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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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인 '홍도'는 섬이름인가요?

 

아닙니다. 여자 주인공의 별칭이에요. 여자 주인공은 '이영'이라는 이름의 아가씨인데, 자기가 경진년생, 1580년생(그럼, 433살임)이라 주장합니다. 또한, 정여립이 자신의 진외증조부이며 '죽도 할아버지'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홍도'라는 별칭도 죽도 할아버지가 지어준 거에요. 그 장면을 보죠.

 

어린아이였던 이영이 조선지에 봄 그림을 그리고 시까지 적자, 죽도 할아버지는 이를 기특하게 여깁니다. 그리고는 "진길아, 오늘부터 영이를 홍도라 부르면 어떻겠느냐?" "종이에 꽃물을 들이고 마음이 동한 시를 적었으니, 여이가 당나라 시인 설도를 쏙 빼닮지 않았느냐? 설도의 자가 홍도니라. 영이도 홍도 모양으로 시를 짓고, 도가의 도인이 되어 세상을 두루 살피는 아름다운 여인이 되면 좋을 것이야."(p.25)라고 하죠. 다 읽고 나서, 이 부분을 다시 보면, 뭔가 예언 같은 느낌이에요.

 

- 1500년대에 태어났다니, 그럼 홍도(이영)은 정말 불로불사인가요? 아니면, 정신이상자인가요?

 

이건, 뭐라 직답을 드릴 수 없네요. 독자가 판단할 수밖에 없는 영역이에요. 다만, 작품내에서는 홍도가 불로불사가 되는 과정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XX처리해서 이야기 하죠.) XX라는 인물(p.258)이 있어요. 홍도가 XX를 X는 상황(p.278,279)에서, 홍도에게 어떤 행동을 해줍니다. 홍도는 이 XX 덕분에 불로불사가 되죠.

 

- <홍도>의 설정은 어떻죠?

 

시대는 현대입니다. 비행기 안에 김동현이란 영화감독이 타고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위해 정여립에 관한 자료를 모아두었어요. 그런데, 화장실에 간 사이, 어떤 여자(물론, 이영)가 슬그머니 동현의 자리에 앉아 자료를 읽고 있어요. 둘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동현은 이영에게 강한 호감을 느낍니다. 이영이 동현에게 하는 이야기가, 액자형식으로 등장하는데요. <홍도>의 중심사건인, 정여립의 기축옥사, 임진왜란, 신유박해 등이 전부 액자 속 이야기에요.

 

- 홍도(이영)란 인물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홍도는 일단 아름답고, 시나 그림, 의술(p.220)에도 뛰어난 아가씨에요. 거기다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견뎌내는 당찬, 기개도 있죠. 두 장면을 소개하겠습니다.

 

[장면 1] 홍도의 아버지인 이진길은 기축옥사에 휘말려 서울로 압송됩니다. 이때 퇴기가 나타나 이진길을 희롱(p.116)하며 얼굴에 술을 붙죠. 이에 격분한 홍도는 퇴기의 다리에 매달려 허벅지를 물고는 질겅질겅 씹습니다. 그러고는 소리치죠. "내 아버지에게 수모를 주다니, 죽어라, 이년! 내, 네년을 오독오독 씹어 먹을 테다!"(p.119)

 

[장면 2] (스포일러 가능성) 홍도는 임진왜란 때, 정주옹주와 일본으로 끌려갑니다. 일본 놈들은 홍도와 옹주의 신분을 제대로 알지 못하죠. 이때 홍도는 자신이 정주옹주라고 주장(p.201)합니다. 정주옹주는 자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자식이었으니까요.

 

- 작품에 로맨스는 없나요? 남자주인공도 있겠죠?

 

물론 있습니다. <홍도>가 500년을 넘나드는 감동적인 사랑이야기인데 없을 리가요. 남자주인공은 '자치기'라는 이름의 머슴입니다. 자치기란 이름은 홍도가 지어준 거에요. 그 장면을 보죠. 죽도 할아버지는 어디서 누런 먼지를 뒤집어쓴 열서넛 먹은 사내아이를 데려옵니다. 사실, 이 녀석이 죽도 할아버지를 따라 나선 거였죠. 죽도 할아버지는 이 녀석이 이름이 없다며, 홍도에게 이름을 지어보라고 합니다. 그러자 홍도는, "흙투성이가 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자치기 놀이가 그리도 좋은 모양이니, 이름도 자치기라 하면 좋을 듯합니다."(p.27) 이리하여 봉두난발 머슴은 자치기가 됩니다. 이들은 이후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을 나누는데요, 19금 장면(p.273,274)도 있습니다ㅋㅋㅋ

 

- <홍도>를 자신있게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혹시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물론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홍도>는 일단 재미있고, 500여 년에 걸친 사랑이 있으며, 종이를 뚫고 나올 것만 같은 등장인물이 넘실댑니다. 불로불사나 환생 같은 설정에 거부감을 가진 분들도, 막상 읽어보면, 작품의 설정에 빨려들 수밖에 없어요. 홍도가 너무나 진지하고 진지하기 때문이죠. 저 역시 어느 순간, 홍도가 433년 동안 살아왔다는 걸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또한, <홍도>는 기축옥사, 임진왜란 같은 역사를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재구성을 시도합니다. 예를 들어, 이진길의 죽음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정여립에 대한 기록에 의문을 품는 거죠. 홍도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기록과는 다른 견해를 제시(p.110)합니다. 물론, 전면적인 재구성은 아니죠. 아주 미미한 시도이지만, 시도 자체에 큰 점수를 주고 싶어요.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꼭 집어서, p.279~284 부분은 지나친 축약입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어떤 부분인지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너무 모호하고 흐릿해서, 원고를 뭉텅 덜어냈다는 느낌까지 듭니다. 전체를 조망해보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도 이렇게 처리했다는 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네요. 때문에, p.285부터는 힘이 상당히 빠집니다. 김대현 작가님도 분명, 이 점을 알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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