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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화전 - 지상 최대의 미술 사기극 ㅣ 밀리언셀러 클럽 133
모치즈키 료코 지음, 엄정윤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대회화전>은 제14회 일본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 수상작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미스터리는 아니고, 범죄 스릴러에 가깝다. 읽는 내내 부러웠던 건, 일본 장르문학계의 넓은 스펙트럼이다. 미술계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명화 사기극을 그려내다니. 타쿠미 쓰카사의 <금단의 팬더>도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작품 아니던가.
두 명의 사기피해자가, 명화 절도계획의 실행범으로 가담한다는 게 핵심내용이다.
[오우라 소스케] 소스케는 동생과 달리, 생활력 없는 식충이다. 사업을 연이어 말아먹고 시원찮은 광고업자로 전락했다. 그에게 야부키란 남자가 수상쩍은 잡지제작을 의뢰하고, 점점 접근(p.36)해 온다. 야부키는 비공개주식 사기를 설명하며 투자를 권하는데...
[후데사카 아키네] 호스티스로, 긴자 주점에서 빚을 지고 도주했다. 3년 동안 벌벌 떨며 지냈고, 겨우 도쿄 변두리에 작은 스낵바를 연다. 아키네에게 한 남자가 접근하니, 이름은 안푸쿠 도미오. 다른 남자와는 달리 도미오는 점잖았고, 아키네를 좋아한다(p.67)고 했다. 도미오가 아키네에게 접근한 이유는?
야부키와 도미오의 사기행각은 너무나 치밀해서, 읽는 나조차 깜빡 속았다. 사기피해자가 전부 바보는 아니다. 사기꾼들이 어떤 면에선, 대단할 따름. 아무튼, 소스케와 아키네는 가해자를 쫓다 만나게(p.132) 된다. 또 다른 피해자라 주장하는 시로타까지 합세해 이야기를 나누고(p.138), 얼마지 않아 작품의 하이라이트 '명화 절도계획'까지 세운다. 그런데, 여기도 비밀이 있다. (스포일러 때문에 모호하게 말하면) 이 모든 것은 커다란 톱니바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중간중간 부패한 미술계 이야기, 거품경제 시절 덮어놓고 명화를 사들이던 행태 비판, 물감 덩어리가 어떻게 수백억을 호가하게 되는지(p.108), 특정 작가의 작품이 항상 일정 가격을 유지하는 미술계의 담합 등등 <대회화전>만의 장기가 재미있게 버무려져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 전체적으로 산만하다. 하고 싶은 말이 넘쳐서 중언부언한다고 해야 하나. 또한, <대회화전>은 내용 전체가 하나의 음모이고, 배후 실력자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이야기다. 배후자는 개념상 모호할 수밖에 없고, 피해자이자 실행범은 장기말에 불과할 뿐, 주인공이 아니다. 즉, 딱히 감정이입 할 대상이 없는 거다. 이것도 산만함의 한 원인이다.
둘째, 후반부, 사건의 전말을 강의하듯 일일이 설명하려 든 점. 물론,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대회화전>은 전체가 하나의 음모이자, 반전이기 때문에 약간의 설명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꼭 이런 방법밖에 없었을까? 작가가 일일이 설명한다면, 독자가 생각하고 끼어들 여지가 없다. <대회화전>의 반전은 꽤 놀라운데도, 막상 읽으면 심드렁해지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사건 전말을 설명하는 p.288이후는 너무 친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