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넘브라의 24시 서점
로빈 슬로언 지음, 오정아 옮김 / 노블마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장르구분을 한다면,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은 판타지 어드벤쳐 정도되겠다. '어드벤쳐'라 하지만 커다란 사건은 없고, 주인공이 서점의 비밀을 추적하는 과정에도 대규모 추격신이나, 액션신 같은 건 없다. 아, 주인공 또한 평범한 인물이다. 이쯤에서 '에이, 별볼일 없는 작품이겠네. 재미없는 거 아냐?' 이러실 분도 있겠다. 허나, 너무 성급했다.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은 절대 시시한 작품이 아니다. 한순간, 독자를 공간이동시켜 버리는 책이다. 어디로? 새벽녘 달빛 가득한 페넘브라 24시 서점으로.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몽환적인 새벽 달빛 같은 소설'이라 하겠다.

 

주인공은 '클레이 재넌'이다. 실직한 클레이는 페넘브라 24시 서점에 야간직원으로 일하게 되는데, 이 서점은 의문투성이다. 손님도 거의 없는데 왜 24시간 문을 여는지, 단골인 독서클럽 회원들과 독서클럽의 정체는 무엇인지, 결정적으로 의문의 사나이 페넘브라는 어떤 인물인지 등등. 거기다 일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p.27)은 더욱 괴이하다. 직원이 서가의 책들을 살펴보거나 읽어서는 안되고, 손님의 모든 것(외양, 심리상태, 어떤 책을 받아갔는지 등)을 일지에 기록해야 한다. 도대체 페넘브라 24시 서점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부는 클레이 재넌이 페넘브라 서점에 취직하게 되는 과정, 페넘브라와 클레이의 친구들 면면이 핵심이다.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개성넘치지만, 다른 판타지에 비하면 평범한 사람들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룸메이트 '애슐리 애덤스', '맷 미틀브랜드'. 마치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클레이의 오래된 친구 '닐 샤'(p.47), 미녀 컴퓨터 천재 '캣 포텐테'(p.76) 등등. 이런 점은, 이야기에 좀 더 쉽게 몰입할 수 있게 하지만, 판타지 요소를 중시하는 독자에겐 아쉬울 수 있다.

 

제2부는 갑자기 휴업하고 모습을 감춘, 페넘브라를 찾아 뉴욕을 누비는 여정이다. 1부가 페넘브라 24시 서점을 중심으로 잔잔하게 흘러갔다면, 2부는 어드벤쳐적 성격이 강해 또다른 매력이 있다. 특히, 단체의 '제1독자'이자, 악의 우두머리처럼 그려지는 '코르비나'가 등장해, 선악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게 좋았다. 또한, 24시 서점의 배후단체 '부러지지 않은 책등'의 비밀(p.180), 단체의 목적 등도 속속 밝혀진다. 제3부는 500여년간 비밀로 감추어졌던 암호를 푸는 대단원. 암호의 해답은 약간 철학적이라 허무할 수도 있으나, 이보다 더 나은 결말을 찾긴 어려워 보인다.

 

역자님은 후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책과 첨단기술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작품이다. '(코믹) 모험 미스터리 판타지'로 분류할 수 있겠으나, 그중 어느 한 요소를 지나치게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p.383) 구구절절 옳은 말씀.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은 책이 품어내는 몽환적인 마력, 새벽달빛 같은 특유의 분위기가 일품인 작품이다. 새벽녘 조금씩 책장을 넘겨보시길. 분명, 이 책의 분위기에 빠져드실 것.

 

 

 

 

* 확신할 수 없어, 본문에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페넘브라와 코르비나의 갈등은 책을 둘러싼 신구문물의 갈등으로도 볼 수 있다. 즉, [페넘브라. 킨들 같은 E-BOOK리더기 구입. 컴퓨터를 이용한 데이터베이스화 적극적. VS 코르비나. 컴퓨터 등 신문물 거부, 제본된 전통적 책 강조. 보수적] 이러한 구도에서 저자는 페넘브라 편에 서 있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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