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요, 서울에 물들다 - Sun Yao's Seoul Diary
손요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1.

 

먼저 이 이야기부터 하고 싶다. 외국어를 말하고, 읽는 것과 외국어로 책을 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당신이 중국에 가서 중국어로 책을 쓴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힘들겠는가? 손요씨는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이 책을 썼다. 그것도 서울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책을. 이 하나만으로도 <손요, 서울에 물들다>는 놀라운 책 아닌가?

 

KBS '미녀들의 수다'(미수다)는 빼놓지 않고, 챙겨봤던 프로그램이다. 여러 미녀들 모두 예뻤지만, 한국어 실력이나, 논리정연함, 톡톡 튀는 매력에선 손요씨를 따라올 미녀는 없었다. 거기다 같은 학교를 다녔고, 같은 시기에 캠퍼스를 누벼서 더욱 친근감이 들었다. (아쉽게도 캠퍼스에서 뵙지는 못했다. 베트남 출신 흐엉씨나, 그루지아 출신 타티아씨는 여러 번 봄ㅋㅋㅋ) 미수다 폐지 이후 미녀들(특히 손요씨)의 근황이 궁금했었는데, 반갑게도 이 책을 만났다. 

 

2.

 

<손요, 서울에 물들다>는 손요씨가 서울에서 보낸 10년간의 기록이다. 6개의 PART로 이루어져 있고, PART5까지는 한국적응기, 에피소드, PART6은 [손요의 도심 속 힐링여행]으로 손요씨의 추억이 담긴 명소 12곳이 소개된다. 또한, 각 파트 말미에는 손요씨가 직접 그린 만화형식의 [손요의 못다 한 이야기]가 있는데 실력이 대단하다. 알고보니 손요씨는 예술고등학교 출신으로 미술학도를 꿈꿨다고 한다.

 

3.

 

손요씨는 왜 한국으로 유학을 왔을까? 놀랍게도 처음에는 일본유학을 생각했고 일본어 학원에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어는 자기와 맞지 않았고 곧 포기한다. 그러던 중, 재잘거리며 다가오는 어린아이들의 대화를 듣게 된다. 그건 한국어였다. 손요씨는 이런 생각을 한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대화를 듣는 순간, 내 머리속은 멍해졌다. 20년이란 세월을 살아오며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아름다운 언어였다.'(p.16) '그래, 내가 배워야 할 언어는 일본어가 아니고 한국어야!"(p.17) 때마침 한류열풍이 불어 한국드라마와 음악이 크게 인기를 얻었고, 결국 손요씨는 한국 유학을 결심한다.

 

이 책을 읽으며, 손요씨는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여자'란 생각을 했다. 굉장히 적극적이고 실천력 있으며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 거기다 얼굴까지 예쁘니, 실패하라고 등 떠밀어도 기어이 성공할 사람이다. 손요씨의 적극성이 제대로 드러나는 에피소드(p.92)가 있다. 한국인 친구를 사귀어야 한국어도, 한국문화도 제대로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 손요씨는, 한국인 친구를 찾아 나선다. 외대 도서관 스터디룸에서 대상을 물색(?)하던 그녀는 맑은 목소리로 중국어를 구사하는 여학생을 발견한다. 먼저 다가가, "니하오! 저는 중국 사람이에요. 같이 앉아서 공부해도 돼요?"(p.94)라며 말을 건낸다. 이것이 베스트 프렌드 박현정씨와의 첫 만남이었다. 멋지다.

 

손요씨는 외대 어학당을 다니다, 경희대 무역학과에 진학하는데, 이에 관련된 이야기도 재미있다. 왜 외대가 아닌 경희대를 선택했을까? 손요씨 말을 들어보자. "처음엔 당연히 나의 모교였던 외대에 다니려고 했지만, 어느 날 경희대에 다녀 온 이후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희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마치 다른 풍경을 보는 것처럼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유럽풍의 고전적인 건물과 로맨틱한 학교 정원, 그리고 아름다운 예술작품들이 많았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학교에서 4년을 보낸다고 하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그리하여 나는 외대를 저버리고 경희대를 선택하기로 했다."(p.125) 책속에는 처음 외대 캠퍼스를 보고 실망했다는 이야기(p.66)도 나오는데, 누구라도 외대 캠퍼스와 경희대 캠퍼스를 본다면 손요씨 같은 선택을 하리라. 캠퍼스만 딱 놓고보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4.

 

빠질 수 없는 미수다 이야기.(p.180) 손요씨는 어떻게 미수다에 출연하게 되었을까? 외대출신 PD는 동기에게 외국학생 소개를 부탁했고, 처음 면접제의를 받은 건, 상팡씨였다. 상팡씨는 '중국인 학생 중에 손요씨가 가장 어울릴 것 같다'며 손요씨에게 함께 출연하자고 권했다. 하지만 손요씨는 단순한 방청 아르바이트로 생각하고 거절한다. 물론 나중에는 방송국 구경도 하고 추억도 남기자는 상팡씨 권유에 흔들려 마음을 바꾸지만 말이다. 만약, 끝까지 거절했다면? 미수다에 손요씨는 보이지 않았을거고, 많은 한국인이 손요씨를 알지도 못했겠지. 아, 상팡씨는 뭐하시는지 궁금ㅋㅋ

 

5.

 

미수다에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손요씨를 보며, '어릴 때부터 한국어를 접했나? 혹시 부모님 한 분이 한국분?' 이런 의심까지 했었다. 의식하지 않으면 중국인이란 걸 거의 모를 정도였으니. 그런데 손요씨가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공부를 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됐다. 하나 소개하자면, 손요씨는 주변 간판을 보고 다음과 같은 계획(p.76)을 세운다. <1. 노트와 펜으로 길에 있는 모든 간판을 메모한다. 2. 도서관에 가서 [한중사전]으로 단어를 찾는다. 3. 단어를 모두 외운다.> 대단하다. 한국어 공부를 위해, 주변 간판까지 메모하고 다닌 열정이라니. 유창한 한국어 실력 뒤에는 손요씨의 엄청난 노력이 감추어져 있었다.

 

<손요, 서울에 물들다>는 손요씨의 좌충우돌 한국 적응기일 뿐 아니라, 열정이 가득한 20대의 성장기이다. 파트1에서 파트5까지 읽는 동안 조금씩 성장해 가는 손요씨의 모습을 확인하는 건, 또 다른 재미였다. 한국어가 서툴러 힘든 미용실 알바를 하던 유학생이, 어느새 한국어 말하기대회에서 입상할 정도의 실력이 되고, 교회 십자가를 보고는 놀라 뱀파이어 생각을 하던 유학생이, 누구보다도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인재가 되다니. 한국에 대한 애정이 곳곳에 묻어있는 책을 보며, 그 어떤 한국인보다도 더 큰 애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그리고 고맙다. <손요, 서울에 물들다>는 미수다 손요씨의 색다른 매력과 열정을 느끼게 해주는 유쾌한 책이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이들, 특히 대학 새내기, 유학준비생들에겐, 희망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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