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은 맛있다
강지영 지음 / 네오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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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습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다, 제목마저 '가벼워' 걱정이 앞섰다. '그저 그런 연애소설이 아닐까? 제목이 왠지 사랑이야기 같은데?' 하지만, 머지않아 알게 됐다. 저런 의심 자체가 얼마나 큰 실례였는지를. <하품은 맛있다>을 읽으며, 1년 365일 내내 맨밥에 김치만 먹다가, 갑자기 1등급 한우에 고급뷔페를 먹는 듯한 행복함을 느꼈다. 미스터리 바탕에, SF적인 설정이 있고, '다운'의 가족사엔 막장드라마가 있으며, 연습생과 스캔들, 오원춘 같은 인간사냥꾼도 등장한다. 문체도 경쾌해서 가독성도 일품이다.

 

가장 주목한 건, 이경과 다운이 '의식을 공유한다는 설정'이다. 초반 이경과 다운의 모습이 번갈아 제시된다. 추녀에 가난한 이경과 눈이 돌아갈 정도로 예쁘고 부자집 딸인 다운. 살인사건 현장을 청소하는 알바생 이경과 명문대 성악과 력셔리 여대생 다운. 완벽히 대조된다. 그러다, 점점 이경과 다운사이 접점이 발견되고 (ex.생년월일이 같다.) 다운은 미래의 이경이 자신으로 설정된 꿈까지 꾼다. 결국, 둘은 서로의 몸을 오가며 의식을 공유하게 되는데... 이경과 다운이 의식을 공유하는 지점부터는 약 먹은 필립 K.딕 마냥, 이야기가 약간 모호해진다. 비판점은 아니다. 원래 작가의 설정이나 의도한 바라고 받아들였다.

 

전체를 지배하는 장르는 미스터리다. 이야기 초반, 스노우볼을 남기고 살해당한 여대생의 비밀, 임대리와 다운의 관계, 중반, 남사장과 임대리 중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의 문제, 만신(무당) 유나가 밝힌 비밀들, 다운과 그 어머니의 미스터리한 행적 등등. 막판에는 남사장에다 왕태봉, 재수 없는 노파까지 등장해 한바탕 난장이 벌어진다.

 

강지영 작가는 여러 가지 소개를 맛깔지게 버무려 내는 재능이 탁월하다. (특히, 최근에 이슈가 되는 소재들) 위에서 잠깐 이야기했듯이, 연예인 오디션, 연습생과 스캔들. 프로토폴 투약문제, 안티팬들의 행각, 오원춘 같은 인간백정, 새아버지와 가족의 이상한 관계 등. 거기다 마지막 장면도 흥미로운 소재가 쓰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떤 작품(이름을 이야기하면 스포일러라.)이나, 동화 '왕자와 거지'와 유사하게 볼 수 있는 설정인데, 과감하게 시도한 점이 좋다. (만약, 강지영 작가가 능력이 부족했다면 뒤죽박죽 난잡해졌을지도 모른다.)

 

소재만 보면 어둡고 칙칙할 수 있지만, 작품의 분위기는 의외로 경쾌하고 발랄하다. 이것도 참 놀라운 점인데, 열심히 살아가는 이경의 긍정에너지 때문일 수도 있고, 작가의 톡톡 튀는 문체 때문일 수도 있다. <하품은 맛있다>는 재미있고 맛깔스러운 작품이다. 흔한 연애소설로 절대 오해 마시길. 다 읽고 나서, 알라딘 신간알리미에 강지영 작가를 등록했으며, 작가의 다른 작품을 죄다 검색해 봤다. 멋진 작가를 알게 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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