이렇게 4식구인데, 아버지는 관청 서기보이며 어머니는 전당포를 운영하고 금전대여를 한다. 어머니의 관심은 베로치카를 돈 많고, 힘있는 집안에 시집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부잣집 장교 '미하일 이바노비치 스토레쉬니코프'가 베로치카를 원하자, 어떻게든 그와 딸을 결혼시키려 안달을 한다.

 

하지만, 베로치카는 미하일 이바노비치의 청혼을 거절(p.77)한다. 그러자, 마리아 알렉세예브나는 이런 반응을 보인다. 딸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으며 "너 정신이 나갔구나, 이 바보 같으니? 감히 순종하지 않고, 어디 다시 한번 말해 봐!"(p.77) / "짐승 같은 년! 베르까!(베르까는 베로치카를 경멸하듯 부르는 명칭임) 그가 네 얼굴에 미쳐 너를 원하는 것만 아니라면 피가 나도록 흠씬 때려 줬을 거야! (중략) 이 지긋지긋한 바보 같은 년!"(p.78) 마리아 알렉세예브나가 어떤 성격인지, 딸을 어떻게 대하는지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거라 믿는다.

 

그러던 중, 남동생 표도르의 가정교사로 '로뿌호프'(드미트리 세르게이치)가 들어오고, 베로치카와 로뿌호프는 서로 묘한 감정을 느끼는데...과연 베로치카는 마리아 알렉세예브나의 압박에서 벗어나 사랑을 쟁취할 수 있을까?

 

3.

 

구성상 주목한 것은, 작가가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직접 개입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로뿌호프의 독백장면 바로 뒤에서, "나는 독자들에게 미리 경고해 두고자 한다. 로뿌호프의 이 독백이 장차 로뿌호프와 베라 빠블로브나의 관계이 미칠 어떤 중요한 동기를 내포하고 있다고 미리 넘겨짚지 말라는 것이다."(p.206)라는 식으로 말이다. 특히, 프롤로그의 [서론을 대신하여](p.21)에서는 무려 5페이지 가까이 개입하는데 마치 [작가후기]를 땡겨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점이 불만요소는 아니다. 크게 작품흐름을 끊지도 않았고, 작가와 호흡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도리어 좋았다.

 

4.

 

<무엇을 할 것인가>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걸작으로 손꼽히지만, 사실 저런 걸 몰라도 상관없다. 베로치카가 봉제조합을 설립하는 p.274이전까지는 그냥 남녀 간 사랑을 다룬 연애소설로 읽어도 된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쟁취한다는 점에서,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느낌도 받았다. (물론, 봉제조합 설립이후, 조합운영이나 이익분배 장면은 사회주의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아니, 처음에 우정, 갈등, 삼각관계도 있다면서 왜 이야기 안하지?"라고 궁금해 하실 분도 계실지 모른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살짝만 던지고 가겠다. 로뿌호프의 베스트프렌드, '끼르사노프'란 인물이 있다. 어느 정도 절친인가 하면, 베로치카가 하루 종일 붙어다니는 둘을 (반쯤 장난식으로) 질투할 정도였다. 그런데, 끼르사노프는 로뿌호프, 베로치카 커플을 보고 점점 심한 마음의 갈등을 일으킨다. 왜? 아시죠? ^_^ 그런데, 또 그런 끼르사노프를 짝사랑하는 '나스쩬카'란 아가씨가 있으니, '아, 사랑은 어렵군.'

 

5.

 

생소한 작가, 1800년대 작품, 엄청난 분량, 분명 <무엇을 할 것인가>의 첫인상은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생소한 작가의 1800년대 작품이, 오늘날 우리에게 소개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의 걸작이니 뭐니 상관없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그냥 읽어서 재미있고 즐거운 소설이다. 대충보고 절대 겁먹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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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꼴라이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 이거 예상하고는 엄청 다르네요.

인문서에 버금가는 지루한 책인지 알았는데, 진짜 재미있는 소설임ㅋㅋㅋ

 

느낌이,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같아요. (내용이 비슷하다는 건 아님!! 느낌이.)

1800년에 나온 책인데도 거의 의식하지 못할 정도네요. 번역도 나쁘지 않음.

 

지금, 상권 300페이지 읽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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