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둥이 야만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프랑수아 가르드 지음, 성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흰둥이 야만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는 '나르시스 펠티에'란 인물의 실화를 다룬 소설이다. 나르시스 펠티에는 견습선원으로 항해 중, 외딴 섬에 홀로 남겨져, 무려 18년간 문명과 격리된다. 18년 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늠름했던 선원 '나르시스 펠티에'는 어떻게 흰둥이 야만인 '암글로'가 되었는가?

 

나르시스가 야만인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A]'옥타브 드 발롬브룅'이 후원자에게 보내는 편지[B]가 번갈아 제시된다. 발롬브룅은 흰둥이 야만인으로 발견된 나르시스를 맡아, 언어와 문화를 교육시키고, 18년간의 행적을 조사하는 학자다. 나르시스를 맡은 건 총독의 강권 때문이었으나, 점점 나르시스에게 애정을 갖는다. 언어를 습득하는 그를 보며, '아버지의 심정'(p.95)을 느끼기도 한다. 발롬브룅과 대칭되는 인물이 [A]에도 있다. 바로 '검둥이 노파'다. 노파는 다 죽어가던 나르시스에게 물과 음식을 건내고(p.52), 아픈 그를 돌보며(p.119), 나르시스가 부족에 동화되는 데 힘이 되어 준다.

 

나르시스가 야만인 부족에 서서히 동화되는 과정, 심리변화는 작품의 핵심이다. 구조대가 올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고, 부족을 멸시하며, "나는 생폴 스쿠너 선 선원이다!"를 외치던 나르시스. 그러나 믿음과 희망은 조금씩 사그라든다. 그렇게 멸시하던 야만인들은 물을 찾는 법을 알았고, 사냥하는 법을 알았다. 여기서 나르시스는 이들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였다. 진정한 동화는 작품 마지막에서야 이뤄지나, 중간에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항상 노파에게서 음식을 받아먹던 나르시스가, 제 손으로 식량을 얻어낸 장면.(p.138) 키가 훨씬 큰 나르시스는 다른 부족이 들어갈 수 없는 곳까지 들어가 조개나 홍합을 잔뜩 채취한다. 자연스럽게 부족원들은 그에게 빈바구니를 내밀며 조개채취 공동작업을 벌인다. 스스로 식량을 구하지 못하면 절대 함께 식사하는 걸 허용하지 않았던 부족이지만, 이번에는 나르시스를 막지 않았다. 처음으로 배불리 먹은 나르시스.

 

<흰둥이 야만인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는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또 다른 삶을 선택해야 했던 한 인간의 생존 실화이다. 이 책을 통해 20여 년에 걸쳐 문명->비문명[A], 비문명->문명[B] 넘나들었던 나르시스 펠티에의 고뇌를 함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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