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별일 없이 산다 탐 청소년 문학 11
강미 외 지음 / 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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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어릴 때 읽었던 책들이 더 재미있고, 기억에도 오래 남았다. 특히 방귀봉씨가 주인공인 '별난' 시리즈(별난 가족, 별난 국민학교 등등)는 지금 생각해도 명작중의 명작. 최영재 선생님은 잘 계시는지. 아, 신동일 선생님의 <요술친구 깨묵이의 별난 모험>도 여러번 읽은 책이다. 청소년 소설집을 읽으니 갑자기 어릴 때 생각이 난다.

 

<우리는 별일 없이 산다>는 일곱 작가의 단편이 실린 청소년 소설집이다. 빼어난 작품, 별로인 작품을 구분짓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일곱 작품 모두 작품성이 뛰어나다. 그래도 좀 더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다. [오시비엥침], [나우]는 '청소년 문학을 가볍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한방을 날리는 작품이다. 재미도 있고 주제의식도 또렷하다. [유자마들렌]이나 [팩트와 판타지]는 약간 전형적인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학교를 배경으로 학생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 점이 좋았다. 각 작품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오시비엥침] 일단, 이 아리까리한 제목부터. 오시비엥침은 아우슈비츠의 폴란드식 명칭(p.20)이다. 아우슈비츠는 독일이 마음대로 지어 부른거란다. 주인공은 선영, 정은, 찬으로, '여행학교'란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다. 여행학교는 학기 단위로 세계를 여행한다. 지금 이들이 있는 곳은 독일. 여행학교의 취지에 무색하게 선영, 정은, 찬은 사사건건 대립하고 갈등은 고조되는데...과연 이들은 조화될 수 있을까?

 

[유자마들렌] 싱글맘인 엄마와 사는 여고생 지수의 이야기다. 담임 자이구루를 비롯, 재미있는 학교생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실업계지만 꿈을 향해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제과제빵, 바리스타 수업 등등)이 대견하고, 원빈이와의 풋사랑도 웃음 짓게 한다. 아, 엄마와 지수의 밀당하는 듯한, 모녀관계도 포인트.

 

[팩트와 판타지] 유자마들렌과 이 작품은 배경이 학교라 좀 더 몰입도가 좋았다. (학원물 좋아함ㅋ) 수업시간에도 만화작업을 하는 당당하고 시니컬한 주인공과, 예쁘지만 약간 수동적인, 구미호(별명) 미호의 캐릭터가 인상적인 작품. (미호같은 여자가 남자들의 로망인데, 이야기 속에서도 미호는 남자아이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는다. 다만, 순진한 미호는 이를 모름ㅋ)

 

[두드ing] 드러머를 꿈꾸는 나현제의 이야기. 엄마와 선생님은 수능과 공부만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인물이다. 시간을 쪼개 써야 한다고 강조하는 담임의 대사에선 정말로 고등학교 때가 떠올랐음. 현제의 아빠는 회사 퇴직하고 트럭 야채장사를 시작하는데, 그나마 현제를 이해해 주는 인물이다.

 

[나우] 일단, 제목부터. '나우'는 주인공의 닉네임 비슷한 거다. 청소년 활동가 조직 '나비청'에 소속된 나우, 클로이, 버믈릭 등이,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반대서명을 받는 이야기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지만, 굉장히 흥미롭게 풀어냈다. 작가의 분신인 듯한 나우와 커밍아웃한 클로이의 우정(혹은 사랑?)도 풋풋함.

 

[내 사랑은 에이뿔] 열성적으로 연예인 팬클럽 활동을 하는 다빈이가 주인공이다. 다빈이의 동생은 예쁜 외모를 가졌으면 현직 아역배우인 소빈이. 사생팬의 일상생활과 엄마와의 갈등, 다빈과 소빈의 대조 등이 재미있다. 다만, 약간 가벼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영재는 영재다] 다친 아버지를 대신해, 이사짐센터 알바하는 영재의 이야기. 아버지를 도와 일을 해야 한다는 것과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는 딜레마 사이에서, 듬직하게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는 영재의 모습이 기특했다. 담임은 열성적인, 무엇보다 성적을 중시하는 인물인데, 그런 그마저도 영재의 듬직함 앞에 두 손을 든다. 과연 학교성적만이 전부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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