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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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 수상작'이라기에 혹해 읽었다. 읽어보니 대상감은 아니고 가작 정도가 딱 맞겠다. 데뷔작이라는 게 보일 정도로 좌충우돌에, 긴장감은 없으며, 제3장 '제삼자' 부분은 전형적인 일본호러영화 스타일로 만화같은 억지 설정까지 보인다. 

 

읽는내내 이해가 안됐던 것은, '보기왕이 왜 나타났는지, 왜 히데키와 가나를 목표물로 삼았는지'이다. p.309를 보면 설명이 나오기는 하나, 불충분하다. 이해되지 않는다. "그래 시즈가 보기왕을 불러들였어. 그래 알았어. 그럼 마도부(魔導符) 때문에 온거야? 가정불화가 보기왕을 불러들이는 주요원인이야? 왜 히데키지? 히데키가 육아남편이랍시고 가나를 힘들게 해서 보기왕이 왔나?" 의문투성이다.  

 

또한, 보기왕이 다카나시(p.44)와 세스코를 습격하는 장면(p.131) 역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뭐 세스코는 자신을 퇴치하려 했으니 공격할 만하다 해도, 다카나시는 왜 공격했을까? 왜? 다카나시는 그냥 히데키의 직장동료일 뿐이다. 보기왕에게 적대적인 어떤 행동도 한게 없다. "보기왕이 변신한 여자얼굴을 봐서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 아냐 다카나시는 얼굴을 기억하지도 못했잖아. 보기왕이 그냥 마구 죽이는 연쇄살인악령이여서 그럴까? 아냐 원령은 원한을 품은 대상이나 적대적인 대상만 공격하잖아." 뭘까. 초반 다카나시가 의문의 습격을 당하고 끔찍한 모습으로 죽어 줌으로써 이야기가 한층 호러틱해진 건 사실이다. 그런데 왜? 소설 속 다카나시도 죽어가면서 궁금해 하지 않았을까?

 

보기왕의 정체를 추적하는 부분을 미야베 미유키나 교고쿠 나쓰히코가 썼다면, 작품의 백미가 됐을 것이다. '민속학과 전설이 뒤섞인 정체불명 보기왕 추격기'라 분명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나, 사와무라 이치는 신예작가고 이 작품은 데뷔작이다. 보기왕의 정체를 추적하는 부분은 기대이하다.

 

가라쿠사란 인물도 돌아보면 "왜 나왔지?" 싶다. 친구의 아내를 탐한 나쁜 놈이고, 보기왕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주기는 하는데 작가의 갈팡질팡을 상징하는 대표인물이다. 노자키나 마코토의 경우 매력적인 캐릭터인 건 분명하다. 하나 캐릭터에 몰입이 안되고 자꾸 겉돈다. 이유가 뭘까? 작품에 녹아들지 못하는 걸까? 뭐가 문제일까?

 

결론은 다음과 같다. 위에 제기한 모든 문제의 근본은 한가지. 작가가 '보기왕이란 악령을 똑바로 그려내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보기왕(보기마, 부기메)의 정체가 뭔지? 어떤 원한이 있고 누구를 공격하는지? 등등 설명이 안되기 때문에, 모호한 대상을 상대로 분투하는 노자키나 마코토가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는 거의 애니메이션 속 인물.

 

 

 

*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많으나, 제2장 '소유자' 부분은 다른 차원에서 흥미로웠다. 일방적인 관심과 헌신이, 다른이에게 얼마나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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