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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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느낌은 'TV단막극 같네. 인물들도 개성 넘치고, 재밌다' 뭐 이런 거였습니다. 그런데 읽을수록 몽환적인 느낌이 강해지더니, 중후반에는 완전히 '실험적인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작가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으나, 작품 초반의 느낌을 그대로 이어가길 원했다면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밤의 여행자>는 설정이 독특하고, 분위기 묘사가 탁월합니다. 특히 작가의 창조한 베트남의 섬 '므이'는, 꿈속에서 여행했던 곳 같이 미스터리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읽는 내내, 실제 베트남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주인공 '고요나'는 [정글]이란 회사의 여행 프로그래머입니다. 직장 내 위치가 위태위태하더니 퇴출위기에 몰리고, 상사인 김조광에게 성추행까지 당합니다. 결국, 사표(p.30)를 던지지만, 상사는 장기휴가를 권하며 겸사겸사 여행상품의 존폐를 결정하는 일을 맡깁니다. 그래서, 요나는 '므이'로 가게 됩니다.

 

요나가 '므이'에서 만난 사람 중, 특히 주목한 이는 [작가]와 [럭]입니다. [작가]는 므이에 머물며 시나리오를 쓰고 있어요. 놀랍게도 그의 시나리오는 소설속에서만 의미를 갖는 게 아니라, <밤의 여행자> 자체에 영향을 미칩니다. 소설 속 [작가]가 A란 인물이 사고를 당하는 걸로 설정하면, <밤의 여행자>의 내용이 시나리오처럼 바뀌는 거죠.

 

[럭]은 요나와 사랑에 빠지는 베트남 남자입니다. 둘의 연애감정은 여러모로 의아합니다. 관계진전이 급작스러워요. 그냥 남남처럼 지내가, 갑자기 100년 동안 절절한 사랑을 나눈 것처럼 행동(p.171,186)하니 어색할 수밖에요. 그리고, 요나는 [럭]을 위해 시나리오 변경을 요구(p.186)하는데, 그 때문에 변화된 결말(p.198 요나의 XX)이 마음에 안듭니다. p.198이후는 전혀 몰입할 수 없었어요.

 

다 읽고나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요나의 꿈일지도 몰라.' '므이도 사람들도, 벌어지는 사건들도 모두 몽롱하잖아.' 소설 속 요나 역시, 노란 트럭에 치인 여자를 보며 '그게 꿈인지 현실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p.190)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꿈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은 '므이'입니다.

 

<밤의 여행자>는 미스터리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훌륭한 작품입니다. 작가가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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