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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 천국입니다
임영태 지음 / 문이당 / 2005년 9월
평점 :
* 스포일러 있을 수도
'만약 내가 '내'가 아니라면?' '내가 '나'의 모든 기록을 고스란히 받은 복제인간이라면?' 소설은 바로 이 물음의 답을 찿아 고뇌하는 인물의 이야기다.
평범하게 살던 남기웅에게 한 사내가 나타난다. 그는 남기웅이 복제인간이라는 말을 남기고,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죽음뒤에 숨겨진 진실…남기웅은 복제인간이었다.
한 생명공학 연구소에서 술에 취해 쓰려져 있던 남기웅을 데려다 복제했고, 북제인간은 기웅의 모든 기억과 습관을 그대로 이어 받았다. 지금 존재하는 남기웅은 복제된 '그'. '원래 그'는 지하연구소에 동면상태로 보관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기웅은 자기 존재에 회의를 느끼고 자아정체성을 회복하려는 갖가지 노력을 한다. 또다른 복제인간인 '이정미' 와의 만남, 대화 / 대마초. 연인과의 헤어짐등. 남기웅은 과연 자아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파격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주제에 빠져들었다. 지금 '나'가 내가 아닌, 복제인간인. 황당하면서도 실제 벌어질 수도 있는 사건.
그러나 이러한 도전적인 문제제기와는 달리 끝부분으로 갈수록 자가의 답안지는 초라해지는데, 먼저 남기웅의 자아정체성 확립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불분명하다. 자아를 찿아 몸불림치는 주인공의 모습은 깊이 서술되어 있으나, 그래서 도대체 월 어떻게 하자는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자아정체성 확립과정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에피소드가 지나치게 우연적이고 비조화스럽다. 어머니와의 만남, 도박꾼 배영찬과의 만남, 도입부의 문영길과의 만남 등등.
그리고 남기웅과 이영미와의 관계도 밋밋하게 표현되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